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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장기려
이기환 엮고 지음 / 한걸음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려서부터 위인전을 싫어했는데, 이런 위인전이라면 몇 권이라도 몇 번이라도 읽을 수 있다.
장기려 박사의 순간순간의 삶은 그냥 봉사하는 사람 같다.그런데 그의 일생을 두고 보면 성인의 삶으로 느껴진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러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다 이루어주실 것이라'는 의미의 구절을 성경에서 본 듯하다. 박사께서 이 구절대로 사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인 자신이 무엇을 한다고 했으면 그렇게까지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의 자녀요, 재물도 모두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그가 욕심낼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오로지 사명의식을 갖고 의사로서 살아간 것이다.
그가 언제나 훌륭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건강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건강 때문에 하던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돈이 넉넉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궁핍함을 느끼지 않았다. 평양에서도, 부산에서도 그는 그저 사명을 다하는 의사였다. 마치 진흙에서도 물들지 않는 연꽃 같은 분이다.
모든 것을 다 잊어도 사랑을 잊을 수는 없다. 그를 만난 사람마다 그를 기억하고, 칭송하는 것은 그의 의술 때문만이 아니라 아마도 사랑 때문이리라.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가슴이 뭉클해 코가 찡해졌다. 누가 그처럼 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그처럼 사는 것이 평범한 한 사람이 아닌 성인이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평범함 속에 머무는 이 성인을 흉내내고 싶어진다. 큰바위 얼굴을 바라보던 어니스트처럼 그를 닮아갈 수 있을까? 박사님이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며, 하나님께 의지하셨듯이 언젠가 나도 인류 모두를 내 가족으로 여기며, 우주가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