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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 삶의 벼랑 끝에서 침묵을 택한 어느 은둔자의 이야기
피코 아이어 지음, 최지숙 옮김 / 서사원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분 1초라도 도태되면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 속에서, 피코 아이어는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글로벌리즘을 종횡무진 분석해 온 저널리스트이자 트렌디한 정보의 정점에 서 있던 저자가 1992년 이후 매년 향한 곳은 캘리포니아 빅서에 위치한 뉴 카말돌리 수도원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초과잉 주체성의 시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외딴 골방으로 들어간 이 여정에서 탄생한 책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피코 아이어는 우리가 무언가를 채워 넣으려고 발버둥 칠 때가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내고 스스로 고독해질 때 비로소 타인을 향한 진정한 온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들려줍니다.
저자는 갑작스러운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하늘로 보냈고, 딸은 암 투병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삶의 벼랑 끝에서 도망치듯 수도원으로 향한 그를 맞이한 것은 희망의 서사나 힐링 처방전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는 단지 서늘한 침묵과 압도적인 고요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모든 소음이 차단된 방 안에서 자신의 상처와 상실을 날것 그대로 대면합니다. 고요의 공간 속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은 자아를 살찌우는 성찰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내면에 흩어져 있던 파편들을 응시하고, 그 안에서 타인의 그늘을 밝혀줄 작은 촛불 하나를 얻어가는 일입니다.
명상이나 고독이 웰빙을 위한 도구적 방편으로 전락하기 쉬운 반면, 피코 아이어의 침묵은 내 안의 어둠을 직면함으로써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준비를 마치는 몸짓입니다.

수도원에 들어선 순간, 글 잘 쓰는 저널리스트이자 박식한 지식인으로 대접받던 저자의 사회적 가면은 무력화됩니다. 낡은 방, 삐걱거리는 침대, 규칙적인 기도 시간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저자는 자신의 관성을 내려놓는 훈련을 거칩니다. 수도원에서 배운 건 정답 찾기가 아니라 정답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법이었습니다.
피코 아이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백의 시간이 무용한 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체험합니다. 그 멈춤의 여백이야말로, 오만을 비워낸 침묵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은둔이나 고독을 말할 때 타인과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완전한 단절을 떠올릴 테지만, 이 책은 고독의 종착지가 나 혼자만의 완벽한 해탈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깊고 끈끈한 유대에 닿아 있습니다.
수도원 안에는 침묵 속에서도 피정객들의 일상을 묵묵히 돕는 수도사들과 일꾼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소박하고 헌신적인 태도를 보며 깨닫습니다. 세상과 완벽하게 고립되어 있는 듯한 골방조차 결국은 누군가의 연대와 온기로 유지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말이지요.

고통에서 도피하기 위해 수도원에 숨어들었던 저자는 오히려 고독의 훈련을 통해 다시금 세상으로 걸어 나갈 튼튼한 근육을 단련하게 됩니다.
불행이 닥치면 신이나 우주를 원망하거나, 내가 가입해 둔 정신적 보험(종교, 인맥, 재산 등)이 왜 나를 완벽하게 구제해 주지 못하는지 절망합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상실과 시련 앞에서는 상황을 통제하려는 아등바등한 노력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자는 그 불길 속에서도 평온을 잃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중심을 키우는 법을 고민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일은 패배주의적 체념이 아닙니다.
상실의 절정에서 사랑을 선택하고, 죽음이라는 어둠 앞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 나만의 좁은 주관성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때, 내 상처보다 내가 남에게 준 상처를 먼저 헤아릴 수 있는 넉넉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깨닫게 됩니다. 벼랑 끝의 차가운 침묵을 온전히 관통해 낸 영혼만이, 세상의 거친 풍파를 향해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라는 따뜻하고 책임감 있는 선언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저자는 어떤 뾰족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산불로 잃은 집이 돌아오는 것도, 병이 낫는다는 확답도 없습니다. 침묵과 은둔의 여정은 세상에서 도망치는 방법이 아니라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는 그 준비가 얼마나 깊고 오래 걸리는 과정인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문장이 와닿는 건, 저자가 고통을 온전히 통과한 뒤에 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피코 아이어가 32년 동안 수도원의 고요 속에서 벼려낸 깊고 푸른 사유의 문장들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고독을 내면의 단단한 무기로 바꾸는 자발적 비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자처럼 그 어떤 폭풍이 불어닥쳐도, 결국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을 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