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연대기 - 곤충은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는가
스콧 R. 쇼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지구를 지배한 곤충, 곤충의 성공 신화를 이야기하는 과학에세이 <곤충연대기>.
곤충학계 저명교수 스콧 R. 쇼는 162종의 새로운 곤충을 발견하고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곤충이 15종이나 된다네요. 에드워드 O. 윌슨 교수, 스티븐 제이 굴드, 프랭크 카펜터 등 유명 학자들의 영향을 받은 분입니다.
교양과학 지식과 고급 정보로 곤충 진화에 관한 호기심을 충분히 만족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곤충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을 허락한 아내 덕분이라는 감사글에 빵 터지며 즐겁게 읽은 책입니다.

 

 


풍뎅이는 왜 딱딱한 외골격을 가졌을까? 하늘소 옆구리에는 왜 기문이 있을까? 곤충은 왜 머리, 가슴, 배로 구성되어 있을까? 어떤 곤충은 왜 날개가 있을까?


<곤충 연대기>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며 곤충이 어떻게 살아남는 과정을 거쳐왔는지 곤충의 번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남을 거라고 하듯, 육상생태계의 지배자가 된 곤충의 질긴 생존력이 놀랍습니다.


게다가 곤충은 그 수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인간이 명명한 종만 해도 100만 종. 하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곤충 대부분은 이름이 없을 정도로 미지의 세계라는군요. 이 세상에 왜 곤충이 그리도 많은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곤충 연대기>로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톡토기, 좀 같은 곤충은 고생대에 속하는 후기 데본기인 3억 6,000만 년 전에 이미 번성했다고 합니다. 꽃은 중생대에 속하는 후기 백악기인 1억 2,600만 년 전에야 번성했고요. 이때 식물을 먹고 사는 딱정벌레 수가 증가했고, 공룡이 멸종해도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초의 새가 날아오른 이유, 꽃 식물이 많아진 이유 모두 곤충과의 공진화 덕분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곤충의 존재를 무시하고 진화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곤충이 사라진다면?
곤충이 사라지면 꽃식물군이 감소하며 육상 환경이 붕괴될 거라 합니다. 대다수 식물과 육상동물이 곤충에 의지하여 사는 셈입니다. 현대에 이르러 벌이 점점 줄어드니 이런저런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요. 곤충을 우습게 알다가는 큰코다치게 되지요.

 

 


<곤충 연대기>는 5억여 년 전 캄브리아기 지구 바닷속에서부터 곤충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기별로 곤충 진화 방식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소개하며 곤충의 월등한 성공을 촉진한 진화적 혁신을 짚어줍니다.


저는 우리 아이 어렸을 때 공룡에 푹 빠졌던 시기에 책에서 거대잠자리를 보자마자 오싹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공룡보다 더 미치도록 무서웠다는 ;;; 날개 작아져서 정말 다행이야 ㅠ.ㅠ 날개 길이가 70cm 이상 되던 것도 있었다니 그야말로 하늘의 지배자였던 시기가 있었네요.


고생대에 속하는 석탄기 때는 그 징글징글 맞은 포식자 바퀴벌레의 시대입니다. 석탄기 곤충의 60퍼센트를 차지했었다는군요. 물론 지금 바퀴벌레와는 생김새가 다르긴 합니다.

 

 


페름기 미제 살인사건이라 명명할 정도로 전 지질시대를 통틀어 가장 큰 미스터리인 페름기 대멸종 사건. 이 사건은 90퍼센트 이상의 해양 동물과 약 70퍼센트의 척추동물을 멸종시켰습니다. 많은 곤충이 이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이해해야 오늘날 곤충이 지구를 지배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하네요.


신생대에 이르러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고,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간략히 짚어가면서 이 시기를 포유류의 시대로 명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군요. 인간이 진화사를 썼기에 다른 것들은 들러리로 전락한 겁니다. 사실상 신생대는 꽃식물과 곤충의 시대라고 불러야 바르다고 해요. 다만, 유일하게 한 종만 있는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 종이 전 지구적 멸종을 초래하고 있는 현재입니다.

 

 

 
 

<곤충 연대기> 저자는 인간 중심 역사에서 벗어나 비인간 동물의 관점에서 생명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인간 중심적 편견은 생명의 역사에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르도비스기를 어류의 시대라 부르는데 실제 지배적 동물군이 아니었지만, 인간의 먼 조상이자 최초 척추동물인 어류가 태어난 시기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 합니다. 척추동물, 포유류에 사로잡힌 사고방식의 위험성을 짚어줍니다.
만약 외계의 관찰자가 지구 생물학사를 쓴다면 처음 30억 년 정도는 미생물의 시대, 캄브리아기부터 현재까지는 모든 곤충의 조상인 절지동물의 시대로 간단명료하게 기술할 거라고 하네요. 특히 지난 3억 년 시기는 곤충의 시대입니다. 인간이 문화를 건설한 역사는 겨우 1만 년입니다.


<곤충 연대기>를 읽으며 머릿속으로 이미지가 그려질 만큼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인상적인 책이었어요. 다양한 분야 생물학자들의 사고방식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척추동물 발달사 관점으로 바라보는 생명사라는 것에 공감하기도 했고요. 밑줄 그으며 읽을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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