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 변화를 만드는 초등 글쓰기 비법
정재영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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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글쓰기를 배우는 책 <한 문장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베스트셀러 <왜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말투를 바꿨더니 아이가 공부를 시작합니다>의 정재영 저자의 이번 신작은 글쓰기의 이점 중에서도 아이들 성장의 튼튼한 기초가 되는 '자존감 고양'에 초점을 맞춥니다. 아이가 글로 자기표현을 하도록 함으로써 말이죠.


본책, 연습문제, 길잡이용 해설로 나뉜 구성이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알차게 사용할 수 있는, 글쓰기 이론과 실전이 함께 담긴 책 <한 문장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생각만 하던 끝도 없던 고민을 글로 표현하면 자존감을 훼손하는 고민에서 한결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부족한 나여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임을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여정, 아이들이 직접 쓰고 고쳐나간 글로 생생히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자기표현을 잘하는 글을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글쓰기가 편하고 재미있어지려면 어느 정도 글 쓰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모범적인 글만 예시로 보여주기보다는 실수와 허점이 가득한 글을 함께 보여줍니다.


허점 많은 글을 예시로 보여주니 선명하게 이해됩니다. 어떻게 고쳐나가는지 그 과정이 명쾌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책만 읽는 것보다 책에서 얻은 지식을 응용해 글로 쓰기까지의 여정이 흥미진진합니다. 거칠고 부정적인 감정을 쓰면 버럭 혼내는 대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심한 조언이 나와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감정을 조절하는 법도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자존감 형성기에 있는 어린이에게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초점 맞춘 책입니다.


제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문장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꼭 알아야 할 글쓰기 기술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도움 됩니다. 요즘은 유튜브를 많이 하다 보니 영상 제목 뽑을 때도 이런 글쓰기 기술이 실전에서 활용되니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예를 들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방문하다' 대신 '중앙박물관에서 만난 조상의 놀라운 지혜'라는 제목이 훨씬 구체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고, 재미있는 제목입니다. '나는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심하게 했고 친구에게 옮겼다.'라는 문장처럼 어른들도 순간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이처럼 호응 관계와 관련한 내용도 유익했어요.


그 외 글쓰기 숙제 쉽게 해내는 방법, 다양한 수사법을 활용해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기법, 풍부한 어휘력의 힘을 보여주는 글쓰기 방법 등 목적에 맞는 글쓰기마다 어떻게 개념을 잡아줘야 하는지 다양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아이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연습문제는 허술한 문장을 직접 아이 손으로 고쳐보는 시간입니다. 재미있었다, 슬펐다... 단조로운 단어를 반복하기만 하는 글쓰기에서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자기 마음에 주목하는 글쓰기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감정을 인지하도록 이끄는 연습 문제를 풀다 보면 어느새 아이의 상상력이 가득한 답을 마주하기도 할 겁니다. <한 문장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글쓰기를 시작합니다>는 생각과 느낌이 담긴 생생한 글을 쓸 줄 아는 아이의 성장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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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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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평화로운 도란마을에서 일어나는 온갖 비리와 악. 치매 할머니와 여섯 살 꼬마가 나섰다?! 한국판 코지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판을 보여주는 현이랑 작가의 <레모네이드 할머니>. 긴장감과 유머의 조합이 멋지게 어우러지면서 감동 한 스푼까지 담긴 소설 만나 보세요.


치매 노인들의 마을이자 완벽한 고급 요양병원 도란마을. 월 1000만 원의 월세를 내는 부자들의 세상입니다. 자식들은 한 달에 한 번 옆 골프장에 놀러 왔다가 얼굴 잠깐 비추고 가면 되고, 도란마을에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요양사들도 다른 요양원에 비하면 두둑한 월급을 받는지라 나름 다닐만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가 윈윈하며 행복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일들이 이곳에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습니다. 저마다 감춘 갈등 하나 없는 사람 없고, 저마다 비밀을 안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정신이 말짱한 할머니가 있습니다. 치매 초기 증상이지만 자식도 없고, 가진 건 돈뿐인 부자 할머니입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머리를 팽팽 돌게 하는 레모네이드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을 비롯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건 싫어합니다. 그렇게 셀프왕따를 자청하던 할머니에게 당돌한 꼬마 소년이 들러붙습니다.


이혼 부모를 둔 여섯 살 소년은 의사인 엄마와 함께 이 마을에서 살면서 또래 친구와는 가까이하지 않더니 할머니에게만 은근슬쩍 마음을 풉니다. 아이들을 골려먹으며 내치기 좋아하는 할머니에게서 무얼 발견했길래 무서워 보이는 할머니 곁에 머무는 걸까요.


사건은 평화롭기 그지없던 어느 날 일어납니다.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영아 사체. 갓 태어났지만 이미 죽은 아기가 비닐에 쌓인 채 버려진 겁니다. 특유의 촉이 발동하는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아기를 죽인 범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은근 환상의 콤비를 자랑하는 꼬마와 함께 말이죠.


미스터리 탐정 소설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각자의 시점에서 진행하며 저마다 가진 고민과 비밀을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이곳을 거대한 연극 무대처럼 보는 레모네이드 할머니, 학대의 트라우마를 겪는 꼬마, 학대를 일삼는 남편 곁에서 버티려 애쓴 꼬마의 엄마, 고시원에서 지내며 비정규직 인턴 요양사로 일하는 20대 청년, 외부의 눈만 신경 쓰며 정작 가족끼린 무관심한 원장 가족 등 친절로 포장되어 있는 가짜 세상의 어두운 면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 하나씩 보여줍니다.


"이 미친 세계에서 혼란은 정신이 온전한 자의 몫이다." - 책 속에서


그 와중에 치매 노인에 대한 이야기는 빠질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자였어도 결국 치매로 다시 아기가 된 노인들. 우리 모두 언젠가 나이가 들어 늙은 몸을 가지게 될 거란 걸 알면서도 우리의 정신세계는 '젊음'에 초점 맞춰져 있는 그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냅니다. 추함, 더러움, 멍청함 등의 온갖 역겨운 수식어들이 따라다니는 '늙음'에 대한 생각들. 아닌 척 감추는 대신 냉정하게 드러내며 저세상급 시니컬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어도 치매는 치매다. 누구도 도망가지 못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뇌는 날로 쪼그라들고, 몸은 날이 갈수록 약해진다. 더 괴로운 건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땐 흘릴 눈물조차 없어진다. 왜 슬퍼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 책 속에서


돈에 고개 숙이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들추면서도 그 속에서도 온전히 마음을 주고받는 이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 <레모네이드 할머니>. 고급 요양 병원의 비밀을 파헤치는 할머니와 꼬마의 콤비는 유쾌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어 정겹습니다. 현란한 추리도 없고 치밀한 수사 전개는 없지만, 날카로운 눈과 호기심을 가진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매력이 탁월한 소설입니다. 잔혹한 묘사 없이도 심각한 사건과 인간 말종 세태를 보여주며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는 절묘함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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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지음,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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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에 따라 저마다의 모습으로 다채로운 생존 능력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 땅의 풀꽃과 나무. 그저 주변 배경으로만 봤지 세심하게 살피질 못했고, 아는 게 없어서 알아보지 못하니 이번 생에 들꽃과 나무와 친해지기는 글렀다 싶었어요. 다행히 요즘은 사진 찍으면 알아서 이름을 찾아주니 훨씬 수월하긴 하지만 아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만난 책 <내 마음의 들꽃 산책>. 현 국립세종수목원 초대 원장이자 식물에 진심인 식물학자 이유미 저자와 우리나라 대표 야생화 사진작가 고 송기엽 저자의 책에서 우리의 땅을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풀꽃과 나무를 만나봅니다.


여린 듯 강한 새싹을 보면 언제나 싱그러운 마음이 샘솟습니다. 콩나물처럼 새싹이 올라오는 귀여운 노루귀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가녀린 새싹에서 씩씩한 용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 안 화분도 아니고 숲에서 새싹이라니, 생각해 보니 저는 한 번도 타이밍을 못 맞췄던 건지 본 기억이 없습니다.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은 봄숲에서 우리 꽃을 만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몸을 낮추고, 천천히 걸으며 시선을 길이 아닌 숲에 두고, 오감을 동원하라고 합니다. 자연을 재발견하는 즐거움도 선사합니다. 도감도 만들어 보고, 꽃잎을 눌러 카드도 만들고, 꽃 요리를 해 먹는 호사를 누릴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마세요.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에게 참의미가 되어 자리 잡듯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면 숲은 친구가 됩니다. 이름과 실물을 매끈하게 매치시키는 능력을 발휘하려면 자주 자연을 만끽해야겠죠.


<내 마음의 들꽃 산책>에 등장하는 우리 땅의 식물들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평생 한 번도 못 봤던 예쁜 꽃이 어찌나 많던지요. 어떤 건 뾰족한 꽃잎을 가졌고 어떤 건 동글동글한 꽃잎을, 귀여움에서 우아함까지 분위기도 제각각입니다. 빛깔은 또 얼마나 놀라운지. 자연의 색은 정말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꽃의 향기를 상상할 수 없어 아쉬워요.


한라에서 백두까지 산으로 섬으로 전 국토를 누비며 이 땅에 존재하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내 마음의 들꽃 산책>. 봄꽃이 사라지고 진짜 여름이 되기 전 난초들의 세상을 탐험할 땐 자생지 난초들이 수난당하는 왜곡된 난초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울림을 줍니다. 가장 진화한 식물 집안이 난초라고 합니다. 고품격 취향에 걸맞게 난초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귀화식물과 외래식물에 대한 정보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우리 주변에 핀 민들레는 대부분 외래식물이라고 합니다. 외래식물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그 특징을 알고 관리,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알려줍니다. 본래의 고향이 우리 땅이 아니지만, 이 땅에 들어와 스스로 씨를 퍼트리며 살아 나가는 완전하게 정착한 귀화식물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그 외 보통의 도감엔 없지만 우리가 많이 부르는 들국화와 관련해 국화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 원예종과 야생화의 차이도 알려줍니다. 그저 풀로만 생각했지 작디작은 꽃이 피는 잔디 이야기도 재미있고, 식물에게 힘든 계절인 겨울을 견뎌내는 모습에서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꽃눈의 뽀송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나무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수백 년 동안 가장 잘 보전된 숲이 바로 광릉숲이라고 하니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주변에 너무 흔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 나무도 있습니다. 은행나무 꽃 보신 적 있으세요? 수꽃과 암꽃의 모양이 다른데 정말 신기하더군요. 은행이라는 열매가 열리니 당연히 꽃이 필 텐데 지금까지는 꽃을 아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솜사탕 향이 진동한다는 계수나무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오직 이 땅에서만 나는 특산 식물은 우리가 보존하지 않으면 지구에서 사라지는 식물입니다. 희귀한 특산 식물에 관한 이야기도 꼭 알아둬야 할 이야기입니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게 바로 한국전나무인 구상나무라고 합니다. 정작 우리 땅에서는 사라지고 있고 해외에서 널리 인기를 얻고 있다니 기묘한 느낌입니다.


사계를 함께 하며 만날 수 있는 이 땅의 풀꽃과 나무들. 알면 눈에 잘 띄듯 앞으로는 주변의 들꽃과 나무의 존재를 조금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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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 숲속의 삶 웅진 세계그림책 215
필리프 잘베르 지음, 이세진 옮김, 펠릭스 잘텐 원작 / 웅진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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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밤비. 귀여운 아기 사슴 밤비 캐릭터의 사랑스러움 만큼은 잊히질 않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필리프 잘베르의 <밤비, 숲속의 삶>은 고전 명작 <밤비>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켜 이 캐릭터가 이젠 밤비의 대표 이미지로 기억 남을 것 같아요. 그림이 환상적입니다.


그런데 밤비가 사슴이 아니라 노루라는 사실! 원작은 월트 디즈니가 아닌 1923년 오스트리아 소설가 펠릭스 잘텐이 내놓은 동물소설입니다. 미국에는 노루가 없었기에 사슴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갓 태어난 아기 노루를 사랑스럽게 지켜보는 엄마 노루. 눈을 뜬 아기 노루에게 "안녕, 밤비." 하고 다정하게 속삭입니다. 비틀비틀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밤비에게 엄마는 "서두르지 않아도 돼, 밤비. 엄마는 너를 믿는단다."라며 응원합니다.


아기 노루 밤비가 엄마의 보살핌 속에서 세상을 배워나가는 성장기가 펼쳐집니다. 모든 것들이 새롭고 놀라움이 가득한 세상. 나비를 처음 봤을 때 날아다니는 꽃잎들로 생각한 밤비의 호기심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숲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만 터져 나오는 밤비. 하지만 보호해 주는 나무들이 없는 탁 트인 하늘이 보이는 곳은 위험합니다. 엄마는 밤비에게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생존법을 하나씩 알려줍니다. 처음 만나는 세상은 새로운 감각을 안겨줍니다. 어느새 홀로 숲을 돌아다니며 친구를 사귀고, 숲의 봄과 여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 멀리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위풍당당하게 두 발로만 우뚝 서 있고 기다란 나뭇가지 같은 것을 갖고 있는 무언가입니다. 정말 기이한 모습입니다. "탕!"


원작 소설과 애니메이션은 사냥을 하는 인간들의 잔혹한 모습과 엄마의 죽음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만, 그림책 <밤비, 숲속의 삶>은 간접적인 표현을 쓰면서도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표현합니다. 밤비의 놀란 눈동자가 잊히질 않습니다.


필리프 잘베르 작가의 그림만으로도 숲속의 경이로운 풍경과 극적인 상황에서의 긴박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톤다운된 색감이 저는 너무 맘에 들더라고요. 일반 그림책보다 큰 판형에 글자는 작은 편이라 오롯이 그림에 푹 빠져보는 시간이 됩니다.


라이언 킹의 성장기처럼 밤비도 숲의 사계를 보내며 적응하고 자신감을 얻기까지 수차례 위기를 겪으며 시련을 이겨냅니다. 밤비의 홀로서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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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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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이자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조던 피터슨의 인생 강의 <질서 너머>. 카리스마 있는 프로필 사진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만만하게 읽히는 책은 아닌 것 같단 첫 인상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이어집니다.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묵직함이 있는 책입니다.


표지의 압도적인 강렬함에 비하면 친근한 일상 사례가 많아 어느정도는 쉽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루는 주제별로 조금은 뇌가 휙휙 가동되지 않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구약 성경 이야기를 사례로 든 부분도 많으니 참고하세요.


예기치 못한 인생의 비극에서 과거의 확신과 지식은 우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경직된 질서와 통제의 위험을 넘어설 때 비로소 놀라운 지평이 펼쳐진다는 조던 피터슨 교수. 그의 경험이 이 말을 뒷받침합니다.


몇 개월 간격으로 딸과 아내의 수술을 겪었고, 본인은 몇 년간 극심한 불안 증세로 먹었던 벤조디아제핀 금단 증상 치료로 극한의 고통을 경험합니다. 모스크바에서는 한 달 간 의학적 혼수 상태로 실험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가족, 친구 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결국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불행이 닥쳤을 때 기댈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구원의 토대가 되는 이야기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질서 너머>는 안전과 통제가 지나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어떻게 피해야 할까에 초점 맞춥니다. 질서는 탐구된 영역입니다. 우리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으로 목표하는 결과를 얻을 때 그것은 질서의 영역 안에 존재합니다. 즉, 예측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세계는 결코 질서정연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예상 밖으로 변합니다. 쉼 없이 변하는 세계에 적응하려면 질서 너머 혼돈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혼돈은 파격, 새로움, 예상치 못함, 변화, 붕괴, 추락까지도 안고 있습니다. 이런 혼돈은 대개 갑자기, 끔찍하게, 우발적으로 튀어나옵니다. 대부분은 정신 못차리고 허우적거립니다. 그렇다면 이 혼돈은 제거해야 하는 대상일까요. 아닙니다. 새로운 것과 접촉하지 않으면 정체됩니다.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면 삶의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가장 먼저 꿰어야 할 단추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겸손함을 갖추는 것" - 책 속에서


조던 피터슨 교수는 타로 카드 중 바보카드로 알려진 그림을 보여주며 기꺼이 초보자가 되어 배우려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합니다. 바보의 부족함을 긍정적인 의미로 바라봅니다. 위계 구조의 밑바닥에 있을 때 유용한 마음가짐입니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신중하고 겸손하게 현재의 게임에 참여하고, 다음 행보에 필요한 지식과 자제심, 수련을 개발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초보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들려주는 첫 번째 법칙은 개인의 정신 건강과 관련 있습니다. 지위에 대한 고민 뿐이었던 것에서 주어진 구조와 위치를 받아들이면, 전에는 자존심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던 기회와 가능성이 보이게 된다는 걸 알려줍니다. 겸손함이 쌓이자 성공의 길이 열린 사례와 함께 말이죠.


위계 구조를 이기적으로 경멸하는 대신 기존의 사회구조와 창의적 변화를 균형 있게 존중하는 인격을 갖추길 조언합니다. 삶의 안전한 울타리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문제는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존중'하는 인격이라는 말에서처럼 아무 생각 없이 기존 구조를 따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복종이 아닌 겁니다. 기존 질서의 가치를 폄훼하지는 않되, 다른 한 발로 혼돈의 세계를 디뎌야 하는 게 질서 너머의 제 1법칙입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기 기만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는 제 3법칙입니다. 안개 같은 마음 속 두려움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강력한 조언입니다. 무지, 부족함, 나약한 나의 감정을 인정한다면 안개를 걷어내는데 도움된다고 합니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내 감정과 동기 상태를 그때그때 알아차리라고 합니다.


우리가 희망을 품고 전진할 수 있는 힘은 진심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어떤 것에 다가가는 경험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목적이 없다면 우리는 견디기 어려운 불안에 항상 시달리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평생을 자기 자신과 살아야 한다." - 책 속에서


직장을 포함해 어느 집단에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아무도 하지 않는 유용한 일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진정한 이타주의가 선사하는 인생의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길입니다.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주는 의미를 자기 자신과 타인을 자발적으로 책임지는 성숙함에서 찾도록 하고 있습니다.


절망, 부패, 허무주의에 찌든 삶은 이제 그만. 양심의 부름을 거부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개인과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바라보는 법에 대한 조언은 더욱 묵직합니다. 낡은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더 작고 정확하게 정의한 문제를 다루라고 합니다. 남 탓 대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크기로 쪼개는 겁니다.


그 외 <질서 너머>에서는 참을성 있게 한 방향으로 매진하는 태도와 역경에서 일어서는 법, 두려운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는 법, 부부 사이에서 필요한 관계 개선법, 흔하지만 정말 위험한 실존적 공포에 맞서는 법을 들려줍니다.


밀리언셀러인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는 법칙이 등장했는데, <질서 너머>에서는 한 단계 넘어서 미적 경험이 갖는 중요성을 다룹니다. 청소를 넘어 방 하나를 아름답게 꾸미라고 합니다. 이 법칙이 인생의 비극을 넘어서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 냉소주의와 관련해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순진한 낙관주의는 쉽게 흔들려 허물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 냉소주의가 자라나게 됩니다. 하지만 어둠을 최대한 깊이 꿰뚫어보고 실존의 무게를 뼛속 깊이 느껴보면, 우리가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인기만큼 논란도 많은 조던 피터슨 교수. 이분법적으로 그를 판단하는 목소리가 나뉘어져 있지만, 분명 귀 기울이게 만드는 날카로운 한방의 매력이 있는 저자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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