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요란한 행복 - 슬프고도 반짝이는 나의 죽음이 알려준
우은빈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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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뇌 95% 손상, 언어장애와 인지장애, 실어증과 뇌전증까지 겹친 끔찍한 사고. 우은빈 저자는 재난의 기록 대신 찬란한 삶의 복귀 선언문을 내놓았습니다. <가장 요란한 행복>은 삶에 대한 러브레터입니다.


화창했던 2024년 1월 27일, 승무원 준비생들의 스타 강사로 활동하던 우은빈 작가는 보도블록에 머리를 크게 부딪혀 4차례의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좌뇌의 95%가 손상되었고, 언어장애와 인지장애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인생은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가장 요란한 행복>은 사고 직후 마주한 혼란과 충격 그리고 점차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상실과 마주한 그때의 감정을 담담히 써내려가며 "저는 당당한 실어증 환자입니다!"라고 선언하는 모습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약점과 결함을 숨기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당당히 드러내며 현실과 마주합니다. 용기만으로는 힘든 일입니다.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입니다.





머리뼈가 사라진 외형, 어눌한 발음은 사람들의 조롱을 불러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채널 ‘우자까’를 열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실어증과 뇌전증, 반복되는 병원 생활 속에서도 기록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말의 속도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가장 가까운 회복의 동반자는 뭐니 뭐니 해도 가족입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돕습니다. 가족의 사랑과 지지 속에서 견딤의 깊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장애는 한 사람에게 발생하지만 회복은 함께의 몫이라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글씨 쓰기, 말하기, 냄새 맡기, 사람 기억하기. 그 어떤 것도 저절로 되지 않았습니다. 단어를 손으로 써가며 다시 배웠고, 냄새를 기억하지 못해도 촉감과 소리로 세계를 구성해내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들, 재활 치료 중의 일기장, 작은 성취의 기록들이 그의 삶이 지탱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어쩌면 가장 필요한 건, '같이 고민해 볼게요'라는 문장 하나일지도 모른다. 위태롭고도 절실한 그 순간에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누군가는 버텨낼 수 있다." - p97


죽음이라는 불청객을 만난 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마음. 이 책은 그 따뜻한 의도에서 시작됩니다. 평범한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고로 인생이 180도 바뀌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한 행복의 의미를 진솔하게 담아낸 에세이입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그가 말하는 용기의 개념이 돋보입니다. 용기는 얻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관점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용기를 스스로 얻어야 하는 무언가로 생각하지만, 저자는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과정에서 자신도 함께 용기를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스브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284만 회의 조회수와 5천 개의 응원 댓글을 받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진정성 있는 소통과 나눔의 힘이 그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습니다.


언어장애를 가진 채로 방송을 시작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악플과 비난에 맞서야 했고, 때로는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긍정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고백은 저자가 결코 무조건적인 긍정만을 강요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힘든 감정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도 기꺼이 웃을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관대함과 사랑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판단자가 되곤 합니다. 저자는 스스로에게 용서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걷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저자는 후각을 잃는 대신 건강을 얻었다는 역설적 상황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사고 이전에는 성공과 경력을 중심으로 달려왔다면, 이제는 사람과 사랑을 중심에 두는 삶을 살고자 하는 저자의 인생 2막에 대한 기대감와 희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타 강사에서 실어증 환자가 된 저자의 1년간의 기록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안겨줍니다.


저자는 이 질문들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합니다. 성공은 화려한 경력이나 수입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행복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때 피어나는 것, 그리고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라고 말입니다.


삶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나 좌절을 경험한 분들에게 큰 위로를 주는 <가장 요란한 행복>. 불완전함 속에서도 요란하게 행복해질 용기를 내라며 응원하는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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