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그녀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은 희생자 대신 포식자를 발견하리라.
그녀의 섬세한 함정 뒤에 숨은 독거미를.

- 책 속에서

 

 

 

치명적인 물질이 들어있는 치관, 반지, 목걸이, 향수병. 가죽 벨트 안에는 스프링이 달린 주사기. 칼이 튀어나오는 신발. 집에는 온갖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고, 욕조에서 방독면을 쓰고 침낭에서 자는...일거수일투족 바짝 날 서 있는 정신 상태로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완전무장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자. 심문전문가로 비밀기관에서 일한 줄리아나 박사. 그녀는 현재 도망자 신세입니다. 오늘은 알렉스란 가명을 사용합니다.

 

 

 

그녀는 대상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정보를 빼내는 데 최고의 실력자입니다. 교사로 위장한 테러리스트 대니얼에게서 정보를 빼내는 데 성공하면 3년간의 도망자 신세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는데. 자유의 몸이 될 기회를 붙잡은 알렉스는 대니얼을 납치하고야 맙니다.

 

긴 곱슬머리에 커다란 녹갈색의 강아지 눈을 가진 대니얼. 유쾌하고 다재다능하고 선량한 순수 그 자체의 모습에 알렉스는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그가 해리성 정체 장애를 갖고 있나 싶을 정도로 생각했던 정보와 일치하지 않아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분명 어둠의 대니얼이 그 속에 숨어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자백제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렀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 책 속에서

 

 

 

전투 같은 생존 과정을 겪는 일상, 자백제를 사용하는 알렉스의 모습은 전형적인 스파이물과 다를 바 없이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합니다.

 

여기에 <트와일라잇>의 스테프니 메이어 작가 특유의 심장을 살살 간질이는 로맨스가 <케미스트>에도 등장합니다. 순수함과 냉혹함 사이를 어김없이 오가며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장면들 덕분에 제법 두툼한 분량의 책인데도 눈을 혹사하게 만들 정도로 손 뗄 수 없이 읽어나갔습니다.

 

자백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몸이 구속된 대니얼이 "음, 이건 일종의 페티시 같은 건가요? 난 그런 것의 규칙들을 몰라서……"처럼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톡톡 치고 나오는 유머도 빛나네요. 멋지게 생겼지만 허당, 싸가지없지만 본능적인 두 남자 캐릭터의 대비도 볼만합니다. 

 

 

 

대니얼의 또 다른 형제 케빈의 등장으로 기관에서 건넨 정보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된 알렉스는 그제야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닫습니다. 대니얼, 케빈, 알렉스 모두가 기관의 타깃이 되었고, 이미 미끼를 물어버린 상황입니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계획 세우며 실행하는 스타일인 알렉스. 이제 계획은 없고 본능만 남은 상태입니다. 필수적인 비밀 작전과 범죄의 경계를 넘어선 프로젝트들. 자신도 모르게 알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던 알렉스, 거짓 정보로 대니얼을 납치하게 한 사건 배후 등 그들이 함정에 빠진 이유가 하나씩 밝혀지며 퍼즐 조각은 맞춰집니다. 

 

 

 

두렵고 외로웠던 도망자 삶에서 이제는 함께 하는 삶으로 변했습니다. 그들이 그녀의 약점이 되어 자멸할 것인지 아니면 더 충만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제이슨 본 시리즈를 생각나게 하는 첩보 스릴러물 <케미스트>. 전 스테프니 메이어 작가의 베스트셀러 <트와일라잇>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그 소설 읽을 때처럼 이번 소설도 중간에 다른 책이 치고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져 읽었어요.

 

첩보,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가 버무려진 <케미스트>. 묵직한 감정이 남는 소설은 아닙니다. 할리우드 스타일로  즐기기 좋은 소설이니 후련하게 책장 덮고 싶은 독자라면 딱 안성맞춤입니다. 스릴감은 제대로 만끽하면서도 해피해피해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