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
하지현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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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입버릇처럼 "스트레스 받아 미치겠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놀랍게도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의학적·생리학적 맥락으로 사용된 지는 채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정신건강의학계의 믿고 읽는 브랜드, 하지현 교수의 신작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30년 넘게 환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저자는 스트레스를 단순히 나쁜 놈으로 규정하고 제거하려 들면 안된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지탱하기 위해 동원하는 자원 시스템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가 나쁜 것이 아니라, 해석과 대응 방식이 문제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먼저 스트레스의 기원을 추적합니다. 본래 물리학에서 물체에 가해지는 힘을 설명하던 이 용어는 1936년 내과 의사 한스 셀리에에 의해 생리학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느끼는 이 압박감이 근대화와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입니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속 하얀 토끼를 소환합니다. 시계를 보며 "늦었어!"를 외치는 토끼는 산업화가 가져온 시간의 압박과 강박을 상징합니다.


결국 스트레스는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인 셈입니다. 월요일의 내가 금요일의 나와 다른 이유는 그 주에 소진한 적응 에너지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메커니즘으로 설명합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뇌는 CRH와 ACTH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뿜어내게 합니다. 원시 시대 맹수를 만났을 때 싸우거나 도망치기 위해 설계된 생존 전략입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맹수 대신 상사의 카톡이나 주식 그래'를 보며 이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얼룩말은 사자에게서 도망치고 나면 바로 풀을 뜯지만, 인간은 퇴근 후에도 낮의 실수를 되씹으며 자가 발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를 반추(Rumination)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이 만성화되면 유전자에까지 각인이 됩니다. 특히 성별에 따른 반응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남성은 주로 공격적이거나 도피적인 성향을 띠는 반면, 여성은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돌봄과 친교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는 점은 뇌과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게 합니다.


왜 똑같이 야단을 맞아도 누구는 금방 털어내고, 누구는 며칠 밤을 설칠까요? 저자는 빅5 성격유형과 연결해 분석합니다. 특히 신경증(Neuroticism)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불안을 더 크게 느낍니다.


실수를 대하는 태도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완벽주의라는 가면을 쓴 강박은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주범입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스트레스를 성장의 촉매로 전환하는 인지적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심리적 문제를 넘어 물리적 파괴를 불러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의 상처가 더디게 아물고,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위축되어 건망증이 심해집니다.


수면 장애와 번아웃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수면 반응성 테스트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잠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사는지 점검하게 하고, "괜찮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상태일 수 있음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번아웃은 단순히 피곤한 상태가 아니라,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라는 기계가 멈춰버린 상태임을 강조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과 회피 사이를 오가는 현대인의 심리를 분석한 파트가 흥미롭습니다. 혼자여서 힘들고, 함께여서 지치는 인간관계 스트레스의 역설을 다룹니다.


타인으로부터의 소외는 뇌 입장에서 신체적 통증과 동일한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외로움을 인간관계의 전진 기어라고 표현합니다. 이 신호가 울릴 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고 우울증으로 이어집니다.


요즘은 SNS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보게되는 소셜 미디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직장 내 갈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감 능력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까지 떠안으며 자신을 소모하게 됩니다. 관계에서의 적당한 거리두기가 스트레스 관리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후반부는 실질적인 대응 전략으로 가득합니다. 30년 진료 경험을 녹여내어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보여줍니다.


뇌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합니다.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강제로 동작 모드로 전환하여 몸을 움직이는 것이 탐색 모드(생각)를 종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의 분산 방법을 실천해야겠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도 3주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치면 우리 뇌는 이를 상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나의 고통을 개별적 서사가 아닌 누구나 겪는 보편적 고통으로 객관화할 때 수용의 창은 넓어집니다.


스포츠 심리학의 기법도 소개하며, 스트레스라는 파도를 타고 결국 평균 회귀의 법칙에 따라 평온한 상태로 돌아올 것임을 확신시켜 줍니다.


어려운 뇌과학 용어도 하지연 저자의 문장으로 일상의 언어로 쉽게 다가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때로 거센 소나기를 맞지만 우리가 통과해야 할 발달 과제일 뿐이라는 관점을 가질 때 여유를 갖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는 해석하는 방식이 삶을 바꾼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스트레스라는 무게를 견디는 뇌과학의 원리를 이해해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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