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하루 15분 영어 필사
백선엽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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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올해는 달라질 거야라고 다짐합니다. 영어 공부도 하고, 자기계발도 하고, 성공 습관도 만들겠다고요. 그런데 어김없이 흐지부지 해집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닙니다.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200만 독자의 언어 멘토 백선엽 저자가 엄선한 『성공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하루 15분 영어 필사』는 세계 1% 리더의 문장을 손으로 소유하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영어 실력과 성공 마인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니 일석이조입니다.


세계적 리더 100인의 명문장을 엄선하면서 영어 초보자도 부담 없이 따라 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부터 일론 머스크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성공 철학의 정수를 담았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 제프 베이조스의 "Take risk" 등 실제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 삶으로 증명한 원칙이 담긴 문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은 총 5개 파트, 100일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생각을 리셋하라에서는 작은 변화로 큰 차이를 만드는 생각의 혁명을 다룹니다.


제프 베이조스의 "크게 꿈꾸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 오프라 윈프리의 "오늘이라는 선물을 낭비하지 마라" 등의 문장을 읽고 쓰다 보면 얼마나 현재를 소홀히 하며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생각을 리셋한다는 것은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덮어쓰기 하는 과정입니다. 이 책은 그 덮어쓰기를 위해 하루 15분을 투자하라고 합니다.





이 시간은 태도의 선언에 가깝습니다. 하루 중 아주 짧은 시간을 오롯이 자기 사고를 점검하는 데 쓰겠다는 결심, 그리고 그 결심을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이 필사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넘겨 읽는 명언이 아니라, 펜 끝의 압력과 속도를 통해 문장을 몸에 새기는 행위 말입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계획을 말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실행을 지시하는 문장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봤던가요. 마이클 조던, 제임스 클리어, 벤저민 프랭클린의 문장들의 공통점은 행동을 촉발하는 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했다는 데 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지금 이 순간이 시작이다"라는 문장을 필사하면서 자기 설득의 과정에 돌입합니다. 머릿속에서 흐릿하게 떠다니던 결심이, 종이 위에서 명령문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영어 문장과 한국어 번역을 함께 쓰며 자기 자신에게 명확하게 말하는 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실패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문장들도 멋집니다. 실패를 미화하지도, 극복의 대상만으로 단순화하지 않습니다. 대신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토머스 에디슨, J.K. 롤링, 사라 블레이클리의 문장들은 실패를 감정의 문제가 아닌 정보의 문제로 전환합니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데이터일 뿐이라는 문장을 필사하며 내가 과거의 실패를 어떤 언어로 정의해 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성공을 개인의 성취로만 바라보는 관점을 교정하는 명문장들도 등장합니다. 신뢰, 경청, 공감, 피드백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지만, 피상적이지 않습니다. 관계 역시 습관의 집합이며, 언어를 통해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사이먼 시넥, 애덤 그랜트,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말의 패턴이 떠오릅니다. 상대를 설득하려는 문장만 쓰고 있지는 않았는지, 이해하려는 질문형 문장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리더십에 대해 다룹니다. 어떤 문장으로 세상을 대하는가를 묻습니다. 넬슨 만델라, 엘리너 루스벨트, 스티브 잡스의 문장들이 이 파트에 배치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이제는 남의 문장을 따라 쓰는 것을 넘어, 자신의 문장을 써 보라고 말이죠. 100일 동안의 필사는 그 준비 과정이며, 사고와 태도를 정리하는 워밍업이라는 것입니다.


책 구성에서 눈에 띄는 건 문장마다 배치된 성찰 질문들입니다. 내일을 설계하는 질문, 작은 습관을 만드는 질문, 실패에서 배우는 질문, 인간관계를 재정립하는 질문, 성공을 향해 가는 질문들이 펼쳐집니다. 이 질문들은 필사가 수동적 베껴쓰기로 끝나지 않고, 능동적 사유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돕습니다.


『성공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하루 15분 영어 필사』의 강점은 어떤 문장을 반복해서 떠올리며 살아갈지를 선택하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영어 문장 구조와 어휘 감각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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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밀을 눈치채고 은행을 퇴사했다 - ‘부’와 ‘자유’를 누리는 마인드셋
이보은(선한건물주) 지음 / 노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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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만약 내가 국책은행 VIP 팀장 명함이 있다면, 과연 그 안정된 궤도 밖으로 스스로를 던질 용기가 있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비밀을 눈치채고 은행을 퇴사했다』의 이보은(선한건물주)  저자는 바로 신의 직장이라는 안락한 감옥을 제 발로 걸어 나온 인물입니다. 


16년 동안 타인의 돈과 욕망, 결핍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며 숫자 뒤의 진실을 꿰뚫어 본 그가 발견한 진짜 부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나 이렇게 돈 벌어 퇴사했다는 재테크 성공기가 아닙니다. 성공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지만, 어느 순간 성공한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 앞에서 멈춰 선 저자. 이 책은 성공을 더 잘 달성하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가 왜 성공 앞에서조차 불안해지는지를 해부하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월급날의 달콤함에 취해 삶의 주도권을 서서히 잃어갑니다. 저자 역시 국책은행이라는 견고한 울타리 안에서 16년을 보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워킹맘으로 보였겠지만, 내면에서는 이게 정말 내 삶인가라는 공허함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신의 직장이라는 안정된 족쇄라고 표현합니다.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안정을 선택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안정이 영혼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음을 고백합니다.





4천만 원으로 시작한 첫 투자에서 수익을 내고, 아파트 투자로 10억 원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도 채워지지 않았던 결핍의 정체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결핍이 반드시 약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핍은 때로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더 깊은 성찰과 공감의 능력을 길러주는 토양이 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 결핍을 자양분 삼아 퇴사라는 다른 문을 열었습니다.


퇴사 후에도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무엇일까요? 테크닉일까요? 아닙니다. 그는 투자 성공의 진짜 힘은 기술이 아니라 마인드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식의 막연한 주문이 아닙니다. 잠재의식이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짚어줍니다.


금융 실무 현장에서 거대한 자본의 흐름을 지켜보며 부자들이 공통으로 가진 심리적 중심축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시장의 흔들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강력한 자기 확신이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매일 아침 확언과 시각화, 그리고 감사 루틴을 실천했습니다.





감사 일기가 단순한 감성 기록이 아니라, 뇌의 회로를 결핍 모드에서 풍요 모드로 전환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고 말합니다. 더불어 실행력의 비밀을 독서에서 찾으며 실행하는 모방이 진짜 창조로 이어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꿈을 시각화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라, 뇌가 그 목표를 익숙한 현실로 받아들이게끔 선행 학습을 시키는 정교한 훈련입니다.


준비된 마인드 셋이 외부의 기와 공명할 때, 우리는 그것을 행운이라 부릅니다. 캘리 최 회장과의 만남이나 대한민국 부자 아빠들과의 인연 역시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각자 고유한 에너지를 갖고 있고, 그 결이 맞으면 인연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하는 저자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을수록 좋은 사람과 기회가 끌려오니까요.


때로는 우리 삶에 등장하는 부정적 인연조차 우리를 성장시키기 위한 것으로 바라봅니다.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원망 대신, 그 상처를 통해 내 안의 무엇을 치유해야 하는지 들여다보는 힘. 그것이 바로 관계를 수평으로 바라보고 나를 지키는 기술입니다.


실질적인 부의 원칙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특히 돈을 대하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진짜 부자는 돈을 사고파는 게임의 도구가 아니라 시간을 사는 레버리지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자산은 사고파는 게임이 아니라 모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하락장과 고금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산을 불린 비결로 시간을 친구로 삼는 태도를 꼽습니다. 조급함은 가난의 지름길이며, 확신은 풍요의 지름길입니다. 돈은 결국 자유를 위한 도구입니다. 돈의 가치는 "해야 하는 삶"에서 "하고 싶은 삶"으로 건너가게 해주는 징검다리입니다.





경제적 자유와 끌어당김을 이야기하던 저자가 결국 도달한 곳은 자기 사랑입니다. 성공을 향한 실천 전략을 다루는 책은 많지만, 왜 어떤 사람은 성취 후에도 공허해하고 어떤 사람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지, 그 차이를 자기 사랑이라는 감정적 토대에서 찾습니다.


자기 사랑을 고리타분한 위로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 영혼의 목소리를 신뢰하고,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격리하는 고도의 생존 전략입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대한민국의 오프라 윈프리라 명명하며, 타인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지향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의 근원에는 '나를 사랑하는 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비로소 타인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들리나요? 그 목소리가 바로 당신을 자유로 인도할 비밀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그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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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마음 -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기쁨
정고요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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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오늘도 정해진 속도에 맞춰 숨 가쁘게 달릴 겁니다. 혹시 지금 있는 곳에서 아주 멀리,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없나요? 우리는 도망을 패배자의 전유물로 여깁니다. 하지만 여기, 기꺼이 도망친 곳에서 비로소 진짜 나를 발견했다고 말하는 한 시인이 있습니다.


정고요 시인은 대도시의 숨 막히는 출근길을 뒤로하고 강원도 강릉으로 터전을 옮겼습니다. 스스로를 강원도력(力)으로 나이를 계산하는 아이라고 소개하는 이 재치 있는 저자는, 강릉의 바다와 솔숲을 걸으며 일상의 문법을 새로 썼습니다.


『산책자의 마음』은 강릉의 명소를 소개하는 여행 에세이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한 보폭 찾기에 가깝습니다. 정고요 시인이 제안하는 산책자의 철학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봅니다. 산문뿐만 아니라 시와 짧은 소설을 병행하며, 산책자가 느끼는 감각의 층위를 다채롭게 보여줍니다.


강릉이라는 공간에 자신을 불시착시킨 정고요 시인에게 도망은 대책 없는 회피가 아니라, 타인이 설계한 트랙에서 내려와 자신만의 궤도를 만들겠다는 능동적인 선택입니다.





도망친 곳에서 매일 산책하며 비로소 자신이 일상인간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오늘 하루의 날씨에 반응하고 길가에 핀 꽃의 안부를 묻는 소박한 질서가 삶을 어떻게 구원하는지 보여줍니다.


산책자는 풍경을 그저 소비하지 않습니다. 주머니에 조개껍데기를 집어넣는 행위는, 세상의 파편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의식과도 같습니다.


끊임없이 펼쳐진 바다의 어디쯤부터 여기는 안목해변, 여기서부터 저기는 송정해변, 송정해변 다음은 강문해변, 이보다 더 다음은 경포해변…… 인간이 임의로 구분해 놓은 경계의 허무함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바다는 그저 흐를 뿐인데 인간은 이름을 붙여 소유하려 합니다.


산책자는 그 경계 위를 걸으며 이름 너머의 실재를 봅니다. 현대인들이 규정된 직함이나 사회적 지위에 매몰되어 본질을 잃어버리는 세태에 대한 통찰이기도 합니다.


산책은 외부를 향한 발걸음 같지만, 실상은 가장 깊은 내면으로의 침잠입니다. "바다를 산책하는가 싶었지만 결국 내 내면의 광활한 우주의 어느 구석을 산책하고 있었네, 집에 돌아와 신발 속의 모래를 털며 생각하는 것이다. 모래 안에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나와, 오늘 산책한 바다와, 내일 만날 세계가."라는 문장처럼 모래알 하나에도 시선의 깊이가 남다릅니다.


우리는 너무 거대한 목표만을 바라보느라 신발 속의 모래 같은 작은 진실들을 무시하며 살아갑니다. 정고요 시인은 그 모래알을 털어내며 오늘 하루 내가 만난 세계의 총량을 가늠해 보라고 합니다.


저자에게 강릉의 나무와 바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앞서 걸어간 스승입니다. 나무가 계절을 견디는 방식, 바다가 파도를 밀어내는 방식을 보며 시인은 삶의 기술을 배웁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뒷모습을 지켜주는 산책자적 관계의 핵심을 짚어줍니다.


하루하루가 쌓여서 인생이 된다고 믿지만, 시인은 그 너머를 이야기합니다. "매일매일의 산책을 모두 더하면 무엇이 될까. 산책을 아무리 더하고 더해도 여행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매일매일의 삶을 모두 더하면 무엇이 될까. 매일을 아무리 더해도 인생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매일매일의 삶이 고스란히 인생이 된다고 믿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어쩐지 아닌 것 같아, 생각한다. 삶은 나날들의 총량보다 모자라거나 때로는 넘치는 것 같아, 생각한다. 그런데도 하루하루 성실히 임하려 노력한다. 하루하루를 넘지 않고서 삶을 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참 오묘합니다.


노력이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허무를 인정하면서도, 하루를 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는 실존적 성실함을 강조합니다. 결과 중심적인 세상에서 과정 그 자체의 독립적인 가치를 긍정하는 이 태도가 와닿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시인이 도망친 끝에 도달한 종착지가 어디인지 선명해집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 닮은 풍경이 되는 일입니다. 자기 마음의 텃밭을 가꾸는 텃밭심으로 살아가기로 합니다. 산책은 그 텃밭을 돌보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입니다. 저자는 하루라는 악보 위에 산책이라는 음표를 그려 넣으라고 말합니다.


"흐르는 시간에도 마디가 있다. 연이라는 마디, 월이라는 마디, 하루라는 마디. 시라는 마디. 분이라는 마디. 초라는 마디. 약속된 세로줄들 안에 저마다의 마디를 그려 넣는 것이 각각의 하루일 것이다. (……) 해야 할 일들로 생기는 마디 외에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마디를 그리고 이 안에 음표를 그려 넣을 때 하루라는 곡엔 생기가 돈다. 비로소 변화무쌍해지고 ‘저마다의 하루’라는 표현과 어울린다."라고 말입니다.


시간을 단순히 흘러가 버리는 선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매듭을 짓는 대나무의 마디처럼 바라본 시인의 시선이 참 근사합니다. 저는 이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시인에게 산책은 삶이 꺾이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탱해주는 단단한 마디였던 셈입니다. 마디를 긋는 행위는 단순히 쉬는 것을 넘어 내 삶의 구조를 튼튼하게 설계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소음처럼 느껴질 때, 우리가 산책이라는 마디를 만들고 그 안에 나만의 감각을 음표로 적어 넣는다면, 퇴근길의 우울함도 안온한 안식의 선율로 바뀔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하루의 마디 속에 그려 넣고 싶은 첫 번째 음표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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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강준 지음 / 좋은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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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투박한 제목이 강렬합니다. 『주먹』은 한국형 종합무술 공권유술(Gongkwon Yusul)의 창시자 강준 관장이 내놓은 책입니다. 주먹을 휘두르는 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주먹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이자 47개국에 K-마샬아츠의 씨앗을 뿌린 무도가는 이제 기술의 영역을 넘어 예술과 철학의 경계에서 말을 건넵니다. 이 책은 격투기 교본이 아닙니다. 치열하게 나를 지켜내기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강준 관장은 전통무예의 고결함과 현대 격투기의 실전성을 결합해 공권유술이라는 독보적인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창시자, 회장, 유튜버 등의 수식어가 붙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발견하는 가장 선명한 정체성은 관찰자이자 예술가입니다.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싸움이란 결국 타인을 굴복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통제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내면의 언어임을 강조합니다.


주먹보다 무서운 건 선택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싸움의 승패가 근력이나 속도에서 결정된다고 믿지만, 강준 관장은 싸움은 밀려오는 위협 속에서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결정하는 선택의 연속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침묵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감정의 주먹을 내지를 것인가. 이 선택의 층위가 쌓여 한 사람의 인격과 강함이 결정됩니다.





『주먹』은 타격과 그래플링의 순간에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와 자만, 그리고 용기를 가장 솔직한 언어라고 정의합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것은 결국 상대의 마음을 읽는 일이며, 이는 고도의 공감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저자는 공권유술의 기술 체계를 설명하며 이것이 어떻게 타인과의 깊은 소통의 도구가 되는지 풀어냅니다.


13가지 기술에 투영된 삶의 은유가 매력적입니다. '하이킥은 높이의 싸움이 아니라, 타이밍의 예술이다' 장에서는 유연성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차느냐인지를 짚어줍니다. 발차기가 유효타가 되기 위해서는 시공간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인생의 기회 역시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발을 뻗는 것이 핵심임을 화려한 하이킥의 궤적을 통해 설명합니다.


'주먹은 얼굴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찌른다'라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단 한 번의 스트레이트 펀치가 상대를 쓰러뜨리는 이유는 뼈의 강도 때문이 아닙니다. 상대의 예상을 깨고 들어가는 정직하고도 날카로운 진정성 때문입니다. 저자는 주먹의 목표 지점을 신체가 아닌 영혼으로 설정합니다. 가식 없는 진심 한 방이 백 마디 말보다 강한 타격감을 준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고수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 이는 모든 무도인의 지향점입니다. 삶의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미니멀리즘적 무도를 설파합니다.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본질에 집중할 때, 비로소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들려줍니다.


속임, 통증, 자만 등 싸움이 가르치는 인간의 취약함에 대해 다룬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속임수는 기만이 아니라 인식에 개입하는 기술로 설명되고, 통증은 감각이 아니라 경고로 해석합니다. 통증의 메시지를 듣고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말이죠.


『주먹』은 자극적인 승리만을 찬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승리 이후에 남는 공허함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패배 이후의 쓰라림을 어떻게 긍지로 바꿀 것인지를 묻습니다. 강준 관장의 13점의 그림은 묵직한 침묵으로 속삭입니다. 당신의 주먹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냐고. 타인을 부수기 위해 움켜쥐고 있느냐, 아니면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단해지고 있느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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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 - 다채로운 말로 엮은, 어휘 산책집
권정희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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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작가들에게 늘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Show, Don't tell). 소설가 지망생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수만 개의 문장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말입니다.


우리는 슬프다, 좋다, 대박이다라는 몇 가지 납작한 단어 속에 자신의 거대한 감정 세계를 억지로 구겨 넣곤 합니다. 감정의 해상도는 4K급인데 이를 표현하는 어휘는 흑백 텔레비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격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감동을 부르는 말하기>를 강의하며 20여 년간 문학의 뜰을 가꿔온 권정희 저자는 『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애초에 이름 붙이지 못해 흘려보냈던 미세한 감정의 결들을 복원해내는 고품격 어휘 에세이를 선보입니다.


우리 내면의 삭막한 황무지에 다채로운 어휘라는 씨앗을 뿌려, 각자의 삶에 울창한 마음의 숲을 조성하도록 돕는 정원사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풍경과 일상적 사건들에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그것들을 비로소 나의 것으로 소유하게 만듭니다. 아침 햇살을 보고 무심코 넘기지만, 저자는 햇귀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치환해냅니다.





새벽녘, 긴 어둠을 지나 해가 막 뜨려고 할 때 서서히 몰려오는 환한 빛이 햇귀입니다. 밤새 날이 밝기를 기다린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빛인 겁니다. 단순히 어둠이 가시는 시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간절한 기다림 끝에 당도한 반가운 빛이라는 서사가 부여됩니다. 어휘를 안다는 것은 세계를 해석하는 관점을 확장하는 일입니다.


강물이나 바다 위에 부서지는 햇살을 뜻하는 윤슬이라는 단어를 통해 일상의 미학을 극대화합니다. 강물 같은 표면에 햇빛이나 달빛이 비쳐 반짝이는 물결을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윤슬입니다. 당신의 퇴근길은 그저 지루한 이동 시간이었나요 아니면 윤슬이 반짝이는 예술의 현장이었나요?


우리는 일상에서 잡박하게(질서가 없이 이것저것 마구 뒤섞여 있다) 뒤섞인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해 우두망찰(정신이 얼떨떨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 서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는개(안개와 비의 중간)같은 모호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바림(메모)을 통해 마음을 잡도리(단단히 준비함) 해볼까요?





『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를 읽고나면 우리가 무심코 사용했던 임장 대신 집알이를, 갹출 대신 추렴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의 온도를 인간적으로 만드는지 깨닫게 됩니다.


관계에서 상처받거나 오해를 살 때, 대개 어휘의 부족으로 인해 본심을 왜곡하곤 합니다. 저자는 포시랍다, 틀거지, 주릅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생소한 우리말과 방언, 한자어를 통해 관계의 철학을 논합니다.


현대 사회의 관계는 비즈니스적이거나 효율성 위주로 흐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융숭(隆崇)한 대접이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행위임을 짚어줍니다. 미쁘다(믿음직하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 웅숭깊다(생각이나 뜻이 깊다)는 평판을 듣는 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울림이 됩니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따따부따(딱딱한 말씨로 따지고 다투는 소리) 따지거나 족대기며(볶아치다, 우겨 대다)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침윤(서서히 젖어 듦)되는 대화를 해야 합니다. 누군가 삶이 신산스럽게(보기에 힘들고 고생스럽게) 느껴질 때, 풀솜할머니(외할머니)처럼 포근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여유는 풍부한 어휘에서 나옵니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인류 보편의 감정에 대한 단어도 배워봅니다. 사랑은 때로 에피파니(강렬한 깨달음)처럼 오고, 우리는 그 앞에서 바장이며(어쩔 줄 몰라 하며) 혼곤한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할 때 사용하는 모스 솔라(Mors Sola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나 애오라지(오로지) 같은 단어들은 사랑의 언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듭니다. 이별 후 가슴에 더껑이(지저분한 것이 덧붙은 것)가 앉은 것처럼 아플 때도, 저자는 해조음(파도 소리)이 들리는 숲으로 이끌며 위로를 건넵니다.


사랑의 과정에서 우리는 트레바리(이유 없이 남의 말을 반대함)를 놓기도 하고, 에멜무지로(결과에 상관없이 시험 삼아) 고백했다가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과정이 해사한(맑고 깨끗한) 미소를 되찾기 위한 필연적인 산책임을 말해줍니다.


유행어나 축약어, 거친 비속어만 가득한 언어 환경은 황폐한 사막과 다름없습니다. 이 책은 어휘집을 넘어선 인생 수업입니다. 『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감성적 언어를 복원해냅니다.


각 장의 끝에 배치된 책 속의 말 한 줄은 김소월, 백석 등의 문장을 통해 어휘의 실제 쓰임을 보여주며 독서 경험을 심화시킵니다. 맞춤의 비밀 코너도 실용적입니다.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해당 단어가 실제 삶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맥동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공감하며 읽게 됩니다.


말을 배우는 것이 결국 마음을 배우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무딘 언어의 칼날을 내려놓고, 권정희 저자가 정성껏 가꾼 말의 숲으로 기분 좋은 산책을 떠나보세요. 그 길 끝에서 한층 더 웅숭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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