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철학 - 철학은 언제나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된다
강나래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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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지적인 폭동과 혁명의 현장 『친절한 철학』. 200쪽 남짓한 분량에 마키아벨리부터 비트겐슈타인까지, 하지만 이 책은 무게가 아니라 밀도로 승부합니다. 서울 한성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강나래 저자는 비즈니스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과 고전적 사유의 교차점을 몸소 겪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현실 밀착형 인문학을 펼쳐보입니다.


철학이 안락한 의자 위에서 탄생했다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철학은 언제나 피 냄새 나는 전장과 요동치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호출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기, 불안정한 이탈리아의 정세 속에서 탄생한 마키아벨리의 냉혹한 리얼리즘을 첫 번째 균열로 보여줍니다. 도덕이라는 허울을 벗겨낸 정치가 얼마나 적나라한 생존 게임인지를요.





루소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루소가 말한 일반의지는 단순히 다수결이 아니었습니다. 다수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일반의지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향하는 의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여론이 일반의지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의 SNS 여론 정치를 명쾌하게 비판합니다. '좋아요'의 숫자가 정의의 척도가 되어버린 시대, 우리는 루소가 경고한 다수결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자는 존 롤스의 공정성 담론까지 연결하며 권력의 구조를 해부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가장 역동적인 임무였음을 짚어줍니다.


경제는 숫자의 영역이라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그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철학적 가치관입니다. 저자는 로크의 사유재산권 개념이 어떻게 근대 자유주의의 뼈대를 세웠는지,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도덕감정이라는 절제 장치를 전제로 했음을 짚어냅니다.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사회 담론도 흥미진진합니다. 명품 가방을 사고 최신형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것이 물건의 기능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그 물건이 상징하는 기호를 소비합니다. 저자는 현대의 과시적 소비문화를 보드리야르의 렌즈로 투사하며,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보다 무엇에 의해 소비되고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플렉스(Flex) 문화 이면에 숨겨진 공허한 기호들의 파티를 목격하게 됩니다.


한때 세계의 모든 정답은 신에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그 신의 자리에 '나'를 앉혔습니다. 인류사적 쿠데타로 바라봅니다. 새로운 과학혁명의 기초였고, 근대 민주주의의 토대였으며, 오늘날 우리가 개인과 합리성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바탕이 되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마침표를 찍은 인물이 니체입니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을 염세주의적 비탄이 아닌, 새로운 창조를 위한 해방의 종소리로 해석합니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세계에서야말로,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비로소 진지해지고, 그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 자체가 니체가 말한 초인의 길에 들어서는 첫걸음이라고요. 확실한 정답이 사라진 포스트모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니체는 타인이 정해준 가치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의 입법자가 되라고 말한 겁니다.


과학적 발견은 철학적 사유의 지평을 강제로 확장시켰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어냈다면,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을 신의 특별한 창조물에서 우연한 진화의 산물로 내려놓았습니다. 이 과학적 충격이 인간의 실존적 위기를 불러왔음을 주목합니다. 20세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우리가 믿어온 견고한 현실마저 확률과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친절한 철학』은 과학이 던진 질문을 철학이 어떻게 수습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지를 추적합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인류에게 거대한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인간이 저지른 광기 어린 학살 앞에서 철학은 깊은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 잿더미 위에서 실존주의라는 가장 뜨거운 언어가 탄생했습니다. 카뮈는 부조리를 끝까지 응시하고, 그 속에서 긍정하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반항은 무기를 들고 싸우는 행위만이 아니라, 허무주의에 굴하지 않고 매일의 삶을 이어 가는 행위, 의미 없는 세계 속에서도 인간다운 존엄을 지켜 내려는 결단이었음을 짚어줍니다.


또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며, 비판적 사고 없이 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고합니다. 무기력한 일상에 매몰된 현대인들에게 실존주의는 당신은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구원투수로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시선을 밖이 아닌 안으로 돌립니다. 칸트가 규명한 인간 인식의 틀, 프로이트가 발견한 거대한 무의식의 대륙,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이 천착한 언어의 세계까지. 특히 비트겐슈타인의 대목은 평소 끌렸던 문장,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언어의 한계가 곧 사고의 한계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언어를 새롭게 쓰고, 다른 언어게임을 창조함으로써 다른 세계를 열 수 있다는 희망을 열어준다는 해석이 와닿습니다. 우리가 쓰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곧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의 경계선이라는 지적은, 함부로 말을 내뱉는 시대에 경종을 울립니다.


먼 미래에서 지금 오늘, AI 시대의 철학을 바라본다면 어떤 주제를 다룰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봤습니다. 그 시절 사람들은 AI를 단순한 도구로 볼지, 아니면 자신의 확장된 자아로 볼지 치열하게 고민했었지라고 말할까요? 다원적 존재와의 공존을 연습하던 태동기로 기억할까요? 생산성 만능주의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수호한 마지막 보루로 평가할까요? 어찌됐든 기술과 공진화하는 법을 처음으로 배운 혼돈의 철학 혹은 적응의 철학으로 정의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강나래 저자의 『친절한 철학』은 철학자들의 족보를 외우는 책이 아닙니다. 그들이 자신의 시대를 지키기 위해 던졌던 치열한 질문들을 오늘날 우리의 고민 위로 소환합니다. SNS 여론, 무분별한 소비, 실존적 불안 등에 대해 질문을 깊게 만들어 철학이 우리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게 돕는 내적인 근력임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주 미세하지만 결정적인 균열이 생길 겁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새로운 사유의 빛이 들어오기 시작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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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장사 - 대박은 아니어도 폐업은 없다! 사장이 꼭 알아야 할 생존의 룰
박호영 지음 / 라온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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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대박이라는 달콤한 환상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장님들에게 제발 정신 차리라며 찬물을 끼얹는, 하지만 그 끝엔 확실한 구명보트를 태워주는 실전 지침서 『생존장사』.


박호영 저자는 10년 넘게 현장에서 구르고,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천안 최초의 대기실 있는 중식당을 일궈낸 현장 전사입니다. 월세 걱정에 밤잠 설치던 시절을 지나 앉은뱅이밀 면과 원팩소스라는 시스템 혁신을 이뤄낸 그의 이력을 바탕으로 생존 투쟁기를 펼쳐보입니다.


운이 없어서 망했다고 흔히 변명합니다. 하지만 100만 폐업 시대에 살아남는 단 하나의 방법은 바로 사장의 태도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장사는 운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자의 전장입니다. 저자는 생존 계획서부터 써라고 말합니다. 대박을 꿈꾸는 사업 계획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내 식당이 숨이 끊어지지 않고 붙어있을지에 대한 치밀한 방어 전략이 우선이라는 뜻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공부하는 사장의 개념은 입체적입니다. 책 몇 권 읽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데이터화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실천적 학습을 의미합니다. 입으로만 절박함을 외치는 사장은 결국 정체됩니다. 변화하는 시장의 속도를 사장의 학습 속도가 따라잡지 못할 때, 식당은 서서히 죽어갑니다.


이 장을 읽다 보면 뜨끔해질 사장님들이 많을 겁니다. 공부하지 않는 사장은 고객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결국 과거의 영광에 갇혀 폐업이라는 종착역으로 향하게 됩니다.





『생존장사』는 장사를 구조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대부분의 식당과 많은 예비 사장이 식당을 창업할 때 매출 - 비용 = 이익으로 계산합니다. 열심히 팔아서 매출을 올리고, 거기에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100만 폐업의 대한민국 외식업이기에 이 공식을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 관습적인 공식을 뒤집으라고 말합니다. 이익을 먼저 확정 짓고, 그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 매출 목표와 비용 구조를 끼워 맞추는 역발상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산수입니다.


맛있으면 장사 잘된다는 말은 이제 신화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맛은 기본값일 뿐, 진짜 승부는 경험 설계에서 난다고 합니다. 블루오션이라는 환상에 빠져 아무도 찾지 않는 곳으로 가기보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속에서 새로운 대안이 되는 것이 훨씬 영리한 전략이라고 합니다.


식당의 가치란, 꼭 그 식당에서 먹어야 하는 이유라고 짚어줍니다. 이 가치를 만들기 위해 저자는 메뉴를 해체하고, 나열하고, 다시 믹스하라고 조언합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상품, 즉 공감대가 있으면서도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는 상품이 줄을 세운다고 합니다.





『생존장사』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가격 전략을 접근합니다. 사장님들은 가격 인상을 두려워하지만, 저자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앵커링 효과(기준점 설정)와 디코이 전략(미끼 상품 활용)을 통해 고객이 스스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이 등장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지불 고통의 제거입니다. 저자는 회전초밥집에서 접시 색깔별로 가격을 매기는 행위가 고객의 뇌에 어떤 자극을 주는지 분석하며, 어떻게 하면 고객이 돈을 쓰면서도 쾌락을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라고 주문합니다.


리뷰 마케팅에 대해서도 콜라, 사이다 같은 흔한 음료는 피하고, 되도록 고객이 체감하는 혜택이 크다고 느껴지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음료수 한 캔 주는 식의 성의 없는 이벤트가 아니라, 돈가스 정식 업그레이드나 보쌈 제공처럼 고객의 뇌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만한 강력한 혜택을 설계하라는 것입니다. 조건부 보상이 아니라 감동의 설계가 되어야 하며, 고객의 세 번 방문을 유도하는 치밀한 체계로 이어져야 합니다.


살아남으려면 왜 더 좋은가를 설득하고 브랜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브랜딩은 우리 식당이 이 지역에서 이것만큼은 최고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작은 시장 독점 전략입니다.


벤치마킹에 대한 조언도 뼈를 때립니다. 단순히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도둑질이지만, 그 원리를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창조적 진화입니다. 1등 식당의 키워드를 분석하고, 자신의 식당에 최초 혹은 압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는 것. 이것이 가성비 장사꾼에서 브랜드 사장으로 거듭나는 핵심 경로입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생태계를 다룹니다. 맛집은 숨어있어도 찾아온다는 말은 이제 옛말입니다. 고객은 이제 네이버 플레이스 정보를 보고 식당에 대한 확신을 얻습니다.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리뷰 관리가 안 되어 있다면 검색 창에서 바로 이탈합니다.


저자는 네이버 로직을 쫓기보다 고객의 심리 경로를 쫓으라고 조언합니다. SNS 마케팅 또한 한 가지 플랫폼이라도 제대로 파서 매출과 연결하는 실행력이 중요함을 역설합니다. 결국 온라인 마케팅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에게 진심을 전달하려는 사장의 태도와 공부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생존장사』는 처절하게 버티고, 냉정하게 계산하며, 압도적으로 실행하여 망하지 않는 법을 알려줍니다. 장사를 노동으로만 인식하던 사장님들에게 경영이라는 전략적 승부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이제는 생존 구조를 만드는 영리한 사장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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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 쓰기노트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후지이 아사리 지음 / 길벗이지톡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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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운명의 데스매치가 있습니다. 바로 한자입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라는 튜토리얼을 겨우 끝내고 필드에 나섰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는 건 끝도 없이 쏟아지는 한자의 파도입니다. 한자는 좀 알지!라며 호기롭게 덤볐다가 음독과 훈독의 이중주에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 쓰기노트』는 한국어와 일본어 두 언어의 교차점을 타격해온 후지이 아사리가 설계한 효율적인 한자 정복 설계도입니다.


후지이 아사리 저자는 일본인이면서 서울대 국문과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언어학 박사 과정을 밟은 언어 하이브리드입니다.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울 때 어디서 뇌 정지가 오는지, 한국어 한자 지식과 일본어 한자 체계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꿰뚫고 있습니다.





해법은 명쾌합니다. 지금 당장 생존에 필요한 것부터! 315자의 엄선된 기초 한자는 인지 부하를 최소화하면서도 성취감을 극대화하는 마법의 숫자입니다. 시중에는 상용한자 수천 자의 거대한 숫자를 들이밀며 우리를 압도하지만, 초급자에게 필요한 건 서바이벌 키트입니다. 지금 당장 쓰이는 가장 빈도 높은 음독과 훈독을 배치했습니다.


이 책의 전반부인 첫째마당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인 주제별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숫자는 언어의 가장 기본 골격입니다. 이 책에서 숫자 한자는 계산이 아닌 생활 단위로 접근합니다. 예를 들어 “一, 二, 三”을 나열하는 대신, 시간표·가격표·날짜 표현 속에서 반복 노출시키며 학습자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와 연결합니다.


東西南北이나 上下左右 같은 한자는 공간 인식과 직결됩니다. 저자는 단순한 위치 개념이 아니라 일본어 사고방식의 방향성을 함께 다룹니다. 앞과 뒤의 표현이 한국어와 다르게 쓰이는 맥락을 통해, 언어는 단어보다 관점이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이어서 신체, 인간관계, 색깔, 일상생활의 루틴과 관련된 한자들이 펼쳐집니다. 한자가 교재 속 존재가 아니라 생활 언어로 이동합니다.


테마별로 뇌를 말랑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문장 속에서 이 한자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기능적으로 접근할 차례입니다. 둘째마당에서는 문장의 뼈대를 세우는 문법적 정교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어 한자의 어려운 점은 음독과 훈독이 단어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일본어의 정체성은 두 개 이상의 한자가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한자어(음독)에서 결정됩니다. 한국어 한자어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지점들을 짚어내며, 학습자가 '아는 단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줍니다.


상태를 묘사하는 형용사와 움직임을 표현하는 동사는 문장의 엔진입니다. 특히 일본어 훈독(뜻으로 읽기)의 정수가 담긴 구간입니다. 같은 한자가 명사로 쓰일 때와 동사로 쓰일 때 어떻게 형태를 바꾸는지(오쿠리가나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합니다.


왼쪽 페이지에서 정보를 입력(Input)하고, 오른쪽 페이지에서 바로 출력(Output, 쓰기)하는 구조도 유용합니다. 획의 순서를 반영한 학습용 서체로 따라 쓰기에 최적화되었습니다.


한자는 시각 정보지만, 언어는 결국 소리입니다. QR코드를 통해 원어민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자를 쓰면서 눈으로 모양을 익히고, 손으로 획을 느끼며, 귀로 소리를 듣습니다. 일본어의 고저 악센트를 초급 단계부터 한자와 결합해 들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책 마지막에는 두 가지 색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말 독음순, 다른 하나는 일본어 음독·훈독순입니다. 이 이중 색인이 정말 편리했습니다.


『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 쓰기노트』는 방대한 한자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닦아놓은 잘 정돈된 산책로와 같습니다. 한자가 막막해서 일본어 공부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분, 아는 것 같긴 한데 막상 쓰려면 손끝이 망설여지는 분들이라면 막혔던 혈이 뚫리는 듯한 쾌감을 선사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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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시니어도 쉽게 따라 하는 챗GPT 사용법 - 삶의 질 200% 상승하는 AI 활용 능력의 첫걸음
곽민철.정희철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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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는 어르신의 뒷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AI라는 단어는 시니어들에게 정복할 수 없는 거대한 절벽처럼 다가오곤 합니다. 하지만 그 절벽 앞에 튼튼하고 친절한 계단을 놓아주는 책 『왕초보 시니어도 쉽게 따라 하는 챗GPT 사용법』.


곽민철 저자와 정희철 저자는 유튜브 채널 걱정마엄빠를 통해 이미 수많은 시니어의 디지털 구원투수로 활약해 왔습니다. 이 책은 세대 간의 소통을 잇는 가교이자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마법 같은 도구입니다.


저자는 먼저 심리적 저항선을 낮춰줍니다. AI는 그저 말 잘 듣는 똑똑한 비서라고 말이죠. 제미나이, 클로드, ChatGPT 등 쏟아지는 이름들 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시니어들을 위해, 성격이 조금씩 다른 친구들로 비유합니다.


『왕초보 시니어도 쉽게 따라 하는 챗GPT 사용법』은 처음 화면을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을 깊이 공감하며, 마치 옆에서 손을 잡고 화면을 하나하나 짚어주듯 서술을 이어갑니다. 저도 어머니께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은데 나름 설명 열심히 했다 싶었는데 혼자서는 또 헷갈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의 설명 방식을 보고 시니어에겐 이렇게 설명해야 하는구나 많이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친절합니다. 저도 반복해서 설명할 땐 저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슬슬 높아지는 걸 느꼈거든요. 게다가 큰 폰트를 사용해 노안이 있어도 보기 편합니다. 늘 곁에 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 프로세스를 재구성해 설치부터 회원 가입, 인터페이스 익히기까지의 과정이 직관적입니다.


여러분은 부모님께 챗GPT를 알려주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집에 있을 때 TV 시청 외에는 딱히 할 만한게 없는 어르신들의 생활 루틴상 외로움은 고질적인 통증입니다. 이 책은 AI를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가 아닌, 정서적 동반자로 격상시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원했거든요.


AI는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사주를 보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행위가 시니어들에게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 삶의 위안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한 저자들의 통찰이 돋보입니다.


흑백 사진 속에 멈춰있던 젊은 날의 모습을 선명한 컬러로 복원하거나, 낡은 필름 사진을 최신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변환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치유의 경험입니다.


시니어들은 대개 기술의 소비자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Suno AI를 이용해 사랑하는 손주의 이름이 들어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동요를 작곡하고, VEO를 통해 나만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노년의 삶에 강렬한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예전에 아이가 외할머니를 위한 노래를 수노로 만들어 보내드렸는데, 그걸 매일 아침마다 꼭 들을 정도로 좋아하셨거든요. 그런데 왜 직접 그런 방법들을 알려드릴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현명한 경제생활의 나침반도 되어줍니다. 온라인 쇼핑 최저가 검색부터 항공권 예약 등 정보력이 돈이 되는 시대의 생존 전략을 전수합니다. 자동으로 가계부를 정리해 주는 AI 활용법은 제게도 도움되었습니다.





사회적 문턱을 낮추는 법도 다룹니다. 어려운 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파악하고, 민원 서류를 작성하며, 복잡한 연금 및 세금 계산을 AI와 상담하는 과정이 소개됩니다.


 1:1 외국어 과외 선생부터 매일 아침 뉴스를 요약해 주는 비서, 그리고 치매 예방을 위한 맞춤형 퀴즈 생성까지. AI는 시니어의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훌륭한 교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도 잊지 않습니다. AI의 환각 현상에 대비하는 법, 개인정보 보호 수칙, 가짜 뉴스 판별법 등 시니어들이 디지털 정글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패를 쥐어줍니다.


『왕초보 시니어도 쉽게 따라 하는 챗GPT 사용법』은 스마트폰 하나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챗GPT 사용 설명서입니다. AI라는 이름의 새 친구를 부모님께 선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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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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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기만적인 단어, 쾌적함의 민낯을 파헤친 책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우리는 인류사에서 가장 청결하고, 안전하며, 매끄러운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고, 적응 장애와 번아웃은 현대인의 기본 옵션이 되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구마시로 도루는 이 기묘한 현상의 근원을 추적합니다. 우리가 선망하는 이 쾌적한 사회가 사실은 개인을 정상성이라는 좁은 틀에 가두고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거대한 여과 장치라고 일갈합니다. 2021년 기노쿠니야 인문대상을 받은 이 책은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쾌적함의 비용이 무엇인지 짚어줍니다.


옆 사람의 미세한 기침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지는 않으셨나요? 혹은 노키즈존 안내문을 보며 조용하게 쉴 권리를 보장받았다는 안도감을 느끼셨나요?


현대 도시는 거대한 청정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소음, 악취, 무질서는 제거되어야 할 '불량'입니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우리가 누리는 이 쾌적함이 사실은 타인을 향한 노골적인 배제와 통제를 연료로 삼고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입니다. 표면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내세우지만, 본질적으로는 불편을 견디지 못하는 예민함을 합리적 권리로 둔갑시킨 결과입니다. 과거엔 공동체의 일원으로 당연히 수용되던 아이들의 울음소리나 노인의 느릿한 거동이, 이제는 나의 쾌적한 시간을 방해하는 리스크로 취급됩니다.


우리가 만든 아름다운 나라가 누군가에게는 숨 막히는 고통의 공간임을 꼬집습니다. SNS 속의 화려한 소통 이면에 자리 잡은 고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인간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전시하지만, 그 규격에서 벗어나는 순간 열등감과 죄책감의 늪에 빠집니다.


정신과 진단명이 폭증하고 ADHD가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에 대해 저자는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과거라면 조금 산만한 아이 혹은 고집 센 사람으로 통용되던 개성들이 왜 지금은 '질병'이 되었을까요?


사회가 요구하는 능숙함의 허들이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고도화된 서비스 사회와 IT 환경은 개인에게 멀티태스킹 능력, 고도의 의사소통 기술, 감정 조절력을 요구합니다. 이 고성능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이들을 격리하거나 교정하기 위해 발달장애라는 진단명이 일종의 사회적 분류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정신의료 시스템이 사회의 부적응자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자본주의적 질서에 적합한 인재로 개조하는 품질 관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제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개인의 성실함과 자기 관리 능력을 증명하는 훈장이 되었습니다. 저속노화 식단에 집착하고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샷을 올리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묻습니다. 우리가 건강에 집착할수록 왜 질병과 노화, 죽음은 우리 눈앞에서 투명하게 지워지는지를요.


병원과 요양시설은 노쇠한 육체를 도시에서 격리합니다. 활력 넘치는 사람들만 거리에 남겨진 표백된 도시에서 우리는 죽음이라는 생의 진실을 마주할 기회를 잃습니다.


건강의 의무화는 건강하지 못한 이들을 게으른 패배자로 낙인찍습니다. 저자는 건강이 목적 자체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노화를 늦추기 위해 자본을 투입하는 끝없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질주라고 경고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겪는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도 구마시로 도루는 질서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아이는 본질적으로 무질서하고 통제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쾌적함을 숭상하는 사회는 아이에게도 성인 수준의 예의를 강요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사회의 민폐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리스크 매니저가 됩니다. 쾌적함에 중독된 사회에서 육아는 기쁨이 아니라 시스템과의 전쟁이 됩니다. 저자는 낮은 출생률이 합리적 개인들이 내린 필연적 결과라고 말합니다. 질서 정연한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생명의 역동성을 포기한 셈입니다.


우리는 노숙자가 사라진 거리, 낙서 하나 없는 벽을 보며 안도합니다. 하지만 그 깨끗함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청소부들과, 그 공간에서 쫓겨난 불결한 타자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청결이 결코 중립적인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꽤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청결함이란 원래 상류 계급의 자기 과시로 시작해, 이후 중상류 계급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특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청결은 애초부터 불평등에 뿌리를 둔, 부유할수록 쉽게 적응하고 가난할수록 애써야 하는 질서였다고 합니다.


청결은 세련된 배제의 기술입니다. 귀여움과 정갈함이 정의가 된 사회에서, 관리되지 않은 육체와 빈곤은 그 자체로 불쾌한 것이 되어 처벌받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청결한 질서를 무작정 옹호하기 전에, 그 질서가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자본주의, 개인주의, 사회계약을 현대 사회의 삼각 지지대로 꼽습니다. 이 논리들은 우리에게 유례없는 자유를 주었지만, 동시에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과 끊임없이 상승해야 한다는 압박을 선물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사회는 이 서구적 논리를 브레이크 없이 수용하면서 독특한 비극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쾌적한 사회가 사실은 우리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었다니요. 구마시로 도루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위화감이 바로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단서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숨 막히는 시스템의 바깥으로 나가는 유일한 길로 '자발적 불편'을 제안합니다. 완벽한 질서에 균열을 내고, 조금은 시끄러운 아이들, 조금은 느린 노인들, 조금은 서툰 이웃들과 부딪히며 사는 것입니다.


청결하고 규율화된 도시는 시민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튀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입합니다. 이때 쾌적함은 자유를 넓히기보다, 행동의 선택지를 줄이는 장치가 됩니다. 우리가 아이의 소란함을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이미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로서 완벽한 질서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기꺼이 불쾌해질 용기, 그리고 서로의 흠결을 견뎌주는 관용. 이 책은 정상이라는 감옥에 갇힌 우리에게 건네는 열쇠와도 같습니다. 무균실의 안락한 고립, 아니면 조금은 소란스럽지만 생기 넘치는 불편한 공존.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덕분에 당연하게 여겼던 쾌적함의 이면을 질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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