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지 않는 기술 -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잠재력을 깨우는 과학적인 방법 21가지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 한양희 옮김 / 이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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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중요한 순간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원하는 대로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의 행동 가운데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10%에 불과하고 상당 부분은 무의식에 의해 움직인다고 합니다. 숨 쉬는 것도, 눈을 깜빡이는 것도, 다리를 떠는 것도... 자동적으로 우리 몸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일상의 임무를 완수해나갑니다.


의학박사 고바야시 히로유키는 잠자고 있던 무의식의 힘을 내 것으로 만들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합니다. 의사가 되어 공부하면서 자율신경의 메커니즘과 많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무의식의 힘을 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과학적으로 접근합니다.


'평소대로, 연습한 대로'를 외쳐도 자꾸 의식하게 되면서 실력 발휘를 못하고 망치는 경우가 많다면 이 책이 도움 될 겁니다. 무의식의 힘은 자신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 힘을 끌어내 활용하는 게 관건입니다.


<의식하지 않는 기술>에서는 쓸데없는 것이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에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자그마한 것들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찾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선택지를 일부러 좁혀 같은 색상의 옷만 옷장에 두는 것처럼 자신만의 루틴을 세세하게 정해두는 CEO, 운동선수가 꽤 많지요. 불필요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꽤 큰 영향을 발휘합니다. 한마디로 준비는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본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집중력이 극에 달하고, 심신의 감각이 최고치에 달하면서 실력이 100% 이상 발휘되는 상태를 존 상태라고 합니다. 일명 궁극의 집중 상태입니다. 자율신경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둘 다 높은 수준보다 더 올라간 때에 나타나기 쉽다고 합니다. 이런 존 상태와 무의식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무의식의 힘이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진 최상의 형태가 존 상태입니다. 이런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많은 수련과 단련을 반복해야만 가능합니다. 최고의 운동선수처럼 완전히 끌어내지는 못하더라도 30%만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몸과 마음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든다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테지요.


의식에 사로잡히면 스트레스가 커져버립니다. 사소한 스트레스도 누적되면 위험합니다. 자율신경의 균형은 정말 자그마한 스트레스에도 취약하다고 합니다. 별거 아닌 일을 의식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자율신경의 균형은 흐트러져버리고 반복될수록 질병에 노출되기 쉬워진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적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의식에 속박에서 벗어날 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을 때 보통 어떤 행동을 하나요? 숨을 크게 한 번 쉬어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게 바로 호흡과 자율신경의 메커니즘에 의한 행동이더라고요. 이왕이면 천천히 들이쉬는 심호흡을 통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릴랙스 모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의식하지 않는 기술>에서는 내 안의 숨은 가능성을 깨워줄 4가지 기술과 3단계 훈련법을 다룹니다. 멍하니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갖기, 천 번 노크 방식으로 단련에 집중하기, 무의식적으로 하게 될 때까지 계속 반복하기, 사소한 것도 철저하게 자동화하기로 무의식을 힘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무의식의 힘의 크기를 이해하고, 매일 생활 속에서 4가지 기술을 훈련하고, 실천을 통한 경험을 쌓아갈 때 무의식은 무한한 가능성의 보물 상자가 된다고 합니다.


결국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처음에는 확실하게 '의식'을 해서 기본 틀을 익히고, 점차 의식을 줄이고 무의식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매일 흐트러지지 않기 위한 습관, 고민하지 않기 위한 습관을 추구해나가면 무의식의 힘은 점점 커집니다.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발해질 때 무의식의 힘이 커집니다. 일상 속에서 무의식의 힘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 21가지를 들려줍니다. 이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항목부터 하나씩 몸에 익혀나가면 됩니다. 하루 5분 스마트폰 없이 멍하니 있는 것에만 시간 보내기, 정해진 목적 없이 산책하기, 손으로 정성껏 글씨 쓰기처럼 심신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소개됩니다.


무의식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의식만을 고집하면 안 된다고도 말합니다. 의식과 무의식이 균형 있게 작동할 때 비로소 무의식의 힘이 최대한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내 안의 무의식을 등한시하기에 타인의 시선에 의식하고 당장 눈앞에 높여 있는 일에만 신경 쓰다가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짚어줍니다.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바쁘게 흘러가는 겁니다. 잠시 멈추고 나쁜 흐름을 좋은 흐름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의식하지 않는 기술>로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좀 더 나은 결과를 낳는 생활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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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필독서 30 - 조지 버나드 쇼부터 아니 에르노까지 세기의 소설 3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4
조연호 지음 / 센시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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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품은 뭔가 어렵게 느껴져 선뜻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내심 읽어보고 싶은 마음 정도는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책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입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1901년부터 2022년까지 119명이 탄생했습니다. 작품성은 물론이고 시대 상황과 출신 등 작품 외적 요소도 영향을 미치는 노벨문학상이기에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이 빠진 경우도 많지요.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작가의 팬이라면 상에 대해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상업적으로 변질됐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작가가 수상을 거부하거나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노벨문학상 자체를 폄하하기란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믿고 읽을 수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들입니다.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오랫동안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검증받은 작가의 대표 작품 30권을 다룹니다. 고전이라 일컫는 1900년대 문학 작품부터 2022년 아니 에르노 작가에 이르기까지 세기의 작가 30인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전 판타지 동화 <닐스의 이상한 모험>을 쓴 셀마 라겔뢰프는 노벨문학상 최초의 여성 작가입니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엘리트 교육을 받아 교사로 활동하며 책을 쓴 작가입니다. 권선징악적 교훈을 담은 동화 <닐스의 이상한 모험>을 어른의 눈으로 읽으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에서는 심사평의 핵심 구절을 소개하는데요. 셀마 라겔뢰프의 '고상한 이상주의'는 당시 여러 사상이 대립하고 투쟁이 치열했던 시기에 공존과 통합을 희망하는 이 동화의 울림이 그 시대에 필요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전쟁, 불평등, 기후 위기 등으로 몸살을 앓는 현대에도 통찰을 안기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아이들만 읽는 명작 동화로만 알고 있던 책이 성인도 읽어야 하는 뜻밖의 의미가 가득한 책으로는 <파랑새>도 있습니다. <파랑새>의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 역시 노벨문학상 수상자입니다.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한 꼭지당 10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수상 배경부터 작품 설명, 심사평 그리고 작가와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담아 짧게나마 문학의 세계를 맛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정도까지는 그래도 청소년 필독서라는 이름하에 억지로라도 읽은 고전 소설이 눈에 띄긴 하는데 이후로 갈수록 이름만 들어본 책이 수두룩합니다. 2000년대 이후 작가와 작품 소개 비중을 높인 책이어서 만족스러웠어요.





소설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무조건 어려울 거란 생각에 밀쳐두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풀어냅니다. 물론 한 쪽도 쉽게 읽히지 않을 만큼 난해한 책도 있지만 그 또한 이 책이 큰 도움을 줍니다. 작가의 사회적 비판의식도 중요하고 문학의 예술성도 뒷받침돼야만 받을 수 있는 노벨문학상. 21세기에 들어서서는 여성 작가의 수상 소식이 눈에 띕니다.


과격한 성 묘사와 신랄한 비판이 가득해 논쟁이 된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 역대 최고령의 나이로 수상한 도레스 레싱,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 앨리스 먼로, 잊힌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자전적 소설로 사회를 비판하는 아니 에르노 등이 있습니다.


탈서양, 탈남성 작가를 꾀하는 노력도 보이고 있고, 선정 스펙트럼을 넓혀 작품 자체에 힘을 싣는 분위기를 보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성별, 문화권별 최초의 수상 타이틀을 가진 작가나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가치를 짚어내며 접근합니다.


누군가에겐 겨우 30권일 수도 있겠지만 명망 있는 작품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겐 친근하게 접근하는데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30권을 시작으로 더 넓은 문학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입니다. 나와 내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이야기하는 문학 작품들이 안겨주는 뜻밖의 기쁨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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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와의 키스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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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같은 작가 케이시의 소설 <대지와의 키스>. 노숙자가 된 헤드헌터의 생존기를 그려낸 소설입니다. 이 멋진 소설의 결말을 고이 감춘 채 소개를 드리자니 입이 근질거립니다. 반전소설의 스포를 경계하는 분을 위해 최소한의 내용만 오픈합니다.


케이시 작가의 데뷔작 <네 번의 노크>는 영화계에서 먼저 눈도장을 찍어 영화화 계약될 만큼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두 번째 소설 <0125>는 픽사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스토리텔링으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신작 <대지와의 키스>도 놀라움을 안겨주네요. 노숙자 신세가 된 냉소적인 헤드헌터가 기발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잘나가던 헤드헌터의 '일시적 주거 후퇴'. 이 단어만으로도 주인공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지금은 노숙자 신세로 살지만 자신은 이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이 생활의 끝이 반드시 있을 거라는 걸 믿습니다.


헤드헌터로 일하다 연대책임 문장 한 줄로 인생이 꼬인 주인공. 금융 사고를 일으키고 잠수를 타게 됩니다. 그의 목표는 공소시효 기간 동안 잘 버티는 것입니다. 자고 먹는 일상이 노숙자와 다를 바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노숙자들처럼 행동하진 않습니다. 유령처럼 존재감 없이 도시를 방황하면서도 나름 품위유지를 해냅니다.


"머리를 조금만 쓰면 길거리의 모든 게 공유 대상이 된다."며 분실물 휴대폰 충전기를 당당하게 챙기기도 합니다. 휴대폰의 전화 기능은 중지되었어도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라면 여전히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금도 부족하고 집도 없는데 어떻게 먹고 잘까요. 서너 시간만 자도 거뜬한 쇼트 슬리퍼여서 잠자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카페에서 쪽잠을 잘 때는 근처 쓰레기통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을 주워서 들어갑니다. 대개는 마트 화장실 비품칸에서 잠을 청합니다. 마트에서는 마음 좋아 보이는 할머니 앞에 줄을 서고 계산대에서 지갑이 없어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면 너그러운 은혜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는 귀여운 수준입니다. 자원봉사에서 힌트를 얻어 현금 기부를 받는 데에도 도가 텄습니다. 현금 부자가 될 만큼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상상 초월의 행각들이 펼쳐집니다.


"홈리스(Homeless)라고 해서 홉리스(Hopeless)가 되라는 법은 없다." - 책 속에서


그러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폭동이 일어나고 도시는 폐쇄됩니다. 다행히 마트가 폐쇄되기 전 숨어드는 데 성공했고, 마트는 안전지대가 됩니다. 마트 청소 일을 하던 여자를 이곳의 대장으로 삼고 평소 마음에 뒀던 카페 직원, 임산부 노숙자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바깥세상이 뒤집어졌으니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협력합니다. 거리 생활을 할 때부터 처세술이 남달랐던 '나'는 폐쇄된 상황에도 제법 잘 대처합니다. 드론을 띄워 주변을 탐색하며, 고립되었지만 안전한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희망, 절망, 사실, 거짓을 적절히 배합해서 말이죠.


이 소설에서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청소 여자는 대표로, 카페 직원은 콩, 임산부 노숙자는 긴 머리 등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별명으로 부릅니다. 때로는 로맨틱하게 때로는 침입자들의 위협을 물리치며 긴장감 넘치는 생활이 이어집니다.


임신한 노숙자 긴 머리와의 대화에서 '대지'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노숙자 신세이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려는 긴 머리는 자신이 "무수히 많은 꽃을 피워낼 수 있는 대지"라고 말합니다. 어머니의 마음처럼 자애롭고 풍요로운 느낌인 대지. 소설 제목 대지와의 키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후반에 이르러서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한 줄의 교훈을 처절하게 겪으며 거리 생활을 하다가 고립된 마트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과 생존하는 헤드헌터. 결말에 이르면 그제야 생략된 많은 부분들을 깨닫게 되면서 놀라운 반전에 머리를 짚을 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픈한 내용만으로 이 소설을 섣불리 판단하지는 마시길. 헤드헌터의 적나라한 마음을 빈틈없이 따라가는 스토리텔링과 독특한 전개 방식 덕분에 책장을 덮은 순간 바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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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철학 - 거짓 세상의 파도 위에서 철학으로 중심잡기
라르스 스벤젠 지음, 이재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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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철학 교수 라르스 스벤젠의 <거짓말의 철학> 탄생에 지대한 역할을 한 정치인은 도널드 트럼프였습니다. 현대 정치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거짓말쟁이라고 (이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에게 압도적으로 추월당했지만) 하는데요. 진실할 책임을 저버리는 거짓말과 개소리와 트루시니스(사실 여부 확인 없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사실로 인식하는 상태)를 파헤치고 싶어 거짓말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익한 윤리 수업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노르웨이는 최고 수준의 대인신뢰도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전체 가구의 거의 절반이 1인 가구입니다. 개인화된 사회들은 대인 신뢰 수준이 높고 신뢰 반경이 훨씬 큰 반면, 집단주의 사회들은 대인 신뢰 수준이 낮은 양상을 보인다는데 이는 민주주의의 신뢰와도 연결된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는 신뢰가 규준이 아닌 사회에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거짓말은 상대를 사실관계가 아닌 자기 의지에 예속시키려는 행동입니다. 정치인과 시민이 진실에 매진하지 않는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의 철학>에서는 진실성이 민주주의에 가치를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일깨웁니다.


거짓말에 대한 주제는 사회심리학, 언어철학에서 많이 다뤄 관련 책을 읽어본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거짓말 판별법도 빠짐없이 등장하죠. <거짓말의 철학>에서는 윤리적 쟁점으로 접근합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나 친구 사이의 거짓말처럼 사적 영역에서의 거짓말과 정치세계의 사회적 차원의 거짓말을 살펴보며 하얀 거짓말부터 검정 거짓말 그리고 그 사이의 수많은 회색 거짓말로 점철된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거짓말의 반대는 진실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진실성이라고 합니다. 내 말이 거짓말인지 여부는 내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에 달려 있지 않은 겁니다. 내가 내 말을 참으로 믿는지 거짓으로 믿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의 반대는 진실성입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이 실제로 진실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는 직감에 의지해 진실로 결론 내리는 경향이 큽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항상 오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 새로운 진실을 찾아야 합니다. 거짓말의 개념을 이해할수록 진리 탐색자로서 책임감 있고 성숙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거짓말은 언제나 잘못이지만, 옹호될 법한 특별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거짓말하는 이유는 참 다양합니다. <거짓말의 철학>에서는 칸트, 쇼펜하우어, 존 스튜어트 밀 등 철학자들은 거짓말을 어떻게 정의 내렸는지 살펴보면서 거짓말에 대한 윤리철학을 소개합니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처럼 자기기만에 대해서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자기기만은 사실상 거짓말보다 트루시니스에 가깝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일정량의 자기기만을 적용하지 않고는 삶을 헤쳐나가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자기기만이 심할 경우 양심이 우리 행동을 인도하는 능력을 방해한다는 데 있습니다. 진실을 추구한다면 적어도 통찰을 제공할 능력, 인생에서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을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거짓말의 철학>은 자기기만이 아니라 자기 인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거짓말계의 압도적 거물 도널드 트럼프는 정치적 거짓말 사례에서 빠지지 않는군요. 너무나도 노골적인 거짓말을 해서 오히려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그를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사람'으로 솔직함의 대명사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치에서 거짓말은 언제 허용될까요. 칸트는 거짓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는 주의고, 결과가 이롭다면 허용되는 건 마키아벨리의 관점이며, 정치에서는 때로 필요하다는 관점을 보인 막스 베버도 있습니다. 현대 정치에서 우리는 외교 정책 관련 거짓말은 결과가 좋으면 용서를 하고, 국내 정책 분야는 지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타적 거짓말이라 불리는 것들은 온정주의 거짓말이기 쉽고, 정치에서 오히려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다는 겁니다. 시민을 합리적 의견 형성의 역량이 없는 어린아이처럼 여기는 셈이거든요.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차단하는 대국민 거짓말은 국익이라는 이름하에 수없이 나타났습니다. <거짓말의 철학>은 정치적 거짓말은 진정한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들려줍니다.


사회심리학 실험에서 사람들은 평소 상호작용의 25퍼센트가량 거짓말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해석은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합니다. 소수가 매우 높은 빈도로 거짓말하면 평균이 쉽게 올라갑니다. 실제 우리가 서로가 하는 말들 중 거짓말의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정직한 다수가 구축한 신뢰에 거짓말하는 소수가 기생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거짓말이 성공하기도 하고요.





대체로 우리는 사람들이 진실을 말한다고 가정합니다. 거짓말한다는 생각이 들려면 그럴 만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거짓말 판별법으로 남들을 더 의심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거짓말이 쉬운 해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유지 비용이 꽤 든다고 합니다.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으려면 뱉은 말을 기억하고 입조심을 하는 등 자기 감시가 필요해집니다. 사소한 일에도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에 쉽게 익숙해집니다.


한편으로는 남들에게 숨길 속내는 숨기고,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인간 공동체는 어느 정도의 가식을 요한다는 걸 부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믿고 싶은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짓말의 철학>은 외부 환경이 아닌 자기 안에 진실성의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실생활에서는 트루시니스를 특히 경계하자고 조언합니다. 정신적 나태를 경계합니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로 진실인지 굳이 확인하려 들지 않은 우리의 성향이 가짜 뉴스, 허위의 주요 원천이라고 말이죠.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진실하기 위해 노력할 도덕적 의무를 이야기하는 책 <거짓말의 철학>. 어려운 해법은 없습니다. 자신이 믿는 바를 말하고, 그것의 진위 확인을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일깨웁니다. 그걸 하지 않기에 이 책이 나온 이유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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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사 사회
송병기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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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하라더니 이제는 각자도사인가요. 각자 알아서 살고 각자 알아서 죽는 사회.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존엄한 죽음은 불평등합니다.


여러 나라의 요양원, 호스피스, 요양병원, 대학병원에서 현장 연구하며 죽음과 불평등의 관계를 탐구한 의료인류학자 송병기 저자의 책 <각자도사 사회>. 집, 노인 돌봄, 호스피스, 콧줄, 말기 의료결정에 이르기까지 생애 말기와 죽음의 경로 속에서 한국 사회의 현시점을 들여다봅니다.


언제부터 죽음이 개인의 능력에 달린 문제가 되었을까요. 우리는 최대한 천천히 늙기를, 덜 아프기를, 깔끔하게 죽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저자는 묻습니다. 존엄하게 죽기 위해서는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안에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현실은 일하다가 죽고, 가난해서 죽고, 학대로 죽고, 고립으로 죽고, 차별로 죽습니다. <각자도사 사회>는 존엄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생명은 연장됐는데, 한국 노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자살한다. 정년의 개념은 온데간데없고, 일자리가 최고의 노인복지로 여겨진다. 오늘날 미래는 재테크나 노후 준비를 뜻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미래에 죽을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죽지 못해 살까 봐 두려워한다." - 책 속에서


집에서 자다가 죽으면 호상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요즘 현실에서는 누락된 맥락이 있습니다. 노인 빈곤율이 극심한 현실에서 과연 그 집은 안식처일까요, 고립된 장소일까요. 환자와 돌봄 제공자의 삶의 조건에 따라 생애 말기 돌봄 수준이 크게 달라집니다. 여전히 돌봄은 불안정한 노동, 의료, 복지 구조 속에서 여성이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하는 일입니다.


고관절 수술로 일상생활이 힘들어지자 요양원에 들어간 한 노인은 매일 팥죽을 먹는 간식 시간이 그렇게도 싫지만, 억지로 먹고 자리를 뜹니다. 그래야 일하는 분들과 딸에게 짐이 되지 않으니까요. 팥죽 간식을 거부하면 괴팍한 노인으로 낙인찍힙니다. 개인의 기호는 사라집니다. 이조차도 자신의 취약함을 온갖 서류로 증명해야만 가능합니다. 불편한 문제가 없는 좋은 돌봄을 원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커뮤니티 케어 같은 현행 제도들이 왜 만들어졌는지,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늘어났는데 왜 돌봄 노동자 수는 부족한지, 이는 어떤 문제로 이어지는지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환자, 보호자, 의료진 각각의 입장을 들여다보며 제도와 현실의 불일치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들려줍니다.


일명 콧줄이라 불리는 비위관 삽입.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일상적 의료행위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자는 인공적인 비위관 삽입이 환자의 상태와 삶의 질을 충분하게 향상시키지 않고 수명만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던집니다. 물론 비위관 삽입을 애초에 제외하고 최대한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요양원도 있습니다.





이제는 재택사보다 병원사가 늘어났습니다. 생애 말기 돌봄과 죽음이 환자, 보호자, 의료진 간의 협상과 결정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없이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르는 길 앞에 놓인 장애물이 참 많습니다. 노인 자살, 간병 살인, 고독사 그리고 안락사까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타인의 돌봄 관계에 수많은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죽음의 타이밍을 고민할 뿐입니다.


무연고 사망자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떤 관점으로 다가가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비혼, 저출산, 고령화, 가족 해체를 원인으로 가족 유대감을 강조하는 해법으로만 접근하는 기존의 처방에 의문을 표합니다. 저자는 1인 가구, 동거 가구, 동성 가구, 비혼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체계와 규범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합니다. 연명의료결정, 장례식 등의 문제에서 혼자 사는 사람의 죽음을 시민 연대, 사회적 친족 개념으로 다가서도록 촉구합니다.


웰다잉 담론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능동적인 죽음 준비 과정이라는 담론을 담은 웰다잉이 간과하는 것은 없을까요. 좋은 죽음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개인, 질병과 돌봄을 오히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쉬워진다고 합니다. 역설적으로 웰다잉이 유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좋은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참고문헌으로 수록된 도서 목록에서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 많았습니다. 주제는 묵직하지만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로 풀어내는 책이라 부담스럽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책입니다.


존엄한 돌봄과 죽음을 희망하지만 노화, 질병, 돌봄, 죽음을 이 사회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의료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짚어준 <각자도사 사회>. 한국의 기이한 의료체계, 빈약한 사회보장, 정의롭지 못한 돌봄의 배치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좋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좋은 죽음이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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