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다의 별 - 전2권 유다의 별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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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추리작가협회 대상 수상작 <유다의 별>. 영화화된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후 진행 상황이 무척 궁금하네요. 솔직히 이 소설 다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은... 영화가 소설만큼 충격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싶은 우려도 듭니다.

 

지금까지 읽은 도진기 작가의 고진 변호사 시리즈 중 아직 읽지 않은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제외하곤 전작에 비해 <유다의 별>이 단연코 압도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일본 추리 소설에서는 센 작품이 종종 눈에 띄지만 한국 추리 소설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잔인한 범죄가 등장하는 소설이라 센 거 목말라하던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무려 실화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입니다.

 

 

 

1937년 일제 강점 시대. 오랜 기간 음학, 재산 갈취, 살인을 일삼은 백백교. 발굴된 시체만 346명. 참살된 교도가 2,000명쯤으로 추정된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었더군요. 백백교 교주의 자살로 수사는 종결되고 (여기까지는 팩트), 교주의 머리를 연구용으로 보관하게 됩니다.

 

 

 

교도소 출감 후 살길이 막막한 반요한의 시점으로 이어집니다. 교도소 동기를 따라 간 곳에서 만난 '그분'. 세상을 구원할 분이라며 어느새 훅 빠져들었습니다. 처음엔 사이비 교주 같다는 의심도 했지만, 여자도 없고 돈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철저한 규율이 있긴 해도 어쨌든 먹이고 입히고 재워 주는 생활을 하니 구세주 같은 분입니다.

 

'나'의 생각은 필요 없다.
'그분'이 판단하고, 말씀한다.
그것만 믿고 의지하면 된다.

 

그런데 '그분'은 전국을 돌며 오래된 광목천 띠를 찾아 헤맵니다. 그 과정에서 숱한 사람들을 가차 없이 없앱니다. 넘사벽 수준의 가설을 내놓는 고진 변호사와 행동력이 남다른 이유현 형사 콤비의 활약은 여전하지만, 이번엔 유난히 증거가 없어 매번 닭 쫓던 개 신세가 됩니다.

 

백백교 간부의 후손들을 찾아다니며 끈의 행방을 찾아다니는 '그분', 용해운. 백백교 교주 유골까지 손대려고 유골이 보관된 국과수에 입사할 정도로 계획적인 인물입니다. 80년 전에 사라진 끈을 막 손에 쥐려던 시점, 사채업자의 손에 들어가는 변수가 생긴 바람에 일이 번거롭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끈의 행방을 찾던 도중 벌어진 일가족 살인 사건에서 간신히 목숨 건진 남자가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그분'과 일당의 얼굴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일당 중 한 명은 그자와 함께 병원에서 뛰어내려 자살해버림으로써 경찰은 유일한 증인을 잃게 됩니다. 교주를 지키려고 자기 목숨을 내던지는 가미카제 공격을 감행하다니 '그분'의 힘은 상상을 넘어섭니다.

 

극단적인 비밀결사 백백교. 사이비 종교의 영원한 테제, 종말. <유다의 별>은 광신 메커니즘을 오싹하게 묘사해냅니다. 절대적인 어떤 것을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용하는 사이비. 동료들이 절대적 확신으로 행동하니 따라 하게 되고 순식간에 정신개조되어버립니다.

 

1930년대 백백교의 행태도 오싹할 정도이지만, 근 80년이 지난 이제 와서 정체 모를 백백교 잔당이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광목천 띠를 찾으려 하니. 그들은 경찰, 동료, 일가족 등 가리지 않고 앞길에 방해된다면 무참히 살육을 저지릅니다.

 

<유다의 별> 1권에서만도 무려 아홉 명이 잔인하게 살해되었습니다. 우발적이 아닌 철저히 계획된 살인으로 말이죠. 이 중 단 하나의 사건에서도 증거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니 이번엔 이유현 형사도 악에 받친 꼴입니다.

 

 

 

이쯤 되면 '그분' 일당이 그토록 손에 넣으려는 띠가 자살했던 백백교 교주가 숨겨둔 재산의 열쇠가 아닐까 추측하게 됩니다. 게다가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수전노 노인이 개입하면서 백백교 재산의 비밀이 은밀하게 드러나는데. 무려 7000억 원쯤의 가치가 있는 무기명채권일 거라며 말이죠. 찾아내는 자가 임자입니다.

 

고진 변호사와 이유현 형사, 수전노 노인과 그의 개인 변호사, '그분' 용해운 일당, 현재 끈을 소유한 사채업자. 각자의 목적으로 보물찾기가 시작됩니다.

 

이번에도 어둠의 변호사 고진의 가설을 기대했는데요. 이번엔 초반에 두 번이나 물먹는 상황이 벌어져 이유현 형사도 꽤 고생이 심했어요. 그 와중에도 아재개그는 어김없이 툭툭 던지면서 고진 변호사의 한결같은 캐릭터에 푹 빠져듭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미 리틀 교주의 자질을 보인 '그분'은 살해 수단을 자유자재로 행한 덕분에 인간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신종마약이라든지 기발한 살인 트릭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유다의 별>에서는 흥미롭고 놀라운 소재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광목천 띠의 비밀과 함께 '그분'을 잡을 수 있을지 기대한 독자에게 끝까지 긴장 풀지 못하게 하는 <유다의 별>. 특히 2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는 몇 페이지마다 헐~! 소리를 계속 연발하며 읽었어요. 자꾸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부분은 개인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데 한편으론 지치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서 말이죠.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국 추리 소설의 맛을 제대로 낸 <유다의 별>. 백백교와 교주 전용해 자살 사건에서 '만약에'라는 의문을 더해 이토록 찰진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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