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이 기가 세요 - 유쾌한 여자 둘의 비혼 라이프
하말넘많 지음 / 포르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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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하말넘많! 여성미디어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을 운영하는 강민지, 서솔 두 여자의 비혼 라이프 <따님이 기가 세요>. 성격도 스타일도 정반대이지만 영화 전공 동기 간의 케미가 정말 좋습니다.


자동완성 검색어에서 '기가 센 여자'만 나오는 현실. '기가 센 남자'는 없습니다. 기가 세다는 건 어떤 의미로 하는 걸까요. 물리적으로 폭력을 쓰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때 이런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 심기가 거슬린다는 거죠. 여자가 너무 기가 세면 남자들이 싫어한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크게 됐을 애인데, 이래서 집안에 남자가 있어야 해... 낯설지 않은 말들입니다.


<따님이 기가 세요>는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탄생 계기와 현황 그리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들려줍니다. 한국 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마주했을 때 욕하는, 딱 그 정도의 관계에서 어떻게 저자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깨닫게 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명명하게 되기까지 하말넘많 탄생 이전의 에피소드들은 여성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본 것들일 겁니다.


거창한 대의보다 당장 살면서 하고 싶은 말과 이미지를 삶 속에 녹여보고 싶었다는 하말넘많. 터닝포인트는 인스타툰을 하다 전공을 살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시점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아 채널이 성장했고,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를 할 만큼 영향력을 넓히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온라인상에서 각성하는 여성은 많습니다. 하지만 각성 이후의 선택지는 너무나 부족한 현실에서 '하말넘많'은 유튜브라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페미니즘을 이 땅의 여성들의 삶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페미니즘과 관련된 곳이라면 언제나 옵니다. '올 게 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공격당하는 게 일상이고, 하말넘많 역시 이슈 사건이 있었지만 여성들의 삶을 응원하는 채널로서의 가치는 건재합니다.


<따님이 기가 세요>에는 전국 곳곳 페미니스트를 찾아가 인터뷰 진행한 전국비혼지도, 경제 전문가와 함께한 당신의 가계부, 캠핑 시리즈 텐트 하우스, 소통을 위한 토크 콘서트, 꾸밈노동 없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디폴트립 등 2년간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올렸는지 비하인드스토리가 담겼습니다. 이미 채널을 알고 있는 분이라면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고, 책을 통해 이 채널을 알게 된 분이라면 생각보다 다양한 영상으로 채워진 하말넘많의 매력에 빠질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 채널이지만 페미니즘 주제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여행, 경제, 콘서트, 예능, ASMR 등 종합선물세트처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튜브에서 하지 말아야 할 금기 사항인데도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어 저도 처음 채널을 찾아봤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대한민국에서 비혼 여성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집을 구할 때부터 비혼 여성은 이미 사회적 감점 요소가 많다는 걸 경험합니다. 제도 안에 머물기만을 강요하는 사회 제도 속에서 그들은 사회의 이방인처럼 느꼈다고 고백합니다.


욜로의 쓴맛도 경험했지만 비혼 여성 경제백서 콘텐츠가 스스로에게도 큰 도움이 되어 요즘은 N잡러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여성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하말넘많. 여성에게는 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버텨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야망 없이 이루어내기 어려운 문장이라는 말에서 여성에게 평범한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여성인 내가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데 겁을 먹었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결국 할 말을 하기까지, 스스로를 의심하며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태도에서 이제 벗어나길 응원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하말넘많의 에세이 <따님이 기가 세요>.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것을 유쾌한 목소리로 펼쳐나가는 그들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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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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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간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방구석 미술관>. 미술교양 입문서 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 출간되었습니다. 1권 오르세 미술관 편과 2권 한국 편 모두 스페셜한 패키지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초대장을 받는듯한 기분으로 패키지를 열면 오르세 미술관이 펼쳐집니다.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오르세 미술관은 파리의 3대 미술관이자 우리가 사랑하는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예술가의 작품 탄생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방구석에 만나는 시간이 전혀 딱딱하지 않습니다. 미술관 앞 남자 조원재 저자의 감칠맛 나는 스토리텔링으로 나만의 방에서 오르세 미술관을 즐길 수 있습니다.


원조 막장드라마 주인공 프리다 칼로, 선배의 미술을 훔친 파블로 피카소, 알고 보면 최강 연애 찌질이 바실리 칸딘스키 등 미술계 거장들의 기막힌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절규의 화가 뭉크의 작품은 괴기스럽고 음침한 느낌 때문에 요절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평균 수명을 높인 장수의 아이콘이라고 하는군요. 뭉크는 늘 죽음을 의식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모든 미술과 문학, 음악은 심장의 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정말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듯한 분위기입니다. 


왜 그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병약한 유년 시절의 경험과 사랑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합니다. 가족의 죽음을 그린 <병든 아이>는 뭉크 예술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오직 그 자신과 감정을 주인공으로 세운 작품들이 이어집니다.


감정이 오롯이 담긴 그림을 마주하게 되니 뭉크의 삶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했는지 느껴집니다. 아킬레스건을 최종병기로 활용한 뭉크. 개인사를 끌어들여 그린 그림들인 만큼 작품 탄생 뒷이야기를 알수록 그림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팟캐스트 방송 QR코드가 있으니 조원재 작가의 목소리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고통하면 프리다 칼로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교과서용 이야기 뒤에 숨은 이야기가 무척 많은 작가더라고요. 취미가 불륜인 남편 덕분에 말이죠. 원조 막장 드라마를 펼쳤기에 오히려 위대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아이러니라니. 직접 겪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캔버스에 쏟아부은 고통의 여신, 프리다 칼로의 삶을 작품과 연결해 들려줍니다.


고흐의 샛노랑 색깔에 담긴 비밀, 황금빛이 예술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고급적인 반항도 만날 수 있습니다. 몽환적인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드가 편에서는 당시 발레리나의 위치와 현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림 감상이 달라질 겁니다.


오르세 미술관 대표 화가들의 삶을 통해 미술가의 숨소리를 가슴으로 공감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방구석 미술관>. 일상을 예술로 채우는 풍요로운 시간을 만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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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직장인 레시피 - 직장인 비밀 에세이
박진우 지음 / 형설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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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에서부터 요리, 점장, 지역장, 사업본부장 그리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브랜드 경영 역량을 쌓으며 외식인으로 살아온 박진우 저자의 책 <좌충우돌 직장인 레시피>. 외식업의 인문학적 경영을 주창하는 박진우 저자의 철학이 담긴 에세이이자 자기계발서입니다.


꿈 없이 대학원 생활까지 했던 그가 우연히 펼친 신문에 실린 레스토랑 공채 공고를 보고 도전하게 되면서 외식인으로서의 생활이 펼쳐집니다. 요리와 서빙으로 시작했던 사원에서 임원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직장인의 애환이 담긴 에피소드들은 끊임없는 갈등과 연민이 공존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줍니다. 그가 걸은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습니다. 사람이 빠진 조직문화 이야기는 없는 법. 직장인과 조직의 희로애락 속에서 배우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고군분투기가 흥미진진합니다.


다행히 몸담았던 첫 회사가 조직문화가 좋았다고 합니다. 현장 직원을 우선시한 운영 방식을 통해 조직이 일을 대하는 태도, 구성원들 간의 협력 등 일하는 방식에 관한 본질을 정립하게 됩니다. "저는 음식을 만들면서 늘 먹는 분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기원합니다."라는 드라마 대장금의 명대사 한 마디로 이 모든 게 설명되기도 합니다.


사실 외식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낮습니다. 박진우 저자는 그래서 오히려 더 공부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그 공부하고 거길 갔냐는 선입견 속에서도 첫 직장에서 4번의 진급을 거치며 10년을 다닐 만큼 그에게 꿈을 가져다준 직업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음식점은 레시피, 서비스, 공간적 훌륭함이 결합된 종합예술과도 같다고 합니다. 언제나 외식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온 저자의 태도가 존경스럽습니다.


서비스직은 감정노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고객이라 말하기도 힘들 만큼 심한 말을 내뱉는 고객에 관한 에피소드는 아마 책 한 권의 분량도 부족하지 않을까요. 항상 새로운 컴플레인으로 설레게(?) 하는 단골 고객과의 에피소드는 어떤 결말이 나올지 쫄깃한 심정으로 읽었어요. 갑과 을의 관계인 고객과 종사원의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은 많은 인사이트를 줍니다. 고객이 시켜서 하면 심부름, 내가 먼저 하면 서비스라는 마인드가 인상 깊었습니다.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부진점포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일을 맡아왔던 만큼 악역사라고 회상하면서도 개인은 하지 못해도 팀은 할 수 있다는 전략으로 리더십과 팔로십의 합치에 이른 경험들은 값집니다. <좌충우돌 직장인 레시피>에서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팔로십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적절한 조화가 이뤄졌을 때 파워는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애증의 관계, 윈윈하는 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다룬 에피소드를 통해 훌륭한 조직의 특성은 리더십과 팔로십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거라는 걸 짚어줍니다.


음식점에서 매출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더란 어떤 자리인가, 구성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최고경영자는 리더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등 바람직한 조직문화와 직장인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점장 시절에는 57일을 쉬지 않고 일한 날도 있을 정도였으면서도 즐겁게 일했기에 심신 문제가 없더라고 합니다. 내적 성장에 의해 동기부여를 받으면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자영업자 600만 명 시대. 두 집 건너 하나가 음식점이지만, 자영업자 생존율은 20퍼센트에 그칠 정도로 혹독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식업에 대한 본질을 깊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입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닌, 현장중시경영을 추구해온 저자이기에 <좌충우돌 직장인 레시피>는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외식업에 종사하거나 관심 있는 이들 모두의 입맛에 맞는 속 깊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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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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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스릴러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비하인드 도어>의 작가 B. A. 패리스의 신작 <딜레마>. 데뷔작 이후의 작품들이 첫 책에서 받았던 전율만큼은 없어서 여전히 제게는 이 작가의 최고작은 <비하인드 도어>로 손꼽고 있습니다. 파국을 앞둔 한 가족의 딜레마를 다룬 가족 심리에 초점 맞춘 소설 <딜레마>. 이번 책은 데뷔작과는 스릴감의 결이 살짝 달라서 비교할 순 없겠더라고요. 대신 뜻밖의 감동을 받은 소설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때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 책 속에서


아내 리비아와 남편 애덤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애덤과 리비아는 학생 때 아이가 생겨 결혼을 일찍 서두른 부부입니다. 앞날을 대비하지 못한 채 일찍 부모가 된 그들의 신혼 생활은 고되었습니다. 아내는 친정으로부터 버림받아 공허감을 느꼈고, 남편은 한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부부의 사랑이 그 모든 것을 포용하며 결혼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아들과 딸은 잘 성장해 이제 독립을 앞두고 있고, 곧 아내의 마흔 살 생일을 맞아 근사한 파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불안한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야심한 밤에 남편이 집을 나간 겁니다. 그 순간 아내는 남편에게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알게 된 남편이 복수를 하러 나가는 게 아닌지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한편 남편의 시점에서는 지난 열네 시간의 고통에 짓눌려 딸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부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엄마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못할 줄 알았던 홍콩에서 유학 중인 딸이 깜짝 선물처럼 집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아빠 애덤만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일 파티가 있는 날 오전에 끔찍한 뉴스를 접합니다. 딸이 타고 있을지도 모르는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었던 겁니다. 딸과 연락이 되질 않자 애덤은 불안에 사로잡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이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하게 치를 마흔 살 생일파티를 위해 아내 리비아는 평생을 기다려왔습니다. 오늘은 행복해야 할 날입니다. 신혼 초 아내에게 잘못해 준 것들에 대한 마음의 짐이 있는 애덤은 딸의 생사가 불확실한 현 상황을 아내에게 아직은 말할 수 없습니다.


"나의 세계는 6주하고도 3일 전에 무너졌다."- 책 속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 내내 정신이 딴 곳에 가 있는 듯한 남편을 보며 아내 리비아도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혹시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비밀을 남편이 알게 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죠. 임신 후 애덤과 결혼을 결정하고부터 부모님에게 거부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공허한 리비아는 남편이 신혼 초 시절을 보상하기 위해 노력해온 걸 잘 알고 있기에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비밀로 두게 되자 괴롭습니다. 사실 리비아는 이번 생일 파티를 위해 딸이 집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딸이 못 오는 상황이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엄마와 딸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요.


부부가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며 어림짐작하고, 비밀을 이어가는 여정은 서로를 너무나도 보호하고 싶어서, 지키고 싶어서입니다. 저마다 좌절감, 수치심, 분노,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범벅된 채 입을 다무는 상황. 이쯤 되면 독자의 마음은 답답해 미칠 지경에 이를 겁니다. 그런데 저는 공감과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평범한 가족에게 비극이 닥쳤을 때 <딜레마>의 이야기는 어쩌면 누구나 할 법한 최선의 행동이라고 생각들 정도입니다.


정답이 있다면 좋겠지만, 선택해야 할 두 가지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이미 했어야 할 말을 꺼낼 적당한 때를 놓친 부부. 진실이 밝혀질 즈음에 이 가족은 어떤 모습으로 서있게 될까요.


인생 곳곳에 지뢰처럼 놓인 딜레마를 저마다의 비밀을 가진 가족 이야기로 버무린 B. A. 패리스의 소설 <딜레마>. 기존 가족 심리 소설에 비해 자극적인 서스펜스는 뺐지만, 지금 내 가족 상황에 오히려 생생하게 대입할 수 있는 현실감 있는 소재여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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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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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이자 소설가, 단편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겸 편집자 등 다양한 이력으로 프랑스에서 새로운 철학 읽기 바람을 불러일으킨 올리비에 푸리올 저자의 <노력의 기쁨과 슬픔>.


이 책이 출간된 계기가 재밌습니다. 아이들을 애써 재우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 지칠 때까지 기다렸더니 별다른 노력 없이도 눈 깜짝할 새 스르르 잠이 든 아이들. "결국 이렇게 쉽게 될 일인데"라는 말로 시작된 편집자 친구와의 대화는 어떤 상황에서는 노력이 무용할 뿐 아니라 비생산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언제 출판할까?"로 탄생한 <노력의 기쁨과 슬픔>. 철학자가 들려주는 성공을 위한 '노력'의 함정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성공이란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가와 상관이 없었다." - 책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노력하지 않음'일 겁니다. 완벽에 집착하기에 실수를 두려워하는 우리는 불완전함을 걸림돌로 치부합니다. 그렇기에 '노력하지 않음'이야말로 최고난도 기술입니다.


<노력의 기쁨과 슬픔>은 성공이란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가보다는 얼마나 자연스럽고 손쉽게 해냈는가에 초점 맞춰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하기 그리고 시작하기가 필요합니다. 역설적이죠. 시작하기 전에 계속하기라니.


데카르트는 망설임을 악 중에서도 최고의 악이라고 했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망설이는 게 아니라 망설이기 때문에 길을 잃는 거라고 말이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안다면 행동할 이유도 없다는 것, 무언가를 시작할 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는 결정적인 순간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니모의 사랑스러운 낙천주의 캐릭터 '도리'의 명언 "계속 헤엄쳐"는 앞으로 나아가라고 외칩니다. 불완전함을 걸림돌이 아니라 발판으로 만들어 앞으로 나아갈 때 오히려 나를 온전히 만들게 됩니다.


누군가는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노력하지 않아도, 심지어 하겠다고 결정하지 않아도 해내곤 합니다. 나에게 쉬운 일이라도 다른 이에게는 어려울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쉽게 하니까 나도 쉽게 할 수 있으리라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만 듣고 훈련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노력의 기쁨과 슬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무작정 훈련하는 건 낭비라는 데 있습니다. 집요하게 매달리며 자기부정을 거듭하다 보면 집착에 빠지게 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충분히 노력하면 누구든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착각하며 모든 것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고 믿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낭비 없는 최선의 노력이 가능할까요. 처음에 일단 계속하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행동하고 싶다면 과도한 생각이 행동으로 나아감을 방해한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생각 멈추기가 필요하다는 거죠. 불안함이란 삶을 가로막을 만큼 경직된 상태에서 비롯한다고 합니다.


생각을 비우려면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자세 찾기부터 시작합니다. 너무 노력하지 말라는 것은 눈 뜨고 지켜보지도 말라는 게 아니라 눈을 뜨되 긴장 없는 '응시' 상태입니다. 결국 편안함이 전제되어야 하는 거죠. 두려움, 조바심을 떨쳐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잊어야 한다." - 책 속에서


성찰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문제는 대부분 행위로 쉽게 해결된다고 합니다. <스타워즈>의 요다는 루크에게 "노력하지 말아라. 하면 하고, 말면 마는 거지. 노력해보는 건 없어!"라고 합니다. 목표에 대한 의식이 오히려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일에만 열정적으로 몰입할 만큼 무언가에 푹 빠지면, 비로소 가장 나다워집니다. 철학 시험 점수 20점 만점에 4점인 졸업반 학생을 과외한 경험을 통해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하고, 겨냥하지 않은 채 적중하는 법을 이야기한 저자의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자, 집중하자!"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진짜 집중이 될까요. 너무 열심히 보려고 하면 오히려 보지 못하듯, 집중도 올바른 방향으로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배워야 합니다. 저자는 데카르트, 플라톤, 시몬 베유 등이 말한 집중의 메커니즘을 정리해 줍니다. 그중 피로는 노력과 어떠한 연관도 없다고 하는 내용이 인상 깊습니다. 근육만 긴장됩니다. 피로가 느껴질 땐 노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서야 수긍하게 됩니다.


"어떤 목적은 간접적으로만 달성될 수 있다."라고 니체는 말했습니다. 목적으로 삼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 뭔가 아등바등했던 느낌이 빠지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노력의 기쁨과 슬픔>은 결국 현실을 더 잘 살게 해주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비행기에서 읽기 위해 공항에서 느닷없이 사는 책처럼 가볍게 읽는 책이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힘을 좀 빼고 읽으면 훨씬 저자의 의도에 맞게 읽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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