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난폭한 독서> - 금정연 / 마음산책


    독서에 한창 빠져 있을 때는 그랬다. 남의 서평은 읽고 싶지 않았다. 아이 같은 욕심 탓이었다. 지금 읽는 바로 이 책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문학 강의를 듣거나 비평이론 같은 걸 읽으면서 '다른 눈'이 있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나는 나만의 눈을 갖고 싶었다. 그게 뭔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고집은 서서히 사라지더라. 너무 많은 책이,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을 알고 싶은 바닥 없는 욕망은 남의 눈을 빌려야 그나마 채워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은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몇 권이 집에 있지만 별로 성이 차지 않았던 터에 신간으로 <난폭한 독서>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 별로였다. 그런데 '난폭'과 이 책이 담고 있다는 '풍자'의 두 단어가 미묘한 케미스트리를 갖고 있었다. 그 결합 때문에 직감적으로 골랐다. 모르는 책들에 대해서도 좀 알아볼 겸, 사납다는 그 독서의 방식에 대해서도 좀 알아볼 겸.




















2. <말, 바퀴, 언어> - 데이비드 W. 앤서니, 공원국 옮김 / 에코리브르


    반사적으로 <총, 균, 쇠>가 떠오른다. '기마민족'이라는 테마가 매력적이다. 고고학, 언어학, 신화학, 인구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역사서라는 점에서 분명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까닭에 제목의 '말(馬)'이 '말(語)'로 보이기도 하지만 언어적 뿌리가 같다고 추정되는 유라시아의 오래된 역사를 들여다보는 책이니 그렇게 보아도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미술이론과 역사를 공부하는데, 선사시대 미술을 검색해야 할 때면 Wikipedia나 Stanford Encyclopedia 등에서 고고학, 인류학 등 과학적이면서도 인문학적인 분야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매력적이다. 굳이 독자들이 이 두꺼운 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어려운 분야를 공부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까마득한, 그리고 알 수 없는 과거로 호기심을 던지는 그 순수한 마음이 지닌 가치를 확인했었다. 동심과도 닿아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화석인 '말(語)'과 고고학의 분석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 선사시대의 광활한 초원이 어떻게 복원될 지 궁금해진다.






















3.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 김영란 / 창비


    딱딱하고 어려운 건 질색이었던 대학생 시절, 나는 내가 판결문을 서너 개 읽었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것도 영어로 된 것이었다! 한창 마이클 샌델 열풍이 불었을 때였다. 그의 책을 전혀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유행하는 지적 흐름은 따라가고 싶은 욕심은 있어서 관련 강의를 들었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정치철학의 피치 못할 관문인) 칸트도 읽고, Wikipedia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미국 법관들의 판결문도 읽었고, 내친 김에 마이클 샌델의 다른 책들도 3권 더 사서 읽었다. 그때 내가 '판결문'이라는 걸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대부분의 내용은 무척 지루하다. 둘째, 하지만 판결을 선언하는 마지막 문단에서는 가슴을 울리는 명언들이 나온다. 그 때문인지 나는 법이 지닌 차가운 이미지가 원칙을 고수하는 단호함에 있는 것이지 실은 뜨거운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물론 그렇지 않은 법 탓에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본에 근거한 법의 근본은 기본권 보호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 김영란은 이미 유명하다. 나는 그녀가 제대로 된 의식을 갖고 있는 사회적 인물이라는 사실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그런 전 대법관이 사회적 이슈과 된 판결들을 모아 조곤조곤 설명해준 책이니 서재에 꽂아두고 읽지 않을 수가 없다.

    





















4. <IS : 분쟁전문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 - 하영식 / 불어라바람아


    볼 때마다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누리꾼들 중 대부분이 '아랍'과 '이슬람'과 'IS'를 여전히 혼동한다. 전형적인 '일반화'의 악습이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 이후 또 도졌다. 심지어는 우리 사회에서 '이슬람'이라는 단어가 소수의 억압 받는 이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언어 폭력의 피해자까지 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IS는 이슬람이 아니다. 누가 봐도 가짜인 이슬람의 탈을 쓰고 정치적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폭력 집단이다.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과 달리 IS는 서구 문화의 심장부 중 한 곳인 파리를 급습하는데 성공했고, 그 공포는 이제 미국 본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반응을 했었다. 테러의 위협이 지근거리까지 왔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슬람'이라는 단어는 오해받지 말아야 한다.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며 현장을 목격한 하영식 기자의 이 책은 IS 뿐만 아니라, 현재 터키, 시리아, 러시아 등과 연관되어 뉴스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쿠르드'라는 민족, 그리고 이슬람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 국내 이슬람 전문가들의 글은 다소 딱딱한 경향이 있는데, 현장감이 있는 기자의 글은 어떨지 기대된다.




P.S 예술/대중문화 분야에 읽어볼 만한 좋은 신간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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