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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 오은영 박사의 불안감 없는 육아 동지 솔루션
오은영 지음 / 김영사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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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60분 부모>를 통해 국민 육아 멘토로 등극한 오은영 박사는 육아로 인한 부부 갈등과 아이에게 나타나는 문제 근원을 부모의 '불안'에 초점 맞춥니다.
2011년 첫 출간 후 개정판으로 선보인 육아서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세상은 많이 변한 것 같은데 엄마상은 여전히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은영 박사는 당시와 비교해 이제는 모성과 부성을 나누는 것이 의미 없어졌다고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엄마'이기를 강요하는 분위기는 솔직히 체감상으로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대신 세대별 육아관의 변화는 실감합니다. 30대 부모와 40대~50대 초반 부모 간의 육아관에는 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을 다루고 있으니 젊은 엄마 아빠들은 도움 많이 받으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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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엄마, 무관심한 아빠. 걱정과 무관심은 정반대의 형태로 표출되는듯하지만, 근원은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같은 감정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엄마는 걱정이라는 감정으로, 아빠는 무관심이라는 행동으로 표출될 뿐이라는 거죠.
엄마의 불안이 걱정으로 드러내는 건 쉽게 이해되지만, 아빠의 불안이 무관심이라니. 좀 의외죠?
아빠의 불안은 감당하기 힘들어 문제를 덮어버리는 식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낙관적인 척하면서 덮어버리는 무의식적 반응이라는 거예요.
문제는 부모의 불안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입니다. 이 책은 상처받는 아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부모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가진 내면의 불안을 알아차리고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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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엄마의 불안은 이토록 강렬한 걱정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는 걸까요. 진화론적으로 엄마의 불안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걱정의 본능이 있다는 걸로 설명합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특히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문화적 가치관이 더해져서 탈이 나면 크게 나버리는 겁니다.
옛날 엄마들은 지금처럼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엔 육아 방법이 틀렸어도 확신이 있었기에 덜 불안했다면, 요즘 엄마들은 자아실현과 육아를 동시에 해내야 하니 정체성 통합이 힘들어진 겁니다. 육아도 잘 해야 하고, 능력도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요즘은 독박 육아와 살림을 버거워하는 세대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아빠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40대~50대 초반 아빠들만 하더라도 육아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경제적으로 돈만 잘 벌어오면 아내도 어느 정도 납득하는 방식이었다면(대신 소통은 어려웠지만), 요즘 젊은 아빠들은 경제적 능력 외 육아와 가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친남(아내 친구 남편)과 비교되기 일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불안이 높을수록 아이는 불안 해결의 도구가 되어 버리며 불안한 부모의 희생양이 됩니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불안으로 되지 않으려면, 내 안의 불안을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불안을 아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양육 스트레스와 불안도를 체크해보고 부모 각자의 어린 시절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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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불안을 서로 다르게 표현하며 갈등을 쌓아가는 부모.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에서는 교육, 친구 관계, 인성, 건강, 안전 문제를 비롯해 생활 전반의 다양한 문제들에서 상황별 해법을 제시합니다.
불안 부부의 대화법은 특히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거절당하는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우리들. 비난과 무시로 대화를 끌어가면 불안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들으면서 공감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공감하라는 부분이 와 닿았어요.
일정한 불안을 넘어 심각한 불안을 보이는 경우엔 불안이 없던 배우자와 아이에게 영향을 주기에 다양한 상황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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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가사를 부모가 분담하는 방식이 철저한 부부일수록 오히려 갈등은 심해질 수 있기도 한데요. 남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주라고 조언합니다. 오늘은 내가 밥했으니 내일은 당신이. 이런 식이 아니라, 목록 적어주고 장 봐오라고 하면 그건 제법 잘 해낼 거라고 말이죠.
육아와 가사는 내면에 억울함이 있을 때 갈등이 생기는 법이라고 해요. 여기서 전업주부 노동의 가치를 설명하는 부분은 눈물겹도록 와 닿더군요. 연봉 3,000만 이상이라는 전업주부의 노동 가치. (캐나다는 1억 2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렇게 가치를 매기면 뭐합니까. 우리 사회 인식상 얼마나 육아와 가사 노동을 평가절하하는지는 다들 잘 아실 테죠.
그래도 아이를 생각하면 부부 갈등은 줄이려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이쯤에서 매번 드는 생각. 이런 육아서도 엄마 혼자만 읽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읽는 게 당연한 수준으로 얼른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 칭찬해 플래너 특별부록은 잘라내서 부부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세요.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는 육아로 생긴 부부 갈등 문제를 엄마와 아빠 각자에게 초점 맞춰 이야기하고 있어, 근원적인 육아 솔루션이 되는 책입니다. 아이 문제는 결국 부모의 문제와 태도가 거울처럼 반영되는 거니까요. 생각보다 꽤 괜찮았어요. 이 책을 읽는다 해서 부부 관계 자체가 확 변하는 건 아니지만, 배우자와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