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 가치 있는 삶을 위한 10가지 조언
카밀라 카벤디시 지음, 신현승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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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얻게 된 인생의 추가시간을 의미하는 EXTRA TIME 엑스트라 타임. 하지만 생물학적 능력에 비해 달력나이는 사회와 스스로의 편견에 갇혀 걸림돌이 됩니다. 고령화 시대라는 말은 익숙해졌으면서도 사회제도는 엑스트라 타임을 대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태어난 아이들 세 명 중 한 명은 100세까지 살 것이라고 추정하는 통계가 있지만, 우리는 일을 더 하고 싶어도 60세 전후에 은퇴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현실. 노후의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현실적인 해법을 촉구하는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영국 저널리스트 카밀라 카벤디시는 이 책에서 사회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될 수 있도록 나이의 편견에 대한 목소리를 높입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지구상에 처음으로 5세 이하 인구보다 65세 이상 인구가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고령화 시대를 말로만 듣던 것에서 수치로 확인하니 느낌이 다르네요. 세계보건기구는 달력나이를 기준으로 65세를 노인으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요즘 60대는 중년 느낌이 더 강하지 않나요.


항노화라는 말은 혐노인과 동의어로 쓰이며 노화에 대한 부정적 성향이 만연하고, 지혜와 성숙함보다 젊음, 기술, 에너지를 더 중시하는 사회입니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생각이 없는 현실 속에서 미래 대비에 게을리하게 됩니다. 기대 수명은 증가하는데 조기 은퇴가 굳어지고 한창 더 일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너무 일찍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쌓아 올린 '노인'에 대한 편견이 스스로에게 피해를 줍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안겨줍니다. 길어진 삶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삶의 단계를 열어 준다고 말이죠. 바로 '젊은-노인' 단계입니다. 60세에서 100세를 뭉뚱그려 하나로 생각하지 말고 70대에도 생동감 넘치고 역량 있는 것이 정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합니다. 신중년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신중년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열쇠를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에서 살펴봅니다.


신체 단련을 하지 않는 것과 노화를 혼동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떤 삶이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합니다. 어떻게 늙느냐 하는 것의 고민은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을 더 잘 알려야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신체 단련을 약간만 개선해도 낙상의 위험을 줄여 의존 생활을 줄이고 요양 비용이 절약됩니다. 비만의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정크푸드 특히 설탕 중독의 위험을 강조합니다. 예방에 초점 맞춰야 하는 건강 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일할 수 있음에도 일할 기회가 없습니다. 온갖 자료도 50세부터 나이 든 근로자로 규정합니다. 경력이 끝나는 언저리도 아니건만 50대에 성장을 멈추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50세는 인생의 낭떠러지인 현실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노화와 관련한 각종 연구의 현황을 살피며 평생 학습 시스템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며 앉아 있는 노인보다 연회용 꽃꽂이를 배우는 노인이 더 행복할 거라고 말이죠. 신경과학에서도 뇌는 계속 변화하고 평생 발전한다고 하면서 뇌세포를 더 오래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가능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미래를 위한 네크워크 공동체의 중요성도 알려줍니다. 노인들을 위한 공동 주택 공동체 사업을 하는 영국 사례를 들려주는데, 여전히 지역 당국은 요양 서비스 예산 증가 우려로 반대의 목소리가 심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년을 함께 보내며 친구이자 이웃으로서 관계맺음을 지속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의 질은 무척 높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를 즉시 발견할 수 있으니 독거사의 두려움에서도 벗어납니다.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에서는 사회적 연결과 공동체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혜택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요양 서비스에 대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짚어주며 노인친화적 도시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일회성 질병에 초점 맞춘 의료 서비스는 '늙은-노인'을 보살피는 다양한 시스템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우리에게 더 주어진 시간, 엑스트라 타임이 선물이 될지 짐이 될지는 목적의식에 달려 있습니다. 목적의식 있는 사람이 더 활동적이고 자신의 건강을 더 보살피는 경향이 있습니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갖는 것이 외로움, 질병,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데 도움 된다고 합니다.


76세에 세계 최고의 아이패드 화가가 된 데이비드 호크니, 73세에 보그 표지 모델로 활동하는 티나 터너, 80세에 에베레스트 산에 오른 유이치로 미우라, 90대에도 TV 시리즈 히트작을 만드는 데이비드 아텐버 등 여전히 생산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엑스트라 타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한 10가지 조언을 담은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나이라는 제약이 가로막으면 안 될 일이지요. 지금 X세대가 특히 눈을 떠야 할 때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를 규정하는 게 나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분명히 알려주면서 더 오래, 더 가치 있게 빛나는 삶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을 짚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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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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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실록가 박영규의 조선 탐사는 어디까지?!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왕비, 왕실 로맨스, 범죄, 전쟁, 명저 등을 주제로 다채롭게 조선을 선보인 박영규 저자가 이번엔 500년 조선 의료의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메디컬 조선>은 조선 의료 시설부터 조선 백성을 위협한 10대 질병, 왕이 앓았던 질병과 사인, 의료 최전선에서 일한 명의들, 조선 의학을 지탱한 의학 전문 서적까지 조선 생로병사 풍속도를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먼저 의관을 선발하고 약재 재배를 관장한 조선 의료 행정의 중심 전의감, 실질적 수장이 어의인 왕실 전담 병원 내의원, 서민 의료 전담 병원 혜민서, 행려병자 수용시설 활인서 등 조선의 의료 체계와 의료 시설을 소개합니다.


의녀에 대해서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여자로만 구성된 의사 집단인 의녀를 어떻게 양성하고, 어떤 일들을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로 익숙한 조선시대 대표 어의녀 대장금은 무려 20여 년 동안 어의녀를 지낸 대단한 인물이었지요. 조선의 의녀들은 당시 여자 경찰 역할, 죄인들의 건강 관리는 물론이고 왕이 밤에 궁궐 바깥에서 거동할 때 횃불 드는 역할 등 온갖 잡다한 일을 수행했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조선 시대에도 찜질방이 있었다는 사실! 지금의 찜질방과 유사한 한증소에서 땀을 내면 병이 나으리라는 생각에 병이 심하고 기운이 약한 환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었다고 하네요. 이후 한증소는 사라지고 민간에서 한증막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이 유지되었으니 한증막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요?


최근 한국인 기대 수명은 83.3세이지만, 조선시대 기대 수명은 50대에 수명은 평균 30대 중반이었다고 합니다. 만 60세 환갑이 장수의 기준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감기와 독감이 구분되지 않아 감기를 무척 두려워했습니다.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관리들은 출근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아끼는 신하가 감기에 걸리면 왕은 어의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세종도 사신을 만나지 않으려 할 때 핑계로 삼을 정도로 조선인에겐 두려운 질병이었습니다.


<메디컬 조선>에서 정리한 조선시대 10대 질병은 감기 외에도 종기, 치질, 소갈증(당뇨), 중풍(뇌졸중), 홍역, 천연두, 학질(말라리아), 염병(장티푸스), 나병(한센병)이 있습니다. 우리가 요즘도 흔히 쓰는 말인 '학을 떼다', '염병하네'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심각한 병을 그때는 어떻게 치료했는지, 현재 의학 수준에서 이제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들을 그때는 치료제 없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치질이 10대 질병에 포함된 건 의외였는데 없는 집이 드물었고, 고질병일 정도로 흔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종기는 정말 골칫덩이였나 봅니다. 태종은 종기 때문에 세종에게 왕위 선위하겠다는 말을 했고, 정승 황희도 사직을 청했을 정도입니다.


조선 역사상 27명의 왕 중 지병이 없었던 태조와 영조 외에는 모두 고생이 심했다고 합니다. 종기를 앓다 죽은 문종, 감기를 앓다 돌연사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예종, 위암으로 예상되는 세조의 죽음, 기록으로 유추해 현대 의학 관점에서 대장암으로 죽은 성종 등 조선의 왕들은 어떤 병을 앓았고, 어떤 치료를 받다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메디컬 조선>에서 소개합니다.


어머니가 두 왕에게 만병의 근원이 되었던 역사도 있습니다. 인종의 계모이자 명종의 친모였던 문정왕후는 두 왕의 스트레스에 일조를 했었군요. 둘 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심열증을 앓았었다고 합니다. 종기 치료를 받다 피가 멎지 않아 죽음을 맞이한 효종처럼 의료 사고는 왕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역시 종기 치료를 받던 중 24일 만에 급사해 독살설이 가설로 있을 정도인 정조도 있습니다.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조선의 명의 10인도 소개됩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태조 이성계를 회생시킨 양홍달, 의술뿐만 아니라 인격도 매우 훌륭했다는 조선 초기 명의 노중례, 의녀로서 유일한 임금 주치의 역할을 한 대장금, 동방의 편작으로 불린 허준 등 시대를 풍미한 명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의관은 아니었지만 정약용의 활약은 조선 의료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홍역 치료 책도 썼고, 천연두 예방접종법인 종두법 역시 처음으로 조선에 소개한 인물이 정약용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는 요즘처럼 그 당시에도 귀신보다 무서웠다는 천연두가 대창궐하면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했었다고 하니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법은 닮았습니다.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담긴 조선의 의학.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의학 유산의 중심인 의학 서적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메디컬 조선>에서는 조선 의학의 초석이 된 의서들을 소개합니다. 동양의학을 이야기할 때 중국의 의서이지만 한의학의 뿌리인 <황제내경>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의서인 고려 시대에 편찬돼 조선시대에도 가장 애용한 의서가 된 <향약구급방>, 세종의 염원을 담은 조선 최초의 의학 사전 <향약집성방>, 조선 최대 의학 백과사전 <의방유취>, 현재까지도 한의사들의 처방에 많이 활용되는 동양의학을 대표하는 <동의보감>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인들의 질병에 대한 끈질긴 투쟁의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쓴 <메디컬 조선>. 조선인들의 값진 투쟁이 담긴 조선 의학사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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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부엌 - 삶의 허기를 채우는 평범한 식탁 위 따뜻한 심리학
고명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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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와 고등어조림, 매슬로와 콩자반, 몽테뉴와 초콜릿, 버트런드 러셀과 밥과 김치. 어떤 관계일까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심리학과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원초적으로 필요한 음식을 연결한 <나를 치유하는 부엌>.


생활과 살림, 비움에 관한 철학을 공유하는 네이버 블로그 '본질찾기'의 운영자이자 숙명여대와 고려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고명한 저자의 책입니다. 전작 <생활의 미학>에서 일상 속 행복을 찾는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고선 느낌이 참 좋았었는데, 이번 책은 더더더 맘에 쏙 들어요.


"잘 먹겠습니다."에 담긴 의미부터 먼저 생각해 봅니다. 이야기와 추억과 깨달음이 쌓여야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는 말이었음을 저자도 뒤늦게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밥 한 톨을 씹는 건 그 모든 순간을 꼭꼭 곱씹는 것이며, 밥 한 끼를 먹는 건 또 하나의 기억을 쌓아가는 행위"임을 일깨웁니다.


그러고 보니 음식에는 우리의 삶이 스며들어 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며칠 전 아이와 외식하러 갔는데 직전부터 삐거덕거리며 투닥대는 바람에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전투적으로 씹어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불편한 기억으로 남기기엔 음식 자체는 너무 좋았거든요. 이후 그 메뉴를 접할 때마다 나쁜 기억이 먼저 떠오를까 봐 그 기억을 덮어버리기 위해 우리는 다음 날 다시 한번 밥집을 찾아갔습니다. 이처럼 음식에는 우리의 삶이 조각조각 얽혀 있습니다.


고명한 저자는 장례식장 육개장 한 그릇에 아이러니한 감정을 경험한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상주가 되었을 때 상실감 앞에서 식욕을 잃은 상태에서 육개장에 식욕을 느꼈다고 합니다. 빈속을 따뜻하게 채워준 육개장 한 그릇이 가져온 포만감. 만족감이 들면서도 상주라는 입장에서 죄책감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느낍니다.


이렇게 상반된 감정과 태도가 공존하며 상호 충돌할 때 느끼는 혼란스러움을 양가감정이라고 합니다. 프로이트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본능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본다고 합니다. 흑과 백이 아닌 억누름과 치우침 없는 양가감정의 균형을 잡을 때 우리의 삶은 더 성숙해짐을 알려줍니다. 장례식장은 모두 상반된 것들이 공존하며 서로를 어루만지는 자리였음을 이제는 깨달았다고 합니다.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분노를 추스르지 못한 날, 감정을 진정시킨 건 매운 음식 대신 초콜릿 한 조각이더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초콜릿의 맛을 음미하는 과정이 마음을 추스르는 '쉼'을 의미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후회까지 껴안는 성숙함을 안겨준 삼계탕, 불안했던 신혼 시절을 위로한 베이킹, 허영과 정신적 공허감의 늪에서 끌어올린 티라미수 케이크,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애착을 표현하는 집밥 등 저자가 살면서 먹었던 음식들에 깃든 그리운 추억들이 철학적이 심리학적인 해석과 함께 소개됩니다.


불안, 열등감, 분노, 권태, 자존감, 자기실현 등 삶에서 마주하는 위기를 음식과 연결해 치유하는 지혜를 전하는 <나를 치유하는 부엌>. 완벽한 엄마 노릇에 집착하던 것에 이만하면 괜찮은 엄마로 변하기까지 아들의 소울푸드 달걀밥도 일조합니다. 온갖 근사한 요리보다 배고픔에 눈뜬 아침에 엄마가 뚝딱 만들어내는 달걀밥에서 더 큰 만족감과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수긍하게 되지요. 엄마와 아이 사이를 연결하는 강력하고 밀접한 관계인 '애착'을 정의한 심리학자 존 볼비의 심리학과 함께 패러독스와 관련한 음식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삶의 온갖 모순과 역설, 부조화를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와 일상의 음식을 연결해 설명하는 <나를 치유하는 부엌>. 밥 한 끼가 가진 수많은 의미 가운데 으뜸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내 삶에 대한 사랑,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요.


부정적인 권태 대신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는 권태의 또 다른 모습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라고 했고, 삶에서 권태감이 찾아왔다는 것은 아무런 사고 없이 행복한 삶이 지속됨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권태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정신적 풍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결국 무난하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비결은 내적 에너지가 큰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먹는 끼니를 통해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고, 삶이라는 한상차림을 가장 맛있게 음미하도록 돕는 <나를 치유하는 부엌>. 한정수량 굿즈 앤드파인의 천연수세미도 있어 요긴하게 사용 중입니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에 도움 되는 천연수세미여서 기분 좋은 설거지로 상쾌하게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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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 인문학 - 간편하고 짤막하게 세상을 읽는 3분 지식
타임스낵 지음 / 스테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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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먹듯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지식 콘텐츠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타임스낵의 <스낵 인문학>. 경제, 역사, 과학, 예술, 심리, 상식을 주제로 48가지 이슈를 세상 편하게 꿀꺽할 수 있는 책입니다. 과자 먹듯 짧은 시간 안에 소비하는 콘텐츠를 뜻하는 스낵컬처에 인문학을 붙이다니, 인문학의 진입 장벽을 확 낮췄습니다.


<스냅 인문학>은 가볍게 시작했다가 자꾸만 손이 가 봉지의 바닥을 보고야 마는 스낵처럼 '흥미'로 시작해 '지식'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입니다. 한 편당 3분 정도면 읽을 수 있으니 간편하게 짤막하게 세상을 읽는 지식 콘텐츠. 사진과 일러스트가 함께 해 지루하고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만큼 순삭 할 수 있어요.


경제 편에서는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기술을 이용해 납치 광고를 벌인 버거킹 사건처럼 뜻밖의 놀라운 결과를 낳게 한 사례를 만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 옆에 놓인 인공지능 스피커가 오케이 구글~ 명령에 반응해버린, 생각해 보면 배꼽 잡을 만큼 재밌는 사건이었어요. 기술의 의도와 달리 사용자가 어떻게 쓰느냐를 보여준 첨단 기술의 빈틈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경악을 금치 못한 제품을 선보인 기업의 흑역사들, 반대로 약간의 실수, 아이디어, 실행력이 히트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분노를 활용해 운전자의 핸드폰 사용에 경각심을 알린 브라질 골키퍼 사건처럼 기막힌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그저 웃고 넘기기엔 그 속에서 캐낼 수 있는 교훈이 만만찮습니다.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설치된 이유, 150일 동안 하루에 지구를 16바퀴씩 돌며 착륙을 대기해야만 했던 우주 난민 사건, 전 국민이 슈퍼카를 탔던 나우루 공화국의 최후 등 역사 속 이슈들이 이어집니다. 조그만 섬나라가 부귀영화를 누리다 한순간에 최빈국으로 전락한 이유를 보면서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의 이면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과학 편에서는 빨대의 구멍이 몇 개인지 살펴보는 콘텐츠가 재밌었는데요. 빨대의 구멍은 몇 개일까요? 위아래 각각 독립적인 2개? 아니면 하나의 긴 구멍? 파이프처럼 그저 직사각형의 면을 돌돌 말아놓은 형태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멍은 0개라는 주장까지. 빨대 구멍에 둘러싼 기발한 논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냉동인간 기술은 그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가 이미 냉동인간 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람이 600명 정도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냉동인간이 되는 과정이 이집트 미라 만들던 기술을 닮아 더 놀랐네요.


예술 편에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즐거움을 줍니다. 일본 만화 캐릭터의 눈이 왕눈이인 이유, 웃음 뒤에 숨은 사회 풍자 애니메이션 이야기 등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뼈 있는 메시지가 많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희귀한 공포증, 자신의 신체 부위를 부정하는 마음 등 심리와 관련한 놀라운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혐오하고 심지어 제거하고 싶어 하는 질환의 사례는 정말 미스터리합니다.


그 외 다양한 상식이 쏟아집니다. 한 번쯤 지식인에서 찾아봤던 궁금증도 있고, <스낵 인문학> 덕분에 처음 접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페트병 바닥에 써진 숫자가 플라스틱 재활용 정보와 안정성을 표기하는 거라는 건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정확히 구별할 줄 알게 되었어요. 아이스크림 이름 탄생의 비밀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며 마무리하는 인문 잡학 사전 <스낵 인문학>.


최근에 읽은 김경집 교수님의 책에서 자투리 정보나 지식의 파편 자체가 창조적 생산력으로 이어질 순 없지만, 그것이 축적이 되어 자신의 사유와 버무려질 때 창조를 이끌어낼 힘을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입체적 사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축적의 힘이 되는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낵 인문학>을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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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 맛의 멋을 찾아 떠나는 유럽 유랑기
문정훈 지음, 장준우 사진 / 상상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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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골에서 맛의 멋을 찾아내는 유럽 유랑기 시리즈. 전작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에서 예고한 스페인 편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전 세계 시골에 농부 친구들을 둔 자칭타칭 세계 시골 전문가 문정훈 교수의 맛깔스러운 글과 푸드라이터 장준우 셰프의 사진 조합이 이번에도 빛을 발합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을 정말 즐기는 게 글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정도로 유쾌한 여행기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와인과 음식, 사람을 따라 떠나는 프랑스 시골 여행기를 보며 프랑스 구석구석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는데, 스페인 역시 기존에 알던 관광지 위주의 스페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주에서 시작합니다. 한국의 전라도처럼 바스크 지역은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아주 평범한 '옆으로 잘라서 오븐에 구운 토마토'마저도 환상적인 맛이라며 첫 글부터 군침 돌게 하더니 바스크 지역의 재래돼지 코스 요리 묘사 장면에서는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들 지경입니다.


재래돼지와 관련해서는 재래 품종의 가치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재래돼지 방목을 하는 농장을 보며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봅니다. 품종 차별화, 사육 방식 차별화로 양돈사업을 하는 호세 아저씨의 농장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없다며 포기해버리는 우리나라 재래, 토종돼지 농장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바스크 재래돼지는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기에 비싸도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합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이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인 문정훈 저자는 이 지점에서 유전적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듭니다. 생산성 좋은 것만 사육, 재배하느라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지는 현실을 꼬집습니다. 우리의 재래, 토종돼지 복원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무엇보다 그 가치를 찾아내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게 셰프임을 짚어줍니다.


천천히 오래 기른 소로 만든 하몬과 스테이크의 낯선 육향을 맡으며 울릉도 약소의 환상적인 맛과 닮은 점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운 사육 방식이 안겨주는 가치는 어마어마합니다.


"모든 음식은 농산물로 만들며, 농산물에는 품종이 있다. 내 취향을 알고 내 취향에 맞는 음식을 잘 찾아서 적절한 금액을 지불하고 먹는 것이 훌륭한 소비자의 태도다." - 책 속에서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를 통해 스페인 식문화를 배우게 됩니다. 7시에 가볍게 아침을 먹고 10시 반쯤 아점을, 오후 2시쯤 성대하게 점심을 먹고, 6~7시에 점저를 먹고 (!), 9시에 본격 저녁식사를 하는 스페인의 전통 식문화. 하루 다섯 끼라니 놀랍네요.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확연히 다르군요. 해산물도 무척 다양하게 즐기는 스페인이어서 멸치액젓 수출까지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스페인에 대해선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바르셀로나, 안달루시아 지역 정도를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유명 관광지는 한곳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기 전에 가봐야 하는 바다의 등대 호텔에 대한 정보를 한 챕터 분량으로 소개할 만큼, 관광지가 아니어도 멋진 매력을 뿜어내는 곳이 많다는 걸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관광지 맞춤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 아닌 지역의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합니다.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에게 평창 한우 농가를 직접 보여주고 한우구이를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진짜 한국의 맛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스페인의 식문화를 알면 알수록 한국인 입맛과도 잘 맞는 곳이구나 싶어요. 스페인 고춧가루 피멘톤을 활용한 음식은 한식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스페인식 고추튀김과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하는 시드라의 양조장을 살펴보고, 스페인 재래돼지 이베리코로 만든 하몬이 어떻게 만들어지를 살펴봅니다. 이탈리아산 올리브오일을 사랑하는 장 셰프마저도 만면에 미소를 띠게 한 스페인산 올리브오일을 뿌린 아이스크림의 맛도 궁금합니다. 10번도 넘는 스페인 시골 여행을 다녀본 저자의 노하우가 곳곳에 배어있는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이제 다음 시골은 어디가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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