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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딴따라다 - 송해평전
오민석 지음 / 스튜디오본프리 / 2015년 4월
평점 :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오민석 교수께서 쓴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2015년은 송해 할아버지에게 특별한 해더라고요. 세상에... 연세가 그렇게나 되신 줄은 몰랐어요. 무려! 89세인 송해 할아버지의 데뷔 60주년이라고 하네요. 게다가 해방 70주년, 분단 70주년이라 실향민인 그에게 특히 가슴 먹먹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아흔을 앞둔 연세임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아시아 최고령 MC 송해.
언젠가부터 유재석, 강호동 등 MC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으며 국민 MC라 불렀는데 사실 원조 국민 MC는 바로 송해 할아버지죠. 그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는 <나는 딴따라다> 책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의 길을 고스란히 겪어 온 긴 세월을 함께 해 봅니다.
송해 할아버지는 노래면 노래, 연기면(코미디언) 연기, 사회면 사회... 원조 엔터테이너이기도 하죠.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만 얼핏 들어본 젊은 세대라면 사회자로서의 모습만 짐작할 수 있을 텐데 실은 다재다능한 분이랍니다. 송해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전 북한땅에 있을 때 이미 성악 전공을 하셨다네요. 몇 년전에는 만 84세 나이에 단독콘서트를 열기도 하셨죠. <나는 딴따라다> 책은 송해 할아버지의 70년 유랑의 삶이 담긴 가사가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 '유랑청춘'이란 노래가 담긴 CD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의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저자 오민석 교수님께서 전국노래자랑 녹화 현장까지 동행하며 송해 할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까발리기도 합니다. 겉모습만으로 평가하는 일반 대중은 미처 몰랐던 아픔의 세월도 드러냅니다.
송해 할아버지는 일본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겪어왔습니다.
생애 전체가 공포였다는 그의 고백은 가슴을 묵직하게 합니다. 분단으로 북에 두고 온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오죽할까요. 요즘 세대는 분단의 아픔을 실감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가족과 생이별을 겪은 송해 할아버지처럼 상실한 자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 어느새 떠나가고 있으니, 다음 세대에서는 이산가족이란 말도 낯선 단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자 오민석 교수님은 그런 그를 두고 궁핍과 고통의 세월을 겪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타자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감이 있다고 말합니다. 변방의 사람들을 문화의 중앙으로 끌어들이는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의 성격이 바로 송해 할아버지 같구나 싶기도 하고요. PD는 300여 명이나 거쳐 간 전국노래자랑과 송해는 동의어지요.
우리 앞세대 분들은 특히나 일요일 오후에 어김없이 전국노래자랑을 틀어뒀는지라 채널권이 없었던 시절엔 저도 어쩔 수 없이 자주 접했는데, 나이 불문하고 대중에게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모습만큼은 제 기억에도 또렷하게 남아있네요.
송해 할아버지는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예술가더군요.
백전노장이면서도 아직도 녹화 직전까지 집중과 긴장의 시간이 이어집니다. 우황청심환까지 복용할 정도로요. 여전히 3,500원 짜리 이발을 하고 무대에 서며... 기획사도, 로드매니저도, 코디도 없이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더라고요. 게다가 송해 할아버지는 BMW 애용자였네요. Bus, Metro, Walking 말입니다. 자기관리 모습이 대단하셨어요. 녹화나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그의 생활은 철저하게 루틴화, 패턴화되어 있었고요. 에너지의 쓸데없는 낭비를 막기 위해서랍니다.
그의 유년시절과 청년기를 되짚어보면서, 아무런 연고 없는 타향에서 힘들게 헤쳐 온 그의 인생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는 그저 송해 할아버지의 개인사만 담긴 게 아니라 근현대 한국 대중문화 형성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라디오와 TV 방송시대 전까지 악극단 활동을 하며 유랑생활을 했고, 대중공연예술 장르의 발전 과정에 따라 송해 할아버지의 딴따라 인생 방향이 함께 하더군요. 겉모습 이면에 지닌 그의 아픔과 허무함은 한국의 슬픈 역사이기도 하고요.
금기투성이 사회에서 몸개그밖에 할 게 없던 1세대 코미디언으로서의 송해, 가수로서의 송해, MC로서의 송해 인생을 보며 올해로 데뷔 60주년이 되는 송해 할아버지에게 "만수무강하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