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테리언: 때때로 비건 - 완전한 채식이 힘들 때
김가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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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시작, 채식. 비건은 다음 생애라며 미루기만 했다면 가끔 하는 채식으로 플렉시테리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 연구가 김가영 저자는 뉴질랜드 유명 채식 카페에서 셰프로 일하며 유동적 채식 경험을 계기로 이제는 플렉시테리언으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플렉시테리언 : 때때로 비건>은 환경보호, 동물복지, 건강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실패 없는 플렉시테리언의 길에 접어들 수 있게 도와줍니다. 패스트푸드, 밀키트, 배달음식에 익숙한 요즘은 집밥을 해먹는 것 자체가 미션이 되기도 하는데요. 무분별하게 먹어대다 건강을 망치고 후회하는 대신, 쉽고 간단하게 맛도 좋은 건강식을 먹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해보자고요.


동물성 식품 대신 채소, 과일, 해조류 등 식물성 식품 위주로 하는 식사를 뜻하는 채식. 금기시하는 재료가 많다 보니 막무가내로 접근하다가는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준채식 단계 중 하나인 플렉시테리언은 상황에 따라 육류 섭취를 허용하는 가장 느슨하고 유동적인 채식 단계를 뜻합니다. 채식 입문자라면 플렉시테리언을 실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루 한 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식사 때를 골라 실천하면 됩니다. 평일에 힘들다면 주말에만 해도 괜찮습니다. 거창하지 않아서 마음 가볍게 도전할 수 있는 때때로 비건, 플렉시테리언입니다.


주스와 수프로 생기 채우는 아침 비건. 달고 시원한 무수프 레시피를 보며 이게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해지더라고요. 우엉수프, 감자 대파 수프, 순두부 누룽지죽 등 의외로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요리 과정으로 아침 비건으로 딱 좋은 메뉴들이 소개됩니다. 해독 효과로 주목받은 ABC주스는 소분해서 냉동도 가능하니 아침마다 바쁠 이유도 줄어들 테고요. 소스류도 비건 요리에 적합한 소스를 직접 만들어두면 일주일 정도는 거뜬합니다. 일반 마요네즈 맛을 낸다는 두부 마요네즈의 맛도 궁금하고 각종 견과류로 만드는 소스류는 군침 돌게 합니다.


비건 배추김치 레시피를 보며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원래 김치는 비건에 해당하지 않나 싶었는데 새우젓이나 액젓을 넣지 않은 김치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어요. 감칠맛을 매실청, 국간장으로 대체해도 충분하다니 평소 액젓의 강한 맛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응용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점심은 도시락용을 생각해서 식어도 맛있는 요리를 소개합니다. 샌드위치는 기본이고 참깨드레싱과 최고의 궁합이라는 채소찜은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기대됩니다. 밥 없이 두부로 대체한 두부유부초밥, 칼로리 낮은 콜리플라워 라이스 볶음밥, 비건 불고기용으로 나온 고기를 넣은 반미, 유부볶음고추장을 넣은 비빔밥 등 군침 도는 요리들이 정말 많아요.


튀김, 볶음, 탕 등 푸짐한 일품요리를 선사하는 주말 비건 레시피도 환상적입니다. 순대 없는 순대볶음맛 채소볶음, 대체육 패티를 사용한 햄버거, 두부를 사용한 깐풍기, 양념치킨맛 브로콜리 튀김, 고기 없는 파개장, 찜닭맛 버섯 채소찜, 닭갈비맛 떡볶이 등 고기 없이도 야식의 맛을 선사하는 레시피. 천국이네요. 그냥 먹기 질릴 때 딱 만들기 좋은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 유자 간장마요 디핑소스에 생양배추를 그냥 찍어 먹기만 해도 최고입니다. 무엇보다 완성된 요리의 비주얼이 도저히 맛없어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플렉시테리언 : 때때로 비건>에 소개된 레시피는 번거롭지 않아서 좋아요. 저자가 특별히 제안하는 식단 프로그램도 있는데 장보기 리스트에 소개된 그대로 재료를 준비해두면 1~2주가 편해집니다. 채식과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채식한다고 하면 걱정되는 부분이 영양소 결핍 문제잖아요. 동물성 식품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영양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짚어주고 있으니, 건강한 채식 라이프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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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 아스트랄 개그 크로스오버 단편집
정재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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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 개그 좋아하는 독자라면 취향저격인 단편집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황금가지 브릿G의 프로젝트는 언제나 펀펀한 재미를 안겨주네요. 개그에 진심인 11명의 작가들이 모인 이번 책도 평범한 소재도 기상천외한 전개로 뒤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피식거리는 웃음을 유발하거나 헐~ 하며 어이가 도망가게 할만한 상상력에 읽는 맛이 좋은 단편집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표제작이 된 작품이 중간에 배치되어 있었지만 가장 먼저 읽어봤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퍼뜩 이해할 수 없었던 맥아더 보살. 아침 공양으로 맥모닝 세트를 바치는 맥아더 장군 신령님을 모시는 보살이 등장하면서 깔깔 웃음 터지게 합니다. 성조기 별 모양의 향불 연기를 세심히 만드는 보살님. 그런데 오늘 일진이 좀...


신내림이 온 것 같다며 찾아온 아가씨. 그 존재는 바로 그레이트 올드 원이라는데. (순간 응? 익숙한 단어인데? 싶었더랬죠.) 생긴 건 문어머리같이 생겨서 숙회 삶아먹으면 딱 좋은 상을 가진 그 존재는 전 세계에 딱 세 권이 있다는 네크로노미콘을 읽고 감상문을 써라는 숙제까지 내줬다며 도움을 요청하러 맥아더 보살을 찾아왔습니다. (네크로노미콘이라니! 이것은 그 유명한 러브크래프트 작가의 허구의 책이 아닌가!) 그 암흑의 존재는 바로 크툴루였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작가와 그 덕후들이 만든 가상의 크툴루 신화 말이지요.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는 수많은 서브컬처를 낳은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가져온 패러디 작품이었던 겁니다. 아쉽게도 러브크래프트를 모른다면 빵 터지는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지만요.


맥아더 보살님 외에도 나머지 열 편의 단편들의 개그 퀄리티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 편 한 편 어쩜 그렇게 장르파괴적인 병맛 개그를 선보이는지요. 그 누구도 들어간 적 없으면서도 '창고'로 불리는 그곳. 어느 날 창고 정리를 맡게 된 주인공은 빡치면서도 은근 설레는데. 드디어 무수한 추측만 난무했던 창고 안을 보겠구나 싶었지요. 과연 창고 안에는 어떤 특별한 게 있을까요. 직장인의 애환이 촉촉이 스며든 정재환 작가의 <창고>입니다.


"나는 오징어요." 생물학적 오징어를 닮은 사람과 소개팅을 하게 된 주인공. 황당한 주장을 하는 오징어남과의 주고받는 대화 속에 싹트는 구수꼬랑한 오징어 향기가 지금도 나는 듯합니다. 오징어 씹으며 읽기 딱 좋은 이야기, 한고요 작가의 <오징어를 위하여>.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는 정말 최애 소설이었어요. 오늘 데려갈(!) 여자 뒤에 서 있는 저승사자. 아직 5분이 남아있어 여자가 작업 중인 모니터 화면을 보다가 깜짝 놀라는데. 바로 저승사자들이 무척 좋아하는 웹소설 다음 회차였던 것! 세상에나 작가였다니, 작품 완결도 못하고 데려갈 뻔했다니. 이미 명이 다한 작가를 살리기 위한 저승사자의 고군분투기, 넘 재밌었어요.


<죽음에 이르는 병, 발기부전! 그대로 놔두시겠습니까?>도 무척 좋았는데요. 깊은 밤 여자 혼자 사는 월세방에 난데없이 나타난 의문의 남자. 발기부전의 요정이라는데 ㅋㅋ. 아니, 여자한테 와서 흡연은 발기부전증 개선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이 요정의 정체도 궁금하고, 결말도 무척 궁금해지더라고요. 청년의 애환을 이토록 아스트랄적으로 표현한 방식이 맘에 쏙 들었습니다.


"하나된 열정"이라는 문구, 익숙하죠. 평창 동계올림픽 슬로건이었죠. 알바인생 주인공이 홍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기묘한 열정을 그려낸 <당신이 평창입니다>도 상상력이 탁월했어요. 마그네슘 영양제를 먹고 마그네슘워먼이 된 주인공이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 <생매장 여관의 기이>. 정도경 작가가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애쓰는 활동을 하고 있기에 이 작품에도 장애인 차별 철폐 및 다양성 존중에 대한 주제가 멋들어지게 담겨 있습니다.


필명과 제목이 어쩜 이리 찰떡 조합인지. 사피엔스 작가의 <You are what you eat>도 황홀하게 재밌었는데요. 야근 후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맥반석 계란 세 팩을 사 와서 까먹은 다음날, 닭으로 변한 주인공. 다행히(?) 자기만 변한 게 아니라 지구인 대부분이 변했습니다. 그들이 먹은 동물로 변한 겁니다. '내가 먹은 것이 곧 나'라는 주제를 이렇게 변형시키다니,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어요. 결말의 반전도 엄지 척이에요.


<무한마계지하던전>은 동생 패딩에 십자가 모양으로 오바로크를 친 주인공이 졸지에 용자가 되어 세계를 구원하는 신세가 된 요절복통 이야기입니다. 제 개그 취향엔 안 맞았지만 용자에 대한 관념을 뒤틀어버린 전개가 흥미진진합니다.


신좀비 세계관을 선보인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은 기발한 상상력에 배꼽 잡았어요. 인류 최후의 도피처에 간신히 모인 생존자들 중 한 명인 주인공이 이렇게 된 원인을 짚어보며 과거 회상을 합니다. 주인공은 제사 없애기 운동본부에서 활동하며 결국 제사를 없애는데 한몫했던 인물입니다. 제사를 없애자 죽은 조상님들이 되살아나버리는데... 기존 좀비 세계관과는 또 다른 전개 방식이 신선했어요.


<목탁 솔로>는 간지 쩌는 드러머가 되고 싶은 섬 소년의 성장기입니다. 극락의 힘이 깃든 목탁 비트를 내면서도 불가에 귀의하고 싶지 않다는 섬 소년에게 너는 속세에 너무 찌들었다며 나도 싫다는 부처님이라니. 목탁 소리가 치유 음악이 되는 가슴 따스한 여정이 펼쳐집니다.


개연성 따윈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이야기들에 크큭대며 웃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동이 줄어들진 않습니다. 유머 속에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담는 게 더 대단하지 않나요. 개그에 진심인 11명의 작가들 덕분에 이 무더운 여름을 조금은 시원하게 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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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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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향한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실험, 단편 소설 프로젝트 NC FICTION PLAY. 즐거움과 창작에 대한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의 캠페인 덕분에 국내 최고의 작가진 일곱 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김초엽, 배명훈, 편혜영, 장강명, 김금희, 박상영, 김중혁 작가까지 평소 눈여겨보던 작가가 한 명쯤은 포함되어 있을 거예요! 저마다의 감성이 드러나는듯한 사인에서부터 함께 놀아보자는 기운이 팍팍!


SF 요소가 들어간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는 김초엽 작가의 <글로버리의 봄>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평화로운 시골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 대저택. 그런데 경찰이 수사하는 게 아니라 왠 여행자들이 나타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칩니다. 이곳은 여행자를 위한 놀이 공간입니다. 즐거움의 도시 글로버리에는 이처럼 여행자들을 위해 설계한 공간이 즐비합니다. 단순한 감각 자극에 중독된 미래의 사람들. 글로버리에서는 궁극의 즐거움을 실현할 수 있어 인기 있는 곳입니다. 


게임 속 NPC 같은 인물의 역할을 하는 '블록'. 인간이 아니지만 너무나도 인간 같은 행동을 하며 연극의 부품으로 등장합니다. 수많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는 글로버리에서 설계자들은 경쟁적으로 자극 수준을 높여갑니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죽고 재조합되어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블록. 설정된 감정에 휘둘리는 블록이 생기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깁니다.


공간 설계자로 활동하는 주인공이 블록을 통해 글로버리의 실체를 깨달아가는 여정을 보여준 <글로버리의 봄>. 즐거움의 증폭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그야말로 끝이 없음을 넌지시 드러내며 자극적인 즐거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장편으로도 영화로도 확장되면 좋겠다 싶은 소재입니다.


배명훈 작가의 <수요 곡선의 수호자>는 엉뚱한 이론인듯하면서도 그럴법하다는 느낌을 안겨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주인공이 우연히 발견한 버려진 로봇. 그 로봇은 소비를 해야만 하는 로봇입니다. 퍼뜩 이해가 안 되지요? 일반적으로 로봇은 공급만 합니다. 로봇이 생산을 담당하다 보니 과잉 생산이 되었고, 정작 인간은 풍족해진 생활에 적극적인 소비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 로봇을 개발한 겁니다. 재밌는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즐거움을 주는 곳에 돈을 써야 했습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진짜 소비를 하려면 인간의 감정을 알아야 했습니다. 기억도 인간적이라 까먹는 것도 있고, '감'으로 판단할 줄도 아는 로봇이 탄생한 겁니다. 그런데 왜 로봇 혼자 버려져 있게 된 건지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편혜영 작가의 <우리가 가는 곳>은 잔잔한 스토리입니다. 실종되고 싶은 사람들을 사라지게 도와주는 실종대행업을 하는 주인공. 폐업하기 직전에 찾아온 의뢰인을 도와주느라 함께 떠나게 됩니다. 어쩌다 보니 시골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새로운 선택의 여정 속에 감춰져 있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과정이 울림을 줍니다.


장강명 작가의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은 작가의 이름이 그대로 등장해 논픽션인가 싶을 정도로 헷갈리더라고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긴 했지만, 픽션 맞다고 합니다. 무기력을 없앨 수 있는 행동 자극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박사에게서 받은 헤어밴드. 착용 첫날부터 중독됩니다. 우울증 때문에 그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글도 못 썼는데 이제는 깊은 몰입으로 의식의 흐름 기법대로 줄줄 써 내려가게 되니 중독 안될 수가 없겠죠. 창작에 대한 고통과 기술 진보가 만나 새로운 방식을 선사할 때, 그 이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악영향도 있을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입니다. 헤어밴드는 수동적인 즐거움의 비유이자, 단순한 쾌감 상태를 의미하는 물건입니다. 즐거움의 진정한 면모를 생각해 보게 하는 글입니다.


김금희 작가의 <첫눈으로>도 짠한 청춘의 고뇌가 담긴 글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예능국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시청자의 즐거움과 윤리 문제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직장인으로서 결국 회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을 겁니다.


박상영 작가의 <바비의 집>은 단번에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트라우마와 관련한 내면아이에 대한 이야기여서 심리적 접근이 인상 깊었던 스토리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즐거움과 달리 그 속에는 균열이 생겨있다면? 즐거움이란 그저 즐거운 일을 한다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김중혁 작가의 <춤추는 건 잊지 마>는 보더라인 경계원으로 일하며 난민과 대치해야 하는 괴로운 상황에 놓인 주인공. 해고당하지 않으려면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 때문에 위험에 빠진 난민을 도와줄 수도 없습니다. 이런 갈등 상황을 던져놓고 과연 즐거움이란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엄청 궁금해지더라고요.


2021년 나이키는 PLAY NEW 캠페인으로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즐거움에서 찾았습니다. 스포츠 그 자체의 즐거움을 누리자는 거죠. PLAY라는 단어가 가진 본질을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에서도 이처럼 찾아내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중요한 건 피상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을 찾는다는 데 있습니다.


<놀이터는 24시>에서는 그동안 별것 아니게 생각했던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7명의 작가들이 독특한 화법과 스토리로 즐거움을 고민하는 다양한 시선이 남다른 단편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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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와 융 -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두 영성가의 가르침
미구엘 세라노 지음, 박광자.이미선 옮김 / BOOKULOVE(북유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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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출신 작가이자 외교관, 정치가 미구엘 세라노가 청년 시절 스위스에서 말년의 헤세와 융을 수차례 만난 기록을 담은 <헤세와 융>. 노년에 이른 두 거장과의 대화에서 무르익은 지혜를 만날 수 있습니다.


1951년 배낭 메고 책 한 권 들고 나선 34세의 세라노가 74세의 헤세를 처음 만납니다. 헤세는 몬타뇰라에서 조용히 노년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는 저자는 헤세의 집도 정확히 모른 채 일단 고~!


영어권에서는 우울하고 재미없는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스페인과 남미에서는 인기였던 대작가 헤세를 만난다니. 얼마나 긴장했고 전율했는지 헤세가 거의 영적인 존재로 보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1951년부터 1961년까지 네 차례에 걸친 헤세와의 만남. 평화롭고 고요한 헤세만의 분위기가 대화에서도 드러나는 듯합니다. 그들의 대화에서 헤세의 책에 관한 주제가 빠질 수 없죠. <데미안>, <골드문트와 싯다르타>, <동방순례>, <유리알유희> 등 작품 이야기를 헤세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데미안을 융 학파에서 이야기하는 분석심리학 관점에서 풀어내는 그들의 대화에 감탄합니다. 저자는 헤세를 만난 후 바로 융을 만나러 가기도 하고, 융을 만난 다음 헤세를 만나기도 하면서 영혼의 쌍둥이처럼 닮은 운명이었다는 헤세와 융의 생각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관심 있는 독자라면 넓고 깊은 이해를 더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헤세 편에서는 저자의 방랑과 여행이 헤세를 통해 의미를 갖게 된 여정이 담담히 이어집니다. 헤세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저로서는 헤세의 독특한 사상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마력, 마법이란 단어를 꽤 좋아하던 헤세였군요. 마법적 영역의 신비함을 인도 사상과 밀접하게 연관해 설명합니다. 헤세가 전하는 동양의 지혜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헤세와 저자의 만남에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첫 만남 후 헤세가 부인에게 "어떤 사람이 찾아왔는데 내가 알던 사람, 친구 같은 사람이야."라며 말한 부분이었어요. 다정한 헤세의 노년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저자가 남극 여행 때 읽은 융의 <자아와 무의식과의 관계> 덕분에 융 박사에게 관심을 쏟습니다. 인도에서 외교관으로 있던 시절, 정신적으로 방황할 때에도 '영혼을 위한 투쟁의 시절'이라는 융의 용어를 빌려 자신을 표현할 만큼 융의 분석심리학에 빠져들지요. 마침 은거 상태였던 융 박사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헤세와 융 그리고 저자의 만남을 '비밀 클럽'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세 사람의 기묘한 우정이 이어집니다. 인도는 헤세와 융 모두 중요시했던 곳인 만큼 셋의 관심사가 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요한 헤세와 달리 융의 이미지는 무척 활기찹니다. 당시 여든둘이었던 융과의 첫 만남에서 저자가 융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요.


유머러스하면서도 동시에 꿰뚫어보는 듯한 융이 노년에 전달하는 지혜의 가치는 큽니다. 정신과 전문의로 오랜 경험을 했지만, 충족한 결혼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융의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도 좀 더 내밀하게 펼쳐집니다. 융 자신도 "내가 말하는 것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시인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니, 평범한 독자인 저로서는 그들의 대화가 무척 어렵게 다가온 건 사실이지만요.


헤세와 융은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났기에 이마저도 참 닮았구나 싶습니다.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살았던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기록한 세라노의 글 덕분에 인간의 마음과 본성에 대한 값진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헤세와 융에 대해 잘 모른다면 처음 읽을 땐 대화 자체를 이해하는 데 낯설 수 있지만, 두 거장의 작품이나 이론에 대한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니 깊이 있는 해석을 위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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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가리로만 할까?
박정한.이상목.이수창 지음 / 들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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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들이 아닌 좀 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 <왜 아가리로만 할까?>. 어린 시절 친구 사이인 박정한, 이상목, 이수창 세 저자는 직장인, 연구원, 취준생으로 서로 다른 길에 놓였지만 각자가 안고 있는 고민들을 털어놓다보니 셋의 고민은 비슷비슷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게다가 다들 아가리만 털고 있었다면서 자조합니다. '해야지, 할거야!'라고만 할 뿐, 실천하지는 않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입으로만 한다고 말해놓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아가리. 아가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은 "아가리 닥X!"만 생각나는지라 제목이 참신해서 읽은 책입니다. <왜 아가리만 할까?>에서 2030의 다양한 모습을 조금씩 가진 아가리 3인방이 들려주는 현재 우리 청춘의 모습을 살펴보며, 위로 보다는 아가리에서 함께 벗어날 방법을 고민해봅니다.


단골 멘트인 공무원 시험 준비나 할까, 유튜브나 할까, 다 때려치우고 사업이나 할까. 이런 아가리만 털다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만 숙달해가는 아가리들. 자기 합리화하는 정신승리만큼 해로운 적은 없고, 미루기에는 창조적 역량을 발휘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성장도, 성공도 그렇게 미루고 있다.'는 팩트가 뼈를 때립니다.


지금 행복을 누리자는 욜로가 한창 유행했을 때 자기계발형 욜로족은 충동적인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닌 진짜 나를 위해 욜로를 실천했습니다. '소비'가 아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욜로였던 겁니다. 아가리로만 하는 이들은 도피성 욜로을 선택했고, 공허함만 남은 채 욜로의 허상을 씹어댑니다. 누군가는 공허한 행복을 즐겼고, 누군가는 어제보다 한 발 나아갔습니다. 결국 마냥 벗어나기만을 바라는 도피성 마음가짐으로는 어디에 가나 또 다시 도망갈 곳만 찾게 될 거라는 걸 짚어줍니다.


무엇이 우리를 아가리로 만들었는지 환경적 요인부터 살펴봅니다. 5060 세대가 만들어둔 온실 속에서 갇혀 자란 아이들이 이제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뭘하고 싶은지, 좋아하는 게 뭔지 스스로 생각하고 탐험할 기회를 잃은 채 방향감을 상실했습니다. 실패에 너그러운 분위기가 아닌 사회에서는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으니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남게 됩니다. 회사에서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조차 꺼릴 만큼 소심해집니다.


어떤 사회적 환경이 우리를 아가리로만 움직이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분석한 글을 읽고나면, 사회가 어떻게 의지를 꺾는지를 공감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유를 이해한 이상 이제 바꾸지 못하는 건 스스로의 문제가 맞다는 말에 마음이 조급해질지도 모릅니다.


늦은 때란 없는 법. 지금부터라도 선택에 대한 경험치를 쌓기를 조언합니다. 다양한 경험 쌓기는 본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나간 일들에 자책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다 보면 기회와 마주할 날이 올 거라고 응원합니다. 단,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선 필요한 게 있습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합니다. 책상에 앉아 백날 생각한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능력이 생기진 않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답입니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니까요.


"좋아하는 일로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내공으로 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 - 책 속에서


정말로 발전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기는 할까? 아니면 뿌듯함이라는 달콤함에 속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음속 '나태함'을 짚어줍니다. 언제나 실천을 거부할 새롭고 합리적인 이유를 창조해내는 아가리이니까요.


<왜 아가리로만 할까?>는 성패를 가르는 열쇠로 실천을 통한 성공 경험을 꼽습니다. 결국 실천력의 부재를 해결해야 아가리 탈출이 시작되는 겁니다. 여기서 아가리 3인방의 꿀팁이 소개됩니다. 아가리 탈출을 위한 노하우는 '해보니 효과가 좋아서'가 아니라 '해봐서' 소개하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건 일단 실천해봤다는 거죠.


끊임없이 몰아세우는 방법은 아가리 3인방 모두 실패했었다고 합니다. 자기 절제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선 힘들더라고 고백합니다. 의지박약형에게는 루틴을 정착화하는 게 큰 도움이 되었고, 성취감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일일 목표량을 30% 줄이는 방법도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그들이 알려주는 아가리 탈출법을 하나씩 실천해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면 아가리 탈출에 성공하기도 하고, 약발이 다해서 회귀하기도 하는 반복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실천력이 레벨 업 될수록 완벽한 탈출은 아니더라도 견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왜 아가리로만 할까?>는 청춘의 아픔을 미화하는 대신 일단 탈출해보자며 독려합니다. 독자와 함께 옆에서 뛰어주는 아가리 3인방의 목소리가 큰 응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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