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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꼬까언니
김정아 지음 / 풍백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자존감이 돌아왔다!는 부제가 주는 기대감만으로도 은근하게 긍정적인 힘을 안겨줍니다. 소울싱어즈 리더 김정아의 인생 여정을 담은 에세이 <잘나가는 꼬까언니>. 매일 죽고 싶을 정도로 과거의 상처에 매달리며 자기 연민에 빠졌던 시절을 뒤로하고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기까지 성장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16년 전에 썼다는 프롤로그를 공개하는 것부터 인상 깊었어요. 사람이 이렇게도 최악일 수 있구나 싶을 거라며 반발심 가득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글을 소개하며 그때를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난다고 고백합니다. 당시 이불킥할만한 감정 폭탄을 뱉어냈음에도 이제는 그 시절의 감정을 너그러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제는 긍정의 힘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꼬까언니. 버림받는 고통과 온갖 아픔들이 없던 일이 될 순 없겠지요. 그 시간들을 거치면서 좌절한 채 머무르지 않고, 지금에 이른 모습에 뿌듯한 감사를 할 수 있기까지. 점점 살기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게 해준 인생에 힘이 되어준 사람과 에피소드를 <잘나가는 꼬까언니>에서 만나보세요.
낳아준 부모님이 있고, 키워준 부모님이 따로 있다는 꼬까언니. 명확하게 사정을 밝히진 않지만, 어림짐작할 수 있는 정도로는 알려줍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가정 상황과 소통의 부재, 가난은 깊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안겨줬고 이단의 사슬에 매여 허덕였던 시간을 안겨줬습니다.
소원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지 않고 한집에서 사는 것'처럼 헤어짐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움으로부터 적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누군가 자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 시절을 날개 꺾인 새로 표현했습니다.
세상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조차 짜증 났던 시절의 에피소드 중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막대사탕을 물고 있으면 말을 못 하고 버벅대도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말을 걸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 막대사탕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겐 막대사탕이 상대로부터 차단하는 벽이 되기도 하다니. 어쩌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그만의 적극적인 방법이었을 것 같아요.
굳게 닫힌 마음은 상황이 만든 걸 테지요. 그렇기에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이들의 목소리는 얼떨떨하면서도 깊은 위로가 됩니다. 책 속에서 들꽃과 지미라고 부르는 이들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데 일조합니다. 친부모를 비롯해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앙금이 진하게 있던 16년 전의 프롤로그와 달리 조금씩 사랑의 언어를 건넬 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과 그런 사랑을 일상에서 소소하게 실어준 사람들 덕분입니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는 말이 그들로 인해 진정 와닿게 됩니다. 나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게 되자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됩니다.
한국형 블랙 가스펠을 대중화한 소울싱어즈를 결성해 오랜 세월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거의 그림자를 상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CCM 장르의 음악인이다 보니 글에서 종교 색채가 묻어 나오지만 사랑과 믿음,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의 삶을 가로지르는 이야기입니다.
살다 보면 후회하는 일들이 많아 아파하고 회상하게 되지만, 조건 없는 사랑은 여전히 어색하다고 고백하지만. 과거에 묶여있지 않고 늘 새로운 아침을 열며 잘 살아내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꼬까언니. 정지해 있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쌓여 현재의 모습에 이르러 날개 꺾인 새에 머무르지 않고 날아오르게 되었고, 이제는 바람을 탈 줄 알게 되었습니다.
삐뚤빼뚤 투박한 그림인데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뽐내는 그림은 그의 성정과 꼭 닮았구나 싶더라고요. 서툴지만 마음을 다해 꾹꾹 눌러쓴 글처럼 깜찍하기까지 한 그림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스스로에게 "잘 살았다."라고 말할 줄 알게 된 꼬까언니의 인생이 담긴 글귀가 고통으로 짓눌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막막한 이들에게 문을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