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거장 - 위대한 창의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데이비드 W. 갤런슨 지음, 이준호 외 옮김, 박성원 감수 / 글항아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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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창의성의 비밀을 밝힌 경제학자 데이비드 W. 갤런슨의 <천재와 거장>. "천재는 태어나고, 거장은 만들어진다"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책입니다.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예술사 속 거장과 천재를 분석하며, 창의성이 꽃피우는 두 가지 전혀 다른 경로를 짚어줍니다. 창의성의 탄생 비밀과 그 적용 가능성을 살펴볼까요.


오늘날 성공 신화는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처럼 20대에 혁신을 이룬 젊은 천재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예술계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피카소는 26세에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려 입체파 혁명을 일으켰지만, 세잔은 평생 자신의 기법을 찾아 노력하다 60대에 이르러서야 후세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걸작을 남겼습니다. 같은 예술가인데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시카고대학 경제학자 데이비드 갤런슨은 우연히 현대 미술에 빠져들면서 예술가들의 작품 가격 변동에 주목했고, 그 안에서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예술가들은 젊은 시절에, 다른 예술가들은 인생 후반기에 가장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그저 단순한 우연일까요?


'개념적 혁신가'와 '실험적 혁신가'라는 두 유형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개념적 혁신가는 연역적으로 작업하며,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세운 후 실행합니다. 반면 실험적 혁신가는 귀납적 접근을 취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점진적으로 목표에 다가갑니다.


한마디로 개념적 혁신가 대부분은 젊은 천재들입니다. 반면 실험적 혁신가들은 보통 인생 후반기에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나이 든 거장들입니다. 개념적 혁신가는 단거리 주자, 실험적 혁신가는 마라토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개념적 혁신가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상하고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깁니다. 이들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이미 머릿속에 완성해 놓고, 이를 단번에 캔버스나 종이에 옮깁니다.


반면 실험적 혁신가들은 끊임없는 관찰과 수정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스타일을 개발해 나갑니다. 이들은 완벽을 추구하며, 결코 자신의 작품이 완성되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저자는 대조적인 두 천재, 피카소와 세잔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카소는 개념적 혁신가의 전형으로, 그의 예술적 여정은 놀라운 변화와 급격한 스타일 전환의 연속이었습니다.


피카소는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린 「아비뇽의 여인들」 작품을 위해 단일 그림으로는 미술사 전체에서 유례가 없는 엄청난 양의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입체파의 시작을 알리는 혁명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피카소 자신이 말했듯이 "나는 사물을 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라는 그의 철학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세잔은 실험적 혁신가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세잔에게 예술은 많은 시간을 들여 힘들게 얻은 능력이었다."라고 말합니다. 세잔은 완벽을 추구하며 작품에 계속해서 손을 대었고, 그의 친구이자 화상인 앙브루아즈 볼라르는 "세잔이 캔버스를 한쪽으로 치워놓을 때는 거의 모든 경우가 완벽성을 기하기 위해 다시 손보기 위해서다"라고 전했습니다.


세잔은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자신의 예술적 목표를 명확히 하기 시작했고, 이후 30년 이상 '기법을 찾겠다'는 과제에 매진했습니다. 그는 프로방스에서 은둔자로 살면서 "내가 시도한 결과를 이론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느낄 때까지 고요히 일하기로 결심했다"라는 자신의 철학을 실천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경매 시장은 이러한 차이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세잔이 67세에 그린 그림은 26세에 그린 동일한 크기의 작품보다 약 15배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 반면, 피카소의 경우는 정반대로 26세에 그린 작품이 67세 때의 작품보다 4배 이상 가치가 높았습니다.


저자는 개념적 혁신가들이 나이가 들면서 창의성이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나의 감정에 많은 것을 요구했다... 이제 그것은 사라졌고 나는 여러분과 같아졌다"라고 말했듯 재능의 소진 이론이 전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개념적 혁신가들의 진정한 적은 고정된 사고 습관의 확립과 전문 분야의 복잡성에 대한 인식 증가라고 짚어줍니다. 개념적 혁신의 핵심은 오래된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단순화하는 데 있는데, 한 가지 접근 방식에 너무 오래 몰두하거나 세부 사항과 복잡성에 매몰되면 새로운 혁신을 이루기 어렵게 됩니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있습니다. 피카소처럼 개념적 혁신가들은 이러한 함정을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문제나 스타일로 전환했습니다. 개념적 혁신가들의 중요한 전략입니다. 문제를 더 급진적으로 바꿀수록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반면 실험적 혁신가들에게는 완벽주의가 종종 발목을 잡습니다. 저자는 세잔이 실험적 동료인 모네에 비해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그만 손을 놓는 게 정답임을 더 느리게 인식했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실험적 혁신가들이 불확실성을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미해결 작품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세잔의 말년 편지는 이러한 과정의 어려움과 성취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자네가 우리 집에서 보았던 지난 연구에서 다소 느리지만 더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해. 그러나 그림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표현 수단은 발달했지만, 노화에 따른 신체적 약화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게 매우 고통스럽군."이라고 말이죠.


저자는 세잔의 사례를 통해 실험적 혁신가들이 느린 속도에 좌절하더라도 꾸준히 자신의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자의 개념은 조각, 시, 소설,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천재와 거장>은 각 분야의 대표적 혁신가들을 분석하며, 이 두 가지 패턴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걸 보여줍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후기에 가장 뛰어난 작품을 남긴 실험적 혁신의 거장들, 짧은 기간 내에 혁명적인 작품을 창조하며 개념적 혁신을 보여준 젊은 천재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천재와 거장>은 창의성의 본질이 무엇이고, 나이와 창의성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안겨줍니다. 젊은 나이에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창의성이 없는 것이 아니니, 일찌감치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많은 예술가들이 창의성이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고갱은 노트에 "예술가는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예술가"라는 신념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예술가에게는 더 뛰어난 능력이 발휘되었던 어떤 시기, 어떤 순간이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불안마저도 개념적 혁신가와 실험적 혁신가에게 다르게 나타난다는 걸 발견합니다. 개념적 혁신가들은 자신의 혁명적 아이디어가 소진될까 두려워하고, 실험적 혁신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충분히 완벽해지기 전에 시간이 다할까 걱정합니다.


기술 혁신, 비즈니스 전략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창의성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천재와 거장>은 현대 사회에서 창의성을 이해하고 증진하는 데 유용한 아이디어를 안겨줍니다.


모든 창의성이 젊은 나이에 나타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이죠. 실험적 혁신가들의 사례는 지속적인 노력과 경험 축적이 때로는 급진적 혁신보다 더 깊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교육 시스템과 기업 문화에서 다양한 창의성 유형을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개념적 접근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실험적 접근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창의성은 단일한 형태로 발현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창의성 유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환경과 습관을 개발해야 한다는 걸 잘 보여준 책입니다. 개념적 혁신가들은 새로운 도전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하고, 실험적 혁신가들은 꾸준한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고 완벽주의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는 걸 일깨웁니다.


재능의 탄생과 성장을 둘러싼 신화를 해체하고, 창의성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천재와 거장>. 창의성 연구의 새로운 고전이 될 책입니다. 창의성이란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꽃피울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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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컨티뉴 - 직장을 잃고 이혼도 했는데 저승사자를 만나 부자가 되었다
최해직(권영신) 지음 / 노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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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인생의 부침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 최해직(권영신)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이어 이혼이라는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필명 최해직은 최근에 해고당한 직장인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인생의 밑바닥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독서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겁니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버는 크리에이터로 거듭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죽어도 컨티뉴>는 소설처럼 스토리를 갖춰 저자의 경험을 들려주는 자기계발서입니다. 그동안 부에 대한 소설형 자기계발서는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두 세계를 오가는 특별한 여정이라 신선하면서도 낯설었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삶과 죽음은 현실을 보는 방식과 무의식적으로 끌어당기는 방식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해직이 인생 최악의 순간에 저승사자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저승사자는 해직을 저승으로 바로 데려가는 대신, 인생을 돌아보며 심판을 예상하게 합니다. 이 인생 수업을 통해 해직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


첫 장면은 전처와 싸우고, 이혼 후 만나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와도 싸우는 장면들로 시작합니다. 물론 이 사건을 되돌아본 해직은 별것도 아닌 일로 싸우는 자신을 보는 게 힘겹다는 감정을 느낀 게 다입니다. 이래서야 발전이 없지요.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났는데 똑같이 행동했던 해직에게 필요했던 건, 똑같은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해직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두 사건을 보여 준 저승사자는 해직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까요?





내가 가진 모든 감정이 담긴 거울방 수업으로 현실은 나를 어떻게 비추는지 인식하게 합니다. 수많은 감정을 가진 수많은 자아에 대한 개념이 독특합니다. 이 자아들이 내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오히려 원하는 것과 현실로 보이는 것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지게 된다고 합니다. 자아가 이루지 못한 것들은 잘 안 보이는 곳으로 멀리 치워버리고, 그렇게 쌓여갑니다. 그게 바로 무의식이라고 합니다.


재밌게도 과거의 해직을 되돌아보는 것만이 아닙니다. 3127년 미래 사회의 영신도 등장합니다. 집단 깨우침을 얻은 인간들이 신이 된 미래 세계입니다. 감정 상쇄 기계를 사용하며 감정을 정화시켜버리는 겁니다. 무료함을 느낀 영신은 인간의 감정을 체험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게임을 시작한다는 설정이 판타지 소설 뺨치네요.


복권 1등 당첨처럼 생각만으로 현실을 창조하는 방법, 세상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법칙 등 정말 가능할까 싶은 주제들이 다뤄집니다. 우리가 흔히 부자가 되고 싶다면서 '내가 정말 이만큼 벌 수 있을까?' 하며 바라는 것을 스스로 상쇄시키는 생각 습관을 짚어줍니다. 절실하게 바랐는데도 왜 이루어지지 않는건지, 저승사자가 어찌나 명쾌하게 풀어내는지 입이 떠억 벌어질 지경입니다.


결국 요점은 그저 생각만 하면 되는 건데, 문제는 그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들마저 생각하니까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방해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승사자의 인생 수업이 이어집니다.


"내면이 성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결국 부자가 되는 것은 마음공부를 하는 것과 같다. 너희 인간들은 내면 성장에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 놓았다. 내면 성장은 스스로 여유를 갖는 것을 말한다. 남을 돕는 따뜻함은 그 다음이다. 자기보다 먼저 남을 돕는 것은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자기를 버리는 행위가 된다. 성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41


자기 자신을 먼저 채우고 성장시켜야 타인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다는 관점은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이처럼 놀라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목표 설정의 중요성과 접근법도 재밌습니다. 단순히 원하는 것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싫어하는 것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게다가 뚜렷한 목표가 있을 때 우주가 그것을 이루도록 돕는다는 법칙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를 넘어, 우리의 생각과 에너지가 현실 창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두려움을 놓아주는 과정이 성장의 핵심이라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두려움을 내려놓을 때 그 자리를 사랑이 채운다고 합니다. 결국 부정적 감정이 사라질 때 긍정적 에너지가 그 자리를 채운다는 겁니다.


감정은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우주 에너지의 흐름과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 돋보입니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이 달라진다는 메시지는 감정의 주인이 자신임을 일깨웁니다. 부정적 감정에 휩쓸리게 되면 의식적으로 긍정적 감정을 선택해야겠다는 인식이 생기게 됩니다.


해직과 영신의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중년이 된 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의 끝을 향해갑니다. 저자는 인생을 주식 차트처럼 우상향하는 그래프로 비유하며, 비록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항상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단기적 좌절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를 알려줍니다.


저자가 실제로 체험한 명상 효과와 참고 도서 정보도 있어 도움됩니다. 명상이 저자에게 준 영향을 공유하며,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장할 수 있음을 전파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쉽지 않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접근하니 흥미롭게 읽힙니다. 명상을 통한 의식 확장에 관심 있지만 어려울 것 같아 선뜻 도전하지 못했다면 <죽어도 컨티뉴>를 추천합니다. 이론적 개념을 넘어 실천적 지혜를 담아, 당신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깨울 책입니다.


고난과 실패를 독서와 명상을 통해 삶을 재건한 저자의 경험이 공감과 위로를 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인생의 비밀을 담은 책 <죽어도 컨티뉴>. 인생의 재정비를 위한 힘을 몸소 보여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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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우리나라 도별 여행지도 컬렉션 - 경기남부, 경기 북부, 강원특별자치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도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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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계획을 세우면서 시작됩니다. 스마트폰부터 꺼내들면 막막하기만 했는데,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로 갈지 고민할 땐 설렘이 퐁퐁 샘솟더라고요.


디지털 시대에 종이 지도의 가치가 점점 잊혀가는 요즘, 에이든 여행지도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은 보물 같은 여행 필수품으로 다가옵니다.


여행지도 제작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타블라라사의 에이든 여행지도. 저는 이미 국내여행 가이드북과 우리나라 지도를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한정판은 놓치기 힘듭니다. 기존 지도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제작되었고, 지역별로 한 장씩 분리되어 있어 유용합니다.





<에이든 우리나라 도별 여행지도 컬렉션>은 도별 지도 10장을 한 패키지에 담았습니다. 국내여행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필수템입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10개 권역으로 나누었습니다. 목적지에 따라 필요한 지도만 가져가면 됩니다.


수도권 근교 여행을 가고 싶다면 경기 남부 지도와 경기 북부 지도,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은 강원도로 떠나고 싶다면 강원특별자치도 지도,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충남 지역과 행정수도 세종과 과학도시 대전으로 간다면 충청남도 지도, 내륙에 위치한 충북의 자연과 역사 명소를 방문하고 싶다면 충청북도 지도를 펼치면 됩니다.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전북 지역의 여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북특별자치도 지도, 남도의 풍요로운 자연과 문화를 맛보려면 전라남도 지도, 대구 명소와 함께 경북의 역사 유적지를 보려면 경상북도 지도, 울산과 부산 해안 도시부터 경남 내륙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확인하려면 경상남도 지도를 펼치세요. 무엇보다 우리의 보물섬 제주도 지도까지 있습니다.


이 지도 컬렉션의 가장 큰 장점은 실용성에 있습니다. 양끝을 편하게 잡을 수 있는 크기의 A2 사이즈에, 방수 종이로 제작되어 있어 갑작스러운 비에 노출되어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책자 크기로 접을 수 있어 휴대하기 좋습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보다 작은 섬이다 보니 A4 사이즈 스노우지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도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지리적 정보인 위치 확인 정도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에이든 여행지도는 지도 위에 깨알 같은 정보가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지도만으로도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게 거짓이 아닙니다.


지리산 노고단을 아들과 함께 가볼까 싶어서 찾아보다가, 차로 어느 정도 올라가고 조금만 걸어도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코스가 다른 곳은 또 어디 있는지 궁금해졌거든요. '봉래산 전망대' 설명에 '별마로 천문대 주차장에서 1분만 위로 올라가면 봉래산 정상. 도보 등반 없이 영월의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다'는 정보를 보고 이곳도 찜해뒀습니다.


이처럼 쉬엄쉬엄 지도를 훑어보면서 숨은 명소들을 꽤 많이 찾게 됩니다. 평소 가보지 않았던 지역의 지도를 펼쳐보면서, 이름도 생소한 마을이나 산, 강을 발견하는 순간 저기 한번 가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인근 지역의 다양한 명소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하나의 여행지만 방문하는 대신 주변의 다른 명소들을 함께 둘러보는 효율적인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이나 검색 엔진을 통해 단일 목적지만 찾아가는 여행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입니다. 길 찾기 도구를 넘어, 국내여행의 영감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반자 에이든 우리나라 도별 여행지도 컬렉션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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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 공학 박사가 들려주는 한강 다리의 놀라운 기술과 역사
윤세윤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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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물줄기, 한강. 그저 그곳에 있었기에 한강과 한강 다리의 특별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폭 1km가 넘는 거대한 강이 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파리의 센강, 런던의 템스강과 비교하면 한강의 규모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강 위에는 2025년 1월 개통한 고덕토평대교까지 합쳐 총 33개의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윤세윤 공학박사의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에서는 한강과 서울에 중요한 역사적, 공학적 의미가 특별한 다리 8개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한강 다리의 공학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고, 한강 다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한강이 서울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해왔는지 살펴봅니다.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는 양화대교부터 올림픽대교까지 8개의 다리를 한강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다리마다 역사와 기술적 특징을 살펴보는데, 단순한 교량 이야기가 아닌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과도 같습니다.


한강이 어떻게 서울로 흘러들어 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는지 물줄기를 살펴보는 시간도 흥미롭습니다. 서울만의 한강이 아니었습니다. 강원도, 충청북도, 경기도를 아우르며 광활한 지역을 관통하는 무려 514km에 달하는 물줄기인 겁니다.


서울 서부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양화대교. 저는 자이언티의 노래로만 알고 있던 양화대교입니다. 이 교량은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된 최초의 한강 다리라고 합니다. 한국의 토목공학 발전의 상징적인 교량인 겁니다.


원효대교는 한강 다리들 중에서도 특히 미적 면에서 주목받는 다리입니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 숨었던 곳이죠. 단순함 속에 숨겨진 수려함을 가진 원효대교는 콘크리트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합니다.





한강철교는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교량입니다. 한강에 건설된 최초의 근대식 다리로, 1900년 7월에 완공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 다리는 한반도에 철도를 놓기 위한 일본과 미국의 경쟁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러다 6·25전쟁 당시 폭파되었다가 복구되는 등 사회 격변기마다 변화를 함께한 상징적인 다리입니다. 에펠탑과 유사한 트러스 구조로 교체 복구 후 1969년에 개통되었습니다. 당시의 기술적 도전과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포대교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반포대교와 그 하층부인 잠수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2층 교량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층부인 잠수교는 군사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반포대교의 달빛무지개분수는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자 문화행사가 되었습니다.


각 다리별로 주변 답사 포인트도 소개하고 있어 실제 한강을 찾아가는 여행 가이드로도 손색없습니다. 양화진과 절두산의 순교자박물관, 사육신역사공원, 반포한강공원, 서울숲공원의 위령비 등 다리 주변의 역사적, 문화적 장소들을 방문하며 한강 답사의 깊이를 더해보세요.





한강 다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성수대교 붕괴 사고입니다. 1994년 붕괴 사고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다리입니다. 저자는 교량 유지 관리 부재를 지적하며, 이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일깨웁니다.


그 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는, 서울의 교통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강대교, 강남 개발의 촉매제 역할과 현대 서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 한남대교, 다양한 구조적 혁신을 보여주는 올림픽대교까지 서울의 심장, 한강 다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각 교량의 역사적 배경과 기술적 발전 과정을 통해, 서울이 어떻게 현대적인 대도시로 성장했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일상에서 간과하기 쉬운 다리의 미적 가치와 실용성을 알게 됩니다.


왜 그 다리가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시원시원하게 느껴지는지 다리의 구조나 기술적 특성을 알게 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거기에 역사적 스토리까지 듣고 나니 무심코 지나쳤던 한강 다리들의 가치와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토목공학자 윤세윤 박사의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는 한강 다리들이 서울의 역사, 문화,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한강을 바라볼 때, 그 위에 놓인 다리들이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시민의 일상과 기억, 역사의 상징이라는 것을 일깨웁니다.


한강을 따라 걸으며 느끼는 바람과 함께, 그 위에 놓인 다리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윤세윤 박사의 스토리텔링으로 한강 다리 전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벽돌책도 나오면 좋겠다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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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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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역사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결합된 소설 <밤의 학교>. 주인공과 친구들이 기묘한 사건을 계기로 독립운동가들을 만나면서 역사적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단순한 시간여행이 아닌, 시대를 뛰어넘는 교감이 울림을 줍니다. 읽는 내내 역사적 현실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유의미한 감정을 안겨주는 소설입니다.


지환, 기웅, 은서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실체 엽서(누군가 이미 사용한 엽서로 오랜 세월 잠들어 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온 것)를 모으는 지환은 어느 날 흐릿하게 사연만 남은 엽서 한 장을 마주합니다.





중국 쿤밍에 도착했다며,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내용입니다. 이 엽서를 본 이후 지환에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어느 날 자정 시간에 학교에 남아있던 지환은 기이한 현상을 겪으며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은 1909년입니다. 꿈을 꾼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매일 밤 일어납니다.


한 장의 빛바랜 엽서를 통해 시작된 여정. 밤의 학교는 일제강점기의 결정적 순간들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지환, 기웅, 은서 세 친구가 밤의 학교에서 경험하는 초현실적 경험은 우리 역사의 진실과 마주하는 생생한 경험으로 확장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권기옥 지사의 비행사 훈련, 윤동주 시인의 북간도 생활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합니다.


"채가구는 작은 역이야. 하지만 하얼빈에 가는 모든 열차는 여기서 일단 멈춰야 해. 열차 선로를 바꿔야 하거든. 우덕순 동지와 조도선 동지는 그때를 노렸던 거야."라는 대화는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단독 행동이 아닌 여러 독립운동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우리나라 최초 여성 비행사였던 권기옥 지사가 다닌 숭의여학교의 비밀결사대 송죽회, 1907년 헤이그 특사 이야기, 김구 선생의 일화 등에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냅니다.


<밤의 학교>는 독특한 서사 구조로 끌어갑니다. 현재의 고등학교 생활과 과거의 역사적 순간들을 교차시키며, 여기에 학생들이 준비하는 연극 대본까지. 이런 액자 구조 덕분에 지루할 새 없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연극 형식으로 삽입된 장면들은 아이들이 역사적 인물들의 입장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역사를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연극이라는 결과물로 드러나는 셈입니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동아리가 협력하는 모습은 독립운동가들이 대의를 위해 힘을 모았던 과거의 모습과 연결됩니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현재의 삶과 연결된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밤의 학교>는 그저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지키고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역사의 기억이 단순한 과거의 사실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전의 나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라고 생각한 지환이처럼 주인공들은 역사적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현재 삶과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비로소 실감하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아이들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용기를 직접 목격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새로운 동력을 얻기도 합니다.





"안중근 의사와 윤동주 시인이, 윤봉길 의사와 송몽규 지사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수많은 애국지사의 희생과 신념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닿아 있습니다." - 작가의 말 中


작가가 '백범 김구 선생이 유관순 열사를 안아준다'는 문장을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서 떠올린 것처럼, 유관순 열사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잘 담긴 소설입니다.


역사는 과거에 머물지 않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넘나드는 역사 판타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오늘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고 말이죠. 밤의 학교에서 마주한 역사의 현장, 그들의 희생과 용기가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님을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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