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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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로 삼성을 추월해버린 샤오미.

아마존 유통혁명만큼이나 대륙의 실수라며 세계를 놀라게 한 샤오미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요?


와이즈베리 신간 <참여감>은 샤오미의 공동창업자 리완창이 직접 샤오미의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비밀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리완창은 MIUI 연구개발에서 샤오미닷컴 총괄담당에 이르기까지 신개념마케팅, 참여감, 휴대폰 집착남녀, 미펀제(샤오미 팬들의 날) 등 인터넷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미국 <포브스>지에서 뽑은 중국의 젊은 비즈니스 엘리트, 2013년 제9회 중국의 걸출한 청년 엔지니어로 선정된 인물입니다.


 

“ 인터넷 씽킹에서는 입소문이 왕이다.


<참여감> 표지에서 돼지가 날개를 달고 나는 그림이 독특한데요, 바로 참여감이라는 태풍은 돼지도 하늘을 날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품의 열성팬들이 함께 참여하는 회사 샤오미의 핵심 이념은 바로 사용자 참여입니다.


 

2011년에야 처음 제품발표회를 열었고, 공식홍보나 마케팅 없이 입소문에만 기대 전파력을 확인한 샤오미는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줬습니다. 좋은 건 입소문으로 널리 퍼진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친구로 생각해야 합니다.


 

『 사용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제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감을 구매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 p31


 

몇 초 만에 전파되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신속, 입소문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보여준 샤오미입니다.

인터넷 씽킹의 핵심인 입소문의 본질은 사용자에게 참여감을 제공하는 데 있고요. 하지만 여기에는 전략의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참여감 마케팅을 3개 전략, 3개 전술로 요약한 참여감 3·3 법칙.

제품, 사용자, 콘텐츠 3개의 전략과 참여자를 위한 3개의 전술은 본받을 점이 많습니다.

 

샤오미의 경우 매주 업데이트 운영체제로 제품 열성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체제는 정말 놀랍더라고요. 아마존 유통혁명 못지않게 샤오미는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처음 이루어진 시도를 많이 한 곳이었어요.

 

 


 

시장 소매 활동에 대한 샤오미의 혁신.

SNS 공유활동을 일종의 제품으로 디자인하여 운영하는 '활동의 제품화'는 사용자의 참여감을 중심으로 한 소매 방식의 변화를 끌어냈습니다.



 


 

인터넷 씽킹의 핵심은 집중, 극치, 입소문, 신속이라고 합니다.

이것들은 모두 제품의 가치와 수준을 극치에 이르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입소문이 나려면 제품부터가 제대로여야 하니까요.


기업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콘텐츠를 운영하며 사용자의 관점에서 소셜미디어를 잘 운영한 점, 사용자들과 '거리 제로' 방식의 소통, 샤오미 폰이 나올 때 의심과 오해가 많았는데 부정적 여론에 대처하는 법 등 배울 점이 많습니다.


 

샤오미는 창업 4년 후 시장가치 100억 달러 규모 기업이 되면서 스타트업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거기엔 바로 '인재'를 찾는 노력의 결실과 직원 스스로 창업 마인드를 가지게끔 샤오미만의 기업문화를 만든 결실이 담겨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고객게시판에서 사용자들과 수다 떠는 곳, 사용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 샤오미의 원칙입니다.


 

그동안 샤오미를 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참여감> 책을 읽으며 끊임없는 개선을 하는 샤오미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메이드 인 차이나', '대륙의 실수'로 비꼬듯 말하는 사고방식이 <참여감> 책을 통해 와장창 깨어졌습니다. 이러니 삼성을 추격할 수 있었고 결국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겁니다.



 


 

기업 중심형이 아닌 소비자 중심형의 대표주자 샤오미.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시장진입을 목표로 한 샤오미의 성공, 모바일 인터넷 브랜드로서 스마트폰 업계에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가져 온 샤오미만의 특징을 살펴보며 입소문 힘의 원천을 알 수 있습니다. 샤오미만의 창의성과 혁신을 담은 <참여감>은 경영자는 물론 마케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강추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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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
이찬우 지음 / 멘토프레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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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시! 아니겠어요?

밴드 위주의 SNS에 꾸준히 시를 선보이며 공감을 받아 온 이찬우 시인의 사랑시집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


 

 

“ 시는 불온한 내게 해줄 수 있는 몇 가지 중에 나를 바로 있게 해주는 가장 유의미한 것이다.


 

사랑시집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는 흔히 보던 알콩달콩 사랑을 노래하는 달달시는 아니예요.

단맛 쓴만 다 본 마뜩찮은 현실에서도 감사와 사랑을 나눌 사람이 있어 견딜 수 있는 세상과의 사랑을 노래하는 시가 많답니다.



 

20대가 겪든 50대가 겪든 사랑의 의미야 다양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주는 감정의 물살은 매한가지인 것 같아요.

상대방의 허락없이도 할 수 있는 사랑. 붙잡을 수도 밀어낼 수도 없는 억지로 안 되는 감정.

『 당신의 허락없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공갈빵처럼 부푼 그리움을 안고 있으니

내 칙임인 걸 알지만

- 봄밤 中

 

사랑, 이별, 그리움, 외로움, 추억...사랑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감정이 어찌나 많은지요. 

사랑의 씨앗을 안고 태어나 사랑이란 감정이 자라고 시드는 모습을 겪으며 사는 게 우리 인생의 전부일지도요. 

 


 

 

아름다운 미사어구만 있는 사랑시도 좋지만 구수한 맛이 담긴 소박한 사랑시가 많은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 그래서 나이대가 있는 분들에게 더 폭발적인 공감을 받는 사랑시가 많답니다.


 

 

 

영글어 익은 사랑을 노래한 이찬우 시인의 사랑시집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며 내뱉는 한 구 한 구가 참 담백해서 정갈한 한식 밥상을 맞는 느낌입니다.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는 책 말미에 이찬우 시인의 지인들 서평이 제법 많은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그 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더라고요. 이찬우 시인의 평소 모습을 살짝 짐작가능하게 하기도 했고요. 순수함을 엿볼 수 있는 이찬우 시인. 그래서 그가 노래한 사랑시는 그처럼 맑고 담백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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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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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정의의 이름으로 응징하겠다!

스티븐 킹 공포소설 <별도 없는 한밤에>는 『1922』, 『 빅 드라이버』, 『 공정한 거래』, 『 행복한 결혼생활 』 네 가지의 복수 이야기가 담긴 소설입니다.


유혈 낭자한 이야기도 있고, 나름 담백한 이야기도 있는데 첫 편이 정말 강했어요!

네 편 모두 강약의 정도는 있지만, 소름 끼치는 비밀을 가진... 마음속에 사는 또 다른 나의 이야기입니다.


 

<별도 없는 한밤에> 중단편 소설 중에서 가장 임팩트 있었던 『1922』.

열네 살 아들까지 가담시키며 아내를 살인한 남편의 고백 편지로 시작합니다. 유산으로 상속받은 땅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고 편지를 남기기까지 8년의 세월. 살인자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건방진 턱주가리가 얼마나 꼴보기 싫었던지!' 하며 아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진저리치는 남편.

아들의 마음을 조종하며 아내 살해 계획을 세우고, 무사히 성공합니다. 우물에 던져진 아내 시체 묘사 장면은 정말 끔찍했어요. 지저분한 살인의 끝판왕 격!


 

땅을 지키려고 아내를 살해한 남자와 살인을 동조한 아들.

인과응보 결말이지만, 그런 결과가 나기까지 8년의 세월을 이야기 한 스티븐 킹. 그의 명성답게 만만하게 넘어가지 않네요.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로 미쳐가는 남자의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예상한 대로 가지는 않았어요. 독자에게 저절로 영상화되듯 이미지가 그려지게끔 한 묘사가 압권이었던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 『1922』는 <별도 없는 한밤에> 중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공포감을 빵빵 터뜨렸습니다.


“ 사람은 누구나 결국에는 자기가 판 함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결국에는, 누구나 함정에 빠진다. ” - p160


 

 

『 빅 드라이버 』는 유혈극 없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전업소설가 테스가 강간을 당하고 간신히 탈출한 후 벌이는 복수극입니다. 강연하러 갔던 도서관의 사서가 알려준 지름길로 집으로 돌아가다 못 박힌 나무토막에 타이어가 펑크나게 됩니다. 어김없이 이쯤에서 등장하는 뻔한 설정도 같습니다. 통화권 이탈. 누군가가 도와준다. 하지만 그는 살인마다. 이런 거죠.


강간을 당하고 배수로 파이프 속으로 던져진 테스. 그녀가 쓰러진 곳에는 이미 목숨을 잃은 다른 여자들 시체도 있습니다. 죽은 줄 알고 버려졌지만, 간신히 살아남은 테스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답게 상상력에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당한 피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파이프 속 여자들, 그리고 다음 희생자가 또 생기리라는 것 때문에 익명으로 신고하려고도 하지만... 결국, 테스의 손으로 직접 처리하기로 합니다. 이제 주도권은 테스에게 넘어왔지요.


“ 분노의 물약이 몸속을 순환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마가 쿵쿵 울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두통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분 좋은 울림이었다. ” - p327


자신의 무의식이 의심하고 있던 것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영화 속 자경단처럼 쫓는 테스.

탐정 흉내를 계속 내느냐 경찰에 신고하느냐 하던 초반의 갈등은 온데간데없이 이젠 예전의 테스가 아닙니다. 적당한 유혈극과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 빅 드라이버 』.


“ 내 손으로 처리하고 싶어. 내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난 그럴 자격이 있어. ” - p335



 

 


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 중에서 가장 짧은 단편소설 『 공정한 거래 』는 유혈극도 없고 잔인함도 없지만 어찌 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어요. 독특한 판타지 느낌이 들었거든요.


암으로 죽을 날을 앞둔 남자가 한 장사꾼을 만나며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려낸 『공정한 거래』.

그 장사꾼은 '연장'을 파는 남자입니다. 기한 연장의 그 연장 말이지요. 늘이는 게 전문이라는군요.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이라니...


내 불행을 평소 미워하던 다른 이에게도 넘기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대가를 필요로 합니다. 공정한 거래 방식이죠. 이쯤에서 악마의 영혼 낌새가 스멀스멀하지만 깔끔하게 반전을 주네요. 1년 수익의 15%만 이체하면 된다니 말입니다. 그럼 여기서 소원을 이룬 남자의 무한욕심으로 인과응보 당하겠군? 하는 뻔한 결말이 또 생각나겠지만, 그따위는 없는 참 담백한 스토리랍니다.


증오하는 사람에게 내 불행을 넘겨버린다는 건 평소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질투와 시기를 억누르고 살 뿐이죠. 뭔가가 부족해 늘이고 싶은 인간의 마음. 하지만 그것조차 무게가 있고, 덜어낸 무게만큼 반드시 다른 곳으로 간다는 원리로 『 공정한 거래 』에서는 가장 친한 오랜 친구에게로 그 무게를 넘겨버린 한 남자의 본성을 이야기합니다. 

 

 

 

<별도 없는 한밤에> 마지막 이야기 『 행복한 결혼 생활 』은 차고에서 남편의 수상쩍은 물건을 발견하는 것으로 한순간에 인생을 뒤바꿔버리는 일이 생긴 주부의 이야기입니다.


“ 평탄한 결혼 생활의 비결이 균형 잡기라는 것은 누구나 알았다. 그리고 평탄한 결혼 생활의 토대가 짜증을 잘 참아 넘기기라는 것은 다아시가 깨달은 사실이었다. 스티브 윈우드의 노래에도 나오듯이, 인생이 버거워질 때에는 인생에 장단을 맞춰 주는 수밖에 없으니까. ”- p468


연쇄살인범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 두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신고하지도 못하고 피 말라가는 아내.

이 이야기는 스티븐 킹이 BTK 살인마로 악명 높은 데니스 레이더의 기사를 읽고 떠올린 스토리라고 하네요. 그 괴물과 34년 동안 부부로 산 아내가 남편과 함께 사는 동안 남편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이야기처럼, 『 행복한 결혼 생활 』에서도 자상한 겉모습과 다른 또 다른 남편의 정체를 알기란...


“ 사람이 사람을 다 아는 게 가능하긴 할까? ”- p490


 

<별도 없는 한밤에>는 이야기 초반에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부닥칠지 짐작 가능하게 오픈하는 방식인데다 복수극이라는 것을 알면서 읽어도... 마지막까지 손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겪으면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정말 잘 묘사하고 있어요. 약하고 순한 인간도 제정신이 아닌 일을 겪으면 어떻게 변하는지를요.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것 자체가 지옥을 만드는 또 다른 목소리는 바로 나,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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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9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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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소설 <문>은 산시로 - 그 후 - 문 이렇게 이어지는 소세키 전기 3부작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소설입니다. 갓 20대가 된 대학생활을 다룬 <산시로>와 산시로 이야기의 그 후를 짐작할만한 <그 후>를 읽고, 결혼생활을 다룬 <문>을 읽으면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합니다. 세 권이 각각 주인공은 다르지만 묘하게 이어져 있거든요.


<산시로>의 산시로, <그 후>의 다이스케, <문>의 소스케. 각 소설의 주인공은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소세키의 신경쇠약은 주인공에게도 고스란히 이입되어 있고요. 복장 터질 만큼 답답한 구석이 있기도 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측은하기도 하고, 이 시대 청년들의 모습과도 다를 바 없어 답답해지기도 하고 그렇네요.

 

 


소세키 소설 <문>의 시대 배경은 1909년에서 1910년.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에 의해 사살된 시기쯤입니다.

근대 도시의 풍경이 형성되던 시점으로 <문>의 주인공 소스케 역시 양복을 입고 북적대는 전차를 타고 출퇴근했다가 집에서는 기모노로 갈아입고 생활하는 인물입니다.

 

 

 


맑게 갠 가을날에 툇마루에 누워 깨끗한 하늘을 바라보는 소스케.

엿새 동안의 정신 활동(회사생활)을 하고 일요일 하루만큼은 유유자적합니다.
경제적 형편은 썩 좋지 않지만, 아내와 6년 차 금술 좋은 부부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동생을 거두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앞일이 닥치게 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숙부 집에서 살아온 어린 동생을 이제는 소스케가 책임져야 할 상황. 그 심란한 마음을 소설 <문> 전체의 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소스케의 성격을 이야기하는 것에 작가는 꽤 공을 들입니다. 나쓰메 소세키 작가 특유의 생각의 흐름을 묘사하는 문장이 <문>에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네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구나 짐작할만한 말이나 행동이 오가길래 무척 궁금하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그 후>를 읽은 독자라면 <그 후>의 다이스케가 한 행동을 통해 예측 가능합니다. <그 후>의 다이스케는 집안에서 소개하는 여자가 아닌 친구의 아내를 선택하면서 열린 결말을 안겨주었습니다. <문>은 그 열린 결말의 한쪽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문>의 소스케 아내는 소스케 친구의 동거녀였지만 소스케와의 사랑을 택했습니다. 그 일로 그들은 부모, 친구, 친척, 학교, 사회를 버리고 버림받게 된 셈이죠. 몇 번의 유산을 겪은 아내는 그 일로 벌을 받는다는 심정이고, 소스케 역시 부족한 살림살이를 족하다고 체념하며 살게 됩니다. 그래도 권태롭지만 행복하다고 평가할 만큼 부부간의 정은 돈독합니다. 단조롭고 자극없는 부부생활이지만 소스케와 아내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곁을 지킵니다.

 

『 가슴의 힘줄이 갈고리에 걸린 듯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 - p69

 

『 외부를 향해 성장할 여지를 발견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내부를 향해 깊이 뻗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 - p169


소스케는 원래 상당한 자산가의 아들로 미래도 창창해 보이고 늘 새로운 세계에만 쏠려있을 정도로 젊은 시절엔 한마디로 잘 나갔던 사람입니다. 그런 성격이 이제는 인내와 체념에 익숙해졌고, 미래나 희망을 생각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지요. 성공이란 단어는 자신과는 인연없는 단어이고 자신을 실패한 사람이라 여깁니다.


『 그저 자연의 은혜인 세월이라는 완화제의 힘만으로 간신히 안정을 찾았다. 』 - p210


하지만 운명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는군요.

집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생 친구라는 사람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하필 그가 아내의 옛 동거인이었던 소스케의 친구. 자칫 그와 만날 기회가 생기게 된 겁니다.
그를 생각하니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함께 그가 잘 지내고 있다면 자신이 상상한 것만큼 그가 타락하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 그는 해답을 찾으려 병가를 내고 열흘간 선사에 가서 참선하게 됩니다. 실제로 소세키 작가 역시 젊은 시절 참선 체험을 한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참선 과정에서의 사고 흐름이 꽤 리얼하게 묘사되었어요.

고뇌하고 또 고뇌하는 과정은 힘겹기만 합니다. 생각이 안 되는 이유는 머릿속에 이미 그렇게 하자는 속셈이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일지도요. 생각이 안되다 보니 생활의 갈등을 해결할 요량으로 경솔하게 산속으로 기어든 어리석음을 탓하기도 합니다.

 

 

 


소세키의 소설 <문> 제목이 나타내는 주제는 참선 수행 과정에서 슬며시 드러납니다.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열고 들어오너라" 하지만, 소스케는 문을 열 힘이 없습니다. 문을 열면 그곳은 안심할 수 있는 세계이자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세계이지만, 이 문을 열지 못합니다.

깨달음에 대한 열망으로서의 문. 자력으로 문을 열어야 하지만 깨달음을 얻지는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행히 친구는 떠났고, 어린 동생의 거취 문제도 집주인의 서생으로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하지만 또 금방 겨울이 오겠지."

과거의 굴레는 여전히 이어져 있는 상태. 지금은 문을 열지도 건너가지도 못하고 출구를 찾지 못한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출구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여지는 살짝 비추고 있습니다. 인과를 두려워한 채 무의식적 억압과 현재에 대한 망각으로 당분간은 살아가겠지만요. 한번 두드린 문이니 다음번에도 문을 넘어설 일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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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 ThanksBook Vol.11 : 땅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기브 엮음 / 땡스기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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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북 ThanksBook 11호를 만났습니다.

책으로 세상을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 땡스북이 추천하는 10권의 명저 등 얇은 책 속에 읽을거리가 가득가득~

 

11호 키워드는 '땅'이네요.

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날 수 있어요. 흙냄새 맡기조차 힘든 요즘. 그래서인지 '땅'이라는 이미지도 옛날과 사뭇 다른 것 같아요. 모름지기 '땅'하면 흙내음 풀풀 풍겨야 제맛인데 이제는 아스팔트 땅만 눈에 들어옵니다.

 

 

 

 

심은대로 거두는 곳 땅. 무엇을 땅에 심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땀 흘리는지 땡스북 ThanksBook에서는

다양한 '땅'의 의미를 담은 책을 소개합니다. 인문, 경제,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어 폭넓은 독서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책도 그냥 있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내가 읽고 소화하고 결합해내는 과정을 통해서 온갖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p34


<책으로 크는 아이들>의 저자인 백화현 선생님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네요. 아이들과 학부모의 독서 문화를 바르게 정착하는데 힘쓰시는 분이시죠. 백화현 선생님에게 책이란 땅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땅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노력할 만큼 소산물을 얻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듯 말이지요.

 

 

 

땡스북에서 제가 좋아하는 코너인 [단단한 고전, 만만히 읽기]에서는 이솝 우화가 소개되었네요.

저도 놀라운 사실을 알았는데 '개미와 베짱이'가 실제로는 '매미와 개미'라는 사실! 누구나 한번쯤 읽고 들어본 이솝 우화.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이상하게 읽은 셈입니다. 중역을 거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대요. 교훈을 준답시고 원작 훼손이 정말 많은 이솝 우화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베짱이보다는 매미가 훨씬 더 우렁하게 노래 부르는군요 ^^

땡스북에서 추천하는 이솝 우화는 천병희 번역가의 이솝 우화라니 저도 이 책으로 읽어봐야겠어요. 천병희 번역가의 이솝 우화가 중역이 아닌 그리스어를 직접 우리말로 번역한 유일한 책이라고 합니다.

 

땡스북에서 다루는 책들은 대형출판사의 광고로 눈에 익은 책보다는 숨겨진 보물 책을 참 많이 소개하고 있답니다. 분야도 고루고루 다루고 있어 문화행복지수 쑥쑥 높이며 폭넓은 독서생활에 도움이 되는 북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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