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PD 여행 따라하기 (라오스.인도네시아 길리.끄라비) - 2017~2018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정덕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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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트래블 시리즈 <나PD 여행 따라가기> 동남아시아 편.
TV 속 여행지 바로 그곳, 나PD가 간 여행지를 따라 여행하고 싶다면 안성맞춤인 여행 가이드북입니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 <윤식당> 촬영지 길리 트라왕안이 있는 인도네시아 길리섬, 그리고 저자의 추천이 담긴 여행지 태국 끄라비까지. 추석 황금연휴 기간 동남아시아 여행을 원한다면 이 중 한 곳은 어떨까요.

 

 

 

저도 <꽃보다 청춘>을 보고서야 라오스의 매력을 알게 되었는데요. 라오스는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인 만큼 물가도 싼 편이고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나라입니다. 지구의 마지막 에덴동산이라 불리는 라오스. 놀이동산이 없어도 자연 놀이터로 가득 채워진 곳이죠.

 

우리나라 겨울 시기에 라오스를 가면 저녁은 가을 날씨처럼 선선해 여행하기 좋은 성수기라고 합니다. 대신 숙소 가격은 평소보다 2배. 그래도 동남아 다른 곳에 비하면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해요.

라오스 비엔티엔으로 직항이 있어 바로 입출국하는 경로, 태국이나 미얀마, 베트남에서 라오스로 들어갈 수 있는 경로까지 소개합니다. 15일 무비자여서 보통 10일 이내 일정으로 잡는다고 합니다.

 

 

 

라오스는 수도 비엔티엔, 방비엥, 루앙프라방 세 곳을 다룹니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방비엥의 블루라군이었는데 산악 지대 라오스 특유의 자연 경관이 정말 멋졌거든요. 에메랄드빛 석호가 유명한 블루라군. 짚라인을 타고 블루라군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시원함이 가득합니다.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도시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탁발,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 사원 등을 보면 좋습니다.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지상낙원인 인도네시아 길리. <윤식당> 촬영지로 알려져 인기몰이중입니다. 길리는 길리 아일, 길리 메노, 길리 트라왕안 세 개의 섬으로 이뤄졌어요. 방갈로 숙소에서 머물기 좋은 길리 아일, 파도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휴양할 수 있는 길리 메노, 파티 분위기 물씬한 길리 트라왕안.

 

세 섬 모두 제각각의 매력이 있네요. 얼마 전 곽승준의 쿨까당에서 추석 황금연휴 기간 1인 7박 기준 여행경비를 계산해줘서 (158만원 + α) 더 관심 끄는 여행지입니다.

 

 

 

태국 남부 해안의 휴양지 끄라비는 새롭게 뜨고 있는 여행지입니다. 태국의 방콕, 파타야, 푸껫의 소란스러움이 싫다면 끄라비로 가 보세요. 카르스트 지형의 빼어난 경관과 라일레이 비치는 환상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거라 합니다. 원시 그대로의 자연경관에 해양 액티비티도 가능해서 보물 같은 곳이네요.

 

청춘들의 배낭여행지로 제격인 라오스, 부모님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으로 좋은 길리, 남들 다 가는 관광지가 아닌 곳으로 휴가 가고 싶을 땐 끄라비. 나PD가 간 여행지를 따라 여행한다면 기본 만족도는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나PD 따라 여행하며 힐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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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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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테크놀로지로 규정되는 세상 속에서 디지털이 아닌 것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현상과 그 가치를 설명하는 책 <아날로그의 반격>.

 

효율적인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아날로그는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져 버림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아날로그에는 수치화할 수 없는 경험치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아날로그는 단순히 만족감만 높이는 게 아니라 때로는 디지털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는 걸 경험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아날로그 부활에 일조한 것이 다름 아닌 디지털이라는 것. 세상이 디지털화될수록 개인은 인간 중심적인 경험을 갈구하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부상한 아날로그 사물과 아날로그 아이디어 사례를 담은 <아날로그의 반격>. 아날로그의 강점은 어디에 있고, 디지털 기술에 밀리는 부분은 어디이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낸 지점은 어디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로부터 위협받은 최초의 아날로그 기술인 종이.

종이의 종말은 오지 않았습니다. 틈새시장을 포착한데 성공한 제품 중 하나인 몰스킨 노트는 헤밍웨이, 피카소 등이 썼던 전설적인 노트라는 신화를 씌웠습니다. 다른 종이에 적은 것보다 더 창의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몰스키너는 그저 쓰는 행위에서 벗어나 SNS, 블로그 등을 통한 적극적인 참여로 충성합니다.

 

'힙'하다는 사람들 집에는 있다는 턴테이블, 스마트폰 사진 필터가 오히려 아날로그적으로 따라갈 정도인 로모그래피의 급성장, 시나브로 하나둘 생겨난 보드게임 카페. 종이 외에도 레코드 판, 필름, 보드게임 같은 아날로그 사물의 부활은 그저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젊을수록, 디지털에 더 많이 노출된 세대일수록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매력을 덜 느낍니다. 그들에겐 디지털 세상이 그저 기본값일 뿐입니다. 지금 세대에게는 아날로그가 훨씬 더 신선해 보입니다. 

 

 

 

아날로그라는 인식상의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킨 것 중에 하나가 서점입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될 때 오프라인 서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독립서점의 약진을 볼 수 있습니다. 전자상거래와 비교해볼 때 오프라인 매장만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저 디지털이 답이라고 생각하며 뛰어든 곳은 많지만 진짜로 성공한 디지털 잡지는 아직 없는 이유가 뭘까요. 제품을 현실 세계에 내놓으면 사람들 눈에 띄게 된다는 거죠. 더 거창한 답을 원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기본 중의 기본으로 돌아간 겁니다.

 

 

 

디지털로 인한 세계화가 빠르게 등장했었지만 미국 자본주의의 무덤이 되어버렸던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들. 지금은 변화 중입니다. 로봇을 대체한 노동자들 덕분에 회복 중인 디트로이트 사례를 통해 저자는 디지털 경제가 일자리 창출에 실패하는 이유까지 짚어봅니다.

 

테크 산업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긴 했지만 특정 분야에만 치우쳤고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었습니다.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목표인 디지털 경제에서는 일자리 시장의 붕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해결책 중 하나는 더 나은 교육입니다. 미래 학교의 모습은 온라인 공개강좌인 MOOC처럼 가상 학교로 대체될 거라는 인식이 컸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더란 거죠. 수업에 적극 참여시키는 데 실패하고 습관적 중도 포기가 많은 온라인 교육. 테크놀로지로부터 얻는 즐거움과 교육적 효과는 다르다는 걸 일깨웁니다. 놀이 기반 학습은 오프라인 학교에서 가능합니다. 유아교육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더군요. 

 

 

 

처음엔 아날로그를 파괴하기만 한 실리콘밸리. 하지만 아날로그 도구와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디지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책으로도 이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디자인 사고'는 이제 대세입니다. 뭔가 창의적인 것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디자인 사고는 아날로그적 문제 해결법입니다. 실행 과정에는 화이트보드, 포스트잇, 종이 등 아날로그 도구가 등장합니다.

 

"아날로그의 약점은 새로운 강점이 된다." - 책 속에서

 

아날로그 회사가 오래된 제품의 새로운 미래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 아날로그적 존재인 인간이 무엇을 갈구하는지. <아날로그의 반격>은 디지털 경험과 아날로그 경험에서 아날로그가 이긴 것들을 다룹니다.

 

아날로그는 독특한 개인 취향일 뿐인 게 아닙니다. 아날로그는 바람직한 라이프 스타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저자는 디지털 경험과 아날로그 경험의 균형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아날로그의 부상을 수익창출의 기회로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는 것에 초점 맞춰 기술의 미래를 바라보되, 기술의 과거를 잊지 않는 포스트디지털 경제 모델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딱딱한 경제경영서가 아닌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르포르타주입니다. 에세이처럼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그동안 읽어봤던 미국 저자의 르포르타주 책은 정돈 안 된 방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일 때가 많았는데, 데이비드 색스 저널리스트의 이 책은 딱 깔끔한 구성이라 이해하기도 쉽고 읽기 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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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1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교보 손글씨 쓰기 캠페인 오늘 엽서 보냈어요 .^^
 
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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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은 희생자 대신 포식자를 발견하리라.
그녀의 섬세한 함정 뒤에 숨은 독거미를.

- 책 속에서

 

 

 

치명적인 물질이 들어있는 치관, 반지, 목걸이, 향수병. 가죽 벨트 안에는 스프링이 달린 주사기. 칼이 튀어나오는 신발. 집에는 온갖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고, 욕조에서 방독면을 쓰고 침낭에서 자는...일거수일투족 바짝 날 서 있는 정신 상태로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완전무장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자. 심문전문가로 비밀기관에서 일한 줄리아나 박사. 그녀는 현재 도망자 신세입니다. 오늘은 알렉스란 가명을 사용합니다.

 

 

 

그녀는 대상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정보를 빼내는 데 최고의 실력자입니다. 교사로 위장한 테러리스트 대니얼에게서 정보를 빼내는 데 성공하면 3년간의 도망자 신세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는데. 자유의 몸이 될 기회를 붙잡은 알렉스는 대니얼을 납치하고야 맙니다.

 

긴 곱슬머리에 커다란 녹갈색의 강아지 눈을 가진 대니얼. 유쾌하고 다재다능하고 선량한 순수 그 자체의 모습에 알렉스는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그가 해리성 정체 장애를 갖고 있나 싶을 정도로 생각했던 정보와 일치하지 않아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분명 어둠의 대니얼이 그 속에 숨어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자백제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렀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 책 속에서

 

 

 

전투 같은 생존 과정을 겪는 일상, 자백제를 사용하는 알렉스의 모습은 전형적인 스파이물과 다를 바 없이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합니다.

 

여기에 <트와일라잇>의 스테프니 메이어 작가 특유의 심장을 살살 간질이는 로맨스가 <케미스트>에도 등장합니다. 순수함과 냉혹함 사이를 어김없이 오가며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장면들 덕분에 제법 두툼한 분량의 책인데도 눈을 혹사하게 만들 정도로 손 뗄 수 없이 읽어나갔습니다.

 

자백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몸이 구속된 대니얼이 "음, 이건 일종의 페티시 같은 건가요? 난 그런 것의 규칙들을 몰라서……"처럼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톡톡 치고 나오는 유머도 빛나네요. 멋지게 생겼지만 허당, 싸가지없지만 본능적인 두 남자 캐릭터의 대비도 볼만합니다. 

 

 

 

대니얼의 또 다른 형제 케빈의 등장으로 기관에서 건넨 정보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된 알렉스는 그제야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닫습니다. 대니얼, 케빈, 알렉스 모두가 기관의 타깃이 되었고, 이미 미끼를 물어버린 상황입니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계획 세우며 실행하는 스타일인 알렉스. 이제 계획은 없고 본능만 남은 상태입니다. 필수적인 비밀 작전과 범죄의 경계를 넘어선 프로젝트들. 자신도 모르게 알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던 알렉스, 거짓 정보로 대니얼을 납치하게 한 사건 배후 등 그들이 함정에 빠진 이유가 하나씩 밝혀지며 퍼즐 조각은 맞춰집니다. 

 

 

 

두렵고 외로웠던 도망자 삶에서 이제는 함께 하는 삶으로 변했습니다. 그들이 그녀의 약점이 되어 자멸할 것인지 아니면 더 충만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제이슨 본 시리즈를 생각나게 하는 첩보 스릴러물 <케미스트>. 전 스테프니 메이어 작가의 베스트셀러 <트와일라잇>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그 소설 읽을 때처럼 이번 소설도 중간에 다른 책이 치고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져 읽었어요.

 

첩보,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가 버무려진 <케미스트>. 묵직한 감정이 남는 소설은 아닙니다. 할리우드 스타일로  즐기기 좋은 소설이니 후련하게 책장 덮고 싶은 독자라면 딱 안성맞춤입니다. 스릴감은 제대로 만끽하면서도 해피해피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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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웬디 워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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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요법과 기억 회복 치료 등 정신의학적으로 파고든 심리 스릴러여서 메디컬 소설 분위기도 맛봤습니다. 제대로 된 심리 스릴러 소설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리즈 위더스푼 출연 영화화 확정이라니 책 읽기 전부터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스릴러일 거란 짐작은 해봤네요.

 

변호사 출신,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편집자 등의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띄는 웬디 워커 작가. 다른 장르의 책은 이미 출판 경력 있지만 이 책으로 심리 스릴러 작가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했습니다. 변호사가 아닌 정신의학과 의사 출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뇌과학적 정보가 매끄럽게 스토리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열다섯 살 제니는 고등학교 파티장에 간 날 밤, 숲 속에서 잔인하게 강간 당합니다. 문신 새기듯 제니의 등 깊숙이 문양까지 남긴 범인.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된 제니는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사건에 한해 기억을 삭제하는 치료 요법인 망각 치료를 받게 되는데.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제니가 기억을 못 하면 괴물을 잡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딸의 회복이냐 놈을 잡아서 벌주는 걸 바라느냐에서 갈등하는 제니의 부모. 아예 없던 일로 치는 걸 회복이라고 생각하는 제니의 엄마. 반면 아빠는 악마를 대면해야 회복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제니에게 기억을 돌려주기 위해 제니의 가족 상담을 맡았습니다.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는 피해자 제니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주변 인물들의 비밀이 얽히며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초반 '나'의 목소리로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데, 지독히도 무감하게 설명하고 있어 갑갑~~한 느낌까지 받을 지경이었어요. 심리적 측면을 강조하며 설명하는데 일부러 이런 분위기로 진행하는 걸 거야 생각하며 일단 작가에 대한 무한 신뢰 상태에서 읽어나갔습니다. 한마디로 초반엔 작가 문체에 적응하는 시간이 좀 필요한 소설이었어요. 

 

 

 

제니의 기억을 되살리는 치료를 하게 된 원인은 제니의 자살 미수 사건 때문입니다. 망각 치료를 한 제니에게서 어떤 후유증도 보이지 않아 다들 성공한 줄 알았죠. 하지만 이미 경험한 신체 반응은 우리 두뇌에 프로그래밍 되기에 제니는 강간을 기억하지 못했어도 공포는 몸속에 살아있었던 겁니다. 나아지고 있다 믿었지만, 전혀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던 부모는 제니가 손목을 그어버린 일로 심한 자책감에 빠집니다.

 

제니의 기억을 되살리는 치료에서 제니뿐만 아니라 제니의 부모 상담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니 엄마의 과거가 드러납니다. 계부와의 도착적인 관계였던 과거와 남편 회사 사장과의 불륜이라는 현재 상황.

 

우리는 한 사람에게 온전한 자아를 내보이지 않기에 우리 모두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를 숨기고 산다며 각자가 가진 비밀을 슬쩍 보여줍니다. 소설에서는 제니 엄마 샬롯의 상황을 지탄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치료의 일환으로 바라봅니다. 착한 샬럿, 나쁜 샬럿으로 구분해서 말이죠. 그녀의 비밀을 통해 딸 제니 사건에서 왜 그토록 망각 치료를 원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편 드디어 용의자가 드러나고 제니의 기억 중 일부가 회복되면서 사건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마약 판매하러 파티에 왔던 용의자. 그의 알리바이는 입증된데다가 그가 목격한 것 때문에 새로운 용의자는 의사의 아들이 될 상황에 이릅니다. 증거와 목격담에 딱 들어맞는 용의자가 된 의사의 아들. 아직은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모릅니다.

 

이제 '나'는 제니와 제니의 가족을 돕고자 하는 의사인 동시에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기억 회복의 논란성에 대한 학계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에게도 의심 부스러기를 흘립니다. 학계에선 기억은 회복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있기에 회복한 기억이란 거짓이라는 것을요. 제니의 회복된 기억에 왜곡과 오류가 있을 거라는 암시를 주죠. 

 

부모는 자식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디자인이 돼 있다. - 책 속에서

 

 

 

아들이 수사에 휘말리지 않게 막으면서 동시에 제니의 치료를 성공할 방도를 고민하는 '나'. 꼭두각시들을 춤추게 하는 인형술사가 된 셈입니다. 의혹의 씨앗은 적당한 햇볕만 있으면 잡초처럼 무럭무럭 자란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기억과 의혹이 뒤섞이면, 기억이 자기 자리로 돌아올 때 의혹과 섞여 아주 살짝 변질된다는 것을요.

 

'나'는 아들에게 쏠릴 이목을 돌릴 허수아비로 그 지역 최고위층이자 권력가, 성공과 야망이 강한 남자 '밥'을 끌어들입니다.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에서는 망각 요법을 한 제니와 동일한 치료를 받은 해군 특수부대원 숀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 PTSD와는 별개인 만성 불안증을 보인 숀의 치료 과정, 제니의 엄마 샬롯과 아빠 톰의 상담 과정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변화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런 변화를 끌어내는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점이었어요. 심리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특히 흥미롭게 읽을만한 소설입니다.

 

반전 없는 소설은 거품 빠진 맥주 마시는 기분이죠.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는 착실하게 반전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묵직한 소설이라는 말 그대로 마지막까지 그 무게를 이어갑니다. 스토리가 무척 탄탄한 소설이니 초반 딱딱하고 무감한 문체만 적응하면 끝까지 읽어내는데 순식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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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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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이 '그 인간'으로 변하면서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무엇이 아내들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제목만으로도 아내들의 폭풍공감을 부르는 책,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실사판과도 같습니다. 책갈피로도 사용 가능한 독특한 책날개에다가, 반대쪽엔 <어쩌면 내 아내도 꾸는 꿈>이라는 기발한 부제가 붙었습니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어쩌면 내 아내도 꾸는 꿈. 남편들, 섬뜩해지나요~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 구석구석 자리한 책 속의 한 줄과 일러스트.

 

 

 

경제적 이유든 자아실현을 위해서든 일을 하고 있던 아내에게 찾아오는 위기. 결혼 즉시 퇴사, 임신 해고, 육아휴직 해고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육아는 아내 몫입니다. 사회가 아내들을 버리고 있는데, 남편마저도 아내를 외면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 내 이혼 상태, 단순한 동거인, 섹스리스 부부 상태가 되는 건 시간문제. 아내를 분노하게 만드는 남편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은 책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에서는 독박육아를 하는 아내들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 인간아, 나가 죽어!"라는 말을 하면서도 '이런 인간의 도움도 필요하니까 그냥 내가 참자, 참아.'라는 생각을 하는 아내들.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낸다 여기겠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이미 쌓이고 쌓이다 폭발하는 순간입니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맞벌이를 하는 직장맘 아내의 분노 사례와 전업주부 아내의 분노 사례를 각각 다룹니다. 워킹맘의 경우 직장에는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퇴근하고, 어린이집 선생님께는 미안하다 고개 숙이고, 아이에겐 엄마가 늦어서 외롭게 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일상의 연속입니다.

 

그나마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남편의 경우 아주 쉬운 일만 골라 하는 경향이 크다는 걸 통계로 보여주더군요. 아이의 등원이 아니라 하원을 담당하는 쪽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이해될 겁니다. 업무에 지장 주는 일은 대부분 아내 몫입니다.

 

 

 

자신이 원해서 전업 주부가 된 경우나 어쩔 수 없이 전업주부가 된 사례에서도 공통된 분노가 느껴집니다.

 

"그러다 잘리면 좋겠어?"

"당신이 원해서 전업주부가 됐잖아."
"나만큼만 벌어 오면 집안일 할게."

 

일하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애초에 육아와 집안일은 여자 몫이라는 성 역할 구분,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의 남편들은 아내의 무상 노동 시간을 무시하고 아내를 '먹여 살리고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남녀 연봉 차이로 인해 여자 쪽이 육아휴직하는 실태. 그런데 아내의 임시 전업주부 생활에 익숙해져버린 남편은 아내의 복직 후 닥치는 역할 분담을 오히려 더 힘겨워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대부분의 남편은 동굴 속으로 숨어들지요. 아내는 숨어들 곳이 없습니다.

 

예전에 비해 깨어있는 남편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어쨌든 육아기에 생긴 부부 분쟁, 온도 차, 오해, 엇갈림을 방치하면 해가 갈수록 부부 관계는 살벌해집니다.

 

퇴직한 남편과 온종일 함께 있는 베이비붐 세대 아내의 원망은 오싹할 정도입니다. 최대의 복수는 남편이 죽었을 때 할 생각이라는 한 아내는 "남편의 유골을 예쁜 상자에 넣어서 야마노테 선 안의 선반에 올려놓고 올 거예요!"라고 합니다. 갑자기 아내가 남편만을 위한 서재를 마련해줬을 때 무조건 좋아하면 안 됩니다. 당신을 버린 거니까. 집 안에서 마주치기도 싫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에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아내의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는 한 남편을 용서하는 일은 없습니다. 아내가 남편보다 먼저 죽으면 남편도 뒤따라 죽을 지경이지만, 남편이 없어지면 아내는 곧 생기를 되찾을 정도지요. 

 

 

 

자, 이제 남편의 입장도 들어봅시다.
육아휴직하고 싶어도, 일찍 퇴근하고 싶어도 회사가 이해해 주지 않는단 말입니다. 기껏 2주간의 육아휴직 내는 것도 눈치 봐야 하니 말입니다. 남자가 육아휴직 쓰면 일을 우습게 여긴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고용 악화 현실이라는 걸림돌, 비정규직과 불안정한 수입. 회사가 법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한들, 직속 상사가 여전히 옛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한 마디로 찍히게 됩니다.

 

하지만 육아도 매일이 전쟁입니다. 일과 육아의 가치는 그 비중이 다르지 않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가치 역시 동일합니다. 집안일과 육아에 적극적인 남편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런 집을 부러워할 만큼 여전히 현실은 고됩니다. 남편이 죽기를 바랄 정도면 차라리 이혼이 낫지 않을까 싶죠. 하지만 이 사회는 그것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여자 혼자서도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사회인가요? 과감히 새 출발할 수 없는 사회제도는 결국 지쳐버린 아내에게 남편의 죽음을 바라게 만듭니다.

 

 

 

대부분의 남편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모릅니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를 남편이 읽는다면, 가정 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좀 하게 될까요. 아내가 살기를 품는 순간은 언제인지, 아내의 살의를 잠재우기 위한 남편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책에서 소개한 각종 통계와 실사례를 통해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제도라는 걸림돌이 있습니다. 일 가정 양립, 육아휴직 등 사회적 제도가 제대로 뒷받침되어야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받는 맘고리즘 현상, 독박육아를 근절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다음의 글귀가 기억에 남는군요.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말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야. 그 '개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어?"

 

자칫 자극적인 제목이 사별로 마음을 다친 분 등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지 공감해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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