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살찌는 사람, 쉽게 빠지는 사람 - 소금물 · 버터 · 고기만 제대로 먹어도 몸이 변한다
이서울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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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9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다이어트 해커 이서울〉 운영자 이서울의 『쉽게 살찌는 사람, 쉽게 빠지는 사람』. 어린 나이부터 소아 우울증을 겪었고, 청소년기에는 지방간과 마른 비만이라는 육체적 절망을 20년 넘게 온몸으로 겪어낸 저자는 병원을 전전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수백 편의 최신 해외 논문을 직접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다이어트 해커가 되어 자신의 몸으로 임상 실험을 감행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너무 당연하게 믿어온 건강 상식이 오히려 몸을 더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요. 저자는 질병의 증상만을 지우기에 급급한 건 아니었는지 되묻습니다. 근본적인 치유의 열쇠는 내 몸에 가장 최적화된 진짜 음식을 선택하는 대사 시스템의 복원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7가지 합법적 독소의 실체를 파헤칩니다. 현대인의 대사를 처참하게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7가지 가공식품을 지목합니다. 식물성 기름, 설탕, 빵, 커피, 튀김, 밀가루, 우유입니다. 앞글자만 따서 식설빵커튀밀유라고 부릅니다.





식설빵커튀밀유는 대중이 인지하지 못했던 일상적 독소들의 집합체입니다. 샐러드에 뿌리는 식물성 기름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 믿고, 피로를 쫓기 위해 하루에 서너 잔씩 커피를 마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먹는 이 7가지 식품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호르몬 리듬을 박살 냅니다.


저자는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내 몸을 파괴하는 이 가공의 맛부터 끊어내는 것이 대사 해킹의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쉽게 살찌는 사람, 쉽게 빠지는 사람』은 살이 찌고 빠지는 메커니즘이 호르몬의 화학 작용임을 짚어줍니다. 살은 인슐린 때문에 찐다고 합니다. 내가 먹은 음식이 혈당을 많이 올리는 음식이라면 적게 먹어도 인슐린 분비량이 늘어나 혈당을 체지방으로 저장할 여지가 많아지는 반면, 먹은 음식이 혈당을 적게 올리는 지방과 단백질 종류라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100kcal의 정제 탄수화물 빵과 100kcal의 양질의 천연 버터는 몸 안에서 전혀 다른 호르몬 신호를 보냅니다. 전자는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켜 췌장을 혹사하고 포도당을 체지방으로 축적하는 반면, 후자는 혈당의 미동조차 없이 몸의 에너지원으로 부드럽게 연소됩니다.


결국 비만의 핵심 원인은 과도한 칼로리가 아니라, 망가진 인슐린 저항성에 있습니다. 무엇을 먹느냐가 더 중요한 겁니다. 저자는 힘들게 굶으며 유산소 운동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혈당을 자극하지 않는 영양소 위주로 식단을 재편해 내장지방을 스스로 태우는 키토시스 상태의 몸을 세팅하라고 조언합니다.





책에서는 혈당 스파이크를 방어하는 일상 속 실천 전략을 소개합니다. 만성피로 탈출과 혈당 안정의 핵심 비밀 무기는 바로 소금물과 식초, 그리고 기버터입니다. 무조건적인 저염식은 미네랄 결핍과 만성 피로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아침 공복에 마시는 소금물 한 잔은 위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하고 전해질 균형을 맞춰 장내 환경을 깨끗하게 청소해 줍니다. 식사 중에 곁들이는 천연 식초물과 기버터는 위장에 부드러운 유막을 형성하여, 탄수화물이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줍니다.


아무리 좋은 식이요법도 사회생활 속에서 유별난 사람 취급을 받거나,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면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없습니다. 회식 자리, 급식 등에서 완벽주의에 시달리다 결국 폭식으로 무너지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전략을 건네기도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80%의 법칙은 지속 가능한 건강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마인드셋입니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그리고 가공식품이 만들어낸 호르몬 불균형의 사슬을 끊어내기만 하면, 우리 몸은 숨만 쉬어도 자연스럽게 지방을 태우는 연소 시스템을 재가동합니다. 닭가슴살과 유산소 운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시원한 소금물 한 잔과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로 내 몸의 세포들을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쉽게 살찌는 사람, 쉽게 빠지는 사람』은 다이어트가 의지의 고행이 아니라, 내 몸의 호르몬 시스템을 해킹하는 올바른 원리와 선택의 과학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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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뉴스툰 3 - 전쟁 ㅣ 세상을 보는 눈
뉴스툰(이강혁) 지음 / 펜타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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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세계를 뒤흔드는 물리적 충돌은 우리와 분리된 별개의 사건이 아닙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충돌은 물류망과 외교 노선, 안보 프레임을 거쳐 오늘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가격에까지 고스란히 투영됩니다.


『뉴스툰 3 전쟁』은 이념의 대립이나 군사적 승패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서,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와 경제적 파장이라는 현실적인 연결고리를 통해 전쟁 이야기를 일상으로 끌어당깁니다.


역사 속 비극들은 어느 날 예고 없이 발발하는 돌발 사고가 아닙니다. 우연한 충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표면적으로는 특정 지도자의 오판이나 돌발적인 국경 교전이 도화선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영토 분쟁, 종교적 반목, 자원 확보 경쟁이라는 인화성 물질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뉴스툰(이강혁) 저자는 어려운 세계 뉴스를 만화와 설명으로 풀어내며 많은 독자와 소통해 왔습니다. 복잡한 국제 문제를 가볍게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읽기 쉽게 풀어냅니다.


『뉴스툰 3 전쟁』에서는 복잡다단한 국제 관계의 이면을 뉴스 브리핑, 뉴스툰, 비하인드 히스토리라는 3단계로 나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여줍니다.


뉴스 브리핑 코너는 사건의 흐름을 빠르게 정리합니다. 실제 뉴스를 읽는 것처럼 핵심만 압축해 보여주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많지 않아도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습니다.


베트남전쟁과 아프가니스탄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스라엘-이란 갈등을 종교적 선악 구도나 이념적 프레임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과거 냉전기가 체제 간의 대리전 양상이었다면, 신냉전으로 대변되는 현대의 충돌은 철저하게 국익과 에너지 패권, 공급망 통제라는 자국 이기주의에 기반하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보다 왜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뉴스툰 코너는 만화 형식을 활용해 복잡한 외교 관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국가 간 이해관계를 인물의 대화처럼 풀어내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흐름이 정리됩니다. 경직되고 무거운 국제 정세를 위트 있는 캐릭터와 대사로 진입 장벽을 낮춥니다.


비하인드 히스토리 코너에서는 "왜?"라는 질문을 끝까지 따라갑니다. 왜 국경이 이렇게 그어졌을까. 왜 지금도 갈등이 이어질까. 왜 강대국은 계속 개입할까.





조약의 맹점, 강대국의 자원 계산법 등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누적된 역사적 배경을 분석합니다. 파편화된 뉴스 기사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인과관계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한반도에서 치러진 3년간의 격전은 단순히 남북한의 대립이 아닌, 핵무기 시대 도래 이후 강대국들이 전면적인 파멸을 피하기 위해 어디까지 개입 수위를 조절하고 타협해야 하는지를 실험한 최초의 전장이었습니다.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현대의 충돌이 왜 늘 미완의 상흔을 남긴 채 정전이나 교착 상태로 귀결되는지를 설명해줍니다.


뉴스툰은 어느 나라가 옳고 그른지를 쉽게 결론짓지 않습니다. 대신 각 전쟁이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남겼는지를 따라갑니다. 각국이 던지는 외교적 카드 뒤에 숨겨진 철저한 계산기를 들여다보는 눈을 기를 수 있습니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과거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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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 - 탄생과 죽음 사이, ‘삶’을 고찰하다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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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스무 살에 첫 책을 시작으로 총 9권의 책을 펴내며 탄탄한 필력을 증명해 온 젊은 작가 모먼트.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따뜻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현실이 소설보다 더 잔인하고 위태롭다는 깨달음을 글로 풀어내 왔습니다. 이번에는 학교폭력과 방관의 관계를 해부한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로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학교폭력과 방관의 관계를 해부한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로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이 소설은 한 인간의 존재 기반을 뒤흔드는 죄책감이라는 내면적 족쇄와 교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작동하는 교묘한 침묵의 연대를 파헤칩니다.


유영이가 태어난 날은 엄마를 잃은 기일이기도 합니다. 보육 시설에 남겨진 유영의 유년 시절은 결핍과 외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엄마에 대한 부채감은 유영의 내면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남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렘과 평범한 기대로 가득 찬 고등학교 입학식 날. 누구나 품어봄 직한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는 주인공 김유영이 김은영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비극의 서막으로 변질됩니다.





소설은 교실을 제러미 벤담이 고안하고 미셸 푸코가 분석한 원형 감옥 파놉티콘의 구조에 빗대어 묘사합니다. 유영은 1506일 뿐입니다. 더욱 섬뜩한 것은 감시탑에 앉아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도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고개를 돌려버리는 다수의 방관자들입니다.


교실 안의 권력 구조는 가해자의 물리적 폭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도감과 문제를 제기했다가 나까지 타깃이 되면 어쩌지라는 공포가 만들어 낸 침묵의 방조가 파놉티콘을 견고하게 유지시킵니다. 유영은 자신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다수가 묵인하는 질서 속에서 서서히 자아를 잃어버리고 고립되어 갑니다.


유영은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합니다. 엄마가 있는 친구. 평범한 생일을 보내는 친구. 가족사진을 찍는 친구.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유영에게는 닿을 수 없는 풍경입니다.


우리는 SNS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끊임없이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합니다. 비교는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상처를 품은 사람에게는 자기혐오를 키우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유영의 시선은 세상을 향하기보다 자신을 향합니다.


왜 하필 나였을까. 이 질문은 결국 나는 살아도 되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주제만으로도 보면 자극적으로 전개될 것 같지만 의외로 담담한 문장으로 마음을 서서히 조여 옵니다. 그래서 읽고 난 뒤 더 오래 여운이 남습니다.


유영은 결국 삶의 낭떠러지 끝에서 결심합니다. 태어난 날이 곧 가장 소중한 사람의 기일이라는 지독한 운명의 장난 속에서, 그녀에게 생일은 축복의 날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고통의 형벌이었습니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부여된 생일과 달리, 스스로 끝맺을 수 있는 기일만큼은 내 의지로 선택하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절망의 극단에서 터져 나오는 가장 슬픈 반어법입니다.


소설 속 가장 경이로운 도약은 현실의 달력에는 존재하지 않는 날인 6월 32일이라는 상징적 시공간에서 일어납니다. 기존의 잔인한 세계가 규정해 놓은 규칙과 프레임에서 벗어납니다. 감옥 같은 파놉티콘을 탈출해 나만의 넓은 초원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가능할까요.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콘텐츠들이 많지만, 대부분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소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는 교실이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침묵을 통해 폭력을 키우는지 더 깊게 들여다봅니다.


이 소설이 더 와닿는 건, 작가가 폭력 이후의 시간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가해가 멈추면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할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처는 기억 속에서 계속 현재형으로 살아갑니다.






이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작가가 마주해야 했던 치열하고도 씁쓸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겪은 학교폭력과 관련된 경험을 바탕으로 스무 살에 집필을 시작해 스물한 살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첫 공모전 작품으로 최종 심사까지 올라갔었지만 독자를 만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는 작가가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문학을 시작했던 원점인 동시에, 현실의 모순을 견디며 한층 더 단단한 소설가로 성장하게 만든 성장통의 기록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피해자의 고통을 의심하고, 누군가는 이제 그만 잊으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사건을 호기심 어린 이야깃거리로 소비합니다. 이렇게 피해자는 폭력을 한 번 더 경험하게 됩니다.


유영 역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폭력이 아니라 자신의 아픔을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해받기 위해 상처를 반복해서 꺼내야 하는 현실은 또 다른 고통이 됩니다. 비슷한 일을 겪고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모먼트 작가의 시선은 상처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상처도 그대로 있습니다. 하지만 치유의 과정을 통해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상처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이 삶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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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 삶의 벼랑 끝에서 침묵을 택한 어느 은둔자의 이야기
피코 아이어 지음, 최지숙 옮김 / 서사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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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분 1초라도 도태되면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 속에서, 피코 아이어는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글로벌리즘을 종횡무진 분석해 온 저널리스트이자 트렌디한 정보의 정점에 서 있던 저자가 1992년 이후 매년 향한 곳은 캘리포니아 빅서에 위치한 뉴 카말돌리 수도원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초과잉 주체성의 시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외딴 골방으로 들어간 이 여정에서 탄생한 책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피코 아이어는 우리가 무언가를 채워 넣으려고 발버둥 칠 때가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내고 스스로 고독해질 때 비로소 타인을 향한 진정한 온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들려줍니다.


저자는 갑작스러운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하늘로 보냈고, 딸은 암 투병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삶의 벼랑 끝에서 도망치듯 수도원으로 향한 그를 맞이한 것은 희망의 서사나 힐링 처방전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는 단지 서늘한 침묵과 압도적인 고요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모든 소음이 차단된 방 안에서 자신의 상처와 상실을 날것 그대로 대면합니다. 고요의 공간 속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은 자아를 살찌우는 성찰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내면에 흩어져 있던 파편들을 응시하고, 그 안에서 타인의 그늘을 밝혀줄 작은 촛불 하나를 얻어가는 일입니다.


명상이나 고독이 웰빙을 위한 도구적 방편으로 전락하기 쉬운 반면, 피코 아이어의 침묵은 내 안의 어둠을 직면함으로써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준비를 마치는 몸짓입니다.





수도원에 들어선 순간, 글 잘 쓰는 저널리스트이자 박식한 지식인으로 대접받던 저자의 사회적 가면은 무력화됩니다. 낡은 방, 삐걱거리는 침대, 규칙적인 기도 시간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저자는 자신의 관성을 내려놓는 훈련을 거칩니다. 수도원에서 배운 건 정답 찾기가 아니라 정답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법이었습니다.


피코 아이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백의 시간이 무용한 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체험합니다. 그 멈춤의 여백이야말로, 오만을 비워낸 침묵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은둔이나 고독을 말할 때 타인과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완전한 단절을 떠올릴 테지만, 이 책은 고독의 종착지가 나 혼자만의 완벽한 해탈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깊고 끈끈한 유대에 닿아 있습니다.


수도원 안에는 침묵 속에서도 피정객들의 일상을 묵묵히 돕는 수도사들과 일꾼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소박하고 헌신적인 태도를 보며 깨닫습니다. 세상과 완벽하게 고립되어 있는 듯한 골방조차 결국은 누군가의 연대와 온기로 유지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말이지요.





고통에서 도피하기 위해 수도원에 숨어들었던 저자는 오히려 고독의 훈련을 통해 다시금 세상으로 걸어 나갈 튼튼한 근육을 단련하게 됩니다.


불행이 닥치면 신이나 우주를 원망하거나, 내가 가입해 둔 정신적 보험(종교, 인맥, 재산 등)이 왜 나를 완벽하게 구제해 주지 못하는지 절망합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상실과 시련 앞에서는 상황을 통제하려는 아등바등한 노력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자는 그 불길 속에서도 평온을 잃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중심을 키우는 법을 고민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일은 패배주의적 체념이 아닙니다.


상실의 절정에서 사랑을 선택하고, 죽음이라는 어둠 앞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 나만의 좁은 주관성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때, 내 상처보다 내가 남에게 준 상처를 먼저 헤아릴 수 있는 넉넉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깨닫게 됩니다. 벼랑 끝의 차가운 침묵을 온전히 관통해 낸 영혼만이, 세상의 거친 풍파를 향해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라는 따뜻하고 책임감 있는 선언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저자는 어떤 뾰족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산불로 잃은 집이 돌아오는 것도, 병이 낫는다는 확답도 없습니다. 침묵과 은둔의 여정은 세상에서 도망치는 방법이 아니라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는 그 준비가 얼마나 깊고 오래 걸리는 과정인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문장이 와닿는 건, 저자가 고통을 온전히 통과한 뒤에 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피코 아이어가 32년 동안 수도원의 고요 속에서 벼려낸 깊고 푸른 사유의 문장들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고독을 내면의 단단한 무기로 바꾸는 자발적 비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자처럼 그 어떤 폭풍이 불어닥쳐도, 결국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을 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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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윤채근 지음 / 북레시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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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942년 태평양 전쟁의 소용돌이 속 경성을 복원해 낸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첩보 느와르물 독립운동소설입니다. 역사의 빈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를 만나보세요.


소설은 1980년대 후반 외과의사 김욱이 어머니의 유품 속에서 발견한 한 통의 유서로부터 시작됩니다. "모든 건 1942년 가을 운명처럼 시작됐다"는 해방과 분단이라는 거대한 비극적 역사에 휩쓸린 인간들의 삶의 흔적을 쫓는 신호탄이 됩니다. 의사 김욱이 어머니의 유서를 통해 부모 세대의 비극을 비로소 마주하듯, 경성의 흔적을 쫓으며 읽는 내내 감정적 울림을 받게 됩니다.


살아남기 위해 타협했던 사람들, 자신의 이름조차 잃어버린 사람들, 정의를 믿었지만 제국의 경찰이 되어야 했던 사람들처럼 회색지대 인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제목 '페이퍼 체이스(Paper Chase)'는 종이를 떨어뜨리며 도망가는 사람과 그 흔적을 따라가는 술래의 게임을 뜻합니다. 임시정부 산하 조선의용대 출신의 광복군 김혁이 경성에 잠입해 수행하는 비밀 작전의 성격이기도 합니다.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에서 종이는 문서이면서 기억이고, 흔적이며 진실입니다. 소설은 흩어진 종잇조각을 따라가듯 인물들의 삶을 하나씩 연결하며 역사의 퍼즐을 완성하게 됩니다.


김혁이 수행하는 임무는 경성 사교계의 중심이자 총독부 최고 권력자 다나카 정무총감의 양녀를 구출하는 것입니다. 조선인으로 태어났으나 일본의 최고 권력자 아래서 길러진 여인입니다.


그러나 이 구출 작전은 아군과 적군이 명확히 갈린 싸움이 아닙니다. 전쟁 지속을 노리는 도조 내각과 종전을 추진하는 이들 사이의 권력 암투가 얽히고설킨 함정 속에서 전개됩니다.


김혁은 단서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정체불명의 안내인을 찾으며, 마치 술래가 떨어져 있는 종잇조각을 주우며 보이지 않는 목표를 쫓듯 위태로운 걸음을 옮깁니다. 첩보물 장르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던 식민지 지식인들과 청년들의 혼란스러운 운명을 보여줍니다.





인물들은 각자가 짊어진 운명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냅니다. 의열단장을 동경해 뜨거운 애국심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한 스무 살 청년 김혁은 비극적인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극한으로 억제해야만 하는 공작원의 숙명을 마주합니다.


독립운동이라 하면 용기와 희생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 공작원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을 지우는 능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윤채근 작가는 영웅을 이상화하지 않고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외로움을 보여줍니다.


마음을 비워내고, 심지어 마음이 없다는 생각조차 지워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1942년 경성의 밤. 역설적이게도 이 느와르 공간 속에서 인간적인 신뢰의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정의감 넘치는 일본인 무도가, 독립운동가였다가 가족을 위해 밀정이 된 불곰 등 광복군과 일본 경찰, 권력자와 첩자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서사가 펼쳐집니다. 저마다의 결핍된 사랑과 삶을 지키기 위해 운명에 맞선 자들의 처절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은 역사의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점 같은 존재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남긴 주저흔 같은 망설임과 사랑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미스터리 서사의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장르적 재미는 물론이고, 시대를 고뇌하는 내면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자취 없이 공기처럼 살아야 했던 시대, 흩어진 종잇조각을 쫓는 위험하고 매혹적인 경성의 숨바꼭질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누가 옳았는가보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묻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인물들을 쉽게 심판하기보다, 그들이 감당해야 했던 시대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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