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조력자살 - 나는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미야시타 요이치 지음, 박제이 옮김 / 아토포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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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로 '좋은 죽음'에서 유래한 말, 안락사 Euthanasia. 그것은 정말 좋은 죽음, 안락한 죽음일까요. 1991년 일본에서 첫 안락사가 시행되었고, 1995년 안락사를 시행했던 의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일본에서는 사실상 현행 의료 제도에서는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연명 치료 거부나 중지를 가리키는 안락사(존엄사)는 현행 의료 제도에서 가능하지만, 그보다 일찍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해외로 나갑니다.


저자 미야시타 요이치는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한 전작 <안락사를 이루기까지>에서 안락사가 인정되는 나라와 인정되지 않는 나라를 취재하며 안락사의 법제화 여정과 현재 상황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11월 28일 조력자살>에서는 일본에 사는 안락사 희망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마침 스위스 조력자살 단체 라이프서클에서 안락사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던 한 사람의 여정을 함께하는 기회도 찾아왔습니다.


전작 출간 이후 '안락한 죽음을 희망'하는 이들의 메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안락사를 권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수많은 죽음의 방식 중 하나로 안락사에 대해 고찰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살지 생각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눈길을 끈 한 통의 메일. 50세 독신 여성 고지마 미나 씨는 다계통 위축증 난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서서히 전신의 기능이 사라지는 병입니다. 그리고 미나는 "제가 저로 있을 수 있는 동안 안락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안락사는 크게 적극적 안락사와 조력자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여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용인한 안락사이며, 의사가 제공한 치사약으로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인 조력자살은 스위스, 미국, 호주 일부 주에서 용인된 방식입니다.


조력자살이라는 어감은 많이 거북한 게 사실입니다. 자발적 조력죽음이라는 말로 대체하는 단체도 있다고 합니다. 일부 국가에서 안락사 법제화는 이뤄졌지만 시행 건수를 무작정 늘리지는 않습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들이 앓는 고통과 고뇌는 일반인들이 헤아릴 수 없을 겁니다. <11월 28일, 조력자살>에서는 고지마 미나 씨가 어떤 고민을 거듭하며 안락사를 바라게 되었는지 그 경위에 집중합니다.


스위스 조력자살 단체 중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디그니스타 외 이 책에서는 라이프서클이 등장합니다. 고지마 미나 씨는 라이프서클에서 안락사를 시행하고 싶어 합니다. 그녀는 한국인 할머니를 둔, 한국의 뿌리를 가진 사람입니다. 서울대 유학생으로도 지냈고, 이후 일본에서 한국어 통번역자로 살았기에 한국과의 인연이 닿아있는 그의 목소리를 더 귀기울여 듣게 되더라고요.


짐작할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앓는 다른 이들의 사례로 등장합니다. 말기 암환자인 요시다 준(가명)과 사진작가 하타노 히로시의 이야기를 통해 안락사의 다양한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완화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룹니다. 사실 신체적 고통만 섣불리 생각했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심리적 고통에 관한 문제도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고통이 시작되기 전에 죽고 싶어 하는 안락사를 희망하는 환자들. 안락사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도 엿볼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폐 끼치는 신세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게 작용하는 동양 문화와는 달리 서양은 자신의 의사로 죽음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인권이라는 사생관이 두드러집니다.


우리는 안락사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을까요. 존엄사와 안락사의 차이는 알고 있는지, 완화 치료는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은 사실 드뭅니다. 죽음에 관해 공공연히 말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동양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11월 28일, 조력자살>을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다양한 경로를 선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게 됩니다.


"저는 '삶'을 결코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 11월 28일, 조력자살 


스위스로 건너가 시행일을 앞둔 고지마 미나 씨의 마지막을 담은 장은 '최고의 이별'이란 타이틀이 달려있습니다. 일시적인 변덕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 고지마 미나 씨의 가치관과 사생관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되어 본인의 의지로 결정 내린 조력자살. 온갖 고통을 안고서도 삶과 마주했지만, 그 의미를 찾지 못한 자신의 결정이 난치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좋은 예는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두 언니의 지지를 받아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 자매의 모습을 보며, 그리고 남겨진 두 언니들의 그 후 심정을 듣다 보면 서로에게 얼마나 든든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고지마 미나 씨의 마지막은 행복했으리라 믿습니다.


한국에서 존엄사의 법제화가 이루어진 과정도 2009년 첫 존엄사 판결을 시작으로 2018년에야 존엄사법이 시행될 정도로 지난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갈 길은 멀지만 죽음을 앞두고 인간은 왜 안락사를 원하는지, 자기결정권에 의한 존엄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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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마크 모펫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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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카페에 별 걱정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지요. 그런데 이런 일이 침팬지 사회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면 그제서야 우리 스스로에게 감탄하게 될 겁니다. 모든 구성원을 알아야만 사회가 성립되는 침팬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종이 이룩한 가장 놀라운 성취 중 하나인데도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에서는 우리의 사회가 얼마나 필연적인 존재인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중요한지 등 사회의 본질을 사회의 기원, 유지, 해체 과정을 이해하면서 살펴봅니다. 곤충학계의 인디애나 존스라 불리는 마크 모펫 저자는 사회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이 책에서도 사회적 동물과 곤충에 관한 사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의 생물학적 뿌리와 문화적 진화를 다룬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개별 행동의 주체인 인간이 어떻게 사회를 이뤄 역사를 이끌어왔는지에 대해 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역사, 철학 등 폭넓게 조명해 <총, 균, 쇠>, <사피엔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등과 같은 역작이라는 평을 받습니다.


사회는 인간의 단독 발명품이 아닙니다. 다양한 척추동물 사회를 엿보며 사회에서 협동의 역할, 척추동물 사회의 부양과 보호 시스템을 살펴봅니다. 동물들의 이동이 사회의 다양성에 미친 영향은 역동적인 사회의 이동이라는 사회적 진화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회라는 개념에 들어맞는 사회적 동물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고 합니다. 다만 사회를 진화시키는 단계를 거친 종은 소수에 불과할 뿐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협동은 사회 존재의 필수요소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서로 알아보기에 의존하는 동물들은 사회 규모가 커지지 못합니다.


"침팬지는 모두를 알아야 한다. 개미는 아무도 알 필요가 없다. 인간은 그냥 몇 명만 알면 된다. 그리고 이것이 그 모든 차이를 만들어냈다." -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척추동물 사회의 한계를 돌파한 고등 종이 나타납니다. 개미와 같은 사회적 곤충처럼 인간도 익명 사회에서 낯선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게 가능합니다. 인간 사회와 곤충 사회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사회는 농업혁명의 유산으로만 생각했는데 인간에게는 언제나 사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사회라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이전부터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수천 년 전 인간 사회는 수렵채집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공동체였습니다. 작든 크든 자기 사회에 대한 애착이 있었고, 오늘날 우리보다 약하진 않았을 겁니다.


동물 중에서는 반드시 개체들 간 서로 알아볼 수 있어야 사회가 성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유리 천장을 깨뜨렸습니다. 모르는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는 익명 사회를 형성한 겁니다. 잠재적으로 거대한 규모를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의 정신은 더 소수의 개인 및 집단과 상호작용하도록 구성되어 있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기억할 필요가 없이도 사회는 잘 굴러간다지만, 대신 표지 확인을 통해 기준과 맞아떨어져야 구성원으로 받아들입니다. 억양, 몸짓, 옷 스타일, 의식, 깃발... 같은 표지 말입니다. 이것은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찢어놓는 힘도 갖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구 집단이 유지되려면 사회적 통제, 리더십 수용 등이 필요해집니다. 막대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사회 출신을 받아들여야 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정관념, 편견, 혐오 같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 말입니다.


사회에서 기대하는 정체성에 맞아야 외부자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니 사회가 허용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그 기준은 언제나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별개의 인종들로 구성된 국가는 다양성을 지지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을 때 잘 작동하는 법입니다. 마크 모펫 저자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상황에서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다른 반응 차이를 들려줌으로써 이 사회를 건강하게 장수하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합니다.


사회에 관한 빅히스토리를 들려준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기대한 만큼의 (사피엔스만큼?) 재미는 덜했지만, 찬찬히 탐독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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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박상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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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외롭고, 타인은 힘들고. 안 그래도 관계 맺기에 자신 없었던 이들은 재택근무 등 온라인 소통까지 더해져 더욱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관계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2020년 9월 영국에서는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 '관계 맺기' 교육과정을 필수교과로 도입할 만큼행복한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알지만, 우리에겐 그런 기회가 여전히 없습니다.


상처 치유, 관계 회복, 소통을 주제로 좋은 강연을 하는 박상미 저자의 책은 그 부재를 채워줄 만한 책입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면서 관계 맺기 할 수 있는 방법,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서 알려줍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 가족관계, 연인관계, 친구관계 등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나를 위한 관계 수업입니다. 나를 지키고 타인을 존중하는 '경계'를 배우는 겁니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한 말이 관계 맺기의 핵심이더라고요. "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대하듯 하라. 다가갈 때는 타지 않을 정도로. 멀어질 때도 얼지 않을 정도로."


사실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내 기준에서 타인을 받아들이기에 인간관계에서 누구나 상처를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두며 잘 지내는 관계 연습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상대가 의도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내가 바꾸는 것은 힘듭니다. 하지만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할 자유와 힘은 나에게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를 괴롭히는 방법 대신 나의 행복을 해치지 않는 행동으로 전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해요. '저 사람 도대체 왜 저리지?', '내가 왜 이런 비난을 들어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감정을 계속 상하게 만들지 말고, '정말 불쾌하지만 상대할 가치가 없지. 완벽하게 무대응하는 게 상책이야. 너는 영혼이 병든 불쌍한 사람이구나! 너에게 나의 행복을 내어줄 순 없어. 네가 던진 음식물 쓰레기를 나는 받지 않겠어! 네가 만든 쓰레기는 너 혼자 잘 끌어안고 다녀!'로 바꿔 대처하는 겁니다. 사이다 같은 문장 덕분에 뭔가 벌써부터 후련해집니다.


흥미로운 연구가 있더라고요. 비만, 흡연, 행복, 불행 등이 전염성이 있는 겁니다. 친구와 가족에게 전염되는 거죠. 끼리끼리라고 하는 말이 맞는듯해요. 긍정 에너지가 높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헤어지고 나서도 유쾌한 감정이 오래 남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과 함께였다면 에너지 탈탈 털린 기분만 남게 되는 건 다들 경험해보셨을 거예요. 서로의 심신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관계라니 나부터 지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또라이 같은 상사, 일은 잘하는데 소통은 전혀 안 되는 동료, 모이기만 하면 싸우는 가족, 독심술만 부리다가 이별하는 연인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대인관계 처세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소극적인 것 같지만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 방법들이 의외로 많았어요.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일괄 적용되는 방법은 아니지만, 어차피 듣지도 않을 것 같다며 지레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길 독려합니다.


내가 상처받는 진짜 이유는 나의 주관적인 해석 때문입니다. 수시로 생기는 불편한 감정을 알아가야 하는데 감정의 주체인 나도 내 감정을 몰라서 그렇습니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좋은 반응을 선택하는 능력을 키우는 연습을 매일 해야 합니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서는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직접 책에 쓰면서 연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단어는 많이 쓰진 않는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불필요하게 '죄송합니다'라고 예의 차리는 말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은 습관이더라고요.


관계를 살리는 핵심 요소는 공감대화라고 합니다. 우울, 불안, 불면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했던 박상미 저자는 그래서인지 공감력 만렙러인 것 같아요. 공감대화는 생각을 말하지 말고 소망을 말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 마 대신 ~하면 좋겠어 처럼요. 같은 뜻이지만 다르게 표현하는 겁니다. 이 부분도 다양한 예시가 제시되어 있어 연습하기 좋아요.


스트레스 호르몬은 1분 동안 짜증을 내면 40배의 시간인 40분 동안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하루 15분 짜증을 내면 무려 15시간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에 잠식되는 셈입니다.


주위와 편한 관계를 맺으려면 마음을 튼튼히 훈련시켜야 상처를 덜 받게 된다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인간관계에 힘들었던 사람들을 위한 관계심리학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로 이제는 마음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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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신의 맛있는 저염밥상 - 우리 몸에 이로운 제철 저염식
윤혜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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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을 적게 넣어도 이렇게나 맛있다!는 문구에 훅 끌렸어요. 동네에 어린 자녀 키우는 엄마들을 주 고객으로 둔 반찬집이 있어서 간이 약하게 된 반찬이나 국을 저도 몇 번 사다 먹었었는데요. 솔직히 몇 프로 부족한 감이 있었거든요. 쉬운 듯 어려운 게 바로 저염요리라잖아요. <윤혜신의 맛있는 저염밥상>의 저염식 레시피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국은 건더기보다 국물을 더 좋아하는 데다가 국보다 더 간이 센 찌개도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배달음식이나 간편식에 익숙한 요즘 너무 열심히 먹어댔더니... 이제는 간이 센 음식에 점차 지쳐가고 있더라고요. 보리밥이나 시골밥상 전문 음식점을 가도 예전에 먹던 그 맛이 나질 않아 아쉬웠습니다.


그렇다면 직접 해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어도 그 맛을 내가 제대로 낼 수나 있을까 싶어 도전조차 안 하고 있었는데, 마침 <윤혜신의 맛있는 저염밥상>을 만나게 되었으니! 딱 필요한 요리책이어서 반갑습니다. 귀촌 후 착한 밥집을 차린 오너셰프 윤혜신 저자의 비법을 담았습니다.


요리책인데 감성 포토에세이를 보는 것처럼 청량한 분위기를 내는 사진들이 많이 등장해 힐링되는 요리책은 또 처음 만나네요. 음식 세팅샷도 맘에 들어요. 한식이라고 하면 가짓수 많은 그릇부터 떠올릴 정도인데 이 요리책은 간결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소박합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맛이 없으면 꾸준히 먹기 힘들죠. 좋은 제철 재료로 영양은 쏙 잡고, 담백하면서도 맛은 좋게! <윤혜신의 맛있는 저염밥상>은 사계절을 담은 맛있는 저염밥상을 소개합니다. 싱그럽고 산뜻한 봄의 저염밥상, 간간하고 시원한 여름 저염밥상, 달곰삼삼 넉넉한 가을 저염밥상, 슴슴하고 따스한 겨울 저염밥상을 테마로 펼쳐집니다.





정확하게는 저염식보다는 저나트륨식이 맞는 말이라고 합니다. 소금 속에서 80% 이상의 나트륨이 있는데 너무 많이 먹었을 때 건강을 해치게 되니 나트륨을 줄여 먹어야 하는 겁니다.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 경로 1위인 김치도 저염김치를 담가 그때그때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저염김치라고 해서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소금 양을 조금 줄인 겉절이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저염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시작해서 저염식에 익숙해지는 노하우, 가장 우려하는 심심함을 없애주는 비결 등 저염식 초보자도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비법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음식들이 모두 정갈합니다. 더덕을 고추장 맛으로 먹어온 저로서는 더덕 고유의 맛을 살린 더덕들깨구이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주꾸미 볶음도 좋아하는데 봄에 한창 나오는 마늘종과 함께 볶아먹으면 정말 맛나다는 말에 군침이 쓱 듭니다.


매일 먹는 밥상부터 손님 초대상, 간단하면서 맛난 별미 간식, 선물용 음식 등 사계절 어떤 상황에서건 든든하게 담당해 줄 요리책입니다. 한식만 있는 게 아니라 서양식은 물론이고 면 요리도 있어요. 사실 재료들은 흔하디흔한 뻔한 재료이지만 조금만 방법을 바꾸면 새로운 요리가 탄생되는 마술을 볼 수 있습니다. 분명히 레시피대로 따라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면 밸런스를 잘 맞춘 상차림에도 주목해 보세요.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도록 저염식 노하우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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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다빈치 노트 - 역사상 가장 비범한 인간의 7가지 생각 도구
사쿠라가와 다빈치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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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과학, 건축, 의학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기고, 5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주목받는 존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만능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는 노력형 천재였습니다. 그 노력과 전략 여정은 그가 직접 쓴 노트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초역 다빈치 노트>는 8,000장의 다빈치 노트에서 선별한 71개의 문장이 등장합니다. 다빈치 마니아이자 연구가인 사쿠라가와 다빈치(얼마나 다빈치 덕후인지 이름마저도!) 그 문장들이 가진 의미를 분석해 천재적 사고의 원천을 밝힙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기록물을 통칭하는 다빈치 코덱스는 종류가 무척 많습니다. 지도책과 같은 크기의 대형 노트 <코덱스 아틀란티스>, 라틴어 공부에 열중할 때 사용한 <코덱스 트리불지아누스>, 새에 관한 내용이 가득한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연구한 <파리 매뉴스크립트 C> 등 동물, 회화, 무기, 기계, 악기 등 방대한 주제의 노트가 있습니다.


빌게이츠가 350억에 낙찰받았다는 다빈치 노트는 물과 우주에 관해 고찰한 <코덱스 레스터>입니다. 현존하는 다빈치 노트는 대부분 유서 깊은 도서관과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이 노트는 개인이 소장하게 된 노트이지요.


저는 2017년 다빈치 코덱스전에서 몇 가지 코덱스를 직접 본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다시 본다면 더 의미깊게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거울문자를 직접 봤을 때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단순히 현상을 기록하는 관찰 노트 정도로만 알았다면 의외의 감성 문장들을 만날 때 놀랄 수도 있습니다. 어록이 어마어마하네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다재다능인이 될 수 있었던 근간에는 자신을 존중하는 힘, 몰입하는 힘, 통찰하는 힘, 창조하는 힘, 인간관계의 힘, 실천하는 힘, 행복을 불러오는 힘이라는 7가지의 힘이 있습니다. 이 책은 다빈치식 생각 도구를 만든 7가지 힘을 통해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시스티나 성당 벽화 프로젝트에 같은 공방에서 일한 보티첼리는 뽑혔는데 자기는 선발되지 못했을 때 그는 어떻게 그 위기를 이겨냈는지, 지성인들이 다니던 플라톤 아카데미에 가고 싶었지만 학력이 없던 그는 못 들어가자 어떻게 행동했는지...


열등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었고, 자존감이 떨어져 위축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겨냈습니다. 삶 곳곳에 등장했던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이 노트에 있습니다. 남이 무시한 말 한마디에도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밝히며 자존감을 지켰습니다. 결점을 고치는 데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 강점을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코덱스를 볼 때마다 그는 기록의 의미를 잘 살리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좋은 인상을 받거나 가슴에 와닿은 일을 그대로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는 겁니다. 기록함으로써 말이죠. 어떤 점이 창의적이고 좋았는지 핵심을 기록해두고 자신도 실천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의문조차 품지 않을 것들을 '왜'라는 의문으로 접근해 탐구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호기심을 좇아 의문을 해결하는 데 몰입하는 힘이 다빈치식 생각 도구의 근원입니다. 물론 몰입도 잘해야 합니다.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기에 때때로 일에서 벗어나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합니다. 그래야 다시 일로 돌아갔을 때 더욱 뛰어난 발상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이죠. 탄력 있게 완급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다빈치 코덱스는 문자를 반전시킨 거울문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추측이 있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일을 함으로써 자존감과 몰입하는 힘이 커진 건 사실일 겁니다.


23세 무렵부터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인 후 40년 넘게 기록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스로를 가엾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로 번민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자문자답하며 결국 문제 해결을 해나갑니다.


자만심에 빠지지 않았던 그는 서른 살이나 어린 사람의 제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에게 배우는 걸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인물입니다.


인상적인 기록이 있었는데요. 해야 할 일 목록이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여서 다른 건가 싶을 정도로 놀랍습니다. 산술의 달인에게 삼각형의 면적 계산법을 배운다, 이탈리아 블레라 지역의 수도사에게 <중량에 관해서>를 보여달라고 청한다, 포병 잔니노에게 페라라의 탑에 구멍을 내지 않고 벽을 세우는 방법에 관해 묻는다, 베네데트 포르티나리에게 플랑드르 사람들은 어떻게 얼음 위를 걷는지 물어본다... 와우! 15개 할 일 중 8개가 다른 전문가에게 묻고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인풋 기술과 아웃풋 기술에 관한 파트도 실용적입니다. 독서를 즐겨 했던 그처럼 인풋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책장 정리법에서부터 목적별 글쓰기를 통한 아웃풋까지 메모광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방대해서 쏟아져들어오는 정보가 무척 많습니다. 지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학습법도 그가 일찌감치 활용했던 것들이 많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사람에 대해 경이로운 감정이 솟아납니다.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이고, 실행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언하는 <초역 다빈치 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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