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이 지났는데 한 10분쯤 지난 것 같았다. 화두는 순일하고,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도 아프지 않았다. 두 시간 가량 그랬다.

내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옆에 앉은 보살님께 방선하는 동안 정(定)에서 벗어나는 것 같은데 방선 시간에도 계속 앉아 있어도 되느냐고 여쭸더니 대중과 함께 움직이라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 무여 스님의 법문 테잎을 들었다. 선정을 체험하더라도 환희심을 내지 말고, 화두가 잘 안 될 때가 공부가 익어갈 때라고 하셨다. 그리고 선정에 탐착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어떻게 탐착하지 않을 수 있는가? 다시 그 상태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래도 도반이 계시고, 테잎으로나마 경책을 해주시는 선지식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었다.

계속 될 것 같았던 그런 상태는 잠을 자고 나니, 사라졌다. 잘 때도 또렷할 것만 같던 화두가 잠 속에 깊이 묻혀버려 들어지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부끄러운 마음이 일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래서 용맹정진을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잘 될 때나 안 될 때나 한결같이 좌선으로 힘을 얻어 화두를 참구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좌선할 수 있는 인연을 얻은 것에 머리 조아려 감사드린다.

=======================

저는 한동안 서재를 떠나려고 합니다. 따뜻한 마음과 가르침을 나누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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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10-1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실꺼죠?

2004-10-15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04-10-1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그렇게 좌선 할 수 있는 인연이.
정진 잘 하시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비로그인 2004-10-15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겠습니다. ^^

비로그인 2004-10-1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누아님, 요즘 제가 딴 데 정신을 팔고 있는데다 가을을 타는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는데..이리 떠나시다니요. 아니 되옵니다..그러나 귀거래사, 라구요. 조만간 다시 뵐 수 있겠지요? 정녕 그러하온지요?

2004-10-15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0-25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0-25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요일에는 선방 보살님의 어머님의 49재 중 마지막 재가 있었다. 일흔 넷인 보살님의 아흔 여덟의 친정 어머니. 아무리 호상이라도 아버지 돌아가신 때보다 몇 배는 더 슬프시다고 하셨다.

재는 봉화에 있는 축서사에서 행해졌다. 덕분에 아침 6시에 절에 모여 대절낸 봉고차를 타고 출발했다. 가는 중에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데도 사람들이 법당 가득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는 재에 참석한 이야기가 아니라 재에 참석하러 갔다 무여 스님을 친견한 이야기다.

재를 행하기 전에 무여 스님을 친견했다. 첫 말씀이

"살림살이나 다른 것은 조금 부족하거나 잘 못하더라도 공부는 처-얼저하고 화-악실하게 자-아-알 해야 합니다. 참선하는 사람은 정신 차려야 합니다. 항상 정신을 차려서 화두를 챙겨야 합니다. 정신 차려서 자-아-알 공부하셔야 합니다."

였다. 질문이 있는 사람들은 질문을 했다. 나는 절수행에 대해 질문을 했다. 몇 번 하지 않았지만 전에 생긴 목 뒤의 임파결절이 아무래도 삼천배를 한 후 생긴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이번에 밤새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했더니 다시 목 뒤가 좋지 않다. 자비도량참법을 보면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기도를 쉬지 말라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삼천배가 참회에 좋은 것이니 몸에 문제가 생겨도 기도를 하다 생긴 것은 쉽게 낫게 되어 있다고 계속 하기를 권하시기도 하는데 실제로 무리가 있더라도 용맹심을 내는 것이 좋은지, 내게 적절하게 해 나가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서였다.

"절을 많이 하고 나면 목 뒤가 좋지 않은데.."하는 질문을 시작하고 말을 맺기도 전에 스님께서는

"보살은 그냥 봐도 건강한 몸을 타고 나지 않은 듯한데 너무 무리하게 기도하지 마시고, 기도는 참선수행이 잘 되도록 가피를 구하는 수준에서 조금만 하세요. 느--을 화두 참구를 하는 데 마음을 쓰시고 절수행이다, 기도다 하는 것은 몸이 피곤하지 않는 선에서 공부를 위해 하세요"

하셨다. 사실 누구나 다 스님처럼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스님의 수행력일까? 화두일념이 되도록 정신차려야 겠다는 발심이 일었다. 이래서 선지식을 찾는구나 싶기도 했다.

다른 분들도 여러 질문을 하셨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맞게 용맹정진을 해라, 게으름을 내지 마라, 화두를 함부로 바꾸지 마라, 참회기도도 좋지만 참선수행이 제대로 되면 저절로 참회가 되니 너무 마음 쓰지 말라 등등으로 대답해 주셨다.

아직도 스님을 뵌 그 느낌이 그대로이다. 말의 내용보다 그 말을 누가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일까? 평범한 말씀이 내내 가슴에서 울린다.

아무래도 선지식도 인연인가 보다. 그저 내게 늘 가르침을 주시는 보살님의 일이라 재에 참석한 것인데 이렇게 스님을 뵙게 되니...저절로 마음으로 다시 삼배가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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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4-10-1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천배 수행을 해 보셨나 보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수행 방법이 다르고 몸이다르듯이 꼭 삼천배 수행만이 제대로 된 기도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참선 수행이 더 어렵더군요. 마음도 가만히 있지 않는데다 다리까지 너무 아파서 .......얼른 아프신 곳이 나으시고, 용맹정진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처-얼저 하고 화-악실하게 수행하고 싶은데, 자주 흔들립니다. 아직 마음의 근기가 많이 부족한가봐요.
 

서재 지붕에 꽃이 피었다. 히말라야에 핀 꽃.

안 어울린다. 그래도 그냥 두련다.

야,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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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10-0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 이뻐요...^^ (이거보고나니 저도 지붕 바꾸고 싶어지네요...)

비로그인 2004-10-0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롤쑤가..지붕, 정말 근사하군요. 언젠가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건데 히말라야 고산 지대엔 18도가 넘게 온기를 발산하는 꽃이 있습니다. 추운 고산지대에 살기 때문에 스스로 자구책을 구하다 그렇게 진화한 꽃인데 붉은 색 꽃봉오리가 거 신비롭고 아주 이뿌더라구요. 암튼, 이누아님의 히말라야에 예쁜 들꽃이 피었군요. 감축드리옵네다..

이누아 2004-10-1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여행 잘 다녀오셨죠? 인사 참 빨리도 하죠? 낯선 거리는 설렘을 줍니다.
복돌님, 님이 주신 꽃을 지붕으로 옮긴 건데 못 알아보신 건 아니겠지요?

비로그인 2004-10-15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있지라우. 근데 로얄티를 내셔야..험험..크크..마이 조오크,고요. 그저 감솨할 뿐입습지..흘..(아, 이거 저번에 답글 달았는데 곧바로 에러나서 다 날라갔어요. 지금 달라고 항게로 쫌 쑥시럽네요..)
 

우리는 오늘부터 남의 선한 일을 보면

성취하거나 성취하지 못하거나 오래하거나 오래하지 못하거나를 막론하고 기뻐할지니라.

가령 일념이나, 잠깐이나, 일시나, 일각이나, 일월이나, 반년이나, 일년만 하더라도

벌써 선을 짓지 않는 이보다는 휼륭하느니라.

그러므로 법화경에 말하기를

"만일 어떤 사람이 탑 속에 들어가서 산란한 마음으로라도 한번 '나무불'하고 외우기만 해도

모두 불도를 이루리라"하였거늘

하물며 어떤 이가 이러한 큰 마음을 세우고 복과 선을 부지런히 닦는 것을 보고

따라 기뻐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그러면 성현들이 슬프게 생각하시느니라.

 

저희들이 생각컨대 무시이래로 나고 죽으면서 오늘에 이르도록

이미 한량없는 나쁜 마음으로 남의 선한 일을 방해하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일 그런 일이 없었으면 어찌하여 오늘날까지 모든 선한 일을 망서리기만 하고,

선정을 익히지 아니하고 지혜를 닦지 아니하며,

잠깐동안 예배하고는 큰 고생을 하였다 하고,

잠깐동안 경을 읽고는 문득 게으른 생각을 내며,

종일토록 분주히 악업을 일으켜 이 몸으로 하여금 해탈을 얻지 못하게 하리요.

마치 누에가 고치를 짓듯이 자승자박하고,

나비가 불에 들어가듯이 밤새도록 타게 되나니,

이런 업장이 무량무변하여 보리심을 장애하고, 보리의 원을 장애하고, 보리행을 장애하는 것이

모두 악한 마음으로 남의 선한 행을 비방한 탓입니다.

이제서야 비로소 깨닫고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머리를 조아리고 어여삐 여기심을 원하여

이런 죄를 참회하나니...

                                                                                     -자비도량참법 제1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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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끄트머리네요. 우리 아짐들, 정말 고생하셨어요. 많이 힘드셨죠? 그리고 아짐들 일손을 도와주신 일부(일부! T.T)아제들두 편히 쉬세요, 모두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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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0-0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복돌언니가 실력이 장난이 아니예요?? 그쵸?? 안주무시네요.. ^^

이누아 2004-10-0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우리 아짐"에 속하니 이 꽃을 복돌님께 받은 두 번째 꽃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수니나라님 말씀으로는 고마리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라고.
복돌님 집에서 구경만 하지 않고, 내게로 가져왔다.
복돌님의 꽃들은 환하다.

이누아 2004-10-03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지금도 일하시나요? 저는 그만 자려고 합니다만. 이 시간에 누가 나타나서 글을 쓸 거라고 생각을 못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방금 님의 방명록에서 밤에 쓴 글을 본 것도 같군요. 길에서 오래전 친구를 만난 듯 반갑네요. 그러나 늦은 시간이고, 느린 알라딘에서 대화하는 것도 두렵고 하니 이만 사라집니다.
그리고...복돌님의 꽃들이 제게 미소를 줍니다. 실력이 아니라 그분의 마음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4-10-03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손으로 얼굴 가려야쥐..부끄랍구만요. 흘..이젠 이 짝퉁찍사 복돌이도 맨날 꽃만 찍어댕게로 다른 분들이 잼 없어라, 하세요. 제목만 보고 내용이 뭘까, 하고 클릭하셨다가 에이, 쟤 또 꽃 찍었네, 하곤 뒤돌아 가신당게요. (여보씨요들, 가..가지 마씨요!) 흑흑..꽃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풍경사진은 넘 실력이 딸려서뤼 도..도전을 몬 하고..아르(art)를 빙자해 기냥 홀라당 누드라도 한 판 올려야 장사가 될려나..헤헤, 이누아님, 참말로 감솨하구만요. 저 꽃처럼 맴이 이뿌면 을매나 좋겠습니꽈만, 어째 더 푼수짓만 하는쥐.. ㅡ_ㅡ;; 버뜨, 으랏차차! 차력!

2004-10-03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