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을 바꾼 한글자 -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와 희망의 아포리즘
이강석 지음, 강일구 그림 / 멘토프레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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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책 혹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그동안 공감했던 문장도 많았고, 무척 마음에 든 책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까무룩 하게 됩니다. 한때는 내 삶을 관통하는 정도의 큰 울림 주는 책을 만나지 못한 것을 책 탓으로 돌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알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문장과 책을 만나도 그것을 내 삶에 깊숙이 새기지 않는다면,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것을요.

 

이강석 저자는 특허받은 영어법 책을 낸 영어 전공자인데, 이 분 이력을 보니 덕후 스멜이 솔솔~. '나만 하는 일'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국내 920개 이상의 도서관을 다니기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향교를 모조리 순례하기도 하고, 어떤 해는 전국의 미술관을, 어떤 해는 전국의 저수지를...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끝장을 보는 일에 푹 빠지길 좋아합니다. 이런 마인드라면 책도 흔하지 않은 독창적인 내용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내 운명을 바꾼 한글자>에서도 눈에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닌, 디자인적 사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상상력, 독창성이 이렇게 발휘되는 걸 보니 상당히 놀랍더라고요. 이 책은 짧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한글자, 이 짧은 한글자로 삶과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한글자'는 단순히 하나의 글자를 뜻하는 게 아닌 '큰 의미를 담은 말'을 뜻합니다. 한글자 안에 또 다른 한글자가 숨어 있습니다.

 

 

 

영어 단어 flower는 꽃이란 단어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 속에 low가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flower는 나를 낮추면 꽃처럼 향기가 난다는 겸손을 의미하는 한글자가 됩니다. door(문)에는 실행을 의미하는 do가 있습니다. 실행을 해야 문이 열린다는 새로운 한글자가 탄생합니다.

 

 

 

이제부터 빵을 보면 독서가 저절로 떠오를 것 같아요. bread(빵)에 있는 read. 독서란 주린 영혼에 빵을 먹이는 일처럼 공허한 정신을 채우는 독서의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정신적 파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인 독서, 영혼의 허기를 달래주는 양식이 되는 독서로 연결하는 부분이 재미있네요.

 

이 책에 나오는 단어는 어려운 단어가 없습니다. 익숙한 단어 속에 이런 것들이 있었다니 놀랍지 않은가요? 내 눈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라 참 신선했어요.

 

이강석 저자는 일상, 생각, 운명에 대해 한글자들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낮추고(flower), 내려놓고 (down), 멈추라 (stop)입니다. 나를 낮추면 (low) 꽃처럼 향기가 나고, 나를 집착에서 내려놓으면 모든 것을 (own) 얻고, 지나친 욕망을 멈추면 정신의 최고 경지에 (top)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글자를 통해 진리를 깨우치고, 실천하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flower는 겸손을 의미한다고 했는데 겸손은 곧 공감 능력으로 연결되기도 하죠. 나를 낮춘 만큼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겸손을 훈련하려면 flower를 떠올려보고, 독서 동기를 원한다면 영혼의 허기를 달래주는 bread를 떠올려보세요.

 

이렇게 마음에 드는 한글자를 삶에서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과 생각에서 변화를 주면 결국 내 삶과 운명이 바뀔 여지가 생기는 겁니다. 변화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절박한 동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해요. 저자가 '나만 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주하기보다 변화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목표를 (goal) 향해 묵묵히 나아가야 (go) 합니다.

 

 

 

총 63개의 영어 단어로 만든 한글자는 언어유희와도 같습니다. 말놀이처럼 재미있습니다. 최근 읽고 있는 소설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에서는 잃어버린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숨은 스토리를 볼 수 있는데, 이면에 감춰져 있던 것들을 알아차렸을 때 받는 신선하고 놀라운 충격파가 생각 외로 크더라고요.

 

낯익은 영어 단어 속에 내 삶에 울림 줄만한 스토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내 운명을 바꾼 한글자>. 앞으로 영어 단어 볼 때는 뭔가 숨어 있는 게 없나~ 눈여겨보겠는걸요. 그러다 나만의 한글자를 발견한다면 그 의미 또한 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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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 하 스티븐 킹 걸작선 9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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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을 주기로 먹고 자는 '그것'이 다시 나타난 데리. 어린 시절 '그것'과 싸웠지만 결국 죽이지는 못했던 겁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자기를 쫓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만만하게 봤습니다. 불멸의 존재인 그에게는 유희거리일 뿐이었습니다.

 

데리는 그것의 도살장이며, 데리의 주민들은 그것의 가축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힘이 '그것'을 상처 입히고 고통을 주게 되자 원래보다 서둘러 사라져야만 했었죠. 그리고 27년이 지난 현재, '그것'은 그 아이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설 <그것> (하) 권에 이르러서는 긴장감의 연속입니다. '그것'과의 마지막 일격이 과거와 현재 시점 동시에 진행됩니다. '그것'을 죽이는 데 실패했던 과거. 어른이 된 현재 최후의 대결 모습은 과거와 닮은 듯 다릅니다.

 

어떤 존재가 그들을 지켜주는듯한 느낌이 들 만큼 아이였을 때는 직관력이 대단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럴까요. '그것'의 의미와 아이들이 어떻게 '그것'과 대치할만한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초중반까지 스티븐 킹 작가가 열심히 들려준 각각의 개인사에 숨어 있습니다. 스티븐 킹 작가 특유의 인간 깊숙이 숨어있는 본성을 건드려 무의식 속의 어둠을 끄집어내는 점이 이 소설에서 제대로 나오네요. 저마다의 이유로 소외당한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일곱 명이 뭉치게 된 힘의 원천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열한 살 먹은 애들이 하는 행동이라기엔 어이없는 사건이 무척 많아서 멘붕 오기도 했어요. 믿음이 떨어지면 사랑의 힘, 욕망의 힘으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행위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되네요. 물론 아이들이 가진 믿음의 원천,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서 약해지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는 설득력 있었고 공감했습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고차원적인 의미를 제 수준에서는 100퍼센트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소설 <그것>은 찰나의 공포만 격정적으로 안겨주는 단순한 호러 장르가 아니라는 건 분명합니다. 묵직하게 읽힌 소설이었고, 전반적인 만족도도 높습니다. 2017년판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믿음'과 '욕망'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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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 중 스티븐 킹 걸작선 8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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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그들은 마이클의 전화를 받고나서야 데리에서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사라졌던 흉터가 다시 생기고, 잊고 있었던 공포 역시 물밀듯 밀려듭니다. 그들 모두 죄책감을 가집니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된 건 자신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1957년 조지 덴브로 사건 이후에도 끊임없이 일어난 아동 연쇄 살인 사건. 특정한 연령 구분 없이 아이들만 노립니다. 모두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는데 조지 덴브로가 본 어릿광대는 하나의 형태일 뿐이었어요. '그것'은 아이들의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나는 존재입니다. "깊숙이 가라앉는 느낌, 물속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속에서 익사하는 느낌". 그저 생생한 상상력이 아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그것'. 허상이 아닌 실체로 초자연적인 공포 대상입니다.

 

"악몽 자체는 그리 나쁘다고 볼 수 없지.

가장 끔찍한 것은 악몽 속에서 우리 스스로 상상해 내는 것들이니까."

 

일곱 아이들도 공포를 겪습니다. 사진 속 죽은 동생이 움직이고, 풍선이 바람을 거슬러 떠 있고, 욕실 배수관에서 피가 솟구치고, 미라와 문둥이 그리고 늑대인간을 만나고, 괴물 새에게 쫓기고, 급수탑에서는 아이들의 시체가 살아나고... 이런 기이한 일들을 겪으며 그들은 '그것'의 실체를 쫓습니다.

 

습지였던 데리에 도심을 건설하면서 도심 내 하수관과 배수로가 전 지역에 걸쳐 교차하지만 설계도가 감쪽같이 사라져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것'은 데리의 지하, 미로같은 배수로 어딘가에 살고 있는 게 아닌지.

 

 

 

한편 27년이 지난 현재.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다시 데리에 나타났다고 여길만한 살인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데리에서 27년 주기로 폭력사건이 놀라울 정도로 급증했지만, 뉴스에는 나오지 않은 채 은밀히 진행된 사건들. 데리 주민들의 의식이 '그것'에 조종당하는 것처럼 말이죠.

 

27년 주기의 전조로 항상 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시작과 끝에는 큰 사고가 생깁니다. 주민들이 무자비하게 총격전을 벌인 브래들리 갱단 사건, 인종차별 문제와 결합된 블랙스폿 화재, 부활절 철공소 폭발 사건, (하)권에 등장하는 은화 한냥 술집 도끼 살인 사건 등 '그것'의 위력은 엄청납니다.

 

<그것> (중) 권에서는 데리로 돌아간 그들 외 그들과 관련한 다른 인물들의 비중도 제법 높은데요. 비벌리의 폭력 남편 톰의 행동은 솔직히 페니와이스보다 더 무서울 정도로 인간의 악함을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 아이들을 괴롭혔던 헨리 역시 '그것'에게 조종당한 채 고향으로 가고 있어 섬뜩해지네요. 잔혹함은 '그것' 못지않게 톰과 헨리에게서도 볼 수 있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완결편을 앞두고 이제 모일 사람은 다 모이는군요. 마지막 (하)권에서는 '그것'과의 한판 승부가 과거 회상과 그때를 재현하는듯한 현재 시점을 오가며 진행합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라 고향으로 돌아오라 고향으로 돌아오라 고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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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7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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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공개하자마자 역대 최고 예고편 조회수 기록을 세울 만큼 관심이 대단한 2017년 가을 북미 개봉 예정작  <그것 IT>. 영화 올드보이, 신세계, 아가씨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함께 했다니 더욱 기대됩니다. 1990년 TV 영화판 <피의 삐에로>가 만들어졌었고, 새롭게 리메이크작이 만들어질 만큼 호러의 고전 <그것>의 원작소설이 매력적인가 보다 싶더라고요.

 

스티븐 킹 공포소설 최근 것은 읽었지만 고전은 명성만 익히 들었지 이번에 처음 접했습니다. 상, 중, 하 세 권 총 1800여 페이지의 빵빵한 분량에 헉 소리부터 나왔는데요. 읽는 맛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중간중간 이런 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시답잖아 보이는 묘사도 있어 대충 읽고 넘길만한 페이지가 좀 있는데, 그런데도 전체적으로는 무척 흡족한 마음이네요. 시시껄렁한 묘사까지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겠지 하며 스티븐 킹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날려봅니다.

 

 

 

영화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노란색 비옷을 입은 여섯 살 아이, 조지 덴브로. 형이 만들어 준 종이배가 배수관으로 빨려 들어가자 쫓아가는데... "안녕, 조지." 형형색색의 풍선을 한 아름 든 배수관 속 어릿광대 페니와이스와의 만남은 조지의 끔찍한 죽음을 부릅니다. 도입부 무척 강렬합니다. 호러의 기본이기도 하겠지만 첫 충격이 큰 만큼 소설 읽는 내내 언제 훅 치고 들어올지 긴장감이 깊어지더라고요.

 

<그것>의 배경은 메인주 가상도시 데리. 조지 덴브로가 죽은 1957년부터 일 년간 벌어진 사건들을 보여주는 과거 시점,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1984년부터 일 년간 현재 시점을 오가는 구성으로 진행합니다.

 

 

 

1984년, 각각의 인생을 살고 있는 여섯 사람. 마이클이란 남자의 전화 한 통으로 일상은 깨져버립니다. 과거의 일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어린 시절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며 무작정 데리로 향합니다. 데리를 떠나지 않았던 마이클의 기억만 온전했고, 나머지는 데리에 도착 후 점차 기억을 되찾습니다.

 

페니와이스에게 당했던 조지 덴브로의 형, 빌 덴브로를 중심으로 성대모사가 특기인 리처드, 뚱보 벤, 천식약을 달고 사는 에디, 유일한 여자 비벌리, 흑인 마이클, 유대인 스탠리까지 일곱 아이들은 자칭 왕따 클럽 멤버입니다. 학창 시절 헨리 패거리에게 찍혀 온갖 수모를 당했죠.

 

<그것> 상 권에서는 일곱 아이들 각각의 캐릭터 설명에 치중합니다. 베스트셀러 소설 작가가 된 빌 덴브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지만 악몽에 시달리는 스탠리, 성대모사 특기를 살려 DJ가 된 리처드, 뚱보에서 멋진 몸매의 건축가가 된 벤, 리무진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에디, 명성 높은 디자이너지만 폭군 남편을 둔 비벌리. 그리고 이들과는 달리 데리를 떠나지 않고 머물고 있는 도서관 사서 마이클. 그들은 저마다 아픔, 죄책감,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외당한 아이들끼리 모여 우정을 나누고 뭉치는 모습이 짠하네요.

 

연어처럼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본능이 되살아나 데리에 모였지만, 스탠리는 오지 못했습니다. 마이클의 전화를 받자마자 기억이 모조리 되살아난 그는 끔찍한 그것을 다시 상대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공포에 결국 자살하고 말았거든요. 이쯤 되니 당시 얼마나 두려운 상황이었길래 자살을 선택했을까,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페니와이스의 정체는 그들의 회상을 통해 조금씩 드러납니다. 초반에는 사건, 인물이 숱하게 쏟아지며 정신없이 몰아치는군요. "한 도시 전체가 빙의 또는 귀신이 들리는 일이 가능할까?"라고 할 정도로 데리에서 기묘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데리의 역사 속에서 '그것'의 정체를 깨달은 마이클의 이야기에서 앞으로 닥칠 공포감에 으스스해집니다.

 

냄새와 함께 찾아오는 공포. 상상력이 아닌 아이들의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나는 '그것'이 다시 돌아오면서 잊었던 공포도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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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에디스 해밀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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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학의 원천, 그리스 로마 신화.

저는 신들이 나오는 SF적인 영화를 좋아해서 그 원형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긴 했었거든요. 그러면서도 고전이라는 이름에 눌려 지금껏 시도하지 못했는데 이제 갈증이 살짝 가시네요.

 

그동안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익히 들어봤지만,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1942년 출간된 고전으로 1855년 출간된 토마스 불핀치 책보다는 한 세기 늦게 나왔지만, 에디스 해밀턴 판을 읽어 보니 그의 책을 읽지 않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논할 수는 없겠다 싶군요.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아우구스투스 시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먼저 읽으면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오비디우스의 이야기를 원형으로 삼고 있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오비디우스의 이야기 인용을 가급적 피했습니다. 오비디우스의 글은 '어마어마한 거짓말'이 많기도 하고, 쓸데없는 감상적 이야기가 많다고 꼬집습니다. (물론 훌륭한 원형은 인용했습니다.)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러 신화 작가들의 신화를 비교 분석한 것을 깔고 갑니다. 누가 썼느냐에 따라 성격도 다르고 이야기 수준도 천차만별이라고 해요. 에디스 해밀턴은 신화를 얼마나 재미있게 다시 썼느냐보다는 원전에 얼마나 가깝게 썼느냐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신화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그리스와 로마 작가들이 소개됩니다. 오비디우스,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핀다로스, 헤로도토스, 아풀레이우스, 루키아노스, 베르질리우스... 수많은 고전 작가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쓴 신화의 특징을 언급합니다. 그래서 스토리로 읽기엔 딱딱한 느낌일 수 있습니다. 이야기라기보다는 학술서 느낌도 들고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다양한 미술 작품과 아름다운 시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단순 스토리만 따라가기보다는 저자의 관점도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이 책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알던 신화가 신화가 아니었어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신화라는 게 세월이 흐르면서 각색되기 마련이지만, 에디스 해밀턴 저자가 찾아낸 원형을 보면 그동안 알던 인물들 성격이 조금 낯설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대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 대부분이 토마스 불핀치의 책을 원전으로 두고 진행하는지라 내가 알던 신화 역시 한쪽으로만 치우쳤던 것 같습니다.

 

작가에 따라 내용 자체가 다른 것도 상당수입니다. <일리아스>에선 헤파이토스의 아내가 삼미신 중 한 여신으로 나오지만, <오디세이아>에선 아프로디테로 나오죠. 재미있는 건 그리스인 작가와 로마인 작가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스인 작가의 손에서 아레스 신은 비열한 겁쟁이 신이었다면, 로마인들에겐 패배 모르는 당당한 신으로 등장합니다. 이렇듯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다양한 버전의 원형을 찾으며 원형과 변형된 부분을 비교하고 있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교 분석할 때 찾아보게 되는 고전이기도 합니다.

 

올림포스 열두 신을 중심으로 트로이 전쟁 전후 영웅들의 이야기, 신화에 등장하는 위대한 가문들과 각종 희곡에 나타난 인물들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열두 신과 몇몇 영웅만 알고 있던 저로서는 엄청난 등장인물 수에 압도 당했네요. 

 

 

 

그리스식과 로마식의 이름을 대조한 표, 가계도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성경의 천지창조와는 사뭇 다른 세상의 창조와 인류의 탄생 이야기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만물의 시작에 대한 신화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작가인 최초의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머니 대지 가이아에 대한 것은 소설 형태의 콘텐츠로 접해서 그 원형이 무척 궁금했거든요.

 

미국 아마존 그리스 로마 신화 테마도서 중 누적 판매 1위의 명성에 걸맞게 한 권 책장에 꽂아 두고두고 볼만한 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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