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  순류스즈끼 저 / 불일출판사 / 1995-10-21

 

초심자를 위한 선수행에 관한 책이다. 서양인 수행자를 염두에 둔 책이기도 하다.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정진할 것을 권한다. 모든 내용에 다 공감하지는 않지만 이런 책들은 언제나 나태한 나를 꾸짖는다. 어쨌든 책은 이렇게 읽혀졌다.

(바른 자세와 같은) "이들 형식들을 올바른 마음 상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라. 이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 그 자체가 마음의 올바른 상태를 이미 가진 것이다. 어떤 특별한 마음의 상태를 얻으려고 할 필요가 없음을 알아두라".

처음 마음을 발하는 그 마음이 바로 바른 깨달음이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의 시작은 바르게 앉는 것, 선수행을 하려고 앉아 있는 그 자체가 이미 다다른 자리라고 말한다. 이런 말은 내게 힘이 된다. 우선 앉으라고?!

"마음 속에 잡초가 있더라도 차라리 고맙게 여기라. 마침내 그것들은 수행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므로" 

앉았더니 마음 속에 파문이 인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그만두고 싶은 생각...잡초들이 일어난다. 그랬더니 잡초가 있어도 괜찮단다. 마음 속의 잡초가 변하여 정신적인 거름으로 바뀌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그때 수행은 놀라운 진전을 갖게 된다. 그러니 염려말고 앉자.

"이 단순한 수행을 매일같이 해나가면 어떤 굉장한 힘을 얻게 된다. 그것을 얻기 전엔 굉장한 무엇 같지만 일단 얻고 보면 별것이 아니다."

앉기는 앉되 매일같이 일편단심으로, 반복해서 앉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굉장한 무엇은 쉽사리 얻어지지가 않는다. 실망스럽다.

"공부에 진전이 없어 실망하는 것은 수행에 욕심을 부린 탓이다. 그러므로 수행에 약점을 보여주는 징조나 경고신호가 올 때에는 고맙게 느껴야 한다."

그러면 일단 앉자. 망상이 일어도, 진전이 없어 보여도 실망하지 말고 반복해서 앉자. 그렇게 앉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대가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한다면 업을 짓고 업에 끌려가는 결과만 만드는 셈이다. 그리고 좌복(방석) 위에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아,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앉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말이다.  제일 처음 말한 그 내용이다. 좌선은 수단이 아니라 좌선이라는 수행 속에 이미 깨달음이 내재하고 있다. 그래서 스쯔기는 깨달음보다 우리의 원래 성품에 대한 강한 확신과 수행에 대해 가지는 성실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처와 같이 수행하기!

"불교가 정말 무엇인지를 모른 채, 철학으로써 혹은 교훈으로써 얼마나 완벽한가 만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신성모독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끝끝내 이 책은 수행하라고, 매일 하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어서 이해만 하지 말고, 교훈만 얻지 말고 경험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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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5-01-29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오랜만입니다.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이야기로군요.^^

2005-01-29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5-02-0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발님, 요즘 일이 있어 컴퓨터 앞에 잘 앉지 못합니다. 저도 실행하기 어려워서(주로 시간을 핑계로) 눈 뜨고, 감을 때만이라도 실천하려고 애씁니다. 너무 짧고 사소한 수행이지만.
로드무비님, 님 덕에 오타를 발견했습니다. 왜 제 눈에는 안 띄었을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