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 쓰기노트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후지이 아사리 지음 / 길벗이지톡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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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운명의 데스매치가 있습니다. 바로 한자입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라는 튜토리얼을 겨우 끝내고 필드에 나섰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는 건 끝도 없이 쏟아지는 한자의 파도입니다. 한자는 좀 알지!라며 호기롭게 덤볐다가 음독과 훈독의 이중주에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 쓰기노트』는 한국어와 일본어 두 언어의 교차점을 타격해온 후지이 아사리가 설계한 효율적인 한자 정복 설계도입니다.


후지이 아사리 저자는 일본인이면서 서울대 국문과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언어학 박사 과정을 밟은 언어 하이브리드입니다.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울 때 어디서 뇌 정지가 오는지, 한국어 한자 지식과 일본어 한자 체계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꿰뚫고 있습니다.





해법은 명쾌합니다. 지금 당장 생존에 필요한 것부터! 315자의 엄선된 기초 한자는 인지 부하를 최소화하면서도 성취감을 극대화하는 마법의 숫자입니다. 시중에는 상용한자 수천 자의 거대한 숫자를 들이밀며 우리를 압도하지만, 초급자에게 필요한 건 서바이벌 키트입니다. 지금 당장 쓰이는 가장 빈도 높은 음독과 훈독을 배치했습니다.


이 책의 전반부인 첫째마당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인 주제별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숫자는 언어의 가장 기본 골격입니다. 이 책에서 숫자 한자는 계산이 아닌 생활 단위로 접근합니다. 예를 들어 “一, 二, 三”을 나열하는 대신, 시간표·가격표·날짜 표현 속에서 반복 노출시키며 학습자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와 연결합니다.


東西南北이나 上下左右 같은 한자는 공간 인식과 직결됩니다. 저자는 단순한 위치 개념이 아니라 일본어 사고방식의 방향성을 함께 다룹니다. 앞과 뒤의 표현이 한국어와 다르게 쓰이는 맥락을 통해, 언어는 단어보다 관점이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이어서 신체, 인간관계, 색깔, 일상생활의 루틴과 관련된 한자들이 펼쳐집니다. 한자가 교재 속 존재가 아니라 생활 언어로 이동합니다.


테마별로 뇌를 말랑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문장 속에서 이 한자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기능적으로 접근할 차례입니다. 둘째마당에서는 문장의 뼈대를 세우는 문법적 정교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어 한자의 어려운 점은 음독과 훈독이 단어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일본어의 정체성은 두 개 이상의 한자가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한자어(음독)에서 결정됩니다. 한국어 한자어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지점들을 짚어내며, 학습자가 '아는 단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줍니다.


상태를 묘사하는 형용사와 움직임을 표현하는 동사는 문장의 엔진입니다. 특히 일본어 훈독(뜻으로 읽기)의 정수가 담긴 구간입니다. 같은 한자가 명사로 쓰일 때와 동사로 쓰일 때 어떻게 형태를 바꾸는지(오쿠리가나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합니다.


왼쪽 페이지에서 정보를 입력(Input)하고, 오른쪽 페이지에서 바로 출력(Output, 쓰기)하는 구조도 유용합니다. 획의 순서를 반영한 학습용 서체로 따라 쓰기에 최적화되었습니다.


한자는 시각 정보지만, 언어는 결국 소리입니다. QR코드를 통해 원어민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자를 쓰면서 눈으로 모양을 익히고, 손으로 획을 느끼며, 귀로 소리를 듣습니다. 일본어의 고저 악센트를 초급 단계부터 한자와 결합해 들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책 마지막에는 두 가지 색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말 독음순, 다른 하나는 일본어 음독·훈독순입니다. 이 이중 색인이 정말 편리했습니다.


『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 쓰기노트』는 방대한 한자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닦아놓은 잘 정돈된 산책로와 같습니다. 한자가 막막해서 일본어 공부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분, 아는 것 같긴 한데 막상 쓰려면 손끝이 망설여지는 분들이라면 막혔던 혈이 뚫리는 듯한 쾌감을 선사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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