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알라딘에 소개하진 않았지만 글쓰기의 소재 부족(이건 사실 노력부족에 기인한다), 일상에 대한 열정 고갈(? 좀 위험한 발언), 심리적 불안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프라인 속의 생활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인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 집단에 소속되어 활동하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가입 자체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활동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시간 안배, 능력 부족의 문제일 거다. 내게도 직장이라는 생계 유지형 소속 단체 말고 여가 및 봉사 단체가 있다.

올해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야학에서 내가 맡아 가르치고 있는 과목은 수학이다. 사실 과목 이름은 '수학'이지만 내용은 '산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 수학을 담당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을 때 잔뜩 겁 먹었던 나이다. 인수분해는 볶아먹고, 함수는 끌어먹고, 미적분은 회쳐먹은지 오래다. 소화되어 배설된 후 거름되어 사라졌을 내 수학적 능력을 회생시켜야 된다니... 입이 딱 벌어지고 숨이 턱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수학 교재를 보고 나서야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일주일동안 수험생처럼 수학공부한 게 좀 아까웠지만... 다행이었다.

예전부터 야학엔 관심이(or 관심만) 있었지만 학부때는 놀기 바빴고 원생일 때는 프로젝트, 강의 준비에 항상 숨이 턱까지 차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야학을 하지 못 할 정도로 바쁘진 않았던 것 같다. 역시 그 땐 열정이 부족했다.

야학도 학교와 마찬가지로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로 구성된다(이 둘의 차이는 분명치 않다). 우리 야학에서 배우는 사람은 주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고 가르치는 사람은 대학생들이다.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한문, 시사, 역사, 과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학급회의, 동아리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내가 맡고 있는 수학 기초반은 수에 대한 개념부터 시작해서 사칙연산, 그리고 분수, 소수 등을 가르친다. 배움의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을 삶 속에서 경험하신 분들의 눈은 항상 생기 넘치고, 그런 열정은 교실을 달아오르게 한다. 틈틈히 강의 준비를 하고 그들 앞에 서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질문이 나올 때는 여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아느냐가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이다. 지식은 앎이 아니라 앎의 표현 가능 여부다. 난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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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트 센터 온탕에 앉아 생각한다. 난 왜 빡빡하게 살지? 왜 24시간을 열심히 쪼개서 이리저리 넣다 뺐다 하면서 정신없이 사는걸까? 왜 두개의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시간을 토막내는걸까? 몸이 달아오르고 이마의 땀방울이 뚝뚝 온탕의 물 속으로 자유낙하한다. 

온탕의 열기로 몽롱하다. 자유때문이겠지... 자유의 범위 확장을 위해...

세상에 완전한 자유란 없다. 어차피 system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방종은 있을지언정 완전한 자유란 없다. system이 무너지면 자유는 산산조각난다. 그러므로 이 둘은 운명공동체다.

난 자유를 꿈꾼다. 정확히 말하면, 자유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자유를 확장시키기 위함이다. system 안에서의 최대 자유 확장... 이게 지금 나 스스로를 구속하는 절대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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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서른이다.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는 과정에서도 이것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게 있다. 그게 바로 '열정'이다. 삶에 대한 열정...

이런 類의 책을 심심치 않게 사고 읽는 것도 그 源流로 거스러 올라가면 '열정'이라는 붉은 용광로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점점 용광로가 식어져버려 나중에는 차디찬 쇠덩어리로 굳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용광로를 고온으로 유지하는 데는 몇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난 주로 책을 이용한다. 이 책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 내 가슴 속 용광로에 뜨거운 불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

이책을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목차에 있다. (사실 이름도 좀 끌리긴 했지만... 변화라는 말에 특히...)  일단 크게는 이렇게 구성된다. 삶은 장거리 달리기다, 마음속에 서재를 만들자, '알다'와 '이해하다'의 차이를 깨닫자.

장거리 달리기에서 거의 구매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달리기를 좋아하고, 또 정기적으로 하는 난 "뭐뭐는 달리기다"라는 정의에 특별한 관심과 애착이 있다. 달리기는 어느정도 해봐서 알고 있으니까 앞의 뭐뭐만 알면 되는데 이는 앞과 뒤의 개념 정리를 새로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듯 하다.

그 다음 '서재'라는 결정적인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심적 결정이 육체를 동하게 하여 마우스를 클릭하게 한다. '서재'는 내가 동경하는 이상적인 삶 속에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반가웠다. 이런 책에서 이런 단어를 만나게 되서...

이미 결정한 후지만 '알다'와 '이해하다'의 차이 또한 내 결정을 독려하기에 충분했다. 어떻든 누군가와 함께 공감한다는 것은 묘한 전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지하철에서 읽을 생각이다. 소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서 기분이 좋아진다. 빨리 읽고 정식으로 마이리뷰에 올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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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도착했다. 배송 중 분실을 인정하고 신속히 처리해준 알라딘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알라딘' 이름 한번 잘 지었다. 처음엔 인터넷 서점 이름치고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몇 번 경험해본 고객 서비스는 신속하고 깔끔했다. 마치 알라딘 램프의 지니처럼 말이다...

'Post it'은 김영하님이 그 동안 여러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한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물 한모금 마시며 쉴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모티브를 얻어 무언가를 쓸 수 있게 된다면 그 또한 즐거운 일이다.

목차를 천천히 본다. icon, memory chip, head ache, post it, etc.  icon을 '문화적, 사회적 현상이 발현되는 모습'을 의미하는 것일 테고, 그안에는 카메라, 야쿠르트, 비비, 책, 인터넷 등이 있다. memory chip에는 다른 소재에 비해 감각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들로 채워지는데 봄, 이별, 허영, 습격, 눈사람 등이 있고, head ache에는 대충 감이 잡히지만 머리 아프게 만들 수 있는 소재들을 다룬 듯 하다. 그리고 post it... 여기에는 '한영애'가 눈에 띤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내게로 올 긴 주말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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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샤워하다가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픽션이구요, 이걸로 인해 상처받으시는 분이 제발 없으시기를! (탄핵 가결로 전 이미 상처받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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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씨(가명. 3x세)는 직장에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맨먼저 알라딘에 접속한다 (최근에는 아예 초기화면으로 깔았다). 전날 자신이 올린 글에 어떤 코멘트가 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코멘트들에 답글을 달고나면 남들이 쓴 글에 코멘트를 달러다닐 차례, 24시간 내에 작성된 글들을 클릭하며 코멘트를 달다보니 한시간여가 훌쩍 지나간다. 시상이 떠올라 글이라도 한편 쓰고나면 또다시 몇십분이 흐르고, 그 글에 누가 코멘트를 다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서재를 수없이 왔다갔다한다. 서민씨가 그날 오전에 한 건 논문 두줄이 전부. 서씨의 말이다. "남들이 제 글에 코멘트를 썼는데, 제가 답글을 안달면 예의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자꾸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서민 씨는 1분 간격으로 코멘트와 답글이 이어지는, 소위 '실시간 코멘트'를 경험하기도 했다. 다음은 서씨의 서재에서 발췌한 코멘트 내용이다.

앤티슈: 우아, 서민님. 허접한 글 잘읽었어요 (AM 10:43)
서민: 헤헤, 제 글이 허접한 거 어떻게 아셨어요? (AM 10: 43)
앤티슈: 하하, 보면 몰라요? 전체적으로 허접하잖아요. (AM 10: 44)
진/우밥: 내가 봐도 허접하구만! (AM 10: 45)
서민: 어, 진우밥님, 안녕하세요? 글쿠나. 허접하구나 (AM 10: 45)

이런 실시간 코멘트는 다른 서재에서도 흔히 발견된다는 게 서씨의 말이다. 서씨가 직장에서 알라딘에 접속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다섯시간. 너무 많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막상 접속을 하고나면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최고인기 서재를 보유하고 있는 블라시보(가명)님의 서재에는 하루평균 100개의 코멘트가 달리는데, 거기에 일일이 답을 하면 두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블라시보님의 말이다. "가끔은 힘들 때가 있지만, 인기란 어쨌든 좋은 거 아니겠어요?" 진우밥, 검은빗, 갈채, 순이나라(이상 가명) 등 인기서재의 주인공들은 "알라딘 때문에 일에 전념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알라딘 폐인으로 진단되어 현재 격리치료중인 연분홍빛우주님의 고백이다. "공부를 하려 했는데 알라딘 초기화면이 눈에 어른거려 집중이 안됐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알튀세르' '알레고리'처럼 '알'자가 눈에 들어오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연분홍빛우주님처럼 알라딘 폐인으로 진단되어 고통을 겪고있는 사람은 줄잡아 500여명, 경제활동 인구 전체로 보아 얼마 안되는 숫자 같지만, '생산력 있는 상위 5%가 총생산의 95%를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을 감안한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알라딘 서재에 마이페이퍼 기능이 추가되면서부터 급격한 생산성 위축이 관찰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알라딘 폐인의 숫자가 두배로 늘어난다면 연간 GDP 성장률이 1%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인터넷교보 측은 알라딘이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몰리자 희색이 만면. 익명을 요구한 최병렬 인터넷교보 대표는 "알라딘 서재를 따라서 북로그를 만들었는데, 호응이 없어 괴로웠다"면서 "일이 이렇게 되니 인기가 없는 게 오히려 잘된 일 같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참회연대>와 <경질련>등 시민단체들은 "경제위기의 주범 알라딘은 서재를 당장 폐쇄하라!"며 서소문 앞에서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였고, '알라딘을 사랑하는 모임(대표: 자몽상자님)' 회원 20여명은 '서재사수'를 외치며 농성 중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서재 하나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며 알라딘의 손을 들어줬지만, "지나친 접속으로 인해 폐인이 되는 것은 개인적, 국가적 손실이니 적당히 접속하는 게 좋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부록: 혹시 나도 알라딘 폐인?
국제 알라딘협회에서는 알라딘 폐인의 진단기준을 발표했는데, 이중 세가지 이상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진단된다.

-하루 4시간 이상 알라딘에 가있다.
-글을 하루라도 안쓰면 못견딘다.
-코멘트가 달렸을까봐 글을 올린 지 10분 이내에 다시 가본다.
-'알'자만 봐도 흥분한다.
-친구, 친지보다 다른 알라디너가 더 좋다.
-알라 신으로 개종했다.

(정리=마태우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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