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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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중세 기사에서 한국형 기병으로, 우리가 기다려온 '바로 여기가 원본인 세계'를 구현하고자 한 실험의 결정체 <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작가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선보인 대작입니다. 서양 판타지의 복제품이 아닌 아시아적 상상력이 깃든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이 소설을 위해 작가는 역사학과 군사학 논문을 수십 편 참고하며 마목인, 초원, 온돌과 같은 요소를 고스란히 녹여냈다고 합니다. 판타지는 서양이 원본인 세계로 익숙하지요. 이제 우리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기병과 마법사>입니다.


영민하고 단단한 27세 여성 영윤해는 그 자체로 저항과 연대의 상징입니다. 윤해는 왕의 형인 영유의 딸로, 아버지가 동생인 왕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살아가는 가문에서 자랐습니다. 


강요된 혼사를 앞두고 잔혹한 약혼자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자신도 몰랐던 마법적 능력을 발휘합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힘을 일깨운 정체불명의 목소리. 이 장면은 억압된 주체가 자각하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마법으로 커다란 곰개를 불러내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운명에 굴복하는 대신 각성의 서사가 시작됩니다.


전형적인 선택받은 자의 영웅상을 넘어섭니다. 윤해는 타고난 힘을 가진 영웅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혜와 결단력으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윤해는 유배와 다름없는 처지로 늘 전투가 일어나는 변방으로 가게 됩니다. 이곳에서 윤해에게 중요한 인물, 기병 다르나킨을 만나게 됩니다. 전통 판타지의 기사와 달리 몽골 기병을 떠올리는 묘사가 일품입니다.


작가는 기사라는 외형을 기병으로 바꾸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사 정신의 실천 방식 자체를 변형했습니다. 다르나킨은 절제된 무력과 단단한 신의를 상징하며 윤해의 조력자가 됩니다.


마목인 출신 다르나킨은 경작인 세계와 마목인 세계 양쪽 모두에 발을 딛고 있는 자입니다. 한편으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처지인 셈이라 윤해와 다르나킨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시대와 싸우는 동지적 연대로 구현됩니다. “대감께 세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윤해의 대사는 오랫동안 마음을 울립니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초원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거문담이라는 미스터리한 옛 유적과 세계의 파멸과 관련된 신비로운 주기 1021이라는 숫자입니다. 1021의 비밀은 북유럽 신화의 종말을 뜻하는 라그나로크를 떠올리게 됩니다.


거문담의 미스터리는 소설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끊임없이 궁금증을 갖게 합니다. 이 거대한 인공물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윤해의 여정이 흥미진진합니다. 1021이라는 숫자는 세계관을 연결하는 비밀의 키워드로 작용하며 윤해의 존재와도 연결됩니다.


배명훈 작가는 인간 중심의 서사보다는 작동하는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고 연대하는가에 관심을 두었다고 말합니다. 이 세계는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인물과 상호작용하며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렇기에 책장을 덮을 무렵엔 윤해 한 사람의 영웅 코스프레가 아니라 연결과 협력의 가치를 잘 보여준 스토리라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윤해와 다르나킨이 싸우는 대상은 단지 괴물이나 전쟁이 아니라 체제 그 자체입니다. 권력이 어떻게 공포를 통해 통치하는지, 폭군 왕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에피소드는 판타지의 외피를 입은 정치 소설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서양의 판타지 문법을 따라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기병과 마법사>. SF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만 요즘 즐길 여유를 잊고 살았는데, 오랜만에 그 재미를 만끽하며 읽었습니다.


전투 장면은 박진감 넘치며 인물들은 입체적이고 세계관은 자족적입니다. 분명 중간중간 힌트가 있었음에도 아하! 하는 깨달음은 결말에 이르러서야 얻게 되니 이 또한 끝까지 떡밥을 놓치지 않고 끌어가는 배명훈 작가의 노련함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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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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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주 오래된 악기, 아주 낯선 사운드. 해금으로 세계를 울린 음악가의 이야기 <음악을 한다는 것은>.  해금이라는 전통악기를 실험적 사운드로 풀어낸 뮤지션, 김보미의 치열한 음악적 탐색기이자 존재의 정체성을 악기와 함께 성장시켜온 한 예술가의 섬세한 내면 기록입니다.


30년 경력의 해금 연주가 김보미 저자가 해금을 처음 잡았던 중학교 시절부터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의 일원으로 세계 무대를 누비는 현재까지를 두 축으로 풀어갑니다.


"아직도 어떤 곡을 연습하기 전에 한참이나 그 음악에 대한 사유와 이해의 시간을 가진다." - p31


해금은 두 줄밖에 없는 단순한 구조를 지닌 악기이지만 그 안에서 무한한 감정과 서사를 끌어냅니다. 지판이 없는 해금의 특성상 정확한 음정은 전적으로 연주자의 감각에 달려 있기에 해금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저자는 해금을 통해 자신의 소리를 찾게 되는 운명적 만남을 회고합니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치며 수련과 다양한 연주 경험 속에서 해금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사유하는 연주자가 된 김보미 저자. 해금이라는 작은 악기를 통해 바라본 세계와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 책은 '음악한다는 것'과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해금 산조를 분석하는 방식에서도 저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산조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한 장단 한 장단이 그러해야 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서사를 부여했다. 어떤 음이 울면 다음 음이 토닥여주는 선율의 인과와, 때론 허무하고 때론 관조하는 등 사람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세세하게 분류해 산조에 늘어놓았다. 나만의 해석법을 찾은 것이다."라는 고백에서 알 수 있듯, 음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실어 연주를 사운드 스토리텔링의 영역으로 끌어올립니다.


산조라는 전통의 틀 안에서 허무와 관조, 토닥임과 분노라는 인간의 감정 스펙트럼을 세세히 분류해 해석하는 방식은 그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을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전통이라는 형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하는 김보미의 예술적 지향점을 보여준 1부에 이어서 2부에서는 전통음악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는 도전의 연대기를 보여줍니다.





잠비나이는 김보미가 국악 밖에서 세계를 향해 내민 또 다른 해금입니다. 해금과 록이라는 물과 기름 같던 장르를 섞어낸 장르의 파괴자로서 실험을 이어갑니다.


기존의 퓨전 국악이나 크로스오버 음악의 한계를 짚어가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던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전통음악에 서양 악기를 덧입히거나, 반대로 서양 음악에 국악기 소리를 장식처럼 가미하는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교집합을 찾고자 했던 고민이 느껴집니다.


저자는 해금을 단지 연주의 수단으로 보지 않습니다. 음악은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이자, 사는 방식의 일부입니다. 해금 산조의 장단에서 삶의 리듬을 찾고, 잠비나이의 무대 위에서 고통과 환희의 교차점을 포착합니다.​


세계적인 음악 축제에서의 공연 후기들이 흥미진진합니다. 글래스톤베리, SXSW, 코첼라 등 세계적 무대에서 해금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문화적 충돌이자 융합의 순간입니다.


잠비나이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선보인 ‘소멸의 시간’ 퍼포먼스는 한국 음악의 새로운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킨 장면이었고 정체성의 확장이었습니다.


이 모든 여정 속에서 ‘음악이란 결국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관객과의 만남, 청중의 사연, 무대에서 마주한 얼굴들 속에서 음악의 의미는 재구성됩니다. 이 책은 음악과 삶, 전통과 실험, 고요와 폭발 사이를 오가는 김보미 저자의 내면 여정을 담은 기록입니다.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감각과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김보미 저자가 '음악을 한다는 것'의 본질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 전공자나 잠비나이 팬뿐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진솔한 여정의 기록 <음악을 한다는 것은>. 익숙한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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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민쌤의 챗GPT&AI 수업 실전서 - 오늘 배워서 내일 수업에 바로 쓰는 진짜 쉬운 챗GPT&AI 활용 가이드
원정민 외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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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현직 교사 4인이 전하는 수업 혁신의 실전 가이드 <열정민쌤의 챗GPT&AI 수업 실전서>.  AI 도구를 교실에 적용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집약해 놓았습니다.


에듀테크 연수 100회 이상, AIEDAP 마스터 교원 등의 경력을 가진 원정민, 권혜영, 신명진, 이채연 네 명의 현직 교사들이 현장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AI 도구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용 가이드입니다.


수업-평가-기록-학급 경영이라는 교육의 전 과정에서 AI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챗GPT를 수업에 써보긴 해야 할 것 같은데...라는 막연함을 가지고 있던 교사들도 방향을 잡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챗GPT에 대한 기본 이해부터 프롬프트 작성법, 교과 수업 적용 사례를 소개합니다.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수업을 보조하고 확장하는 존재라는 관점으로 진행합니다.





국어 수업에서는 챗GPT를 활용해 학생들과 함께 문해력 사전을 만들고 퀴즈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역사 인물과의 가상 대화, 역할극 수업 대본 제작, 토론 주제 구상 등도 챗GPT로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수업은 교사 주도하에 이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챗GPT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의 안내와 중재가 필수적인 겁니다.


AI가 가장 강력하게 발휘되는 분야는 단연 시간 단축입니다. 교사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AI 활용법에도 초점을 맞춥니다. 평가 문항 작성, 채점 기준표 구성, 생활기록부 작성 등 업무의 효율화를 도와주는 프롬프트 예시가 잘 나와있습니다.


Gamma라는 프레젠테이션 제작 툴을 통해 수업용 PPT를 간편하게 만들고, 그림 생성 기능으로 시각자료를 제작하는 등 수업 콘텐츠 제작의 부담도 덜어줍니다.


실제로 교사가 수업에 AI를 적용하려 할 때 가장 큰 허들은 어떤 도구를 선택할지입니다. 이 책은 교과별로 적절한 AI 웹/앱을 소개하고, 사용법부터 수업 흐름까지 꼼꼼하게 안내합니다.​


국어 시간에 글쓰기 피드백을 자동화하고 싶다면 키위티를, 환경 수업과 AI 교육을 결합하고 싶다면 AI for Oceans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AI 학습지 제작 플랫폼인 미래엔 AI클래스는 전 교과에 활용 가능하며, 리포트와 피드백 기능이 있어 학습자의 성장을 추적하는 데 유용합니다.





음악과 미술 등 문화예술 교과에서는 생성형 AI가 창의적 표현을 도와주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SUNO와 투닝 같은 툴을 이용해 AI로 음악을 생성하거나 이미지 창작 활동을 도입하는 법을 소개합니다.


이때 생성형 AI는 예술 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도구입니다. 학생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더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AI 윤리 교육의 중요성을 놓쳐선 안 됩니다. 챗GPT, 딥페이크, 생성형 AI 등 AI 기술은 윤리적 고려 없이 사용할 경우 학생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AI는 도구일 뿐이지만, 그 도구를 사용하는 우리의 태도와 목적이야말로 진짜 교육인 겁니다. AI의 양면성과 함께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 스스로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훈련을 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수업 자료입니다. 수업용 PPT, 활동지, 프롬프트 모음집 등을 바탕으로 바로 AI 수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수업이 달라지는 보너스 페이지 코너에는 교실에서 안전하게 AI를 활용하는 방법, 교사를 도와주는 추가 AI 도구 등 실용적인 팁들이 담겨 있습니다.


현직 교사 4인의 AI 수업 노하우 <열정민쌤의 챗GPT&AI 수업 실전서>. AI가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AI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 교사들에게는 더 다양한 활용 방법을 만날 수 있어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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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요란한 행복 - 슬프고도 반짝이는 나의 죽음이 알려준
우은빈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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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뇌 95% 손상, 언어장애와 인지장애, 실어증과 뇌전증까지 겹친 끔찍한 사고. 우은빈 저자는 재난의 기록 대신 찬란한 삶의 복귀 선언문을 내놓았습니다. <가장 요란한 행복>은 삶에 대한 러브레터입니다.


화창했던 2024년 1월 27일, 승무원 준비생들의 스타 강사로 활동하던 우은빈 작가는 보도블록에 머리를 크게 부딪혀 4차례의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좌뇌의 95%가 손상되었고, 언어장애와 인지장애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인생은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가장 요란한 행복>은 사고 직후 마주한 혼란과 충격 그리고 점차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상실과 마주한 그때의 감정을 담담히 써내려가며 "저는 당당한 실어증 환자입니다!"라고 선언하는 모습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약점과 결함을 숨기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당당히 드러내며 현실과 마주합니다. 용기만으로는 힘든 일입니다.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입니다.





머리뼈가 사라진 외형, 어눌한 발음은 사람들의 조롱을 불러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채널 ‘우자까’를 열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실어증과 뇌전증, 반복되는 병원 생활 속에서도 기록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말의 속도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가장 가까운 회복의 동반자는 뭐니 뭐니 해도 가족입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돕습니다. 가족의 사랑과 지지 속에서 견딤의 깊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장애는 한 사람에게 발생하지만 회복은 함께의 몫이라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글씨 쓰기, 말하기, 냄새 맡기, 사람 기억하기. 그 어떤 것도 저절로 되지 않았습니다. 단어를 손으로 써가며 다시 배웠고, 냄새를 기억하지 못해도 촉감과 소리로 세계를 구성해내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들, 재활 치료 중의 일기장, 작은 성취의 기록들이 그의 삶이 지탱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어쩌면 가장 필요한 건, '같이 고민해 볼게요'라는 문장 하나일지도 모른다. 위태롭고도 절실한 그 순간에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누군가는 버텨낼 수 있다." - p97


죽음이라는 불청객을 만난 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마음. 이 책은 그 따뜻한 의도에서 시작됩니다. 평범한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고로 인생이 180도 바뀌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한 행복의 의미를 진솔하게 담아낸 에세이입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그가 말하는 용기의 개념이 돋보입니다. 용기는 얻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관점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용기를 스스로 얻어야 하는 무언가로 생각하지만, 저자는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과정에서 자신도 함께 용기를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스브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284만 회의 조회수와 5천 개의 응원 댓글을 받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진정성 있는 소통과 나눔의 힘이 그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습니다.


언어장애를 가진 채로 방송을 시작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악플과 비난에 맞서야 했고, 때로는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긍정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고백은 저자가 결코 무조건적인 긍정만을 강요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힘든 감정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도 기꺼이 웃을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관대함과 사랑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판단자가 되곤 합니다. 저자는 스스로에게 용서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걷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저자는 후각을 잃는 대신 건강을 얻었다는 역설적 상황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사고 이전에는 성공과 경력을 중심으로 달려왔다면, 이제는 사람과 사랑을 중심에 두는 삶을 살고자 하는 저자의 인생 2막에 대한 기대감와 희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타 강사에서 실어증 환자가 된 저자의 1년간의 기록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안겨줍니다.


저자는 이 질문들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합니다. 성공은 화려한 경력이나 수입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행복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때 피어나는 것, 그리고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라고 말입니다.


삶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나 좌절을 경험한 분들에게 큰 위로를 주는 <가장 요란한 행복>. 불완전함 속에서도 요란하게 행복해질 용기를 내라며 응원하는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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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
윤설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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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 자라는 시간이 많았던 윤설 작가는 세상이 차갑고 인생은 혼자 견뎌야 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돌아본 삶의 순간순간마다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던 말 한마디, 그 다정한 언어가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언어를 통해 마음을 다칩니다. 필요한 말도, 듣기 좋은 말도 서로를 향한 애정 없이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진심과 배려가 없으면 말은 칼날이 됩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예쁜 말들을 모은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 각박한 사회에서 더욱 소중해진 언어의 힘에 주목합니다.


"결국 마음에 닿는 건 ‘필요한 말’이 아니라, ‘필요하면서도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런 말엔 회복력이 있다."- p6





윤설 작가의 문장의 근간에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깔려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서로를 구원하고 지탱하는지 그리고 그 연결의 핵심에 '말'이 어떻게 자리하는지 일깨웁니다.


관계란 결국 서로에게 남기는 온기와 같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나서 남는 것은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전해준 온도입니다. 그리고 그 온도는 대개 말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잘 맞는 관계보다 잘 맞추어 가는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우리는 흔히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의 관계를 좋은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관계의 가치는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조금씩 맞춰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다른 점이 많을수록 배울 점도 많다며 차이를 통해 성장하는 관계의 가치를 짚어줍니다. 나와 완전히 같은 사람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뿐이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에서는 관계의 본질, 말의 힘, 상처와 치유, 언어를 통한 성장을 풀어냅니다. 작가의 글에서 무심코 지나쳐온 관계의 관성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윤설 작가는 내버려두면 시드는 게 바로 관계라면서,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배려는 결국 말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예쁜 말은 그래서 ‘관계의 물’인 셈입니다. 말라가는 관계를 다시 피어나게 만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양분이 됩니다.


다툼, 갈등 속에서도 예쁜 말을 놓지 않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솔직함을 미덕처럼 포장하지만 그것이 상대의 마음을 어떻게 찌를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말의 온도를 읽고, 감정을 조율하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예쁜 말의 조건입니다.


무엇보다 말버릇이 곧 나의 브랜드라는 정의가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의 말투와 언어 습관을 점검해야 하는 겁니다. 관계를 지키는 말에는 온도가 있습니다. 그 온도는 결국 나의 품격이 됩니다.


관계는 모든 것이 순탄할 때가 아니라 어려움과 슬픔을 함께 마주할 때 진짜 시작됩니다. 관계의 가장 어두운 시기인 슬픔과 이별의 시기를 통과하는 언어의 힘을 이야기하며 진성성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굳이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에 너무 많은 마음을 쏟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던집니다. 사람은 저마다 마음의 총량이 있다고 말이죠. 착한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에게 인색하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뼈아픈 자각을 안깁니다.





관계의 깊이를 결정짓는 언어의 태도를 이야기할 때는 윤설 작가의 언어 감각이 더욱 섬세하게 빛납니다. 글 쓰듯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과정을 들려주면서 말의 공력(功力)이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음을 짚어줍니다.


"글 쓰듯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말을 꺼내기 전에 수많은 단어를 떠올린다. 어떤 단어는 조금 날카롭고 어떤 단어는 너무 강렬해 보인다. 나열하고 보면 나쁘게 들릴 만한 문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걸 없앤다. 대신 부드럽고 상냥한 단어로 채워 넣는다." - p93


작가가 정의하는 예쁜 말이란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되, 그것을 듣기 좋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말에는 회복력이 있어 무너진 관계를 다시 세우고, 때로는 인생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SNS로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깊은 대화는 나누지 않는 현대인의 소통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로까지 확장시켜 언어가 가진 본래의 온도를 되찾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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