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 탁재형 여행 산문집
탁재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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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전문 여행자 탁재형 PD의 신간 에세이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유머 감각이 돋보인 전작에 비해 적당한 감성과 목적의식이 보이는 깊은 사유 속으로 끌어들이는 문장이 인상 깊었어요. 표지의 제목과 귀퉁이에 적힌 글귀부터 마음을 꽈악 붙잡았습니다.


여행으로 생계를 잇는 자의 관점에서 방해꾼으로만 바라봤던 비. 하지만 비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여유를 즐기려는 마음의 메마름 때문에 여행 중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실은 비를 맞아도 되는 여행, 비를 피할 곳을 찾다 우연히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여행이길 바란다는 말이 잔잔하게 파고드네요.


여행지 자체의 정보는 없는 여행 에세이입니다. 대신 여행하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 촬영을 준비하며 겪은 직업으로서의 애환을 풀어냅니다. 목발을 짚어야 하는 장애를 안고 아프리카를 횡단한 여행자, 평생을 함께 할 거라는 남녀가 보여준 독특한 가치관, 정글에서 일하는 가이드의 웃픈 노하우, 와오라니 족의 극도로 심플한 정장 스타일 등 여행지에서 만난 그들의 삶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그들을 보며 그 나름대로 수긍하고, 공감하는 것. 여행이 없었다면 이런 사유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탁PD의 기록으로 저는 또 한번 간접경험을 하게 되네요.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에서는 대부분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정까지 내려가는데, 그래도 탁PD만의 웃음 코드는 발견할 수 있었어요. 촬영 당시 메콩강에서 유유자적 튜빙하는(튜브 타고 맥주 마시는) 이들을 부러워만 했다가 결국 일과 무관하게 '놀기 위해' 다시 찾았던 메콩강. 튜브를 띄워 직접 해봤다는데 겉모습과는 달리 열심히 팔다리를 저어야만 해서 개고생이더라는 에피소드로 분위기를 달굽니다.

 

 


이 책에서 가장 펀펀~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사실 조연출 C의 글이었어요. 이번엔 유머를 조연출 C에게 양보했네요. 조연출 C의 글에 나오는 막춤 추는 탁PD 사진.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가 글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저 사진을 찍던 조연출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되어 계속 웃음 나오더라고요.


일기, 사진, 그림 등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오래 기억하는 여행. 지금 이 순간을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기록되지 않는 이상 기억은 희미해지고, 언젠가 사라진다는 글이 와 닿습니다. 이렇게 기록하는 여행이 되려면 숨 가쁘게 움직이는 여행에서는 못한다는 것. 여행의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여행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탁PD의 이야기가 더 공감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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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05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 ..비는.더 와도 좋겠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