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마크 모펫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카페에 별 걱정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지요. 그런데 이런 일이 침팬지 사회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면 그제서야 우리 스스로에게 감탄하게 될 겁니다. 모든 구성원을 알아야만 사회가 성립되는 침팬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종이 이룩한 가장 놀라운 성취 중 하나인데도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에서는 우리의 사회가 얼마나 필연적인 존재인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중요한지 등 사회의 본질을 사회의 기원, 유지, 해체 과정을 이해하면서 살펴봅니다. 곤충학계의 인디애나 존스라 불리는 마크 모펫 저자는 사회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이 책에서도 사회적 동물과 곤충에 관한 사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의 생물학적 뿌리와 문화적 진화를 다룬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개별 행동의 주체인 인간이 어떻게 사회를 이뤄 역사를 이끌어왔는지에 대해 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역사, 철학 등 폭넓게 조명해 <총, 균, 쇠>, <사피엔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등과 같은 역작이라는 평을 받습니다.


사회는 인간의 단독 발명품이 아닙니다. 다양한 척추동물 사회를 엿보며 사회에서 협동의 역할, 척추동물 사회의 부양과 보호 시스템을 살펴봅니다. 동물들의 이동이 사회의 다양성에 미친 영향은 역동적인 사회의 이동이라는 사회적 진화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회라는 개념에 들어맞는 사회적 동물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고 합니다. 다만 사회를 진화시키는 단계를 거친 종은 소수에 불과할 뿐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협동은 사회 존재의 필수요소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서로 알아보기에 의존하는 동물들은 사회 규모가 커지지 못합니다.


"침팬지는 모두를 알아야 한다. 개미는 아무도 알 필요가 없다. 인간은 그냥 몇 명만 알면 된다. 그리고 이것이 그 모든 차이를 만들어냈다." -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척추동물 사회의 한계를 돌파한 고등 종이 나타납니다. 개미와 같은 사회적 곤충처럼 인간도 익명 사회에서 낯선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게 가능합니다. 인간 사회와 곤충 사회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사회는 농업혁명의 유산으로만 생각했는데 인간에게는 언제나 사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사회라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이전부터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수천 년 전 인간 사회는 수렵채집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공동체였습니다. 작든 크든 자기 사회에 대한 애착이 있었고, 오늘날 우리보다 약하진 않았을 겁니다.


동물 중에서는 반드시 개체들 간 서로 알아볼 수 있어야 사회가 성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유리 천장을 깨뜨렸습니다. 모르는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는 익명 사회를 형성한 겁니다. 잠재적으로 거대한 규모를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의 정신은 더 소수의 개인 및 집단과 상호작용하도록 구성되어 있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기억할 필요가 없이도 사회는 잘 굴러간다지만, 대신 표지 확인을 통해 기준과 맞아떨어져야 구성원으로 받아들입니다. 억양, 몸짓, 옷 스타일, 의식, 깃발... 같은 표지 말입니다. 이것은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찢어놓는 힘도 갖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구 집단이 유지되려면 사회적 통제, 리더십 수용 등이 필요해집니다. 막대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사회 출신을 받아들여야 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정관념, 편견, 혐오 같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 말입니다.


사회에서 기대하는 정체성에 맞아야 외부자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니 사회가 허용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그 기준은 언제나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별개의 인종들로 구성된 국가는 다양성을 지지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을 때 잘 작동하는 법입니다. 마크 모펫 저자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상황에서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다른 반응 차이를 들려줌으로써 이 사회를 건강하게 장수하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합니다.


사회에 관한 빅히스토리를 들려준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기대한 만큼의 (사피엔스만큼?) 재미는 덜했지만, 찬찬히 탐독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