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역사 4 - 진실과 비밀 땅의 역사 4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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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문기자 박종인의 인문 기행서 <땅의 역사> 시리즈 4권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거짓이었으며, 거짓이라 치부했던 것이 진실인 우리 땅의 진실과 비밀을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역사의 명암을 조명하는 이 시리즈 덕분에 과거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흥선대원군이 선친 남연군의 묘를 이장한 충남 예산으로 간 박종인 기자. 남연군 묘와 관련해서는 2명의 천자를 낳을 명당을 찾아 전 재산을 털어 급히 이장했다는 이야기로 전해져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남연군묘는 용단승설이라 알려진 명차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묏자리를 보러 갔다가 고려 옛탑에서 700년 된 송나라 때 명차인 용단승설 네 덩이를 얻은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중 하나가 추사 김정희에게 갔다고 해요. 이 명차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참 재밌습니다.


명나라 때 금지령 내려진 용단승설은 말차라고 부르는 일명 가루차입니다. 제조 과정에서 백성의 노동력이 과중되었기에 금지령을 내렸고, 이후 찻잎을 우려내는 엽차로 차 문화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금지령에 내려지자 나비효과처럼 집착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기록으로만 내려오던 말차를 맛본 전적이 있는 추사 김정희도 마침 용단승설 한 덩이를 얻게 되자 자랑하기에 이릅니다.


명차와 관련한 이야기는 조선 다기로 이어집니다. 조선 다기 원천 기술자들을 일본에서 납치해갔다고만 알려진 도공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남연군묘가 있는 충청도 내포에서 실타래처럼 풀려나가는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땅의 역사> 시리즈를 읽다 보면 역사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꽤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대통령도 믿을 정도인 목민심서와 관련한 이야기는 진실을 알게 되니 꽤 허탈해집니다. 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설은 가짜뉴스라고 합니다. 48권 16책으로 방대한 분량의 한문본인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호찌민은 읽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여전히 대중이 혼동하게끔 언급되고 있는 출판계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 외 인터넷에 떠도는 우쭐한 이야기의 대표 사례로 이순신을 찬양했다는 도고 헤이하치로 이야기인데요. 역시 그릇된 신화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잔혹한, 권력이 권력을 잡아먹는 이야기는 아찔합니다. 병자호란과 관련해서는 <땅의 역사> 시리즈에서 꽤 주요 주제로 다뤄왔는데, 파란만장한 비하인드스토리를 마주할 때마다 놀라게 됩니다. 국난에 대처하는 자세의 명암을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치욕을 씻어낼 정신승리를 위한 희생양이 되었던 인물들에게 우리는 간신이라 낙인찍기도 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합니다.


조선 정치 엘리트 집단을 집단 감염시킨 사대는 정조 이후까지도 이어집니다. 사실 정조 시대 이야기는 꽤 반전과도 같은 충격을 주기도 합니다. 망국 때까지 벌어졌던 무법천지 막장 형벌제도를 펼친 영조의 탈법과 무법 행위, 세도정치로 조선왕조 국정의 100년 공백기를 만든 단초를 제공한 정조의 정실 인사 등 텅 빈 시대의 진실을 들춰냅니다.


기미년 그날 고종은, 안중근은, 왕족들은, 조선은 무엇을 했는가라는 주제로 써 내려간 위기의 시대를 다룬 마지막 장도 인상 깊습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면서 강제 병합과 10년간의 무단 통치가 이어졌지만, 만약 그때 처단하지 않았다면 달콤한 사탕에 홀린 조선이 지금도 일본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고 있었을 거라는 저자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당시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 근대화, 황제권 존중을 통해 조선이 일본에 자발적인 친밀감을 갖도록 계획 세운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건이 어떤 영향을 낳고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이어지는지 촘촘하게 연결한 <땅의 역사>. 이제까지 잘못 알려졌거나 은폐됐거나 혹은 전혀 몰랐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껍데기를 벗겨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처럼 왜곡, 과장, 선입견으로 점철된 역사를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흔적이 사라지고 기억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역사가 사라지겠는가."- 땅의 역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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