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심리학 - 일 년, 열두 달 마음의 달력
신고은 지음 / 현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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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우울, 불안, 무기력 등을 반복 경험하고 있나요? 왜 새해만 되면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봄이 오면 어김없이 대청소를 시작하며, 가을이 되면 이유 모를 우울감에 휩싸이는 걸까요?


한 해의 흐름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이달의 심리학>. 계절에 따른 기분 변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절마다 반복되는 감정의 패턴과 그 근저에 깔린 심리학 이론을 연계하여 조망합니다. 사회심리학자 신고은 저자는 수년간의 대중 강연과 심리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달력으로 읽는 심리학을 선보입니다.


자연의 순환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계절적 리듬이 있다고 합니다. 마음의 사계절을 이해할 때, 삶의 날씨는 더 견딜 만해집니다.


한 해 동안 반복해서 겪는 감정의 파고를 달마다 예측하고 대비하며 되짚어볼 수 있어 기대 이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입니다. 자기계발서, 감정에세이 성격을 넘어 감정 패턴과 행동 사이의 연결을 조명하는 정신의 기후학과도 같습니다.





시작의 역설과 무기력의 진실을 들려주는 봄. 3월은 새학기, 새직장, 새계획이 겹치는 달입니다. 저자는 3월을 싹이 나는 달로 규정하며 시작의 심리학을 다룹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현상 유지 편향, 합리화 방어기제와 닿아 있습니다. 변화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일단 시작하면, 시작된다'라며 시작을 망설이는 이유보다도 시작의 용기에 대해 일깨워 줍니다.


시작을 위해 먼저 '비움'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합니다. 매몰비용의 오류, 소유효과, 종결욕구라는 세 가지 심리학적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봄철마다 옷장 정리를 시도하다가 좌절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이때 우리를 붙잡는 것이 바로 이 세 가지 심리적 함정입니다. 이미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내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하며, 정리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겁니다.


4월의 정서적 피로감은 흔히 봄우울증으로 통칭되지만, 저자는 이를 진실을 숨기는 방식과 연결합니다. "인간은 얼마나 거짓말을 하고 싶으면 거짓말을 하는 날까지 만든 걸까?"라며 사람들은 평균 10분에 세 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줍니다.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시기, 우리는 스스로에게 작은 거짓말들을 하며 버티려 하는 겁니다. 4월은 무기력한 감정을 감추거나 부정하는 시기로 오히려 자기기만이 극대화되는 달이기도 합니다.


여름 챕터에서는 에너지의 양면성과 자아 발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감정의 기복과 생리적 반응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여름철 특유의 들뜸과 활력을 어떻게 건설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여름과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라는 말은 그 어느 때보다 와닿습니다. 계절성 정서 변화와 삶의 지속성에 대한 통찰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분노라는 감정에 주목합니다. 더위와 비례해서 증가하는 공격성을 분석하면서 이를 건전하게 표출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짚어줍니다.


클로닝거 교수의 이론을 인용하며 선인장을 고사리로 바꿀 수 없듯, 타고난 기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기질을 파악하고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억지로 성격을 바꾸는 것보다 더 현실적인 전략임을 보여줍니다.





성찰과 수용의 계절 가을. 가을 특유의 우울감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적 리듬으로 접근합니다. 명절이라는 사회적 현상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합니다. 가족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애착 이론과 역할 갈등 이론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가 돋보입니다.


자연을 활용한 자가치유법이 소개됩니다. ‘치료의 숲’ 개념은 생태심리학과 연결되며 정서 회복의 도구로서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조명합니다. 정신적 피로는 자발적 주의 때문에 생기기 때문에 정신적 회복은 비자발적 주의로부터 이뤄진다고 합니다. 비자발적 주의는 특별한 노력 없이 시선을 빼앗기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자연은 비자발적 주의의 조건을 충족하는 훌륭한 회복제입니다.


내면 성찰과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겨울. 특히 연말은 자축과 허무가 공존하는 시기입니다. "신념을 저버리는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틀린 길로 유도하는 환경은 언제든 마주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을 의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약함을 인정할 때 우리는 오히려 강해진다."라며 무조건적인 긍정보다는 현실적 자기 수용이 진정한 성장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1월은 블루먼데이로 상징되는 우울이 다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반복을 절망이 아닌 성장의 한 방식으로 읽어냅니다. 마음의 근력 운동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심리 전략으로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을 짚어줍니다.





월별로 마음사전과 할 일을 덧붙여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심리적 도구 역할을 합니다. 자신의 현재 상황과 시기에 맞는 장을 골라 읽을 수도 있고, 일 년을 통해 순차적으로 읽어가며 마음의 변화를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겨우내 묻혀 있던 도토리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되어 숲을 이루고, 숲은 다시 다람쥐에게 소중한 양식을 내어준다며 일 년 동안 도토리를 줍듯 심리학이 주는 지혜를 모은 <이달의 심리학>. 한 달 한 달 쌓은 심리적 통찰은 단단한 자아라는 숲을 만들어냅니다.


열두 달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안내하며 단기적 처방이 아닌 지속 가능한 마음의 회복을 추구합니다. 반복되는 감정 패턴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관점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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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유를 노래하는 필사 7080 명곡 100
한스미디어 편집부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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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970~80년대 한국 사회는 정치적 억압과 경제성장의 격류 속에서도 낭만과 저항, 사랑과 자유가 교차하는 청춘의 서사를 노래로 써 내려갔습니다. 그 노래들은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를 넘어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감정과 사회를 꿰뚫는 시적 진실을 담고 있었습니다.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는 필사 7080 명곡 100>은 그 시대의 노래 가사를 직접 손으로 옮겨 적는 필사 형식으로 다시 만나게 해줍니다. 손글씨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그 시절 함께 부르던 노래를 다시 마음에 담고 싶은 이들, 노랫말의 시적인 감수성을 곱씹으며 감정을 정돈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뚜아에무아의 〈그리운 사람끼리〉부터 양희은의 〈아침 이슬〉 등 젊은 영혼의 노래가 펼쳐집니다. 이정선의 〈오늘 같은 밤〉은 청춘의 외로움을,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는 그 시절 어딘가에 남겨진 첫사랑의 그림자를 불러옵니다.





이 시대의 음악가들은 통기타 하나와 진솔한 목소리만으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지금 들으면 기술적 완성도는 부족할지 몰라도 감정의 진정성 만큼은 깊고 솔직했습니다. 필사를 하다 보면 단어 하나하나가 노랫말 너머에 있는 옛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7080세대의 방황은 낭만만큼이나 진지하고 절박한 것이었습니다. 김만수의 〈푸른 시절〉을 필사하면서는 우리가 지나쳐온 그 청춘의 숲이 얼마나 푸르고 아름다웠는지, 산울림의 <아니 벌써>, 최백호의 <입영 전야>, 장계현의 <나의 20년> 등은 시대적 현실과 개인적 고뇌가 복합적으로 얽힌 작품들이라는 것을 가사를 읊조리며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움만 쌓이네/그리움만 쌓이네" 하며 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의 반복되는 가사를 써 내려가다 보면 읊조렸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김세화와 권태수가 함께 부른 〈작은 연인들〉, 4월과 5월의 〈장미〉,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 등을 필사하며 그 시대 작사가들의 섬세한 언어 감각을 음미하게 됩니다. 감정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 곧 자기 고백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상기시켜 줍니다.


이별과 상실을 다룬 곡들도 등장합니다.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 김학래의 <슬픔의 심로>, 배따라기의 〈비와 찻잔 사이〉 등은 상실과 후회의 감정을 담담히 읊조립니다. 필사를 통해 들여다보는 이 가사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 역시 여전히 어떤 감정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한경애의 〈옛시인의 노래〉는 특유의 절제된 감정선으로 서정성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한 줄 한 줄이 시가 되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 다섯손가락의 〈풍선〉, 해바라기의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등 여전히 사랑받는 명곡들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 전체의 정서를 포착하고 있기에 명곡이 되었습니다.





사랑, 상실, 청춘, 저항, 그리고 기억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명곡 100가지를 필사할 수 있는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는 필사 7080 명곡 100>. 기억을 복원하고 감정을 재구성하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실감하게 됩니다. 바쁜 하루의 끝자락에서 이 노래 가사들을 따라 적으며 감정을 회복해 보세요.


개인의 정서적 역사를 손글씨로 저장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감정 백업이 매력적입니다. QR코드를 통해 노래를 들으며 필사하는 구성, 고급 모조지의 필기감, 팬시노트 스타일의 다양한 내지 디자인으로 나만의 명곡 필사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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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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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토마 슐레세가 집필한 장편소설 <모나의 눈>. 시력을 잃을 위기에 놓인 열 살 소녀 모나와 할아버지 앙리가 함께한 52주간의 미술관 여행기를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출간 직후 3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고 37개국에서 판권을 계약했을 만큼 이 작품은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치유의 이야기를 넘어 예술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학적, 철학적 질문을 정교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모나의 시력 이상이 정서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뒤, 할아버지는 정신과 상담 대신 매주 미술관 한 작품 보기라는 기발한 방식의 예술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가 택한 치료법은 감상의 차원이 아니라, 한 작품 앞에서 충분히 머물며 느끼고 사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응시의 예술입니다.


작품 한 점을 살펴보는 이 미술관 방문 여정은 파리의 3대 미술관인 루브르, 오르세, 보부르(퐁피두 센터)를 무대로 이어집니다. 보티첼리에서 피카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 이르기까지 52주 동안 예술가 52인의 명작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할아버지는 작품의 배경지식만 전달하지 않습니다. 감동을 만들어내는 해설이 멋집니다. 예술 작품을 매개로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손녀 모나가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도록 유도합니다.


첫 번째 여정지 루브르에서 본 보티첼리의 작품에서는 '받을 줄 아는 용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세잔의 화풍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어린이의 시선과 예술가의 관점이 어떻게 닮아 있는지를 짚어줍니다.


"받는 걸 돌려줄 시간은 얼마든지 있을 거야. 하지만 돌려주려면, 반드시 먼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p43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모나는 사실,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충만함과 호기심을 깨우는 것이 미술과 사람이 만나는 진정한 접점임을 그들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모나의 눈>은 실제로 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소녀의 불안을 중심축으로 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은 불행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색을 잃기 전에 세상을 가장 찬란하게 보기 위한 노력과 그 기억을 마음속에 담는 내면의 미술관을 만드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의 로자 보뇌르의 작품을 보며 초콜릿 강을 연상하거나, 반 고흐의 그림을 교회 궁둥이라고 표현하는 모나의 발상은 어린아이다우면서도 동시에 예술의 진실한 수용이 놀이와 직관에서 출발함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순간입니다.


예술이 삶의 고통과 공포를 다정하게 녹여낼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줍니다. 보부르에 있는 아브라모비치의 어두운 설치작품 앞에서 눈을 감고 어둠과 함께 유영한 뒤, 모나는 조금씩 어둠이 덜 무섭다고 느끼게 됩니다. 시각적 경험을 넘어선 감정의 전이이며 예술이라는 체험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될 수 있다는 본보기입니다.





<모나의 눈>은 예술을 통한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입니다. 미술관 여행이 끝날 무렵 모나는 예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아이가 아니라, 세계를 받아들이고 자기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감성적 존재로 성장합니다.


모나의 감상 여정을 함께하며 매 장면에서 ‘나라면 어떻게 볼까?’를 질문하게 됩니다.책을 덮고도 여운이 길게 남는 이유는 그 감상의 축이 나에게도 스며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모나가 본 작품들을 부록에 모두 실어 감동이 더 진해집니다. <모나의 눈>은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작에 새로운 시선을 던지고 독해하게 만듭니다.


여러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소설입니다. 성장소설의 형식을 빌려 예술사를 교육하고 동시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스테디셀러 『소피의 세계』가 철학에 대해 했던 역할을, <모나의 눈>은 예술로 해냅니다.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내면화하는 심리적 여행기로 기능합니다.


모나의 눈이 영영 머는 날이 온다 해도, 최소한 뇌리 깊은 곳에 자리한 저수지에서 갖가지 시각적 광채를 길어낼 수 있을 거라는 할아버지의 결심은 우리 모두에게 안겨주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철학 입문서가 철학자들의 사상을 서사로 풀어냈다면, <모나의 눈>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내면화하는 심리적 여행기로 기능합니다. 모나의 눈이 영영 머는 날이 온다 해도, 최소한 뇌리 깊은 곳에 자리한 저수지에서 갖가지 시각적 광채를 길어낼 수 있을 거라는 할아버지의 결심은 우리 모두에게 안겨주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예술과 감성, 지성의 아름다운 접목을 통해 예술을 삶을 살아내는 방식으로 소개하는 <모나의 눈>. 아이와 함께 예술을 통한 교감을 시도하고 싶은 부모, 고전명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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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말들 - 차별에서 고통까지, “어쩌라고”가 삼킨 것들
오찬호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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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팩트 폭격에 익숙한 시대, 우리 말은 왜 이토록 납작해졌을까. 우리 사회의 감춰진 구조를 집요하게 탐사해온 사회학자 오찬호 저자는 일상 속 ‘언어의 납작함’에 주목합니다.


<납작한 말들>은 말투나 표현의 문제를 다룬 책이 아닙니다. 무심코 주고받는 말들이 누군가를 눌러앉히고, 정당한 비판을 무력하게 만들며 결국 공론장 자체를 해체하는 현실을 성찰하는 사회적 보고서입니다.


젠더, 인권, 일상, 자기계발, 그리고 공공담론을 아우르는 다섯 개의 큰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일상의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말이 무기화되고, 맥락을 지우며, 결국 사람을 지우는지 보여줍니다.


먼저 성차별을 이야기할 때 쏟아지는, 젠더 이슈에 얽힌 납작한 말들을 다룹니다. 여자도 군대 가라, 맘충 같은 말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언어는 논의를 단순화하고, 고통을 균등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억누르려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남자가 국가로부터 차별받는다는 핵심은 사라지고, ‘여자는 왜 차별 안 받냐!’는 괴상한 불만을 원초적으로 만족시키고자 하는 고통의 평준화에 대해 비판합니다.


이러한 발언들이 왜곡된 평등의 틀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말입니다. 병역과 가사노동을 연결 짓는 정치인의 발언 또는 맘충이라는 단어의 사회적 확산 과정 등을 통해 보여줍니다. 진정한 평등은 고통을 나누는 데 있지 않고, 구조의 차이를 직시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장애와 인권을 둘러싼 잔인한 일상이 이어집니다. 장애인에 대한 착함의 요구, 난민 혐오 발언, 인권 교육의 왜곡 등을 다룹니다. 무엇보다도 자유, 공정, 국민저항권 같은 단어들이 어떻게 본래의 뜻을 잃고 반인권적 주장에 동원되는지를 짚어줍니다.


“공정은 시험 성적에 무조건 승복하라는 뜻이 되어버렸다. 자유는 혐오할 자유가 되었고, 국민저항권은 민주주의에 대한 불복으로 왜곡되었다.”라며 사회적 맥락이 제거된 언어는 결국 차별을 정당화하고 제도적 불평등을 유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언어의 전복을 경계합니다.


공감 결핍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MBTI, 다정함, 지역 사투리, 참교육 등 일상적인 감정 표현 속에 숨겨진 자기중심성과 폭력성을 살핍니다.


저자가 특히 비판하는 것은 “그쪽이 잘못했으니 나는 때릴 수 있다는 정서를 정당한 복수라는 논리로 둔갑시키는 곳은, ‘정글’이지 사회가 아니다.”라며 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보복성 행동입니다.


공감 없는 감정 표출은 타인을 소외시키고, 사회문제를 논의하려는 시도마저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몰아갑니다. 다정한 말투 속에 숨은 무관심, 혹은 지역 사투리의 구수함이라는 언어적 소비가 어떻게 납작한 감수성을 만드는지를 읽다 보면, 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말들이 얼마나 타인을 배제하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한국 사회는 이미 능력주의라는 프레임 안에서 모든 걸 해석하는 데 익숙합니다. 건강도, 기회도, 자원도 개인의 역량으로 환원되어 버립니다. “인간의 면역력은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이 태아일 때부터 축적되어 형성된다. 하지만 ‘능력주의 공화국’에선 아픈 것도 실력이라는 말이 명언처럼 부유한다.”라고 말합니다.


공정과 노력이라는 납작한 프레임으로부터 배제되는 이들을 조명합니다. 고학력 여성, 저소득층 학생, 장애인 등 구조적 제약을 받는 이들은 능력이 없음으로 간주되고, 시스템의 모순은 철저히 가려집니다. 유명 강사들의 팩트 폭격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납작한 서사에 중독된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 언어와 공공 담론에서 벌어지는 언어의 왜곡을 다룹니다. 시험 공화국, 사교육, 자살률 그래프 같은 주요 키워드는 납작한 해석에 의해 철저히 오염되어 있습니다.


특히 “죽을 각오가 아니라 죽이겠다는 결의다.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용기가 아니라, 상대를 두렵게 하겠다는 폭력이다.”라며 국민저항권이라는 단어의 변질을 비판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MZ세대에 대한 마케팅적 고정관념, 교육에서 경쟁이 유일한 방식이라는 착각 등 납작한 언어는 사회를 단순화 시킨다고 합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복잡한 고통을 은폐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담론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고자 합니다.


<납작한 말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이 얼마나 맥락을 지우고 타인을 지우며, 비판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보여줍니다. 말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구조를 유지합니다. 그러니 팩트보다 맥락, 사이다보다 사유. 생각을 만드는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이 말이 혹시 누군가를 지우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품게 될 겁니다. <납작한 말들>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을 의심할 줄 아는 눈을 길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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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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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동안 여러 출판사 버전으로 읽었던 <데미안>. 북하우스 출판사의 <데미안>을 다시 읽은 이유는 전혜린 번역 복원본이기 때문입니다. 1964년 '노오벨賞文學全集'에 수록되었던 전혜린의 번역본이 60년 만에 복원되어 우리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전혜린(1934-1965)은 60년대 지적 여성의 아이콘이자 번역가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31세의 나이로 요절하며 우리 시대의 신화가 된 번역가입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나 뮌헨대학교 독문과를 졸업 후, 헤르만 헤세를 비롯한 독일 문학의 정수를 한국에 소개한 선구자였습니다.


번역가의 정체성을 말을 옮기는 자에서 사유를 중개하는 자로 격상시켰습니다. <데미안>을 단지 독일어에서 한국어로 옮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자신의 생을 이입했고 자아의 고통스러운 성장을 누구보다도 실존적으로 체화한 인물이었습니다.


최초의 독일어 원본 번역자의 숨결을 온전히 되살린 이번 복원본은 전혜린 번역의 원형을 최대한 가깝게 복원했습니다. 외래어 표기와 맞춤법, 오기, 띄어쓰기를 제외하고는 생전에 출간했던 판본을 그대로 되살렸다고 합니다. 이 판본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자 동시에 전혜린의 데미안입니다. 직역의 충실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미안>은 소년 싱클레어가 유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내면의 여정을 그린 헤르만 헤세의 대표적인 성장소설입니다.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도덕과 죄의식, 종교적 억압 속에서 방황합니다.


그런 그에게 데미안이라는 신비로운 인물이 나타나 자신 안의 진실한 자아를 직면하도록 이끌고, 싱클레어는 점차 외부의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형성해 갑니다.





<데미안>의 핵심은 기존 질서에 대한 근본적 의문에서 시작됩니다. 카인을 악인이 아닌 표식을 가진 특별한 존재로 해석하는 데미안의 시각은 기존 가치관에 도전하는 젊은 세대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헤르만 헤세(1877-1962)는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신학교를 도망쳐 나온 반항아였습니다.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던 그는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데미안>을 출간했습니다. 작가 자신의 반항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인 셈입니다.


싱클레어가 프란츠 크로머에게 협박을 당하면서 지어낸 사과 도둑 이야기는 성장 소설의 전형적 출발점입니다. "드디어 단지 불안에만 빠져 있던 나도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했다. 나는 어마어마한 도둑의 이야기를 꾸며 내고 나를 그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p.20)라는 이 장면에서 싱클레어의 심리적 동요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이 만들어내는 공포와 동시에 그것이 주는 일종의 해방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거짓말은 어른들이 만든 규칙에 대한 최초의 반항입니다. 싱클레어의 거짓말은 그가 '밝은 세계'에서 '어두운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상징적 사건이며 이후 데미안과의 만남을 예고하는 전조이기도 합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p.158) 이 유명한 문구는 <데미안> 전체의 핵심 메시지를 압축한 문장입니다.


성장이란 기존의 안전한 세계를 떠나는 것이며, 진정한 자아 발견을 위해서는 용기 있는 파괴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아프락사스(Abraxas)는 선악을 초월한 신을 가리키는 말로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선 새로운 인식을 상징합니다.


헤세는 1차 대전 후 정신분석의와 상담하며 '자아의 분석'이라는 세계로 떠났고 <데미안>은 바로 이런 경험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그는 평생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구도자였습니다.





최초의 유학파 한국 여성 독문학자가 독일어 원문을 직접 번역한 최초의 번역본 <데미안>. 이 책에는 전혜린이 쓴 헤세 작가론과 "누구나 한 번은 미치게 만드는 책", "데미안은 확실히 우리 자신의 분신이다"라는 명카피가 등장하는 상세한 작품론이 실려있습니다.


기성 질서에 대한 의문, 진정한 자아 찾기, 개성과 집단 사이의 갈등 등 <데미안>이 다루는 주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고전이 갖는 생명력을 고스란히 전한 전혜린의 번역 문체도 매력 있습니다.


<데미안>을 읽을 때마다 저는 다른 종류의 알 속에 갇혀 있었고, 그 껍질을 깨는 일은 언제나 아프고 고된 여정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그럴 때마다 성장통은 단 한 번의 통과의례가 아니라 죽는 순간까지 반복되는 삶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렇기에 <데미안>을 몇 번씩 읽어왔어도 지난번과는 또 다른 읽기 경험을 쌓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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