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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심리학 - 일 년, 열두 달 마음의 달력
신고은 지음 / 현암사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우울, 불안, 무기력 등을 반복 경험하고 있나요? 왜 새해만 되면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봄이 오면 어김없이 대청소를 시작하며, 가을이 되면 이유 모를 우울감에 휩싸이는 걸까요?
한 해의 흐름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이달의 심리학>. 계절에 따른 기분 변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절마다 반복되는 감정의 패턴과 그 근저에 깔린 심리학 이론을 연계하여 조망합니다. 사회심리학자 신고은 저자는 수년간의 대중 강연과 심리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달력으로 읽는 심리학을 선보입니다.
자연의 순환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계절적 리듬이 있다고 합니다. 마음의 사계절을 이해할 때, 삶의 날씨는 더 견딜 만해집니다.
한 해 동안 반복해서 겪는 감정의 파고를 달마다 예측하고 대비하며 되짚어볼 수 있어 기대 이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입니다. 자기계발서, 감정에세이 성격을 넘어 감정 패턴과 행동 사이의 연결을 조명하는 정신의 기후학과도 같습니다.

시작의 역설과 무기력의 진실을 들려주는 봄. 3월은 새학기, 새직장, 새계획이 겹치는 달입니다. 저자는 3월을 싹이 나는 달로 규정하며 시작의 심리학을 다룹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현상 유지 편향, 합리화 방어기제와 닿아 있습니다. 변화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일단 시작하면, 시작된다'라며 시작을 망설이는 이유보다도 시작의 용기에 대해 일깨워 줍니다.
시작을 위해 먼저 '비움'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합니다. 매몰비용의 오류, 소유효과, 종결욕구라는 세 가지 심리학적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봄철마다 옷장 정리를 시도하다가 좌절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이때 우리를 붙잡는 것이 바로 이 세 가지 심리적 함정입니다. 이미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내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하며, 정리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겁니다.
4월의 정서적 피로감은 흔히 봄우울증으로 통칭되지만, 저자는 이를 진실을 숨기는 방식과 연결합니다. "인간은 얼마나 거짓말을 하고 싶으면 거짓말을 하는 날까지 만든 걸까?"라며 사람들은 평균 10분에 세 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줍니다.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시기, 우리는 스스로에게 작은 거짓말들을 하며 버티려 하는 겁니다. 4월은 무기력한 감정을 감추거나 부정하는 시기로 오히려 자기기만이 극대화되는 달이기도 합니다.
여름 챕터에서는 에너지의 양면성과 자아 발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감정의 기복과 생리적 반응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여름철 특유의 들뜸과 활력을 어떻게 건설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여름과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라는 말은 그 어느 때보다 와닿습니다. 계절성 정서 변화와 삶의 지속성에 대한 통찰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분노라는 감정에 주목합니다. 더위와 비례해서 증가하는 공격성을 분석하면서 이를 건전하게 표출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짚어줍니다.
클로닝거 교수의 이론을 인용하며 선인장을 고사리로 바꿀 수 없듯, 타고난 기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기질을 파악하고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억지로 성격을 바꾸는 것보다 더 현실적인 전략임을 보여줍니다.

성찰과 수용의 계절 가을. 가을 특유의 우울감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적 리듬으로 접근합니다. 명절이라는 사회적 현상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합니다. 가족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애착 이론과 역할 갈등 이론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가 돋보입니다.
자연을 활용한 자가치유법이 소개됩니다. ‘치료의 숲’ 개념은 생태심리학과 연결되며 정서 회복의 도구로서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조명합니다. 정신적 피로는 자발적 주의 때문에 생기기 때문에 정신적 회복은 비자발적 주의로부터 이뤄진다고 합니다. 비자발적 주의는 특별한 노력 없이 시선을 빼앗기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자연은 비자발적 주의의 조건을 충족하는 훌륭한 회복제입니다.
내면 성찰과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겨울. 특히 연말은 자축과 허무가 공존하는 시기입니다. "신념을 저버리는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틀린 길로 유도하는 환경은 언제든 마주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을 의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약함을 인정할 때 우리는 오히려 강해진다."라며 무조건적인 긍정보다는 현실적 자기 수용이 진정한 성장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1월은 블루먼데이로 상징되는 우울이 다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반복을 절망이 아닌 성장의 한 방식으로 읽어냅니다. 마음의 근력 운동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심리 전략으로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을 짚어줍니다.

월별로 마음사전과 할 일을 덧붙여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심리적 도구 역할을 합니다. 자신의 현재 상황과 시기에 맞는 장을 골라 읽을 수도 있고, 일 년을 통해 순차적으로 읽어가며 마음의 변화를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겨우내 묻혀 있던 도토리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되어 숲을 이루고, 숲은 다시 다람쥐에게 소중한 양식을 내어준다며 일 년 동안 도토리를 줍듯 심리학이 주는 지혜를 모은 <이달의 심리학>. 한 달 한 달 쌓은 심리적 통찰은 단단한 자아라는 숲을 만들어냅니다.
열두 달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안내하며 단기적 처방이 아닌 지속 가능한 마음의 회복을 추구합니다. 반복되는 감정 패턴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관점을 배우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