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 - 탄생과 죽음 사이, ‘삶’을 고찰하다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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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스무 살에 첫 책을 시작으로 총 9권의 책을 펴내며 탄탄한 필력을 증명해 온 젊은 작가 모먼트.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따뜻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현실이 소설보다 더 잔인하고 위태롭다는 깨달음을 글로 풀어내 왔습니다. 이번에는 학교폭력과 방관의 관계를 해부한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로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학교폭력과 방관의 관계를 해부한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로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이 소설은 한 인간의 존재 기반을 뒤흔드는 죄책감이라는 내면적 족쇄와 교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작동하는 교묘한 침묵의 연대를 파헤칩니다.


유영이가 태어난 날은 엄마를 잃은 기일이기도 합니다. 보육 시설에 남겨진 유영의 유년 시절은 결핍과 외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엄마에 대한 부채감은 유영의 내면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남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렘과 평범한 기대로 가득 찬 고등학교 입학식 날. 누구나 품어봄 직한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는 주인공 김유영이 김은영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비극의 서막으로 변질됩니다.





소설은 교실을 제러미 벤담이 고안하고 미셸 푸코가 분석한 원형 감옥 파놉티콘의 구조에 빗대어 묘사합니다. 유영은 1506일 뿐입니다. 더욱 섬뜩한 것은 감시탑에 앉아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도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고개를 돌려버리는 다수의 방관자들입니다.


교실 안의 권력 구조는 가해자의 물리적 폭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도감과 문제를 제기했다가 나까지 타깃이 되면 어쩌지라는 공포가 만들어 낸 침묵의 방조가 파놉티콘을 견고하게 유지시킵니다. 유영은 자신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다수가 묵인하는 질서 속에서 서서히 자아를 잃어버리고 고립되어 갑니다.


유영은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합니다. 엄마가 있는 친구. 평범한 생일을 보내는 친구. 가족사진을 찍는 친구.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유영에게는 닿을 수 없는 풍경입니다.


우리는 SNS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끊임없이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합니다. 비교는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상처를 품은 사람에게는 자기혐오를 키우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유영의 시선은 세상을 향하기보다 자신을 향합니다.


왜 하필 나였을까. 이 질문은 결국 나는 살아도 되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주제만으로도 보면 자극적으로 전개될 것 같지만 의외로 담담한 문장으로 마음을 서서히 조여 옵니다. 그래서 읽고 난 뒤 더 오래 여운이 남습니다.


유영은 결국 삶의 낭떠러지 끝에서 결심합니다. 태어난 날이 곧 가장 소중한 사람의 기일이라는 지독한 운명의 장난 속에서, 그녀에게 생일은 축복의 날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고통의 형벌이었습니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부여된 생일과 달리, 스스로 끝맺을 수 있는 기일만큼은 내 의지로 선택하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절망의 극단에서 터져 나오는 가장 슬픈 반어법입니다.


소설 속 가장 경이로운 도약은 현실의 달력에는 존재하지 않는 날인 6월 32일이라는 상징적 시공간에서 일어납니다. 기존의 잔인한 세계가 규정해 놓은 규칙과 프레임에서 벗어납니다. 감옥 같은 파놉티콘을 탈출해 나만의 넓은 초원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가능할까요.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콘텐츠들이 많지만, 대부분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소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는 교실이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침묵을 통해 폭력을 키우는지 더 깊게 들여다봅니다.


이 소설이 더 와닿는 건, 작가가 폭력 이후의 시간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가해가 멈추면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할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처는 기억 속에서 계속 현재형으로 살아갑니다.






이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작가가 마주해야 했던 치열하고도 씁쓸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겪은 학교폭력과 관련된 경험을 바탕으로 스무 살에 집필을 시작해 스물한 살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첫 공모전 작품으로 최종 심사까지 올라갔었지만 독자를 만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는 작가가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문학을 시작했던 원점인 동시에, 현실의 모순을 견디며 한층 더 단단한 소설가로 성장하게 만든 성장통의 기록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피해자의 고통을 의심하고, 누군가는 이제 그만 잊으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사건을 호기심 어린 이야깃거리로 소비합니다. 이렇게 피해자는 폭력을 한 번 더 경험하게 됩니다.


유영 역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폭력이 아니라 자신의 아픔을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해받기 위해 상처를 반복해서 꺼내야 하는 현실은 또 다른 고통이 됩니다. 비슷한 일을 겪고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모먼트 작가의 시선은 상처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상처도 그대로 있습니다. 하지만 치유의 과정을 통해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상처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이 삶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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