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표준 노트 - 창의력을 자극하는 174가지 그래프
팀 샤르티에.에이미 랭빌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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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서 표준과 비표준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나 교육에서 정해놓은 규범적인 방식 혹은 정답이 정해진 구조와 절차가 표준이라면, 비표준은 혼란, 시각적 실험, 직관, 창의성, 다층적 이해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우리는 표준에 무척 익숙해진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비표준 노트>를 펼치는 순간 놀라게 됩니다. 평소 노트를 사용할 때 쭉쭉 그어진 평행선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선 사이에 무엇을 적을지에만 관심을 둘 뿐입니다. 이 평행선들은 2차원 좌표평면에서는 수평선, 즉 평행한 직선을 나타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노트입니다.


하지만 <비표준 노트>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노트의 패턴에 의문을 던집니다. 수학자 팀 샤르티에와 에이미 랭빌은 다양한 수학적 함수로 변형한 비표준 노트를 탄생시켰습니다.





직선의 방향과 간격, 배열을 변형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평행선, 교차선, 대각선 등 다양한 형태의 직선 패턴은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선들을 바꾸면 생각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약 똑바른 평행선들을 곡선이나 선들의 무리나 십자선으로 바꾸면 어떨까?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았던 면에 각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면 어떨까?" - p10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환경과 도구에 영향을 받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직선 패턴의 변화는 단순한 시각적 변화가 아니라 사고의 흐름과 표현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포물선이라는 수학적 곡선을 노트의 새로운 패턴으로 도입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혜성의 포물선 궤도를 중요한 발견으로 다룬 것처럼, 포물선은 과학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저자들은 포물선을 노트의 배경으로 활용합니다. 상하로 겹친 포물선, 좌우로 배열된 포물선, 중심이 다른 여러 포물선의 조합 등 다양한 변주를 통해 동적인 느낌을 주는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패턴 위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어떤 창의적 영감이 떠오를까요? 직선 패턴에서는 나오지 않았을 새로운 발상이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육각형이 벌집처럼 채워진 패턴, 크기가 점점 변하는 사각형들의 나선형 배열, 다양한 다각형이 모자이크처럼 맞물린 패턴 등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노트 페이지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런 패턴 위에서 생각을 정리하면 어떤 새로운 관점이 생겨날까요?


원은 모든 점이 중심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완벽한 대칭 도형입니다. <비표준 노트>는 동심원, 원의 교차, 부분적으로 그려진 원호 등 다양한 변형을 통해 페이지를 채웁니다.


원형 패턴의 노트 페이지는 선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방사형, 순환적 사고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생각, 순환적으로 반복되는 아이디어, 여러 개념 간의 연결성 등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패턴입니다. 기존의 직선 노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외에도 파동 함수를 활용해 리듬감 있는 노트 패턴, 극한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패턴, 시각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회전 패턴, 스케일의 변화를 담아내는 확대와 축소 패턴, 방사형 대칭과 회전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극좌표계 패턴 등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패턴을 찾는데 익숙하지만 때로는 무작위성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합니다. 랜덤 함수, 확률 분포, 카오스 이론 등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들이 적용된 페이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성과 우연성을 표현한 노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발상, 편견 없는 사고, 우연한 연결을 통한 창의적 도약이 가능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2차원 평면 종이에 3차원 공간을 표현하는 파트도 재미있습니다. 등고선, 원근법, 입체도형의 전개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평면에 입체감을 부여한 패턴들을 소개합니다.


3차원적 패턴이 적용된 노트 페이지는 다층적 사고, 입체적 관점, 여러 차원에서의 접근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평면적 사고의 한계를 넘어 입체적 사고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비표준 노트>는 단순히 아름다운 패턴을 보여주는 책을 넘어, 수학의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페이지마다 적용된 수학적 함수와 그 의미에 대한 간결한 설명은 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수학적 개념을 접할 수 있게 합니다.


풍선의 키스, 시골 풍경, 나비 등의 이름이 붙은 패턴들은 수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수식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세계를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게다가 노트를 실제로 사용하며 영감을 얻는 도구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반듯한 직선이 아닌 곳에 필사하고, 메모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학적 패턴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겁니다.


잘 정리된 노트의 환상을 오히려 깨뜨려보세요. 사유의 흔적을 생생하게 남기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습니다. 174가지 그래프가 담긴 <비표준 노트>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예술 작품이자,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도구와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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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의 투자의 눈 투자의 길 - 불황을 돌파하라, 돈의 흐름을 읽어라
김한진 지음 / 김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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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이코노미스트 김한진이 전하는 투자의 진수, 그의 첫 단독 저서 <김한진의 투자의 눈 투자의 길>. 투자 지침서를 넘어 경제의 깊은 흐름을 읽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통찰을 아낌없이 공개합니다.


악질의 인플레이션, 신경질적인 금리 급등, 가혹한 환율 폭락, 자산 시장 거품 붕괴... 지금 우리는 불황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2기를 대비해야 하는 글로벌 경제. 과연 세계는, 그리고 한국은 현재 어떤 흐름 속에 있는 걸까요? 투자자들은 어떤 원칙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까요?


불황의 파도를 타는 투자 지혜, 바로 경제의 숨겨진 신호를 읽는 것입니다. 투자자에게 경제는 날씨 예보와 같습니다. 기압이 바뀌고 구름이 끼기 시작하는 초입에 우산을 챙기는 자만이 폭우 속에서 젖지 않고 생존합니다. 김한진 저자는 투자를 경제의 미세한 음성을 듣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특히 트럼프 2기와 미중 갈등, 기술 패권 경쟁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경제 지형도를 꿰뚫어 보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김한진 박사는 현재의 경제를 과거와는 다른 종류의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규정합니다. 경제가 회복되는 듯싶으면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고, 물가가 잡히는 듯하면 경기가 다시 주저앉는다고 말이죠. 2020년대 초중반을 강타한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트라이앵글은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한 단면입니다.


결국 금리 인하가 곧 투자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 기술주의 낙관론에 안주하기엔 구조적 침체가 너무 깊다는 겁니다. 이런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투자자는 버티기와 선택적 집중 사이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 책의 핵심이 되는 구조적 변화의 세 축. AI, 고령화, 기후위기. 각각 따로 떼어봐도 막강한 메가트렌드이지만, 저자는 이 셋이 상호 교차하면서 투자 지형을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합니다.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지 말고 건초 더미를 사라"라는 표현을 통해, 단기적인 기업들의 주가에 집중하기보다는, 혁신적인 산업 자체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장기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글로벌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로 인한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산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눈에 띕니다. 기술 산업과 관련된 부분에서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투자 아이템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죠.


저자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나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를 반영해, 그로 인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들과 산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전략적 가치가 높은 부품, 장비, 국방 산업 등이 속해 있습니다.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속에서 확실한 원칙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투자를 하면서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미스터 마켓*에 끌려다니지 말고, 확실한 투자 원칙을 세워 그 원칙을 기반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겁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실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결국 투자의 성공을 이끄는 길이 됩니다.


저자는 경제의 흐름을 사계절에 비유하며, 시장의 겨울을 지나 봄이 오고 있다는 신호를 잘 포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장의 흐름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때 그 시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투자 전략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면 경기가 아직 살아 있는 여름일 가능성이 크다"와 같은 말처럼 투자자들에게 경제의 미묘한 신호를 읽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책 후반부는 투자 실전에 가까운 조언이 가득합니다. 특히 단기매매 중심의 투자자들에게는"지금은 포트폴리오보다 포지션이 중요한 시대다."라고 강조합니다. 장기 보유에 대한 회의, 테마 투자에 대한 유혹, AI 기반 자동 매매의 확산 속에서도 저자는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이야기합니다. ETF를 활용한 분산투자, 특정 산업군에 대한 집중보다는 흐름에 따른 적정 노출을 권장합니다.


가치투자의 맥락에서는 일시적 저평가 종목이 아니라 구조적 우위를 가진 업종에 대한 꾸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저평가된 기후기술 ETF와 헬스케어 인프라 기업은 중장기 투자자들에게 유망한 카테고리로 꼽힙니다.


탄소 중립 목표와 관련된 재생 에너지 산업, 고령화 사회의 수요를 반영한 제약·바이오산업 등도 앞으로 중요한 투자처가 될 겁니다. 이들 산업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는 부분도 언급해 줍니다.


이 책은 희망 고문형 투자서를 거부합니다.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낙관도, 폭락할 것이라는 비관도 없습니다. 대신 매크로와 구조를 읽고 개인의 투자 철학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저자는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철저히 준비된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원칙입니다.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확실한 원칙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 현실 감각적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 <김한진의 투자의 눈 투자의 길>. 경제 흐름과 투자의 연관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합니다.


40년 경력의 이코노미스트 김한진 저자는 1997년 외환 위기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주식 시장의 큰 전환점을 현장에서 지켜본 베테랑입니다. 그는 경제 흐름을 읽는 눈을 가진 자는 불황과 호황에 상관없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성장 없는 시대에 필요한 투자 전략을 짚어줍니다.


경제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흐름 속에서 확실한 투자 원칙을 세우는 법. <김한진의 투자의 눈 투자의 길>은 경제의 파도를 타고 부의 항로를 설계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흐름을 읽는 눈은 투자의 미래를 열 수 있습니다. 불황을 기회로, 투자의 지혜를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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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읽고, 바꾸고, 망가뜨리나
카라 스위셔 지음, 최정민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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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디지털 혁명의 주역들이 어떻게 이상주의자에서 권력에 취한 거인으로 변모했는지 추적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보여주는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기술업계 거물들이 꺼리는 기자로 유명한, 25년간 실리콘밸리 최전선에서 활약한 카라 스위셔 저자. 테크 산업의 핵심 인물들과 직접 마주하며 그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무엇보다 변질의 순간들을 포착해냅니다.


세상을 바꾼 테크 리더들의 이중적 초상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2016년 트럼프와 테크 기업 CEO들의 기술 정상회의를 시작점으로 삼아,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테크 산업의 진화를 날카롭게 해부합니다.


마치 환풍구를 통해 몰래 들어온 듯 업계의 비밀스러운 순간들을 목격한 저자는 저커버그, 머스크, 게이츠, 잡스, 베이조스와 같은 아이콘들의 겉모습과 실체 사이의 간극을 폭로합니다.


실리콘밸리가 태동하던 시기. 테크 기업가들의 초기 이상주의와 야망을 짚어줍니다. 이들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경제적 성공과 권력에 물들어갑니다.


저자는 이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습니다. 기술에 대한 애정과 비판적 시각의 균형을 유지하며, 공정한 분석을 바탕으로 뒷담이 아닌 앞에서, 직설적으로 내뱉습니다.





"나는 강하고 부유한 이들 중 테크업계 사람들보다 자신을 더 강렬하게 피해자화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실패와 실수를 자산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정말 실패였고 피해가 막심한 실수였을 때조차 말이다." - p79


테크 리더들의 특징적인 면모를 날카롭게 꿰뚫고 있습니다. 성공이라는 탄탄한 방패막을 두른 천재들은 실패조차 새로운 기회나 학습의 경험으로 포장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실패란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이 책의 백미는 테크 산업의 거물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는 부분입니다. 그들의 개성과 리더십 스타일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오랜 앙숙 관계였던 두 사람을 한자리에 모아 인터뷰한 저자는 그들의 차이를 흥미롭게 포착합니다. "게이츠는 예술과 과학, 창의성과 실용성, 아름다움과 디자인을 융합해 신의 경지에 이른 잡스의 지위에 결코 도달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하며, 게이츠를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쁜 아이"로, 잡스를 "품격 있는 착한 아이"로 규정합니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에 대한 평가는 물론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독재적인 리더십으로 많은 동료를 지치게 한 잡스의 인격적 결함이 실리콘밸리 문화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웠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권력의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잡스처럼 사소한 실수라도 그렇게 선뜻 인정하는 인물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그가 인정해야 할 만한 실수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는 점이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라고 말하는데 잡스의 특별함을 잘 보여줍니다.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저자의 분석도 냉철합니다. "사악하지도, 악의적이지도, 잔인하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디지털 플랫폼이 가진 힘을 억제할 준비가 한심할 정도로 전혀 돼 있지 않았다"라고 평가합니다.


저커버그의 피해의식과 자신감 사이의 묘한 균형도 포착합니다. 페이스북으로 세상을 연결시켰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가짜 뉴스, 개인정보 유출, 정치 조작 등 수많은 문제를 낳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테크 거물들의 전형적인 이중성을 보여줍니다. 스위셔는 저커버그가 사과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태도를 비판하며, 기술 권력자의 오만함을 고발합니다.


저자는 어떻게 테크 천재들이 권력과 부에 의해 변질되었는지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점점 더 추악해져가는 테크업계의 얼굴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다"라고 평가하는 우버의 공동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극단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천재성과 혁신이라는 칭송 뒤에 숨겨진 테크 산업의 어두운 면을 밝히는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무한한 확장과 이익 추구라는 목표 아래, 인간적 가치와 윤리적 고려가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보여줍니다.


이런 분석은 일론 머스크에 대한 저자의 실망감으로 정점에 도달합니다. 처음에는 무해하고 재미있고 명석했던 머스크가 어떻게 "큰 아기 모드로 퇴행하고, 맥락을 거의 상실했으며,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가망 없는 사람"이 되었는지 추적합니다. 저자는 트위터(현 X)를 인수한 후의 머스크를 보며 "모든 희망을 버렸다"라고 고백합니다.


노동 착취, 성차별, 스타트업 생태계의 묻지마 성장주의 등 지금까지 미화되어 왔던 기술업계의 그늘을 가감 없이 폭로합니다. 테크 산업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인 다양성 부재에 대한 날카롭게 지적도 흥미롭습니다.


"자연에서 이질성은 더 강한 종을 만들어내지만, 테크업계는 진정한 차이가 더 나은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가능한 한 가장 동질적인 구조를 추진하고 있었다."라며 이러한 동질성은 결국 편향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는 의사결정 구조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저자는 초창기부터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업계는 변화를 거부했습니다.


"거울주의 업계는 확실히 자신들을 향해 거울을 들고 있는 사람을 싫어했다. 이러한 역학관계는 테크 분야의 실수가 나를 포함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계에 퍼져나가면서 악화되기만 했다." - p240


테크 산업의 평판은 계속 추락하고 있지만, 저자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태평하게 실패를 딛고 나아가는 테크 기업가들의 능력과 실패의 잿더미에서 다음 세대의 기업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라고 합니다. 이런 창의적 회복력이야말로 테크 산업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게이츠의 사례가 돋보입니다. "게이츠는 사업에 있어 언제나 과도하게 공격적이었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밀어붙이는 방식은 마땅히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했지만, 그가 가장 오랫동안 지녀온 특징 중 하나는 배움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다. 이 존경스러운 특성은 게이츠 인생의 새로운 장을 정의하게 되었고, 게이츠 재단을 통해 보건과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연 활동에 헌신하도록 했다."라며 테크 리더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비판을 수용하고 자신의 부와 영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테크 산업은 여전히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수많은 테크 거물들의 성공과 오만, 몰락을 직접 목격한 증인이자 테크 황제들의 진짜 얼굴을 기록한 유일한 저널리스트, 카라 스위셔의 인터뷰 방식이 놀랍습니다. 지금 인터뷰하는 사람과 생애 마지막 대화라 여기고 그들이 불편해할 질문을 던지는 정공법을 취합니다. 이런 태도는 표면적인 홍보성 대화가 아닌 진실에 다가가는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저자는 또한 테크 거물들의 전형적인 거짓말을 날카롭게 간파합니다. "돈 때문이 아닙니다"(돈 때문이었다!), "명성 때문이 아닙니다"(명성 때문이었다!), "제품에 대한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일에 대한 겁니다"(제품에 대한 게 맞았다!) 등의 목록은 테크 산업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화려한 성공 신화 너머의 진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권력을 감시하는 기록으로, 실리콘밸리 30년의 민낯을 벗긴 책입니다. 기술 발전의 양면성과 혁신가들의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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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라는 세계 -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베인 지음, 오수원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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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초·중·고 12년과 대학 4년, 다양한 시험과 스펙 쌓기로 점철된 우리의 학습 여정은 진정한 의미의 배움으로 이어졌을까요?


EBS 다큐멘터리 <최고의 교수>에 출연해 화제가 된,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이자 세계적 석학들이 인정한 멘토 켄 베인의 <공부라는 세계>. 베스트셀러 <최고의 공부>가 12년만에 <공부라는 세계>로 다시 우리 앞에 선보입니다. 재출간 기념으로 저자의 한국어판 단독 서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우수도서로 선정된 이 인문학 책은 전통적인 공부와 배움의 틀을 재해석해 공부란 무엇이며,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성적, 학벌, 합격이라는 스펙이 아닌,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지 탐구합니다. 무려 30년간의 연구와 10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집대성한 책입니다.





켄 베인은 학습자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첫째, 전략적 학습자는 시험에 나올 만한 것만 암기하고 높은 성적을 목표로 합니다. 둘째, 피상적 학습자는 실패를 두려워해 최소한의 목표만 달성하려는 유형입니다. 마지막으로, 심층적 학습자는 배움을 통해 스스로 원하는 삶을 설계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취를 이룹니다.


4세 고시, 7세 고시가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전략적 학습자 스타일이 대부분일 겁니다. 저 역시 전략적 학습자로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이 책은 스스로의 학습 태도를 성찰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게 합니다.


저자는 유형의 차이를 '배움에 대한 태도'에서 찾습니다. 전략적 학습자는 효율적이지만 배움의 진정한 의미를 놓칠 가능성이 큽니다. 피상적 학습자는 단순히 과제를 마치기 위해 얕고 넓게 학습하는 경향이 있어 내용의 맥락과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물만을 추구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심층적 학습자는 능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발전 가능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난제를 즐깁니다. 배움 자체를 즐기고,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찾는 유형입니다. 장기적으로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발전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배움은 단순히 성공을 위한 도구가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본질적 요소로 자리 잡습니다.


저자는 100여 명의 심층적 학습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배움의 본질을 탐구했습니다. 한국인 아버지를 둔 일라이자의 사례가 특히 공감됩니다. 원래는 전략적 학습자의 전형이었거든요. 고등학생 시절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지만, 대학 진학 후 언니의 죽음을 계기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공부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일라이자는 전략적 학습에서 벗어나 모든 배움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더 많은 공감과 자기 연민 능력을 키우는 심층적 학습자가 됩니다. 그리고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에 관한 연구의 선구자가 됩니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더들리 허슈바크,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프로테스,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 등의 사례도 저마다 어떻게 배움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저자는 단순히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지 않음을 짚어줍니다.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신만의 통찰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공부라는 세계>는 우리의 사고를 오염시키는 다양한 또 다른 생각들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배움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짚어줍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창의성을 억누르고 있는 겁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실패를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창의적 사고와 실패가 어떤 방식으로 혁신을 가져왔는지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배움의 과정을 방해하는 잘못된 자존감 개념을 바로잡고, 진정한 의미의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인간은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의 동물'이다. 배움은 내면 깊이 각인된 습관적 정신 상태를 벗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 채찍질하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세우고 또 세우고, 질문을 던지고, 고군분투하며 길을 모색해야 한다." - 책 속에서





켄 베인 교수는 공부가 단순히 학습을 넘어 삶의 태도와 직결된다고 말합니다. 최고의 공부법에 관한 조언, 최고의 배움을 얻는 독서법 등을 통해 배움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아닌,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심층적 배움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하지만 심층적 학습자들이 더 많이 나타날 때, 우리 교육과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걸 이제는 이해합니다.


<공부라는 세계>는 효과적인 공부법을 다룬 책이 아닙니다. 우리가 공부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되묻는 시간입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스펙 경쟁에 지친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설계하는데 이 책이 좋은 영감을 안겨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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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계절 종이 오리기
우에하라 카즈요 지음, 나지윤 옮김 / 생각의집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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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종이와 가위로 사계절을 창조하는 시간 <즐거운 사계절 종이 오리기>. 소소한 손놀림으로 완성되는 아기자기한 작품들. 종이를 접고 자르고 단순한 과정은 아이들만의 놀이 활동이 아닙니다. 손재주가 없어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작업을 만나보세요.


처음에는 아이들 미술 시간에나 어울릴 법한 단순한 활동이라 생각했지만, <즐거운 사계절 종이 오리기>를 펼쳐본 순간 단숨에 생각을 바꿨습니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도안들은 마치 계절을 오려낸 듯 아름다웠습니다. 종이 한 장이 꽃, 별, 동물, 리스 같은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종이 오리기의 미학은 단순함에서 출발합니다. 가위를 들고 종이를 자르는 사각사각 소리가 은근 중독성 있더라고요. 오리고 나서 접은 종이를 펼칠 때의 설렘은 마치 선물 상자를 여는 순간의 기쁨과도 같습니다.





저자 우에하라 카즈요는 일본 대표 캐릭터 브랜드 산리오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경력을 지닌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이 책에서는 예쁨과 감각이 어우러진 종이 오리기 122개의 도안을 소개합니다. 실내 장식부터 선물 포장, 감사 카드까지 실용적인 도안이 가득합니다.


네모 반듯하게 접어 오리는 줄로만 알았는데, 종이를 접는 방식에 따라 완성작 퀄리티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종이 오리기의 기본 원리와 재료, 사용법부터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안내합니다.


이 책은 사계절을 테마로 선보입니다. 꽃과 감사를 담은 계절 봄, 시원한 색감과 유쾌한 감성의 향연 여름, 낙엽과 풍요를 담은 가을, 따뜻한 감성과 선물의 계절 겨울까지 계절별로 활용할 수 있는 종이 오리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에 꼭 필요한 종이 오리기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어버이날엔 감사 카드에 붙이기 좋은 카네이션 도안, 어린이날이나 생일 선물 포장에 활용하기 좋은 꽃 도안, 봄 분위기를 자아내는 포인트 인테리어용 꽃 장식 도안까지. 사랑스러운 동물과 꽃이 어우러진 디자인이 가득합니다.





종이 오리기 작업 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어 실용적입니다. 리스 형태로 꾸미니 방문이나 벽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집니다. 리스 하나만으로도 사계절 분위기를 충분히 연출할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그 외에도 부채, 가랜드, 액자 등 간단한 도전만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신납니다.


가을엔 핼러윈 모티프를 종이 오리기로 할 수 있고, 전통 명절 추석과 관련한 이미지도 정겹습니다. 가을의 상징인 단풍잎의 다양한 색상 변화를 담은 단풍잎 모빌도 예쁩니다. 빨강, 주황, 노랑 등 다양한 색상의 종이로 만든 단풍잎들이 공중에 매달려 춤추는 모습은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의 정취를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트리를 설치하기 어려운 곳에도 꾸밀 수 있는 종이 오리기 트리는 정말 획기적이네요. 벽면을 활용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듭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을 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종이 오리기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생활 속 예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도안이 가득합니다. <즐거운 사계절 종이 오리기>는 종이 한 장으로 시작하는 작은 활동이 일상을 얼마나 풍요롭고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종이를 접고, 자르고, 펼치는 과정은 두뇌 자극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예술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치유형 취미로 손색이 없습니다. 일상 속 두뇌 체조이자 감성 충전의 도구가 되어주는 종이 오리기입니다.


생각 이상으로 정교하고 예쁜 결과물들이 주는 기쁨은 예술 활동 못지않은 만족감을 선사해 줍니다. 이렇게 예쁜 걸 내가 만들 수 있다고? 하는 놀라움이 바로 이 책의 진짜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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