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수학자 - 보통 사람들에게 수학을! 복잡한 세상을 푸는 수학적 사고법 보통사람들을 위한 수학 시리즈
릴리언 R. 리버 지음, 휴 그레이 리버 그림, 김소정 옮김 / 궁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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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5년 전. 1944년에 출간되었던 수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책입니다.

릴리언 R. 리버의 <길 위의 수학자>는 아인슈타인이 감탄할 정도로 좋은 평을 받았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빽빽한 글과 추상화 같은 공식으로 가득한 일반 수학책과는 달리 자유시처럼 짧은 문장에 금세 몇 장은 슥슥 넘겨집니다. 게다가 남편 휴 그레이 리버의 삽화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일단 첫 느낌은 만만해(?) 보이는 효과가 있군요.

 

<길 위의 수학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포자를 일반인, 보통 사람이라고 지칭합니다. 보통씨는 가끔 바보가 될 때가 있기도 하지만 언제나 바보가 되는 건 아니고, 그러려면 논리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먼저 몇 가지 문제를 내 주는데 그 문제를 통해 보통씨에게 성급히 생각하지 말 것, 감을 따르되 반드시 점검할 것 같은 교훈을 안겨줍니다.

 

수학은 생각했던 것보다 추상적이었어요. 수학자들이 추상개념을 현실세계에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수학에서 말하는 진리, 논리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려고 다양한 상식, 고정관념을 제기합니다.

 

민주주의, 자유와 방종, 오만과 편견, 성공, 전통, 진보, 이상주의, 상식, 사람의 본성, 전쟁, 자기 심리, 편협함 등의 개념이 마구 나오며 수학책이 아닌 듯한 요상한 수학책!

 

수학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개념들... 사람의 본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사회를 살아가는 방식 등이 수학에 적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수학은 그저 수학공식이 필요한 사람들만 알아야 할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그저 기술적인 부분만 익히고, 수학이 품고 있는 일반 개념을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지 않아왔죠.

 

 

 

 

<길 위의 수학자> 1부에서는 고전 수학을, 2부에서는 현대 수학을 알려줍니다.

특히 기하학에 관한 부분은 놀라웠어요. 기하학은 기본 명제를 논리로 추론해서 공리를 이끌어내는 학문인데 (쉽게 말하면 기본 생각에 논리를 활용해 다른 생각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보여주는), 우리가 사고할 때의 방식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작위적인 추론은 금하고,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 논리야말로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무기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우리가 알던 유클리드 기하학을 넘어 비유클리드 기하학, 유한 기하학으로 나아가는 바탕이었어요. 삼각형의 모든 각의 합은 180도라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는데 논리적으로 맞는 결과였고, 2 더하기 2는 4가 아니라는 것도 맞는 결과로 나옵니다.

 

한 가지 추론을 바꾼 것만으로도 전적으로 다른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유는 우리가 알던 절대 진리라고 믿는 객관적 사실, 자가당착의 문제점을 짚어주려는 데 있습니다.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결국 새로운 자유를 구축하게 되고 이런 사고방식이야말로 복잡한 세상을 푸는 데 필요한 수학적 사고법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수학책입니다. 물론 우리 같은 어른 보통씨들도 이 책을 읽어보면 공식만 가득한 수학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수학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피상적인 겉모습에 속지 말자. 명확한 머리로 그 너머를 보고 아주 오래된 프로파간다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내야 해."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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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엠마 힐리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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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는 여든두 살 할머니 모드. 좀 전의 일을 기억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집니다. 단기 기억이 없지만, 기억을 못한다는 것 자체는 아직 인지하는 수준입니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내가 이미 물어봤구나, 겪었구나, 무슨 일이 일어나긴 했구나 정도는 파악하죠.

 

집안 곳곳과 주머니엔 항상 뭔가를 적어둔 메모가 가득합니다. 10분의 기억력을 가진 남자가 메모와 문신이란 방법으로 기억하는 영화 메멘토에서처럼 할머니 모드 역시 기억을 붙잡을 메모가 필수입니다.

 

무슨 말과 행동을 하다가도 찰나의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 그때마다 최대한 기억을 짜내보려고 하는데 다른 건 다 잊어도 한 가지만은 바로 기억해냅니다.

 

바로 친구 엘리자베스가 실종되었다는 것을요. 엘리자베스와 연락이 안 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엘리자베스의 실종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의 아들 말로는 그저 잘 있다고만 하니 수상쩍기만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직접 알아볼 수밖에요.

 

엘리자베스 실종 사건을 나름의 방식으로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옛 기억이 드러납니다. 할머니의 친언니 수키의 실종. 결혼했던 수키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 사건입니다. 당시에도 언니를 찾아 나서며 형부를 의심해보기도 하고, 결혼 전 언니가 잘 대해줬던 하숙인을 눈여겨보기도 합니다. 사고가 생긴 건지, 살아는 있는지 수키 언니의 행방은 도무지 알 길 없었고, 수키의 실종은 미제로 남게 되었었죠.

 

지금 엘리자베스를 찾아 나서는 일과 그때 수키 언니를 찾아 나서는 과정이 묘하게 비슷합니다. 치매 노인이 친구의 실종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점점 뒤섞입니다.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는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뭔가 하려고 했던 것들의 기억을 잃으며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사라지는 삶을 사는 치매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종이에 적힌 기억이 전부인 삶이라니.

 

게다가 할머니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어찌나 생생하게 묘사하는지 소설로 읽는 저도 어느 순간은 짜증이 솟구치기도, 한편으론 아련한 동정심이 생기고를 반복하게 됩니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딸 입장과 치매를 겪는 노인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면서요.

 

치매 때문에 생기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치매라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비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눈물 콧물 짜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정직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치매 노인 스스로의 감정이 잘 묘사되어 있어요. 치매에 걸린 자신을 창피해하고 겁이 나는 감정을 슬며시 바라볼 땐 가슴이 묵직해지기도 합니다.  

 

사랑스러운 핑크 바탕에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채워진 표지를 보곤 어떤 의미인지 감이 안 왔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표지의 소품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더라고요. 레코드 판, 복숭아 통조림, 립스틱과 빗, 새장, 분갑... 이 모든 것이 기억 매개체였습니다.

 

당시엔 미처 몰랐던 것들, 아니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깨닫고 있었을지도요. 모드 할머니가 잊지 못한 기억의 파편들을 보며 내 인생에 잊지 못할 기억의 조각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기도 하네요.

놀림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면 내가 인간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내가 농담을 이해할 만큼 지적인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는 셈이니까.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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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인문학 - 키케로부터 코코 샤넬까지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문 강의
김홍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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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큐레이터 1호 김홍기 저자가 알려주는 패션과 스타일의 본질, 옷장 속 인문학.

무덤덤하게 입던 익숙한 옷을 조금은 낯설게 바라보게 하네요.

 

패션 관심 유전자가 없는 제가 이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 바로 첫 번째 장, 나를 이해하고 싶을 때 옷장은 말해준다, 당신이 누구인지라는 목차 때문이었어요.

'나'를 표현하는 패션에는 바로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들어있다는 거죠. 넝마를 걸쳐도 스타일 살아나는 존재감을 뿜어내는 매력은 분명 겉모습만이 아닌 내면의 무언가가 합쳐져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 무언가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책 <옷장 속 인문학>.


 


 

페미니즘 문학 작가로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에게도 자존감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더라고요. 그녀의 에피소드를 통해 옷 입기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옷 입기는 '주체적이고 행복한 행위'라고 해요. 그 사람이 사는 집을 보면 그 사람을 드러낸다고도 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옷장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고 해요. 옷장은 한 인간의 성격, 구체적인 미감, 색채와 형태에 대한 이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담겨있는 광맥(p19)이라고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생각할만한 내용도 있습니다. '나'를 만들어가는 성장기 청소년에게 옷은 자존감을 단단하게 할 힘이 있다는 것.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몸, 내 몸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겠더라고요.

 

정형화된 미의 기준으로 콤플렉스와 열등감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 옷을 입는다는 건 자신의 몸이 가진 장단점을 알아야 하는 거라고 해요. 옷을 통해 사회 속에서 맺는 관계까지도 생각해야 하고요. 옷을 입는다는 진정한 의미는 결국 나를 표현한다는 뜻입니다.

명품 의류를 많이 갖고 있는 것, 때와 장소, 경우에 맞게 맞춰 있는 것을 넘어 진짜 옷을 잘 입는다는 의미는 몸에 맞게 입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의류 수선점 찾기가 힘들어졌는데 내 사이즈를 옷에 맞추기 때문이래요. 옷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 몸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패션은 단순히 옷을 잘 입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self를 만들고 배려하는 삶의 기술이다." - 책 속에서.

 

 


 

시니어 계층의 편견에 관한 내용도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우리 사회는 노년의 스타일을 보장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거죠. 노년의 삶이 길어진 시대에 시니어 패션도 간과할 부분이 아니었어요.

 

<옷장 속 인문학>은 미의 균일화와 표준화 문제, 유행에 따른 동물 생명윤리 문제에 관한 묵직한 성찰이 있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스트리트 패션을 만든 스위스 용병 이야기, 진화론자 찰스 다윈도 변덕스러운 패션 현상을 자연 현상에 빗대어 설명하는 등 패션 역사의 가십거리도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입어라 저렇게 입어라는 둥 스타일 따라 하기 팁 같은 건 없습니다.

 

오늘 뭐 입지?는 오늘 어떻게 살지?라는 문제라는 걸 보여준 <옷장 속 인문학>. 익숙한 옷이 오늘따라 더 존재감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옷은 삶에 대해 말해주는 의미 있는 사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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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 탁재형 여행 산문집
탁재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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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전문 여행자 탁재형 PD의 신간 에세이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유머 감각이 돋보인 전작에 비해 적당한 감성과 목적의식이 보이는 깊은 사유 속으로 끌어들이는 문장이 인상 깊었어요. 표지의 제목과 귀퉁이에 적힌 글귀부터 마음을 꽈악 붙잡았습니다.


여행으로 생계를 잇는 자의 관점에서 방해꾼으로만 바라봤던 비. 하지만 비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여유를 즐기려는 마음의 메마름 때문에 여행 중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실은 비를 맞아도 되는 여행, 비를 피할 곳을 찾다 우연히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여행이길 바란다는 말이 잔잔하게 파고드네요.


여행지 자체의 정보는 없는 여행 에세이입니다. 대신 여행하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 촬영을 준비하며 겪은 직업으로서의 애환을 풀어냅니다. 목발을 짚어야 하는 장애를 안고 아프리카를 횡단한 여행자, 평생을 함께 할 거라는 남녀가 보여준 독특한 가치관, 정글에서 일하는 가이드의 웃픈 노하우, 와오라니 족의 극도로 심플한 정장 스타일 등 여행지에서 만난 그들의 삶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그들을 보며 그 나름대로 수긍하고, 공감하는 것. 여행이 없었다면 이런 사유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탁PD의 기록으로 저는 또 한번 간접경험을 하게 되네요.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에서는 대부분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정까지 내려가는데, 그래도 탁PD만의 웃음 코드는 발견할 수 있었어요. 촬영 당시 메콩강에서 유유자적 튜빙하는(튜브 타고 맥주 마시는) 이들을 부러워만 했다가 결국 일과 무관하게 '놀기 위해' 다시 찾았던 메콩강. 튜브를 띄워 직접 해봤다는데 겉모습과는 달리 열심히 팔다리를 저어야만 해서 개고생이더라는 에피소드로 분위기를 달굽니다.

 

 


이 책에서 가장 펀펀~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사실 조연출 C의 글이었어요. 이번엔 유머를 조연출 C에게 양보했네요. 조연출 C의 글에 나오는 막춤 추는 탁PD 사진.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가 글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저 사진을 찍던 조연출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되어 계속 웃음 나오더라고요.


일기, 사진, 그림 등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오래 기억하는 여행. 지금 이 순간을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기록되지 않는 이상 기억은 희미해지고, 언젠가 사라진다는 글이 와 닿습니다. 이렇게 기록하는 여행이 되려면 숨 가쁘게 움직이는 여행에서는 못한다는 것. 여행의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여행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탁PD의 이야기가 더 공감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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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05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 ..비는.더 와도 좋겠어~^^ ㅎㅎㅎ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 백발의 히치하이커, 배낭 메고 떠나다
힐러리 브래트 외 지음, 신소희 옮김 / 책세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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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들은 예순의 나이를 넘긴 노인들입니다. 이제는 예순 정도는 노인이라 부르기 민망한 시대죠. 예순이란 나이쯤은 팔팔한 장년층, 팔순쯤 되어야 노년층에 속할만한가요?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는 말 그대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이야기에요. 꽃할배 시리즈를 통해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기에 익숙한 우리들. 하지만 여전히 깊은 주름과 희끗한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들의 여행에 아직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예순 살을 넘긴 전문 여행작가의 글도 있고, 실버 트래블 어드바이저와 공동 주최한 공모전에서 수상한 글도 있습니다. 은퇴한 일반인, 젊었을 때부터 여행을 업으로 삼은 여행작가 등이 쓴 글을 읽어보면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 최고의 순간을 겪은 여행 에피소드에 감동하게 될 겁니다. 

"서구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건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는 꽤 괜찮은 일이지만, 힘들게 일구어낸 지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자신을 잉여 존재처럼 느끼는 이들에게는 썩 즐거운 일이 아니다." - 책 속에서

 

노인이라 불릴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가정과 사회 구조상 노인들의 존재는 희박해지게 됩니다.
노년 시대. 아직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내 미래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여행이든 다른 일이든 긴 노년 시기를 내가 충분히 누릴만한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여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여행을 하는 할머니.
위험요소를 체크하며 이겨내면서까지 여행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투병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한 가닥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몸이 아파 오히려 더 느릿느릿 여행하다 보니 "잠시 걸음을 멈출 때만 가능해지는, 한 사람 한 사람과 연결됨으로써 생겨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해요.

 

노인이 여행한다 하면 그것도 혼자. 대부분 "정말 용감하세요." 라는 말이 나오죠. 사실 무모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아닌가 하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있긴 했었어요. 왜 그 시기에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건지.

예순한 살을 앞두고 템스 강을 가로질러 수영하는 모험, 인공고관절과 나사못으로 다리뼈를 고정해둔 일흔 살 넘은 노인의 산악자전거 여행, 옷을 일곱 겹 껴입고도 추운 북극 캠핑 등 뭔가를 하지 않고 미루기엔 인생이 짧다는 것을 그들은 몸소 보여줍니다.

"일단 가보는 거야. 정신으로 여행을 하는 노인들. 안락한 여행 따윈 없이 불편한 여행을 찾아다니기도 하면서 퇴직 후의 긴 여생을 모험으로 채우고 있었습니다. "끝내줬어요!"라며 환상적인 경험을 하면서 사는 삶.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에는 포기라는 말이 더 쉬운 나이로 생각할만한 우리의 편견을 무참히 깨뜨린 에피소드가 가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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