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 인문학 - 키케로부터 코코 샤넬까지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문 강의
김홍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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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큐레이터 1호 김홍기 저자가 알려주는 패션과 스타일의 본질, 옷장 속 인문학.

무덤덤하게 입던 익숙한 옷을 조금은 낯설게 바라보게 하네요.

 

패션 관심 유전자가 없는 제가 이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 바로 첫 번째 장, 나를 이해하고 싶을 때 옷장은 말해준다, 당신이 누구인지라는 목차 때문이었어요.

'나'를 표현하는 패션에는 바로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들어있다는 거죠. 넝마를 걸쳐도 스타일 살아나는 존재감을 뿜어내는 매력은 분명 겉모습만이 아닌 내면의 무언가가 합쳐져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 무언가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책 <옷장 속 인문학>.


 


 

페미니즘 문학 작가로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에게도 자존감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더라고요. 그녀의 에피소드를 통해 옷 입기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옷 입기는 '주체적이고 행복한 행위'라고 해요. 그 사람이 사는 집을 보면 그 사람을 드러낸다고도 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옷장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고 해요. 옷장은 한 인간의 성격, 구체적인 미감, 색채와 형태에 대한 이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담겨있는 광맥(p19)이라고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생각할만한 내용도 있습니다. '나'를 만들어가는 성장기 청소년에게 옷은 자존감을 단단하게 할 힘이 있다는 것.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몸, 내 몸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겠더라고요.

 

정형화된 미의 기준으로 콤플렉스와 열등감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 옷을 입는다는 건 자신의 몸이 가진 장단점을 알아야 하는 거라고 해요. 옷을 통해 사회 속에서 맺는 관계까지도 생각해야 하고요. 옷을 입는다는 진정한 의미는 결국 나를 표현한다는 뜻입니다.

명품 의류를 많이 갖고 있는 것, 때와 장소, 경우에 맞게 맞춰 있는 것을 넘어 진짜 옷을 잘 입는다는 의미는 몸에 맞게 입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의류 수선점 찾기가 힘들어졌는데 내 사이즈를 옷에 맞추기 때문이래요. 옷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 몸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패션은 단순히 옷을 잘 입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self를 만들고 배려하는 삶의 기술이다." - 책 속에서.

 

 


 

시니어 계층의 편견에 관한 내용도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우리 사회는 노년의 스타일을 보장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거죠. 노년의 삶이 길어진 시대에 시니어 패션도 간과할 부분이 아니었어요.

 

<옷장 속 인문학>은 미의 균일화와 표준화 문제, 유행에 따른 동물 생명윤리 문제에 관한 묵직한 성찰이 있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스트리트 패션을 만든 스위스 용병 이야기, 진화론자 찰스 다윈도 변덕스러운 패션 현상을 자연 현상에 빗대어 설명하는 등 패션 역사의 가십거리도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입어라 저렇게 입어라는 둥 스타일 따라 하기 팁 같은 건 없습니다.

 

오늘 뭐 입지?는 오늘 어떻게 살지?라는 문제라는 걸 보여준 <옷장 속 인문학>. 익숙한 옷이 오늘따라 더 존재감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옷은 삶에 대해 말해주는 의미 있는 사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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