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쓸모 - 고정 관념을 깨는 ‘철학 사고’ 사용법
호리코시 요스케 지음, 이혜윤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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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전유물로서의 철학이 아닌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인생이 자유로워지는 철학적 생각법을 이야기하는 <철학의 쓸모>. 철학 카운슬링, 철학 컨설팅, 철학 코칭, 철학 카페, 철학 워크, 아이와 함께하는 철학, 소크라테스 대화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도입해 실천할 수 있는 철학의 쓸모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있는 철학 실천 운동가 호리코스 요스케의 책입니다.


구글에 검색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철학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살면서 여러 가지 고뇌와 번민에 빠져 답을 구할 때 우리는 직접적인 답을 찾고자 성급해집니다.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 역시 남의 생각일 뿐 나의 생각은 아닙니다. 저자는 질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라고 합니다. 이때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됩니다. 물론 돌아가는 길이긴 합니다. 어떤 상황을 가정해서 무언가의 핵심적인 본질에 파고드는 스토리를 사고 실험하듯 철학 사고를 하면 생각하는 힘을 얻게 됩니다.


중대한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언어로 자신이 겪은 경험을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판단하고 말해야 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기 생각을 바꾸어 나갈 필요도 있다는 게 철학 사고입니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는 말을 쉽게 내뱉을 순 있지만,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은 요즘 세상에서 꽤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이제까지 당연하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일이 늘어났기에 철학 사고가 더욱 필요해졌습니다.


<철학의 쓸모>에서는 자기 자신만의 축 만들기를 목표로 합니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생각을 의심하고 자기 나름대로 재구축해야 합니다. 해체하고 다시 조립까지 해야 합니다. 재구축하게 되면 사고방식과 생활이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


철학이란 만사를 풀어 설명하고 말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말'입니다. 언어화 자체가 철학적인 태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언어와 씨름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알려고 힘쓸 때 철학적인 사고력이 자리 잡게 된다고 합니다. <철학의 쓸모>는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 비판적으로 질문하고 말로 표현하는 힘,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익히도록 도와줍니다.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아닌 개인이 직접 하는 철학에 초점 맞춘 책인 만큼 일상 속 작은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법을 들려줍니다. 자기 경험이 계기가 되어 더 생각하고 싶다고 느낀 것을 주제로 삼으면 됩니다. 사고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철학 사고의 본질을 짚어줍니다. 그저 감정을 떠올리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진 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발전해나가야 합니다.


솔직히 자기 힘으로 생각하기란 고된 일입니다. 기존의 권위, 전통, 규범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게다가 단편적인 생각만 떠오르기 일쑤입니다. 깊게 파고드는 방향을 잡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마인드를 짚어주고, 철학 사고의 3단계를 보여줍니다.


질문하는 능력과 습관이 없는 경우에는 질문에 익숙해지기 위한 질문을 연습해야 합니다. 관심 있는 주제로 연습하며 워밍업 해보세요. 1단계는 인생, 직장 같은 관심 키워드로 주제를 정하고, 2단계에서는 의문문으로 질문을 해보는 겁니다.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같은 것으로 말이죠. 3단계에서는 질문의 방향성과 질문의 동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질문을 파생시킵니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란 어떤 일인가라는 질문을 했다면 3단계에서는 여기에서 말하는 타인이란 누구인가, 인정받는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등으로 확대하는 겁니다.


이쯤 되면 질문의 질이 확연히 달라져 뭔가 뿌듯해질 타이밍입니다. 그런데 질문을 했다고 답이 저절로 나오진 않습니다. 오히려 모르는 건 점점 더 늘어만 가고 머리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다른 질문들로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언어와 개념의 뜻이 점차 명확해진다고 하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철학적 질문인지, 검색하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컵은 얼마일까라는 질문 대신 사물의 가치는 어떻게 정해질까로 바꿔보는 겁니다. 친숙하게 접근하는 기술들로 알려줍니다. ~란 무엇인가라든지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식으로 가치 판단 형식의 질문을 하는 겁니다. 좋은 질문은 대부분 자기 경험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철학 사고에 깊이를 더하는 방법이 이어집니다. 가족과 친구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단어의 정의를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애당초 가족과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식으로 말이죠.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상태로 계속 생각하려고 들다 보니 원하는 답으로 나아가질 못합니다.


이처럼 내 생각, 상식, 사회적 규범에 숨어 있는 전제조건이 내 판단 기준 자체일 때가 많습니다. 성장하고 싶다는 고민을 할 때도 애당초 성장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는 겁니다. 규모나 양의 증대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철학 사고를 다른 사람과 대화 나누며 진행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철학 대화를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의견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학의 쓸모>에서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 되는 철학 대화로 서서히 철학 사고를 익혀 나가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철학 카페, 독일이 발전시킨 소크라테스 대화법, 미국에서 주목받은 아이와 함께하는 철학 등 철학 대화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철학 대화는 일방적인 자기 말뿐인 의견 교환이나 나열이 되어선 안되고 토론과도 다릅니다.


생각보다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지만, 합의나 결론에 이르지 않아도 되는 철학 대화는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잘 모르겠어라는 답답함이 남는 그것이 묘미라고 합니다. 이 응어리는 찜찜한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관심과 흥미, 새로운 사고로 이어지는 실마리가 되는 생각의 응어리라고 합니다. 빠르면 그날 저녁에, 혹은 몇 년 후 어느 날 문득 그 질문이 눈을 뜰 때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안이하게 얼추 이해한 것 같다며 넘겨 버리면 살면서 이런 기회는 맛볼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개념과 말로써 구별하고 파악하는 철학 사고. 숲을 보는 문제해결 방식은 물론이고 철학 대화의 여정에서 경청의 중요성까지 일깨웁니다. 일상에서 철학 사고를 사용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보여준 <철학의 쓸모>. 혼자 또는 타인과 질문이라는 철학 대화를 하면서 철학 사고에 깊이를 더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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