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야, 네가 미국에서 부친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다. 손으로 쓴 카드를 주고 싶었다는 네 말에 어떤 간절함이랄까, 그리움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네 결혼식이었다. 내가 결혼할 때 친구 하나가 울었다고 했다. 마치 자기가 날 시집을 보내는 것처럼 서운하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고. 결혼식장에서는 모르겠더니 집에 오니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나는구나.
결혼식은 아름다왔다. 즐겁게만 보이는 신랑, 신부에 함께 웃고, 여자 주례 선생님의 출현에 놀라고, 그분의 또렷한 목소리에 하객들이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후배들의 노랫소리는 천상의 것 같았다. 15년 전 쯤에 너도 저 아이들처럼 노래하고 있었구나.
너와 인사를 나누고 두 친구와 함께 차를 마셨다. 좀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애들이 미리 나와 할 말이 없을 것을 염려했다고. 그렇게 할 말이 없었는데도 헤어지려니 아쉬운 마음이...
숙희야, 결혼 축하한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신랑이 점점 좋아진다. 우리는 처음에 부부이기만 했는데, 지금은 친구이자 도반이자 가족이며, 따뜻함이다. 오늘의 기쁨으로 문을 연 너의 결혼도 나날이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한 생활로 피어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