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마케팅 - 한계를 뛰어넘는 마켓 프레임의 대전환
라자 라자만나르 지음, 김인수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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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리더 라자 라자만나르가 들려주는 멋진 신세계를 위한 마켓 프레임 <퀀텀 마케팅>. 극도의 혼란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뉴노멀 시대. 더불어 신기술은 소비자의 삶을 변화시키고 마케팅의 영향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 삶에 미치는 마케팅의 가치,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나요. 대부분의 경영진은 마케팅을 소모적 활동 정도로 인식하고 마케팅의 기여도와 가치를 의심합니다. <퀀텀 마케팅>에서 현 마스터카드 CMO 라자 라자만나르는 마케팅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비즈니스 미래 생존을 위해 필수로서의 마케팅을 이야기합니다. 이론, 전략, 관행이 무너진 기존의 마케팅을 구하는 퀀텀 마케팅의 세계로 들어오세요.


마케팅은 역사와 함께 진화해왔습니다. 초기에는 소비자의 이성에 기댄 제품 마케팅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합리적이라는 것은 신화로만 남게 되었고, 감성에 의존한다는 걸 깨달은 이후엔 감성 마케팅 패러다임의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www 출현은 데이터 주도 마케팅의 전환을 불러왔습니다. 그러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소비자 지형도가 완전히 바뀌며 디지털 소셜 마케팅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가상현실, 블록체인, 5G 연결성 등 신기술은 마케팅 환경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마케터의 임무와 역할을 재설정해야 하는 제5의 패러다임, 퀀텀 마케팅이 등장합니다.


저자는 퀀텀 마케팅의 네 가지 임무를 짚어줍니다. 중,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강력한 브랜드 구축을 요구하고, 퀀텀 마케팅 시대의 핵심 업무인 평판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이 아니라 수익성 있는 사업 성장을 주도해야 하며,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런 임무를 아우르는 능력이 퀀텀 마케터의 역량이 되는 겁니다.


요즘 제가 가장 실감하는 기술은 구매과정 자동화인데요, 결제하는 과정이 단축되다 보니 결제 과정에서 가끔 있었던 구매 취소 고민을 할 겨를조차 없더라고요. 어느새 주문완료입니다. 한 사람이 평균 하루에 5천 개의 광고 메시지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오늘날 평균 집중 시간이 8초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 위한 노력이 막막합니다. 요즘은 광고 차단 앱,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처럼 광고를 안 보는 사람도 많으니 마케터에겐 악몽인 시대이기도 합니다.


신기술이 불러올 결과를 이해하고 마케터가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도록 촉구하는 <퀀텀 마케팅>. 퀀텀 마케터는 소비자가 일상에서 겪게 될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아내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한물 간 마케터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제5의 패러다임 마케터들이 깨달아야 할 것들을 짚어주고, 미래의 마케팅 기능 작동 방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퀀텀 마케팅>. AI로 대체되는 마케팅이 아니라 다음 가능성의 물결에 올라타 마케팅의 역할을 재정의할 수 있는 도약의 기회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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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시나리오 2022 - 백신 작동 이후의 세계
김광석 외 지음 / 와이즈베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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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보급과 함께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 희망이 보이는 요즘. 보복적 소비라는 용어도 등장할 만큼 코로나19 때문에 억눌렸던 소비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요.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어떤 현상들은 그저 일시적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세계 경제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 백신 작동 이후의 2022년을 내다보는 <미래 시나리오 2022>에서 경제, 산업, 기술, 정책 분야의 변화 흐름을 살펴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세요.


며칠 전 만기된 예금을 재예치하면서 1%로 안 되는 금리에 서운함 가득이었는지라 기준금리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1. 4월 IMF가 전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상적인 경제 환경으로 점차 접근할 것으로 보이는 지표를 내놓았지만 실제 경제에서 실감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잖아요.


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광석 저자는 세계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국의 경우를 짚어보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라 전망합니다. 2022년 세계 경제의 특징이 불균형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를 알고 나니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게 됩니다.


디지털 화폐 도입과 관련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인 CBDC,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다른 바이든식 경제부흥 정책을 살펴보며 바이드노믹스의 영향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그만큼 큰 기회를 줍니다. 변화를 기민하게 관찰하고 변화된 환경에 걸맞게 대응하는 자만이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융합 멘토 김상윤 저자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 따른 산업 분야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역시 코로나19 이전처럼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데이터에 관한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데 2021년 하반기나 2022년에 등장 예정인 마이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지속되고 있던 변화, 새롭게 생겨난 변화, 변화한 변화를 살펴보며 긱 이코노미 시대의 가속화를 들려줍니다.


기술이 수요를 만들고 창출하는 테크놀로지를 주시해야 하는 시대임을 강조하는 이재호 저자는 가까운 미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경제와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과정에서 내가 속한 조직 또는 나 자신에게 어떤 기회가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한국의 산업 구조와 기술 수준,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꼭 알아야 할 기술 이야기입니다.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듣는 용어 중 하나가 제로 웨이스트입니다. 코로나19로 음식 배달이 증가하다 보니 엄청난 양의 포장재와 일회용 용기들이 두드러지게 눈에 띕니다. 자원의 선순환으로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를 실현해야 할 과제가 생겼습니다. 저자는 사람의 생활습관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기술을 통해 해결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합니다. 현재 관련 기술은 어떤 수준인지, 어떤 숙제가 있는지 짚어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을 극복하고 기업과 가계의 경제 회복을 견인하기 위한 선제적인 전략으로 많은 국가가 조세 정책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역사상 처음 겪는 인구 감소 시대에 저출산 고령화로 국가 재정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박정호 저자는 조세 제도 개편에 집중해 국제 사회의 조세 환경 트렌드를 짚어보면서 우리나라의 조세 지원 제도 도입의 시사점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경제 멘토 4인의 전문 지식을 연결해 서로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융합된 결론을 보여주는 <미래 시나리오 2022>. 코로나19 방역 수준과 백신 보급의 낙관적 전제와 비관적 전제를 모두 고려한 데이터를 통해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여 분석합니다. 우리나라 방역 상황이 우수하다 한들, 상대국에서 락다운 상태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실감했던 한 해였습니다. 세계 경제와 맞물린 시대라는 걸 그 어느 때보다 체감했기에 백신 작동 이후에도 세계 경제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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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충분한 삶 - 일상을 불충분하게 만드는 요구와 욕구를 넘어
헤더 하브릴레스키 지음, 신혜연 옮김 / 샘터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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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독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유해한 메시지들을 함께 고민해보고 벗어나는 법을 이야기하는 자기회복의 인문학 <이만하면 충분한 삶>. 사려 깊음은 우유부단으로, 우울은 다른 이들과 잘 지내기를 거부하는 고집으로 오해받으며 단순히 행복을 성취하지 못하거나 무리와 잘 어울리지 못하면 도덕적 실패로 간주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유해하고 모순된 사회 문화적 메시지들은 무의식적으로 서서히 내면화해 일상에서 자신이 부족하다 생각하고 자신의 삶에 실망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 어느 때보다 소통 환경이 넓어진 디지컬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오히려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기분이 들때조차 이 문제를 각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해버립니다. TV 비평가이자 칼럼니스트 헤더 하브릴레스키는 <이만하면 충분한 삶>에서 기이한 압박과 불안에 사로잡힌 우리의 삶을 적나라하게 들춰냅니다.


미니멀리즘의 이면에 숨겨진 과소비, 소셜 미디어가 부추긴 수치화 현상, 소비지상주의적 현혹의 명백한 징후를 보이는 음식 문화 등에서 오늘날 우리 문화를 지배하는 규칙을 짚어줍니다. 우리의 오해로부터 파생된 현상들입니다. 그 규칙대로라면 우리는 최고의 멋진 삶을 살아야하고 최고 버전의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맞는 태도를 길러야하는게 삶의 목표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오랜 침묵을 통해 깊이 사고할 기회를 차단하고, 자신의 평가에 따라 세상이 좌우되기라도 한다는 듯 행동하고, 전문가라는 사회악에 매몰되기도 합니다. 특히 전문가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요. "주변에 자영업자나 교사, 예술가보다 전문가가 더 많다면 분명 그것은 세상이 그 기반을 상실했음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보내는 유해한 메시지 중 강하면 미쳐있는 여성 캐릭터를 꼬집기도 합니다. 드라마 '명탐점 몽크'에서는 심리적 장애가 천재성의 핵심으로 그려졌고, 수많은 미친 여자들은 그냥 똑똑한 것일 뿐인데도 성격의 불안정한 요소는 성별에 따라 달라집니다. TV 비평가답게 이 사례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속 캐릭터를 분석해 보여줍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을 권하는 단순 명쾌한 말들은 오히려 우울과 불편에 대한 기피를 하게 만들었고, 자기계발은 능력치를 최대로 뽑아내기 위해 안달났습니다. 외적 장애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자아의 힘만 믿으라고 하니까요. 뭔가를 비평하려면 헤더 하브릴레스키의 비평 방식을 눈여겨보세요. 표현 자체는 세지 않은데도 내용은 무척 신랄합니다.


관심과 인기가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하찮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중적인 마음이 드는 현대인의 상황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이만하면 충분한 삶>. 혼란스러운 세상 속 유해한 메시지들에게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나이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하고, 진정한 로맨스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등 나를 향한 믿음을 통해 자기회복을 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순간을 즐기며 편히 쉬는 것이 진정한 사치라고 짚어줍니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음을 알려면 관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상상 속의 완벽한 대안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말입니다.


더 나아지지 않는 자신에 대해 연민을 느껴야, 타인에 대한 연민도 느낄 수 있는 법. 만연한 망상과 거대한 환상이 우리의 공동체 의식과 연민을 억압하고 있음을 짚어주는 <이만하면 충분한 삶>. 불완전한 현재의 순간에서 자존감과 충만함을 찾을 수 있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최고 버전의 당신은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당신이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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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 - 우리 앞에 펼쳐진 세계화의 진실
볼프강 코른 지음, 이수영 옮김, 김은혜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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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보다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을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요즘, 세계화의 물결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품이 만들어진 나라는 그 제품의 긴 생애에서 하나의 정거장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수많은 제품들의 여행은 원료를 구입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쓰레기 처리장이나 재활용 센터 등으로 이어집니다.


저자는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계화와 관련한 글을 쓰던 시점에서 고민에 빠집니다. 이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최적의 제품을 선정해야 하는데 마땅한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아프리카 난민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다가 해안에 도착한 난민 중 한 청년이 입은 옷에 주목합니다. 그 옷은 몇 개월 전 헌옷 수거함에 버린 자신의 조끼였습니다. 심지어 붉은 포도주 자국까지 같으니 그것이 내 조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 책의 주인공으로 삼기에 이릅니다.


독일의 헌옷 수거함에서 나온 빨간색 인조 양털 조끼를 입은 아프리카 청년은 어쩌다가 대서양을 표류하게 되었을까? 그 조끼는 어떻게 아프리카로 보내졌을까? 조끼는 어디서 만들어졌고, 조끼의 연료는 어디서 구했을까?


<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은 조끼의 여정을 추적하며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세계화와 공정무역에 대해 알아보는 책입니다. 꽤 폭넓고 깊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매력적인 책입니다.


풍부한 석유와 현명한 경제정책으로 세계화의 승자로 일컫는 석유 부국 두바이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지구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는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습니다. 두바이 노동자들의 일상과 세계 최고층 건물의 초호화 분위기를 극명하게 비교하는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유조선은 석유를 가득 싣고 방글라데시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낡은 유조선의 위험성도 짚어줍니다.


석유가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숨겨진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염색 공장과 섬유 공장의 암담한 현실은 노동 환경의 다양한 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16시간째 쉬지 않고 재봉질을 하는 환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옷이 완성되면 컨테이너선에 실려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 싱가포르로 이동합니다. 컨테이너선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소개되어 있어 신기했어요.


해적 습격을 피해 드디어 독일 함부르크의 항구로 도착한 컨테이너는 세관 통관 후 백화점 물류 센터로 향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이 조끼를 구입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헌옷 수거함에 버린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의류 재활용 회사를 취재하며 헌옷의 향방을 알게 됩니다. 그중 헌옷 컨테이너 사례를 소개합니다. 아프리카로 향한 화물이 세네갈에 도착해 한 청년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여정은 파란만장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아프리카로 보내지는 헌옷이 오히려 아프리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겁니다. 아프리카 내에서의 의류 생산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빨간 양털 조끼가 아프리카 난민의 보트 여정을 함께 하는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공정한 무역 정책을 펼치도록 끊임없이 문제 제기하는 거라고 짚어줍니다. 다른 대륙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우리에겐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 양 행동해선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소비자로서 이 옷은 어느 나라에서 수입되었고,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고, 이 옷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었고,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쓰레기가 발생할 것인지.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 조건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고려 없이 그저 싼 물건에만 초점 맞춰선 안되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흔한 물건에 담긴 세계 여러 나라 노동자를 생각해 보는 사회적 연대감과 환경 문제 및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와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일깨우는 멋진 책입니다. 얇은 분량이지만 다루고 있는 지식의 깊이가 남다릅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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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지음, 강한 그림 / 엘도라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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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반복하고 실패하고 헤매는 시간을 겪다 보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욕망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상반된 감정 속에서 매일을 어찌어찌 살아가는 일상입니다.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는 발레 전공자의 이야기입니다. 여덟 살 때 발레 학원을 시작으로 무용과 입학, 발레단 활동을 하다 이제는 대학 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정옥희 저자는 하나의 직업군이자 사회 현상으로서의 발레에 대해 관찰해 온 풍경을 들려줍니다. 무언가를 전공한다는 것의 보편적 경험이기에 예체능 전공자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발레에 대한 지식을 얻는 건 덤입니다.


말 대신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발레. 새로운 언어를 감지한 이들이 무용수가 됩니다. 그들의 움직임은 섬세하고 매혹적인 언어와도 같습니다. 무용수들은 움직임으로 소통하고 생각합니다. 몸에 축적된 감각은 오래 기억되어 나이가 들어도 음악만 들으면 자동 반응을 할 정도라고 합니다.


정옥희 저자는 일찍 목표가 들어앉은 삶을 살았습니다. 꿈을 찾지 못하고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하는 많은 학생들과 달리 무용과를 목표로 대학 입시를 준비했고, 발레단 입단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이처럼 딱딱 목표가 정해져 있는 삶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론 중간에 바꿀 기회가 있을 때 두려움에 멈추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기 마련입니다.


세계적인 몇몇 대단한 발레리나가 아니고서야 발레를 전공한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마침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른 발레계 소식이 있더군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파리오페라발레의 수석무용수가 된 한국인 박세은 발레리나가 위상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명성 있는 발레리나는 1% 부자를 보는 것처럼 뭔가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프로페셔널 발레단의 군무 무용수로 활동했던 발레 전공가인 저자의 목소리가 평범한 우리들의 삶과 맞닿아있어 공감이 큽니다.


발레 하면 너무나도 완벽한 동작에 마리오네트처럼 인형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 정확한 동작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되니 앞으로 발레를 관람하는 눈이 달라질 것 같아요.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콩쿠르를 거치며 온갖 일들을 겪으면서 웬만해선 흔들림 없는 프로페셔널로 성장하기까지 그 여정을 펼쳐 보입니다.


학생 신분으로 중국 광저우 발레단에 입단해 1년을 지냈을 때의 경험도 파란만장합니다. 그때의 경험은 한국에 돌아와서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했을 때 발휘됩니다. 다국적 무용수들은 외국인 노동자와 같습니다. 그들의 어려움, 외로움, 고립감을 헤아릴 줄 알게 됩니다.


프리마 발레리나만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군무 무용수는 일부러 신경 써서 바라보지 않는 이상 그저 배경으로만 인식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던 저자는 그렇기에 오히려 조금 더 성숙한 관찰자가 되어 발레를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전체가 하나처럼 움직이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군무 무용수는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감각이 고도로 발달된 존재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프로의 정신은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오로지 대학 입학을 위해 달려온 우리나라 무용 전공자들은 특히나 대학 생활하면서 우울증을 많이 겪는다고 합니다. 1년에 겨우 몇 명만 뽑는 프로페셔널 발레단에 입단하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니 요가나 필라테스 자격증을 따거나 대학원 진학을 하기도 합니다.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다가오는 발레. 사람들은 발레를 좋아한다는 기호를 내세우고 싶어 하면서도 발레 무용수에 대한 냉소와 혐오가 가득한 현실을 거침없이 지적하기도 합니다. 임신은 은퇴라는 공식이 있다시피 하다 보니 엄마 발레 무용수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도 친정 엄마 찬스가 없는 한 육아와 병행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프로로서 품질 유지를 위해 그토록 완벽주의와 성실함을 지켜온 발레 무용수의 삶이 임신과 동시에 단절되는 겁니다.


발레가 등장하는 만화, 영화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발레에 대한 기본 지식과 더불어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합니다. 발레 취미 1도 없는 저조차도 포인트 슈즈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진진하더라고요.


<방구석 미술관> 책에서 드가의 발레 작품을 소개할 때 알게 된 발레리나의 역사 속에 자리했던 성 노동자로 전락했던 어두운 시절을 저자 역시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루이 14세가 발레를 직접 출 정도로 사랑했기에 그 덕분에 발레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는군요. 그럼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철저한 외모지상주의, 낡은 인권 감수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냅니다.


초심자가 프로가 되기까지 그 여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열심히 노력하는 것과 자기 파괴적으로 달리는 것은 다름을 짚어줍니다. 프로에겐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니까요. 그만두지 않고 지금의 일을 치열하게 해나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애증의 파노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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