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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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토마 슐레세가 집필한 장편소설 <모나의 눈>. 시력을 잃을 위기에 놓인 열 살 소녀 모나와 할아버지 앙리가 함께한 52주간의 미술관 여행기를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출간 직후 3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고 37개국에서 판권을 계약했을 만큼 이 작품은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치유의 이야기를 넘어 예술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학적, 철학적 질문을 정교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모나의 시력 이상이 정서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뒤, 할아버지는 정신과 상담 대신 매주 미술관 한 작품 보기라는 기발한 방식의 예술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가 택한 치료법은 감상의 차원이 아니라, 한 작품 앞에서 충분히 머물며 느끼고 사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응시의 예술입니다.


작품 한 점을 살펴보는 이 미술관 방문 여정은 파리의 3대 미술관인 루브르, 오르세, 보부르(퐁피두 센터)를 무대로 이어집니다. 보티첼리에서 피카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 이르기까지 52주 동안 예술가 52인의 명작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할아버지는 작품의 배경지식만 전달하지 않습니다. 감동을 만들어내는 해설이 멋집니다. 예술 작품을 매개로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손녀 모나가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도록 유도합니다.


첫 번째 여정지 루브르에서 본 보티첼리의 작품에서는 '받을 줄 아는 용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세잔의 화풍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어린이의 시선과 예술가의 관점이 어떻게 닮아 있는지를 짚어줍니다.


"받는 걸 돌려줄 시간은 얼마든지 있을 거야. 하지만 돌려주려면, 반드시 먼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p43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모나는 사실,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충만함과 호기심을 깨우는 것이 미술과 사람이 만나는 진정한 접점임을 그들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모나의 눈>은 실제로 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소녀의 불안을 중심축으로 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은 불행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색을 잃기 전에 세상을 가장 찬란하게 보기 위한 노력과 그 기억을 마음속에 담는 내면의 미술관을 만드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의 로자 보뇌르의 작품을 보며 초콜릿 강을 연상하거나, 반 고흐의 그림을 교회 궁둥이라고 표현하는 모나의 발상은 어린아이다우면서도 동시에 예술의 진실한 수용이 놀이와 직관에서 출발함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순간입니다.


예술이 삶의 고통과 공포를 다정하게 녹여낼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줍니다. 보부르에 있는 아브라모비치의 어두운 설치작품 앞에서 눈을 감고 어둠과 함께 유영한 뒤, 모나는 조금씩 어둠이 덜 무섭다고 느끼게 됩니다. 시각적 경험을 넘어선 감정의 전이이며 예술이라는 체험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될 수 있다는 본보기입니다.





<모나의 눈>은 예술을 통한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입니다. 미술관 여행이 끝날 무렵 모나는 예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아이가 아니라, 세계를 받아들이고 자기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감성적 존재로 성장합니다.


모나의 감상 여정을 함께하며 매 장면에서 ‘나라면 어떻게 볼까?’를 질문하게 됩니다.책을 덮고도 여운이 길게 남는 이유는 그 감상의 축이 나에게도 스며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모나가 본 작품들을 부록에 모두 실어 감동이 더 진해집니다. <모나의 눈>은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작에 새로운 시선을 던지고 독해하게 만듭니다.


여러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소설입니다. 성장소설의 형식을 빌려 예술사를 교육하고 동시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스테디셀러 『소피의 세계』가 철학에 대해 했던 역할을, <모나의 눈>은 예술로 해냅니다.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내면화하는 심리적 여행기로 기능합니다.


모나의 눈이 영영 머는 날이 온다 해도, 최소한 뇌리 깊은 곳에 자리한 저수지에서 갖가지 시각적 광채를 길어낼 수 있을 거라는 할아버지의 결심은 우리 모두에게 안겨주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철학 입문서가 철학자들의 사상을 서사로 풀어냈다면, <모나의 눈>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내면화하는 심리적 여행기로 기능합니다. 모나의 눈이 영영 머는 날이 온다 해도, 최소한 뇌리 깊은 곳에 자리한 저수지에서 갖가지 시각적 광채를 길어낼 수 있을 거라는 할아버지의 결심은 우리 모두에게 안겨주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예술과 감성, 지성의 아름다운 접목을 통해 예술을 삶을 살아내는 방식으로 소개하는 <모나의 눈>. 아이와 함께 예술을 통한 교감을 시도하고 싶은 부모, 고전명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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