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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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향한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실험, 단편 소설 프로젝트 NC FICTION PLAY. 즐거움과 창작에 대한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의 캠페인 덕분에 국내 최고의 작가진 일곱 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김초엽, 배명훈, 편혜영, 장강명, 김금희, 박상영, 김중혁 작가까지 평소 눈여겨보던 작가가 한 명쯤은 포함되어 있을 거예요! 저마다의 감성이 드러나는듯한 사인에서부터 함께 놀아보자는 기운이 팍팍!


SF 요소가 들어간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는 김초엽 작가의 <글로버리의 봄>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평화로운 시골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 대저택. 그런데 경찰이 수사하는 게 아니라 왠 여행자들이 나타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칩니다. 이곳은 여행자를 위한 놀이 공간입니다. 즐거움의 도시 글로버리에는 이처럼 여행자들을 위해 설계한 공간이 즐비합니다. 단순한 감각 자극에 중독된 미래의 사람들. 글로버리에서는 궁극의 즐거움을 실현할 수 있어 인기 있는 곳입니다. 


게임 속 NPC 같은 인물의 역할을 하는 '블록'. 인간이 아니지만 너무나도 인간 같은 행동을 하며 연극의 부품으로 등장합니다. 수많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는 글로버리에서 설계자들은 경쟁적으로 자극 수준을 높여갑니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죽고 재조합되어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블록. 설정된 감정에 휘둘리는 블록이 생기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깁니다.


공간 설계자로 활동하는 주인공이 블록을 통해 글로버리의 실체를 깨달아가는 여정을 보여준 <글로버리의 봄>. 즐거움의 증폭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그야말로 끝이 없음을 넌지시 드러내며 자극적인 즐거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장편으로도 영화로도 확장되면 좋겠다 싶은 소재입니다.


배명훈 작가의 <수요 곡선의 수호자>는 엉뚱한 이론인듯하면서도 그럴법하다는 느낌을 안겨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주인공이 우연히 발견한 버려진 로봇. 그 로봇은 소비를 해야만 하는 로봇입니다. 퍼뜩 이해가 안 되지요? 일반적으로 로봇은 공급만 합니다. 로봇이 생산을 담당하다 보니 과잉 생산이 되었고, 정작 인간은 풍족해진 생활에 적극적인 소비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 로봇을 개발한 겁니다. 재밌는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즐거움을 주는 곳에 돈을 써야 했습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진짜 소비를 하려면 인간의 감정을 알아야 했습니다. 기억도 인간적이라 까먹는 것도 있고, '감'으로 판단할 줄도 아는 로봇이 탄생한 겁니다. 그런데 왜 로봇 혼자 버려져 있게 된 건지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편혜영 작가의 <우리가 가는 곳>은 잔잔한 스토리입니다. 실종되고 싶은 사람들을 사라지게 도와주는 실종대행업을 하는 주인공. 폐업하기 직전에 찾아온 의뢰인을 도와주느라 함께 떠나게 됩니다. 어쩌다 보니 시골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새로운 선택의 여정 속에 감춰져 있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과정이 울림을 줍니다.


장강명 작가의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은 작가의 이름이 그대로 등장해 논픽션인가 싶을 정도로 헷갈리더라고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긴 했지만, 픽션 맞다고 합니다. 무기력을 없앨 수 있는 행동 자극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박사에게서 받은 헤어밴드. 착용 첫날부터 중독됩니다. 우울증 때문에 그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글도 못 썼는데 이제는 깊은 몰입으로 의식의 흐름 기법대로 줄줄 써 내려가게 되니 중독 안될 수가 없겠죠. 창작에 대한 고통과 기술 진보가 만나 새로운 방식을 선사할 때, 그 이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악영향도 있을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입니다. 헤어밴드는 수동적인 즐거움의 비유이자, 단순한 쾌감 상태를 의미하는 물건입니다. 즐거움의 진정한 면모를 생각해 보게 하는 글입니다.


김금희 작가의 <첫눈으로>도 짠한 청춘의 고뇌가 담긴 글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예능국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시청자의 즐거움과 윤리 문제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직장인으로서 결국 회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을 겁니다.


박상영 작가의 <바비의 집>은 단번에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트라우마와 관련한 내면아이에 대한 이야기여서 심리적 접근이 인상 깊었던 스토리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즐거움과 달리 그 속에는 균열이 생겨있다면? 즐거움이란 그저 즐거운 일을 한다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김중혁 작가의 <춤추는 건 잊지 마>는 보더라인 경계원으로 일하며 난민과 대치해야 하는 괴로운 상황에 놓인 주인공. 해고당하지 않으려면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 때문에 위험에 빠진 난민을 도와줄 수도 없습니다. 이런 갈등 상황을 던져놓고 과연 즐거움이란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엄청 궁금해지더라고요.


2021년 나이키는 PLAY NEW 캠페인으로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즐거움에서 찾았습니다. 스포츠 그 자체의 즐거움을 누리자는 거죠. PLAY라는 단어가 가진 본질을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에서도 이처럼 찾아내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중요한 건 피상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을 찾는다는 데 있습니다.


<놀이터는 24시>에서는 그동안 별것 아니게 생각했던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7명의 작가들이 독특한 화법과 스토리로 즐거움을 고민하는 다양한 시선이 남다른 단편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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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와 융 -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두 영성가의 가르침
미구엘 세라노 지음, 박광자.이미선 옮김 / BOOKULOVE(북유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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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출신 작가이자 외교관, 정치가 미구엘 세라노가 청년 시절 스위스에서 말년의 헤세와 융을 수차례 만난 기록을 담은 <헤세와 융>. 노년에 이른 두 거장과의 대화에서 무르익은 지혜를 만날 수 있습니다.


1951년 배낭 메고 책 한 권 들고 나선 34세의 세라노가 74세의 헤세를 처음 만납니다. 헤세는 몬타뇰라에서 조용히 노년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는 저자는 헤세의 집도 정확히 모른 채 일단 고~!


영어권에서는 우울하고 재미없는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스페인과 남미에서는 인기였던 대작가 헤세를 만난다니. 얼마나 긴장했고 전율했는지 헤세가 거의 영적인 존재로 보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1951년부터 1961년까지 네 차례에 걸친 헤세와의 만남. 평화롭고 고요한 헤세만의 분위기가 대화에서도 드러나는 듯합니다. 그들의 대화에서 헤세의 책에 관한 주제가 빠질 수 없죠. <데미안>, <골드문트와 싯다르타>, <동방순례>, <유리알유희> 등 작품 이야기를 헤세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데미안을 융 학파에서 이야기하는 분석심리학 관점에서 풀어내는 그들의 대화에 감탄합니다. 저자는 헤세를 만난 후 바로 융을 만나러 가기도 하고, 융을 만난 다음 헤세를 만나기도 하면서 영혼의 쌍둥이처럼 닮은 운명이었다는 헤세와 융의 생각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관심 있는 독자라면 넓고 깊은 이해를 더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헤세 편에서는 저자의 방랑과 여행이 헤세를 통해 의미를 갖게 된 여정이 담담히 이어집니다. 헤세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저로서는 헤세의 독특한 사상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마력, 마법이란 단어를 꽤 좋아하던 헤세였군요. 마법적 영역의 신비함을 인도 사상과 밀접하게 연관해 설명합니다. 헤세가 전하는 동양의 지혜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헤세와 저자의 만남에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첫 만남 후 헤세가 부인에게 "어떤 사람이 찾아왔는데 내가 알던 사람, 친구 같은 사람이야."라며 말한 부분이었어요. 다정한 헤세의 노년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저자가 남극 여행 때 읽은 융의 <자아와 무의식과의 관계> 덕분에 융 박사에게 관심을 쏟습니다. 인도에서 외교관으로 있던 시절, 정신적으로 방황할 때에도 '영혼을 위한 투쟁의 시절'이라는 융의 용어를 빌려 자신을 표현할 만큼 융의 분석심리학에 빠져들지요. 마침 은거 상태였던 융 박사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헤세와 융 그리고 저자의 만남을 '비밀 클럽'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세 사람의 기묘한 우정이 이어집니다. 인도는 헤세와 융 모두 중요시했던 곳인 만큼 셋의 관심사가 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요한 헤세와 달리 융의 이미지는 무척 활기찹니다. 당시 여든둘이었던 융과의 첫 만남에서 저자가 융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요.


유머러스하면서도 동시에 꿰뚫어보는 듯한 융이 노년에 전달하는 지혜의 가치는 큽니다. 정신과 전문의로 오랜 경험을 했지만, 충족한 결혼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융의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도 좀 더 내밀하게 펼쳐집니다. 융 자신도 "내가 말하는 것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시인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니, 평범한 독자인 저로서는 그들의 대화가 무척 어렵게 다가온 건 사실이지만요.


헤세와 융은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났기에 이마저도 참 닮았구나 싶습니다.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살았던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기록한 세라노의 글 덕분에 인간의 마음과 본성에 대한 값진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헤세와 융에 대해 잘 모른다면 처음 읽을 땐 대화 자체를 이해하는 데 낯설 수 있지만, 두 거장의 작품이나 이론에 대한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니 깊이 있는 해석을 위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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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가리로만 할까?
박정한.이상목.이수창 지음 / 들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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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들이 아닌 좀 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 <왜 아가리로만 할까?>. 어린 시절 친구 사이인 박정한, 이상목, 이수창 세 저자는 직장인, 연구원, 취준생으로 서로 다른 길에 놓였지만 각자가 안고 있는 고민들을 털어놓다보니 셋의 고민은 비슷비슷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게다가 다들 아가리만 털고 있었다면서 자조합니다. '해야지, 할거야!'라고만 할 뿐, 실천하지는 않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입으로만 한다고 말해놓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아가리. 아가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은 "아가리 닥X!"만 생각나는지라 제목이 참신해서 읽은 책입니다. <왜 아가리만 할까?>에서 2030의 다양한 모습을 조금씩 가진 아가리 3인방이 들려주는 현재 우리 청춘의 모습을 살펴보며, 위로 보다는 아가리에서 함께 벗어날 방법을 고민해봅니다.


단골 멘트인 공무원 시험 준비나 할까, 유튜브나 할까, 다 때려치우고 사업이나 할까. 이런 아가리만 털다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만 숙달해가는 아가리들. 자기 합리화하는 정신승리만큼 해로운 적은 없고, 미루기에는 창조적 역량을 발휘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성장도, 성공도 그렇게 미루고 있다.'는 팩트가 뼈를 때립니다.


지금 행복을 누리자는 욜로가 한창 유행했을 때 자기계발형 욜로족은 충동적인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닌 진짜 나를 위해 욜로를 실천했습니다. '소비'가 아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욜로였던 겁니다. 아가리로만 하는 이들은 도피성 욜로을 선택했고, 공허함만 남은 채 욜로의 허상을 씹어댑니다. 누군가는 공허한 행복을 즐겼고, 누군가는 어제보다 한 발 나아갔습니다. 결국 마냥 벗어나기만을 바라는 도피성 마음가짐으로는 어디에 가나 또 다시 도망갈 곳만 찾게 될 거라는 걸 짚어줍니다.


무엇이 우리를 아가리로 만들었는지 환경적 요인부터 살펴봅니다. 5060 세대가 만들어둔 온실 속에서 갇혀 자란 아이들이 이제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뭘하고 싶은지, 좋아하는 게 뭔지 스스로 생각하고 탐험할 기회를 잃은 채 방향감을 상실했습니다. 실패에 너그러운 분위기가 아닌 사회에서는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으니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남게 됩니다. 회사에서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조차 꺼릴 만큼 소심해집니다.


어떤 사회적 환경이 우리를 아가리로만 움직이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분석한 글을 읽고나면, 사회가 어떻게 의지를 꺾는지를 공감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유를 이해한 이상 이제 바꾸지 못하는 건 스스로의 문제가 맞다는 말에 마음이 조급해질지도 모릅니다.


늦은 때란 없는 법. 지금부터라도 선택에 대한 경험치를 쌓기를 조언합니다. 다양한 경험 쌓기는 본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나간 일들에 자책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다 보면 기회와 마주할 날이 올 거라고 응원합니다. 단,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선 필요한 게 있습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합니다. 책상에 앉아 백날 생각한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능력이 생기진 않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답입니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니까요.


"좋아하는 일로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내공으로 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 - 책 속에서


정말로 발전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기는 할까? 아니면 뿌듯함이라는 달콤함에 속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음속 '나태함'을 짚어줍니다. 언제나 실천을 거부할 새롭고 합리적인 이유를 창조해내는 아가리이니까요.


<왜 아가리로만 할까?>는 성패를 가르는 열쇠로 실천을 통한 성공 경험을 꼽습니다. 결국 실천력의 부재를 해결해야 아가리 탈출이 시작되는 겁니다. 여기서 아가리 3인방의 꿀팁이 소개됩니다. 아가리 탈출을 위한 노하우는 '해보니 효과가 좋아서'가 아니라 '해봐서' 소개하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건 일단 실천해봤다는 거죠.


끊임없이 몰아세우는 방법은 아가리 3인방 모두 실패했었다고 합니다. 자기 절제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선 힘들더라고 고백합니다. 의지박약형에게는 루틴을 정착화하는 게 큰 도움이 되었고, 성취감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일일 목표량을 30% 줄이는 방법도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그들이 알려주는 아가리 탈출법을 하나씩 실천해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면 아가리 탈출에 성공하기도 하고, 약발이 다해서 회귀하기도 하는 반복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실천력이 레벨 업 될수록 완벽한 탈출은 아니더라도 견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왜 아가리로만 할까?>는 청춘의 아픔을 미화하는 대신 일단 탈출해보자며 독려합니다. 독자와 함께 옆에서 뛰어주는 아가리 3인방의 목소리가 큰 응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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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심리학 - 매일 자책하는 당신을 위한 마음 수업
조장원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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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화제의 칼럼으로 직장인들의 정신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정신과전문의 조장원의 자기회복 심리학 <나를 지키는 심리학>. 부당한 외압, 열등감, 콤플렉스, 낮은 자존감으로 일과 사람에 지치고, 부서지고,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내면의 자신이 상처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가 힘들어하는 진짜 이유는 나 스스로에게 던진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 걸까" 한마디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말이죠.


자기비난은 좋은 게 하나도 없는 거였어요. 오히려 심리적 절벽 끝으로 내몰게 합니다. 온갖 스트레스와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나를 지키는 심리학>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나부터 보살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과도한 자책과 자기비난 대신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옹호나 비겁한 변경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나를 지킨다는 것은 나를, 내 감정을, 내 삶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고 이해하는 거라는 걸 강조합니다. 이해를 해야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합니다.


<나를 지키는 심리학>은 일, 관계, 감정, 스트레스와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자기인식, 학습된 무기력, 적응장애, 회피성 성격 등 일에 치여 힘겨운 일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퇴사를 고려할 정도로 회사 우울증에 빠진 직장인 사례에서는 그 상태에선 사실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그 고통을 공감해 줍니다. 퇴사를 하기 전에 다른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안되면 그만두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이 여정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의에게 상담 치료를 받으며 이뤄질 수 있습니다. 사표나 이직부터 결정하는 건 그저 현 상황을 빨리 벗어나기 위한 도피적 행동일 수 있다며, 성급한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짚어줍니다.


지금의 편안함을 사치라고 여기고 끊임없이 스스로 채찍질하는 사람이라면 미래의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경우엔 '나부터 살겠다'는 마음가짐과 현재의 행복을 위한 행동이 치료의 시작이 됩니다.


적응장애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어요. 어떤 스트레스나 충격적인 요인이 발생하고 나서 3개월 이내에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거라고 합니다. 새 학년을 시작하는 학생, 취직한 직장인, 부서 이동한 직장인, 은퇴 이후 등 흔히 겪을 수 있는 질환입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6개월 이내에 대부분 호전하지만, 자꾸 나에게서 원인을 찾아 분노의 화살을 자신에게로 향한다면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상사의 의도적인 침묵에 대처하는 법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들은 나르시시스트라고 합니다. 그런 상사의 덫에 걸린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음을 짚어줍니다. 착취 관계에 익숙한 사람이라 오히려 미움받는 자신이 정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니, 관점 변화만으로도 뭔가 시원해집니다.


직장에서의 문제 외에도 연인 관계, 가족 관계 등 건강한 관계를 위한 조언들이 이어집니다. 의외로 많은 직장인들이 경험하는 회의 공포증 사례처럼 약물치료로 수월하게 치료 가능한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 본래 역할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면 치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조언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넘는데 편견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헤아립니다.


"내가 아프면 아픈 거다. 당연히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다." - 나를 지키는 심리학 


<나를 지키는 심리학>에서 제시하는 솔루션은 실제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치료기법을 응용해 독자도 직접 매일 조금씩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단번에 변화되지 않는다 해도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큰 응원이 되더라고요. 그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나를 위한 삶을 사는 습관이 자연스레 스며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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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 가치 있는 삶을 위한 10가지 조언
카밀라 카벤디시 지음, 신현승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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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얻게 된 인생의 추가시간을 의미하는 EXTRA TIME 엑스트라 타임. 하지만 생물학적 능력에 비해 달력나이는 사회와 스스로의 편견에 갇혀 걸림돌이 됩니다. 고령화 시대라는 말은 익숙해졌으면서도 사회제도는 엑스트라 타임을 대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태어난 아이들 세 명 중 한 명은 100세까지 살 것이라고 추정하는 통계가 있지만, 우리는 일을 더 하고 싶어도 60세 전후에 은퇴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현실. 노후의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현실적인 해법을 촉구하는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영국 저널리스트 카밀라 카벤디시는 이 책에서 사회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될 수 있도록 나이의 편견에 대한 목소리를 높입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지구상에 처음으로 5세 이하 인구보다 65세 이상 인구가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고령화 시대를 말로만 듣던 것에서 수치로 확인하니 느낌이 다르네요. 세계보건기구는 달력나이를 기준으로 65세를 노인으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요즘 60대는 중년 느낌이 더 강하지 않나요.


항노화라는 말은 혐노인과 동의어로 쓰이며 노화에 대한 부정적 성향이 만연하고, 지혜와 성숙함보다 젊음, 기술, 에너지를 더 중시하는 사회입니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생각이 없는 현실 속에서 미래 대비에 게을리하게 됩니다. 기대 수명은 증가하는데 조기 은퇴가 굳어지고 한창 더 일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너무 일찍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쌓아 올린 '노인'에 대한 편견이 스스로에게 피해를 줍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안겨줍니다. 길어진 삶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삶의 단계를 열어 준다고 말이죠. 바로 '젊은-노인' 단계입니다. 60세에서 100세를 뭉뚱그려 하나로 생각하지 말고 70대에도 생동감 넘치고 역량 있는 것이 정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합니다. 신중년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신중년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열쇠를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에서 살펴봅니다.


신체 단련을 하지 않는 것과 노화를 혼동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떤 삶이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합니다. 어떻게 늙느냐 하는 것의 고민은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을 더 잘 알려야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신체 단련을 약간만 개선해도 낙상의 위험을 줄여 의존 생활을 줄이고 요양 비용이 절약됩니다. 비만의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정크푸드 특히 설탕 중독의 위험을 강조합니다. 예방에 초점 맞춰야 하는 건강 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일할 수 있음에도 일할 기회가 없습니다. 온갖 자료도 50세부터 나이 든 근로자로 규정합니다. 경력이 끝나는 언저리도 아니건만 50대에 성장을 멈추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50세는 인생의 낭떠러지인 현실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노화와 관련한 각종 연구의 현황을 살피며 평생 학습 시스템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며 앉아 있는 노인보다 연회용 꽃꽂이를 배우는 노인이 더 행복할 거라고 말이죠. 신경과학에서도 뇌는 계속 변화하고 평생 발전한다고 하면서 뇌세포를 더 오래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가능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미래를 위한 네크워크 공동체의 중요성도 알려줍니다. 노인들을 위한 공동 주택 공동체 사업을 하는 영국 사례를 들려주는데, 여전히 지역 당국은 요양 서비스 예산 증가 우려로 반대의 목소리가 심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년을 함께 보내며 친구이자 이웃으로서 관계맺음을 지속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의 질은 무척 높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를 즉시 발견할 수 있으니 독거사의 두려움에서도 벗어납니다.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에서는 사회적 연결과 공동체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혜택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요양 서비스에 대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짚어주며 노인친화적 도시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일회성 질병에 초점 맞춘 의료 서비스는 '늙은-노인'을 보살피는 다양한 시스템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우리에게 더 주어진 시간, 엑스트라 타임이 선물이 될지 짐이 될지는 목적의식에 달려 있습니다. 목적의식 있는 사람이 더 활동적이고 자신의 건강을 더 보살피는 경향이 있습니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갖는 것이 외로움, 질병,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데 도움 된다고 합니다.


76세에 세계 최고의 아이패드 화가가 된 데이비드 호크니, 73세에 보그 표지 모델로 활동하는 티나 터너, 80세에 에베레스트 산에 오른 유이치로 미우라, 90대에도 TV 시리즈 히트작을 만드는 데이비드 아텐버 등 여전히 생산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엑스트라 타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한 10가지 조언을 담은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나이라는 제약이 가로막으면 안 될 일이지요. 지금 X세대가 특히 눈을 떠야 할 때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를 규정하는 게 나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분명히 알려주면서 더 오래, 더 가치 있게 빛나는 삶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을 짚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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