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혼란한 마음 -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변지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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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릴케, 마거릿 애트우드, 데이비드 흄, 헤밍웨이, 어슐러 르 귄 등 소설가, 철학자, 시인, 사상가들의 문장과 함께 심리학자 변지영 작가의 생각과 감성을 덧붙인 100편의 글로 혼란한 마음으로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해법 <때론 혼란한 마음>.


수많은 의미 있는 문장으로 뽑아낸 100편의 키워드. 보기, 듣기, 말, 선택, 침묵, 걱정, 의심, 슬픔, 분노, 불안, 타인, 이별, 인연, 우연 등 현대인의 불안한 감정과 고통을 압축하는 키워드들이 나열됩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이 등장할 때면 그 또한 반갑더라고요. 책 속의 문장을 이토록 조화롭게 뽑아내다니.


제대로 바라보기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때론 혼란한 마음>. 나의 편견, 생각, 감정, 판단이라는 필터를 낀 채로 보고 있음을 짚어주는 것으로 우리 마음속 혼란의 정체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합니다. 눈에 필터가 끼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래서 처음 보듯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비로소 바라보는 게 아닐까 하며 묻습니다.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듣는 것 역시 필터가 끼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대로 듣지 않습니다. 기대, 판단 같은 것들이 오는 과정에 끼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사람은 죽을 수 있다."고 한 제프리 초서의 문장은 거절에 민감해 상처받고 좌절하는 우리에게 현명한 지혜를 안겨줍니다. 그저 내 메시지가 거절당한 것인데도 자신의 존재가 거부당한 것으로 느낍니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상상이 큰 위협이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걱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맥 매카시의 "기억하고 싶은 것은 잊고, 잊고 싶은 것은 기억한다."는 문장처럼 마음의 불안과 걱정은 머릿속을 쉬이 떠나질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유독 급하게 부풀려지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실제 일이 벌어지는 속도보다 머릿속에서 더 빨리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유독 싫어하는 민감한 주제에서는 특히 왜곡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머릿속에 필터가 많아져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과잉 해석합니다. 변지영 작가는 일상에 방해될 정도라면 심리 상담이나 명상으로 걱정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조언합니다.


장점은 곧 단점의 뒷면이라는 것. 단점도 맥락이나 상황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한다는 걸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해 봅니다. 그럼에도 경직된 흑백논리를 가진 채 스스로를 고립시키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분노 역시 양면의 힘을 가졌습니다. 분노가 자기 파괴적인 에너지가 되게 하지 말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욕망하기에 우리는 불안합니다. 재물 욕심, 권력 욕심보다 더 큰 건, 존재에 대한 욕심입니다. 모든 욕망은 결국 더 완전해지려는, 더 많이 존재하려는 욕망이라고 합니다. 완전함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문제를 문제 삼지 않아야 함에도 '왜 나는 이럴까?'하는 시선으로 스스로를 대하고 과거 탓을 합니다.


변지영 작가의 해법이 눈길을 끕니다. 우리는 하찮다고, 별것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존중, 인정, 사랑받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런 경우 타인에겐 정작 관심이 없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주의가 쏠려 있으니까요. 타인에게 친절히 대할 때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 등 관계에 대한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있는 그대로의 전체를 보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우울해하는 것"이라는 말로 받아들임에 관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두려움의 반대말은 두렵지 않음이 아니라 받아들임이라고 합니다. 도망가기 때문에 두려운 생각을,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르지 않아서 불안한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도망갈 곳을 차단함으로써 회피하는 습관을 끊게 하는 불안 치료법을 소개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후각과 환상> 책과 잘 어울리는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냄새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빠르고 무의식적입니다. 낯선 공간에 가면, 사람을 만날 때면 무의식중에 냄새부터 맡습니다. 중요한 건 냄새가 판단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에 냄새를 싫어하면 다 싫어하는 거고, 냄새를 좋아하면 다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정말 내 감정 대부분이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수많은 필터 때문에 생기는 것 같군요.


심리적 건강을 위해,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힐링 에세이 <때론 혼란한 마음>. 건강한 뇌, 건강한 마음이란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응하고 대처하면서 변하는 것을 뜻한다는 게 이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혼란한 마음도 습관이라고 합니다. 이런 습관을 줄이려면 의식을 호흡에 두며 생각 습관의 연결고리를 잠시 끊어보라고 조언합니다. 불편하고 힘든 순간, 여러 상황에서 생겨나는 우울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되새겨야 할 문장이 가득합니다. 책 속 문장을 읊조리다 보면 막연한 불안과 만성적 불안으로 인한 내면의 비판을 멈추고, 정신적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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