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다의 별 - 전2권 유다의 별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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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추리작가협회 대상 수상작 <유다의 별>. 영화화된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후 진행 상황이 무척 궁금하네요. 솔직히 이 소설 다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은... 영화가 소설만큼 충격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싶은 우려도 듭니다.

 

지금까지 읽은 도진기 작가의 고진 변호사 시리즈 중 아직 읽지 않은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제외하곤 전작에 비해 <유다의 별>이 단연코 압도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일본 추리 소설에서는 센 작품이 종종 눈에 띄지만 한국 추리 소설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잔인한 범죄가 등장하는 소설이라 센 거 목말라하던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무려 실화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입니다.

 

 

 

1937년 일제 강점 시대. 오랜 기간 음학, 재산 갈취, 살인을 일삼은 백백교. 발굴된 시체만 346명. 참살된 교도가 2,000명쯤으로 추정된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었더군요. 백백교 교주의 자살로 수사는 종결되고 (여기까지는 팩트), 교주의 머리를 연구용으로 보관하게 됩니다.

 

 

 

교도소 출감 후 살길이 막막한 반요한의 시점으로 이어집니다. 교도소 동기를 따라 간 곳에서 만난 '그분'. 세상을 구원할 분이라며 어느새 훅 빠져들었습니다. 처음엔 사이비 교주 같다는 의심도 했지만, 여자도 없고 돈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철저한 규율이 있긴 해도 어쨌든 먹이고 입히고 재워 주는 생활을 하니 구세주 같은 분입니다.

 

'나'의 생각은 필요 없다.
'그분'이 판단하고, 말씀한다.
그것만 믿고 의지하면 된다.

 

그런데 '그분'은 전국을 돌며 오래된 광목천 띠를 찾아 헤맵니다. 그 과정에서 숱한 사람들을 가차 없이 없앱니다. 넘사벽 수준의 가설을 내놓는 고진 변호사와 행동력이 남다른 이유현 형사 콤비의 활약은 여전하지만, 이번엔 유난히 증거가 없어 매번 닭 쫓던 개 신세가 됩니다.

 

백백교 간부의 후손들을 찾아다니며 끈의 행방을 찾아다니는 '그분', 용해운. 백백교 교주 유골까지 손대려고 유골이 보관된 국과수에 입사할 정도로 계획적인 인물입니다. 80년 전에 사라진 끈을 막 손에 쥐려던 시점, 사채업자의 손에 들어가는 변수가 생긴 바람에 일이 번거롭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끈의 행방을 찾던 도중 벌어진 일가족 살인 사건에서 간신히 목숨 건진 남자가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그분'과 일당의 얼굴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일당 중 한 명은 그자와 함께 병원에서 뛰어내려 자살해버림으로써 경찰은 유일한 증인을 잃게 됩니다. 교주를 지키려고 자기 목숨을 내던지는 가미카제 공격을 감행하다니 '그분'의 힘은 상상을 넘어섭니다.

 

극단적인 비밀결사 백백교. 사이비 종교의 영원한 테제, 종말. <유다의 별>은 광신 메커니즘을 오싹하게 묘사해냅니다. 절대적인 어떤 것을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용하는 사이비. 동료들이 절대적 확신으로 행동하니 따라 하게 되고 순식간에 정신개조되어버립니다.

 

1930년대 백백교의 행태도 오싹할 정도이지만, 근 80년이 지난 이제 와서 정체 모를 백백교 잔당이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광목천 띠를 찾으려 하니. 그들은 경찰, 동료, 일가족 등 가리지 않고 앞길에 방해된다면 무참히 살육을 저지릅니다.

 

<유다의 별> 1권에서만도 무려 아홉 명이 잔인하게 살해되었습니다. 우발적이 아닌 철저히 계획된 살인으로 말이죠. 이 중 단 하나의 사건에서도 증거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니 이번엔 이유현 형사도 악에 받친 꼴입니다.

 

 

 

이쯤 되면 '그분' 일당이 그토록 손에 넣으려는 띠가 자살했던 백백교 교주가 숨겨둔 재산의 열쇠가 아닐까 추측하게 됩니다. 게다가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수전노 노인이 개입하면서 백백교 재산의 비밀이 은밀하게 드러나는데. 무려 7000억 원쯤의 가치가 있는 무기명채권일 거라며 말이죠. 찾아내는 자가 임자입니다.

 

고진 변호사와 이유현 형사, 수전노 노인과 그의 개인 변호사, '그분' 용해운 일당, 현재 끈을 소유한 사채업자. 각자의 목적으로 보물찾기가 시작됩니다.

 

이번에도 어둠의 변호사 고진의 가설을 기대했는데요. 이번엔 초반에 두 번이나 물먹는 상황이 벌어져 이유현 형사도 꽤 고생이 심했어요. 그 와중에도 아재개그는 어김없이 툭툭 던지면서 고진 변호사의 한결같은 캐릭터에 푹 빠져듭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미 리틀 교주의 자질을 보인 '그분'은 살해 수단을 자유자재로 행한 덕분에 인간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신종마약이라든지 기발한 살인 트릭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유다의 별>에서는 흥미롭고 놀라운 소재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광목천 띠의 비밀과 함께 '그분'을 잡을 수 있을지 기대한 독자에게 끝까지 긴장 풀지 못하게 하는 <유다의 별>. 특히 2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는 몇 페이지마다 헐~! 소리를 계속 연발하며 읽었어요. 자꾸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부분은 개인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데 한편으론 지치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서 말이죠.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국 추리 소설의 맛을 제대로 낸 <유다의 별>. 백백교와 교주 전용해 자살 사건에서 '만약에'라는 의문을 더해 이토록 찰진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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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시나공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고급 - 압축! 60개념, 반복! 3단계, 단기! 15일 (특별부록 : 2급이 1급 되는 한국사 전개 과정) 2018 시나공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이건홍.허진.이희명 지음 / 길벗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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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시나공 한능검 고급 편 시리즈.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기본서, 기출문제의 재구성, 실전최신기출문제집 중에서 기본서 먼저 살펴봅니다.

 

 

 

15일 동안 60개 압축 개념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공부하는 길벗 한능검 시나공.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는 '시나공'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개념 학습 교재도 오래 끌지 않고 단기 15일 과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출제 경향을 알고 공부한다는 것은 독학 수험생에게 공부할 시간을 아껴주는 효과를 낳기에 꼭 짚어봐야 할 부분입니다. 자격시험은 기출문제의 중요성이 높은 만큼 문제 출제 비중을 분석한 팁이 도움 됩니다. 시간 대비 효율성 높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한국사 전체를 시대별로 크게 8개 마당으로 나누고, 다시 핵심 용어 중심의 60개 압축 개념으로 정리했습니다. 2018 시나공 한능검 기본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1회 이후 기출을 분석해 압축 개념마다 기출된 회차를 표시해뒀어요.

 

 

 

최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수준에 맞춰 기본 내용 서술을 읽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한능검 시험 대비가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사 공부하는 청소년들의 총정리 교재로 활용할 수 있어 학부모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교재랍니다.

 

개념 설명 옆에 있는 날개단 쪽은 시험에 자주 나오는 내용과 학습법을 알려주는 전문가의 조언, 본문 이해용 추가 해설이 있어 학습의 맥을 짚어줍니다.

 

 

 

개념마다 서술 -> 요약 -> 문제 구성입니다.
한 번 읽을 때 세 번 반복 공부하는 셈입니다. 압축 개념을 요약한 표는 시험 전 마무리 학습용으로 활용하기 좋아요. 개념 하나씩 끝낼 때마다 기출 및 예상 문제 6개를 풀 수 있는데요. 개념 학습 확인 수준의 문제풀이로 기본서의 기본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잘라낼 수 있는 특별부록 '2급이 1급 되는 한국사 전개 과정'은 핵심 개념 정리의 결정판이네요.

 

 

 

분권 가능한 해설 파트. 기본서는 문제가 많지 않은데도 해설서 분량이 좀 있더라고요. 기출문제 위주 공부를 하는 자격시험은 해설이 중요하죠. 2018 시나공 한능검 시리즈에는 기출문제집이 따로 있어 기본서 해설은 사실 큰 기대 안 했는데 풀이와 오답 해설이 잘 설명되어 있었어요.

 

 

 

맘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찾아보기 코너인데요. 한 번도 활용 안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필요한 순간 이게 없으면 은근 아쉽답니다 ^^

 

교재를 펼쳤을 때 첫 느낌은 서술 방식 편집이 조금 어렵게 다가오는 기분도 들긴 했었고, 핵심 설명 외 부가 자료들의 글자 크기가 작은 게 평소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저한테는 살짝 아쉬웠어요.

 

서술 형태로 된 개념을 읽는 동시에 요약까지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2018 시나공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기본서. 시나공 한능검은 요약식 설명보다는 개념 이해가 필요한 수험생을 위한 최적의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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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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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으로 이미 심쿵한 독서가들 많을 테죠. 고서점, 고양이, 신비한 모험이 어우러진 판타지 소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독서법에 관한 책만큼이나 소설에서 책의 의미를 건져올리는 방식 신선합니다. 라이트노블에 가깝고 머리 싸매며 묵직하게 끌고 나가는 방식은 아닙니다.

 

 

 

발밑에서 천장까지 묵직한 책장에 수많은 서적이 꽂혀 있고, 세월을 느끼게 하는 석유스토브, 머리 위에는 복고풍 램프가 부드러운 빛을 내는 고서점 분위기. 퀘퀘묵은 먼지 대신 앤티크한 분위기가 절로 떠올라 상상만으로도 편안해집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고등학생 나쓰키 린타로.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홀로 남겨졌습니다. 생면부지였던 고모와 살게 되어 할아버지가 남긴 고서점은 폐점해야 할 상황입니다. 린타로에게 유일한 은식처이자 피난처인 고서점을 떠나야 한다니 먹먹한 마음뿐입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얼룩고양이. 나쓰키 서점의 2대인 린타로에게 인간의 말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어느 장소에 책이 많이 갇혀 있다며 갇혀 있는 책을 구해야 한다고 말이죠. 성격도 어둡고 서점에만 틀어박혀 있는 특별한 장점도 없는 린타로이지만, '책을 좋아하니까'라는 이유로 도와달라고 합니다. 책을 무사히 해방시키지 못한다면 빠져나갈 수 없는 미궁으로 말입니다.

 

얼룩고양이의 말에 홀려 고서점 뒤쪽 신비한 통로를 거쳐 간 미궁은 겉으론 풍요롭게 보이지만 알맹이는 없는 대저택입니다. 유리 책장에 모든 장르의 책을 분야에 상관없이 꽂아 혼돈스럽게만 보이는 데다가 책장에 자물쇠까지 채워뒀습니다. 게다가 모두 새 책으로 보일 만큼 깨끗한 서재입니다.

 

서재의 주인은 지식인입니다. 매우 매우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5만 권 이상의 장서를 소유한 그는 한 번 읽은 책을 두 번 다시 읽지 않습니다. 세상에 읽을 책은 무척 많아서 한 번 읽기도 바쁜 거죠.

 

이 서재 주인의 마음을 돌려 갇힌 책을 해방시켜야 하는 린타로. 과연 어떤 말로 갇힌 책을 구할까요. 소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는 책 속의 명글귀와 책과 관련한 명언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옵니다. 첫 번째 미궁에서 린타로는 니체의 말을 인용합니다. "책을 보기만 하는 학자는 결국 생각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책을 보지 않을 때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책의 벽 안에 틀어박혀 무턱대고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줍니다.

 

 

 

두 번째 미궁은 전 세계의 책을 모아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남자를 만납니다. 효율적인 독서를 위해 빨리 읽기 위한 연구에 매달린 사람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워낙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으니 짧은 시간에 걸작을 만나게 해주려고 단 한 문장으로 된 줄거리만 뽑아내는 겁니다. 어차피 안 읽혀 사라지는 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으니 오히려 책을 구해주고 있는 거라는군요. 린타로는 가위질 당하는 책들을 어떻게 구해낼까요.

 

 

 

세 번째 미궁에서는 세계제일출판사 사장을 만납니다. 아주 골치 아픈 상대였습니다. 팔리는 책을 만든다는 원칙하에 매일 산더미처럼 책을 만들고 팔아치우며 책은 소모품으로만 취급합니다. 가벼운 것, 저렴한 것, 자극적인 것. 사람들은 삶에 지쳐 자극과 치유만을 원하는 책을 찾는 현실. 세상이 원하는 책과 가치 있는 책은 다르다는 출판사 사장의 말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린타로는 멋지게 반격에 나서 책을 구합니다.

 

이제 책 해방 임무는 끝난 줄 알았는데 며칠 뒤 또다시 미궁이 나타납니다. 두 번째 미궁부터 린타로와 함께 모험을 한 소중한 친구를 납치해 린타로를 끌어들이려는 네 번째 미궁의 주인공.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풀풀 나는군요. 미궁의 주인은 바로 책 그 자신입니다. 상처 입고 마음이 얼어붙은 책 그 자체의 존재를 만난 겁니다.

 

책은 린타로에게 묻습니다. 책의 힘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책으로 자신을 장식하고 가볍게 지식을 채운 뒤 쓰레기통에 버린다며 말이죠. 책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가진 책 대신 정보와 오락의 대상으로 전락한 책만 읽는 상황 때문에 말이죠.

 

걸작이라도 팔리지 않고, 읽히지 않으면 사라지는 법. 첫 번째 미궁부터 세 번째 미궁까지 기이한 설득력이 있는 궤변을 늘어놓은 그자들 역시 책의 위기를 깨닫고 나름의 방식으로 행동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책에는 어떤 힘이 있길래 우리는 책을 읽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다양한 유형을 보여줌으로써 책을 진정 좋아한다는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린타로의 대답이 궁금하다면 읽어 보세요.

 

소설에서 인용, 언급한 책도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로맹 롤랑 『매혹된 영혼』, 다자이 오사무 『달려라 메로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등 그야말로 책 이야기에 한껏 파묻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신비한 고양이와 함께 떠나는 책 모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이 모험을 통해 쉽게 자포자기하던 린타로가 스스로 소박한 일상을 선택해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 모습까지 내면의 성장 여정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서 토론하기에도 딱 좋은 소설인 것 같아요. 청소년 독서 권장 용도로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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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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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 김치녀, 맘충. 처음 이 말들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같은 여성 입장에서도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태에 저런 소리 들을만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안일하게 바라봤습니다.

 

저 말들은 모두 혐오표현입니다. 남성을 대상으로 했을 때와 여성을 대상으로 했을 때 표현을 넘어 차별과 폭력으로 가는 파급력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말이 칼이 될 때>를 읽으며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남혐과 여혐이 우리 사회에서 작동하는 기제가 다르다는 것을요.

 

2012년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로 혐오표현과 인연 맺은 법학자 홍성수 교수의 책 <말이 칼이 될 때>는 단순히 비판, 의견으로 제시한 말이 차별의 현실과 만날 때 표현의 자유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정규직, 남성 노동자, 비장애인, 이성애자로 한국의 다수자에 속한 저자가 혐오표현이란 무엇인지, 왜 문제 되는지, 혐오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자고 합니다.

 

 

 

혐오표현이란 소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다양한 수위의 차별, 적대, 배제, 폭력의 말들을 포괄적으로 담았습니다. 누군가는 그 정도 가지고 난리 법석이냐며 개인의 특수한 고통일 뿐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소수자 당사자와 제3자의 입장 차이는 크다고 합니다.

 

차별적 괴롭힘, 편견 조장, 모욕, 증오선동과 같은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의 부정적인 측면을 고정관념화합니다. 표현일 뿐이었겠지만 편견, 차별을 확산하고 조장하게 됩니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차별받아왔기에 혐오표현의 파괴력과 파급력은 가벼이 여길 게 아니라는 점을 알려줍니다. 실체 있는 고통으로 다가오게 되는 거죠.

 

 

 

편견은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싹틉니다. 소수자들을 향한 편견을 밖으로 드러내면 혐오표현이 되는 겁니다. <말이 칼이 될 때>에서 소개한 혐오의 피라미드를 보면 편견이 혐오로, 혐오가 차별과 폭력으로 가는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총기난사 사건 대부분은 소수자들을 향한 증오범죄였고, 홀로코스트라는 집단학살 사례가 있습니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으로 여성증오범죄에 대한 현재 우리의 사회적 인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갑니다. 혐오표현으로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없게 된다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너도 나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존엄한 존재인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인간 존엄, 평등을 파괴할 권리는 없습니다.

 

혐오표현을 규제하면 해결될까요. 한국 사회 내 혐오 논쟁 사례들을 소개하며 규제 카드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도 짚어줍니다. 다만 혐오표현을 관용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하기보다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에 무감했던 것을 반성해볼 필요가 있음을요.

 

 

 

다른 나라는 혐오표현과 관련해 어떤 처벌과 정책이 있을까요. 법에 의한 강제 규제와 사회에 의한 규제 모두 살펴봅니다. 법에 의한 강제 규제가 없다는 말이 곧 혐오할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표현 자체는 규율하지 않되, 선을 넘어가는 순간 강력 대처 전략은 필요합니다. 유럽의 법적 규제 한계와 부작용, 표현의 자유를 넓게 용인하는 미국에서의 다양한 사회적 기제들을 소개해 혐오표현 규제는 옳다 그르다 식의 이분법으로 볼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혐오표현에 대처하려면 개인, 사회, 국가적 차원의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혐오표현은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이 깔려 있기에 그동안 사회적 관행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것들을 없애야 합니다. 뿌리박힌 차별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한순간에 되는 일이 아니기에 길게 바라보고 사회의 내성을 길러나가야 합니다.

 

 

 

정치인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인의 발언 사례들을 통해 연대의 실천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볼 수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 성소수자들을 일일이 호명한 반기문 연설문, 일본 혐한 시위대에 맞선 카운터 운동, 서울대 성소수자 현수막 사건, 메갈리아의 미러링 등은 혐오주의자들의 선동에 역선동을 펼쳐 대처한 사례입니다.

 

 

 

최근 한국 사회를 보면 표현의 자유 옹호와 동시에 혐오표현의 규제와 관련한 논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말이 칼이 될 때>는 산으로 가고 있는 논의 방향에 키잡이 역할을 할만한 책입니다. 

 

편견, 차별, 혐오의 파급력이 폭발적인 SNS 시대에 평등과 공존의 가치를 묻습니다. 별거 아니라고 무감하게 생각했던 이들을 향한 일침이기도 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책입니다. 중학생 되는 우리 아들과 함께 읽는 책 <말이 칼이 될 때>. 차별과 혐오 관련해 읽어봐야겠다 싶은 책도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공존의 시대를 향한 첫 발걸음, 가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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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나 - 3개월 동안의 자기애 실험
섀넌 카이저 지음, 손성화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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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실험. 3개월 동안의 자기애 실험 여정을 담은 <미운 나>.

 

섀넌 카이저 저자는 평생 동안 스스로와 전쟁을 치르며 살아왔다고 고백합니다. 인생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원인을 몸에서 찾았다고 해요. 뚱뚱하고 못나서 그런 거라고 말이죠.

 

다이어트에 실패할 때마다 자존감은 낮아지고 자기파괴에 시달렸습니다. 자신의 몸을 경멸했기에 자신을 전혀 사랑할 수 없었던 시간들. 가치 없는 인간으로 자기비하하며 너무나도 달라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만난 상담 코치가 내준 유일한 숙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바꾸거나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거나. 첫 번째 선택은 대체로 실패했고, 작은 성공 이후엔 끝없는 욕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두 번째 선택을 할 차례입니다. 세상에 나를 맞추려는 걸 그만두는 겁니다.

 

 

 

부정적 자기 대화 금지! 긍정적 확언 반복!
자기애 실험 1개월 차, 몸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살만 빼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스로에게 사랑을 억지로 강요하는 일만 계속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학대하는 방식의 체중감량이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다정한 방식으로 대하기로 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억압대신 할 수 있게 해주면서 내가 하는 일에 죄책감,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겪어보니 자기 연민이야말로 자기애의 토대라고 하는군요.

 

우리를 방해하는 것은 문제, 결점, 습관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결함을 인생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 결함에 있던 부정적인 영향력이 점차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기애 실험 1개월 차에는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되고 싶었던 내 모습을 놓아버림으로써 참자아를 찾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1개월 동안 끊임없이 의심은 치고 올라오기 일쑤였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는 것을 되새깁니다. 자기 신뢰는 외부의 압력을 털어내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애 실험 2개월 차에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 눈을 돌립니다.

 

옷장을 깨끗이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엌, 사무실, 자동차 등 물리적 공간을 바꾸고 청소하자 에너지가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에너지가 더 많은 기회를 끌어들이면서 인생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치는 식입니다. 이와 관련한 것은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일맥상통합니다. 

 

 

 

자기애 실험 3개월 차. 이제 마음의 더 깊은 층위를 들여다보고 마음을 세상에 내보이는 데 충실하게 됩니다. 자기애는 많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단순히 외부에서 겉으로만 자기애에 접근하면 결코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제 저자는 행복은 습관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매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하면서 마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의심과 불안 뒤에 숨은 속내를 눈치채게 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공포의 허벅지'라는 말 한 마디에 마음을 닫아버린 섀넌 카이저 저자. 그 말을 내가 사랑스럽지 않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던 겁니다. 이처럼 살면서 자신의 뿌리까지 뒤흔들며 '미운 나'로 살아온 고통의 근본 원인을 자기애 실험 여정 속에서 깨닫습니다. 이제는 아버지를 탓하는 대신 아버지로 인해 새롭게 배운 것들에 고마워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건 문제는 끝없이 생겨난다는 겁니다. 몸무게에 집착 버리자, 새로운 문제가 등장합니다. 집착이 다른 집착으로 대체되는 거죠. 저자는 한동안 팔로잉 숫자에 집착했다고 고백하는군요. 결국 모든 문제의 초점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감정을 눈치채는 거라고 합니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올리는 대신 내가 정말로 바라고 느끼는 것을 올리자 집착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포기하고 안주하겠다는 뜻과는 다릅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에 항복하고 사랑을 자기 안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의미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자기애는 얻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일부로 내 안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애가 빛나도록 겹겹의 층을 벗겨내기만 하면 됩니다.

 

 

 

3개월간의 자기애 실험 여정을 책으로 공유하는 것 자체가 또 치유의 한 여정이라는 저자. 개인적으로는 끌어당김의 법칙, 놓아버림 같은 주제에 퍽 끌리는 편은 아니지만, 자기 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는 것만큼은 무척 도움 되는 조언이었어요. 한 해가 다르게 중력에 저항하지 못한 채 탄력 잃고 처지는 나잇살을 보면서 미운 나가 되는 건 아닌가 생각 들던 시점이라 더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미운 나> 부록으로 있는 자기애에 이르도록 돕는 효과적인 질문들도 유용합니다. 자문과 자각을 통해 자기애에 이르는 층을 한 단계씩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과 불안 뒤에 숨으며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면 자기애 발견에 한 발 다가섭니다. 20대~30대가 읽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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