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떠날 수 있을까? 한 달 살기의 성지, 조지아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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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에게 죽기 전에 반드시 가야 할 여행지로 꼽히는 곳, 조지아.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가깝고, 문화적으로는 유럽에 가까워 묘한 분위기를 가진 나라입니다.


스위스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프랑스처럼 풍부한 와인이 있고, 이탈리아처럼 맛있는 음식이 있고, 스페인처럼 정열적인 품과 음악이 있는 곳. 알면 알수록 무한 매력을 뽐내는 조지아를 이젠 떠날 수 있을까? 시리즈에서 만나봅니다.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세 나라를 일컬어 코카서스 3국이라 부릅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분쟁국가여서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할 때 일정 잡는 법을 비롯해 러시아와 분쟁 지역이 있는 조지아 역시 가이드북에서 알려주는 정보를 놓치지 마세요. <이젠 떠날 수 있을까? 떠오르는 한 달 살기의 성지, 조지아>에서는 코카서스 3국 여행과 조지아 단독 여행 일정을 잘 소개해뒀습니다.


특히 조지아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 산지 카케티는 수천년 동안 와인이 생산된 지역입니다. 관광 인프라가 발전하고 있는 곳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는 여행의 거점도시입니다. 5세기에 세워진 구시가지를 도보 여행하기 좋게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쿠라 강 주변으로 유적지가 많은 트빌리시는 거리를 따라 걷기 좋은 도시입니다. 여행자거리라고 부르지만 실상 카페골목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는 골목길에서 카페 투어도 해보고 싶어요. 동서양 문화의 조화, 고대와 현대의 양면성을 다 보여주는 랜드마크 건축물 등 트빌리시 곳곳을 구석구석 여행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았습니다.


조지아에는 동굴 도시도 있는데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비주얼이더라고요. 수도원의 기능을 한 동굴 도시, 실제 도시의 기능을 수행한 동굴 도시 등 다양한 동굴 도시가 있습니다. 동굴 도시 투어시 필요한 준비물과 소요 시간, 볼거리 등이 꼼꼼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조지아의 옛 수도이자 역사적인 마을 므츠헤타, 스탈린의 고향 고리, 독특한 요새 아나누리, 힐링 휴양지 보르조미, 프로메테우스 동굴이 있는 쿠타이시, 작은 스위스 메스티아, 낭만의 도시 시그나기, 조지아 여행의 완성 카즈베기, 현대적 매력을 가진 바투미 등 트빌리스 근교 외 조지아 소도시를 소개합니다.


알프스에 에비앙이 있다면 코카서스에는 보르조미가 있습니다. 보르조미 생수가 나오는 남부 코카서스의 보르조미 지역은 제정러시아 시절 황실 휴양지이기도 했다고 해요. 울창한 숲이 발아래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보는 것도 추천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집중해서 봐야 할 포인트는 물론이고,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맛집과 숙소도 정직한 후기를 더해 실속있는 정보를 실었습니다. 핵심 도보 여행 코너는 초보자도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작은 스위스라고 불리는 메스티아와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카즈베기의 자연이 만든 작품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조지아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죠.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가 묶였다는, 지구를 받치고 있는 기둥의 하나였던 신화의 산 카즈베기, 노아의 방주가 발견됐다는 아라라트 산 등 자연과 함께 트레킹 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조지아의 만년설과 초원의 조화는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내 오감이 편안해집니다.


톨스토이는 코카서스 주둔군 복부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고, 막심 고리키는 트빌리시에 왔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푸시킨은 '조지아 음식은 하나하나가 시와 같다'라고 칭송할 만큼 조지아 음식과 유황온천에 반할 정도로 러시아 문호들이 사랑했던 조지아.


물가도 저렴해 여유롭게 한 달, 아니 길면 길수록 여행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조지아의 매력을 꼼꼼히 알려주는 <이젠 떠날 수 잇을까? 떠오르는 한 달 살기의 성지, 조지아> 여행가이드북. 오감이 즐거운 여행, 웅장한 코카서스산맥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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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떠날 수 있을까? 한 달 살기의 성지, 조지아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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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와인의 정보를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오감이 편안한 조지아 여행 매력을 잘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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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세 씨 마음그림책 8
김수완 지음, 김수빈 그림 / 옐로스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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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작가 김수완, 김수빈의 반려고양이 세세를 모델로 한 복슬복슬 사랑스러운 고양이 캐릭터를 다시 만나는 시간 <행복한 세세 씨>. 첫 번째 그림책 <수염왕 오스카>의 주인공 오스카가 어른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너무너무 긴 수염 때문에 속상한 오스카의 단점 극복기를 재치있게 보여준 <수염왕 오스카>에 이어 직장인의 모습으로 공장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행복한 세세 씨>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기대됩니다.


세세 씨는 아기였을 때부터 아이스크림을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행복해져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면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 맞는 말이면서도 그 본질을 비껴가는 순간 행복은 사라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게 되는 거죠. 


아이스크림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는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수많은 아이스크림이 쏟아져 나오지만  공장 노동자로서 마주하는 아이스크림은 그저 하나의 상품일 뿐입니다. 베동 씨는 일찌감치 공장을 떠나 낚시터를 운영합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가롭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는 베동 씨와는 달리 세세 씨는 공장에 남습니다.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작업은 세세 씨를 피폐하게 만듭니다.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고 지쳐 보이는 세세 씨를 보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때 이런 딜레마를 겪는 어른들이 특히 공감 가는 장면일 겁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 꽉 막힌 도로에서 세세 씨는 깜짝 놀랍니다. 차에 탄 고양이들이 모두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거든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의 비슷비슷한 표정을 보고 내 얼굴도 저렇겠지 싶어 어느 날 빵 터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직장인 누구나 사직서를 품고 있다지만 선택의 갈림길에서 멈칫합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 매너리즘에 빠지고, 번아웃 되고.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그 행복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세세 씨를 행복하게 해준 아이스크림.  하지만 아이스크림 공장은 세세 씨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출근길에서 자신의 현재를 깨달은 세세 씨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만끽한 행복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제서야 발견한 세세 씨. 세세 씨의 행복 찾기는 다시 시작입니다. 


좋아하는 취미를 일과 연결해 10년을 이어온 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즐거움이 사라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압박감이 치솟을 때도 있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슬럼프와 위기를 나름 이겨냈으니 10년을 버텼던 것 같습니다. 강박적으로 행복 찾기를 하는 대신, 행복의 의미를 재발견하면서 큰 기대감은 놓고 내가 생각했던 행복의 초점을 전환한 게 도움 되었어요.


그림책 <행복한 세세 씨>의 세세 씨는 공장에서 일을 하며 지쳐가면서도 아이스크림 자체가 싫어지진 않았어요. 세세 씨는 그저 아이스크림으로 만끽한 행복을 엉뚱한 데서 찾고 있었을 뿐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누린 행복을 세세 씨는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는지 그 여정이 현실감 있게 그려졌습니다. 일과 행복의 간극으로 고민하는 이들, 행복을 찾고 싶지만 행복의 본질을 여전히 깨닫지 못한 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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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
이해범 지음 / 들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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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업으로 삼으려니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이지만 잔돈처럼 소박한 순간들을 모아 인생이라는 돼지 저금통을 채워가는 중이라는, 20대 청년 감성으로 30대 중반을 달리고 있는 이해범 작가의 에세이 <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모로 가도 ~만 하면 되지'라는 말을 자기합리화 멘트로 써먹기만 할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저 말이 인생 명언이라는 느낌입니다. 읽는 내내 우리 집 아이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청소년 아들의 진로를 두고 생각이 복잡해지는 나날들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대기업을 다니지도 않고 사업이 성공했거나 특출한 유명인도 아니지만, 그저 이런 사람도 잘 살고 있다는 걸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는 작가. 힘을 좀 빼고 흐느적거리며 살아도 괜찮다는 걸 보여줍니다. 힘을 뺀다는 것은 내일의 걱정을 굳이 오늘 하는 에너지 낭비 대신 무기력하게 피하지 않으면서도 현재를 사는 것에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근자감 장착은 필수입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게 애초에 공백 상태에선 생기지도 않을 테지요. 조금은 할 수 있는 것들에서 싹틉니다. 이해범 작가가 좋아하는 건 운동입니다.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인 승부의 세계여서 오히려 운동만큼 좌절에 빠지기 쉬운 것도 없겠다 싶을 테지만, 다양한 운동 종목을 섭렵하며 터득한 것은 운동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꽤 크다는 겁니다.


중도 포기의 아이콘이라 스스로도 부를 만큼 끈기가 부족한 편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정도입니다. 근자감과 허영심이 몇 스푼 가미된 SNS는 끈기없음의 위력을 이겨내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할 때도 컷오프 시간을 한참 벗어나 꼴찌를 면하지 못했지만, 창피함보다는 완주의 벅참을 만끽할 줄 압니다. 지는 경기를 했어도 누군가에겐 영감을 안겨주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암으로 아빠가 일찍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이제는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여행책을 손에 쥔 아빠의 모습이 오래 가슴속에 남는 건 치료를 핑계로 여행 한 번 함께 못 가본 게 뒤늦게 후회되어서이기도 합니다. 아빠의 일을 계기로 주어진 삶을 충분히 더 즐기고 싶어졌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쓰는 습관은 나에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까무룩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낡은 일기장을 들추다 보면 당시엔 행복하다 느끼지 못했던 것들도 지금 돌이켜보니 행복해 보입니다.


잦은 회식과 주말 등산으로 직원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상사가 있었던 곳에서 그냥 호구 말고 차라리 살짝 미친 호구가 되는 걸로 나름의 반항도 해보며,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서 살아남으려고 바둥거렸던 직장 생활도 추억으로 남습니다.


수영 강사를 하면서는 초보 강사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겨내는 법을 체득했고, 체대 입시생들의 조력자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하면서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남이 보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스물아홉 살 때 친구 따라 강원국 작가 강연에 얼떨결에 갔다가 책 만들기를 버킷리스트에 추가하고서 5년이 지난 지금은 작가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몇 장 쓰고 나면 더는 쓸 내용이 없더라며 4년을 끙끙댔지만, 힘을 빼고 쓰다 보니 어느새 들려줄 만큼의 글이 모였습니다.


잠자고 있던 열등감을 깨우는 헛짓을 하며 분수에 맞지 않는 삶을 갈구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경험치를 쌓아갈수록 분수를 초과하는 건 어쩌면 더 초라한 삶만 만들 뿐일지도 모른다고 깨닫습니다.


<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을 설레게 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즐기기로 결심한 저자의 이야기입니다.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만 하게 되는 엄마 입장으로 읽었는데도 덕분에 불안감이 줄어든 기분입니다. 누가 뭐래도 정말 괜찮다고, 행복하다고 말할 줄 아는 저자와 같은 마인드라면 걱정은 좀 접어둬도 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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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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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도 다르고 살아온 이력도 나와는 공통점 하나 없는 사람이지만,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 문장으로 책장을 쉬 넘기지 못하게 한 양다솔 작가의 에세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2년간 절에 행자로 출가하고, 유럽으로 무전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비건으로 살고 있으며, 스탠드업 코미디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 음식과 패션에 진심인 사람. 엉뚱한 조합의 이력에 눈길이 갔고 그의 진솔한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통 갈피를 못 잡는 사람. 마치 눈떠보니 11시인 기분이다. 뭘 하기엔 늦었고 안 하기에도 아쉽다."는 말로 시작하는 프로필부터 남다릅니다. 코로나 한복판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돈 되는 일은 안 하고 사는 백수로 지내면서도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직장이 없다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평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가난해질 수 없는 그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격일간 다솔' 연재 메일링 프로젝트를 하는 양다솔 작가. 글로 먹고 살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글을 연재하는 것이기에 하고 있지만, 글 한 편 한 편이 마음을 두드리기에 글쓰기 흥해서 계속 그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면 좋겠습니다.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의 팬이라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절친 양다솔 작가를 자연스럽게 접했을 겁니다. 이 책에 서로 친해지는 에피소드가 등장해 재미를 더합니다.


"어떤 슬픔은 별의 속도와 비슷하기도 할까 생각한다. 우리가 보는 별은 사실 이미 소멸한 지 오래고,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사실 몇 십 년 전에 뿜어낸 빛인 것과 같이. 나는 내 삶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 당신이었다는 것을 얼마 전에야 깨닫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꺽꺽 울고 말았다. 그 자리는 당신이 떠나고부터 쭉 공석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러 나에게 아주 웃긴 이야기가 생겨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책 속에서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족 이야기는 많이 놀라기도 했는데요.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가졌더라고요. 노동운동가 출신의 든든한 엄마, 뭔가에 한번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대로 결국 스님이 된다고 떠나버린 아빠. 왕따 2년을 겪으며 대안학교를 다닌 작가까지. 불행하고 어두운 가족사로 표현할 수 있었을 만한데도 양다솔 작가는 남다릅니다. 희화화하지 않은 채 웃음을 안겨줄 줄 알고, 질척이는 슬픔으로 변질되지 않은 채 담담히 분노 섞인 슬픔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평소 부잣집 여사님 패션의 소유자가 동사무소 갈 때만큼은 누더기 같은 동사무소용 패션이 따로 있다는 이모의 이야기에서도 깔깔거리며 웃었다가 그 속에 담긴 아픔을 알게 되니 마음이 먹먹해지더라고요. 그나저나 이모의 패션만큼이나 양다솔 작가의 패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친구가 없는 애들만 할 수 있는 패션을 선보이며 다녔다고 스스로 고백할 정도이니, 그의 옷장을 구경해 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그런 그가 수수한 옷을 입어야 하는 직장을 다닐 때의 에피소드는 얼마나 배꼽 잡을 만큼 재밌을지 기대할만하지요.


보이차를 10년 이상 마시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침을 여는 건 언제나 물을 끓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다도 의식과 관련한 글이 영상처럼 스며들게 하는 매력을 선보이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의 새벽, 쨍한 햇살이 스며드는 따스한 오후의 풍경 속에서 호록호록 차를 마시는 모습이 절로 그려집니다.


먹는 데 좀 진심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평범한 우유 얼음이 아닌 두유를 꽝꽝 얼려뒀다가 만든 팥빙수, 편견 따위 날려버릴 휘황찬란한 맛을 뽐내는 비건을 위해 해외 직구로 온갖 식재료를 구입하고, 세계의 거의 모든 샐러드드레싱을 모방해 보기도 했습니다. 일하기 싫었던 직장에 나갈 때도 도시락만큼은 온 정성을 다해 싸간 사람입니다. 회사에선 영혼 없는 표정을 짓던 사람이 퇴근과 동시에 활력을 찾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었기에 회사를 다니기 싫었음에도 꿋꿋이 2년을 다녔던 건 직장에 다닐 때만 받을 수 있는 대출을 받으려는 목적 그것 하나 때문이었고, 퇴사와 동시에 그 돈은 새로운 전셋집 보증금을 보태는데 들어갑니다.


직장에서의 모습만 생각하면 세상을 어찌 살아나갈지 쯧쯧거릴지는 몰라도 집에서만큼은 그의 삶은 완벽히 순환하고 있었습니다. 집안일도 철저했고 자신을 위한 투자도 확실했습니다. 부지런하고 성실함을 보이는 그는 그저 진로, 직업이라는 문제 앞에서 할 말이 없어질 뿐입니다.


스탠드업 코미디 모임의 첫날, 다들 자기소개만 하고 끝나는 분위기에서 친목 모임은 싫다고 당당히 발언하며 첫 모임마저도 그들의 최초의 공연으로 탈바꿈 시킨 에피소드는 좋아하는 일만큼은 온 마음을 다할 줄 아는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했는데 더 풀어놓진 않아 아쉬웠어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예술입니다. 챕터마다 처음과 마지막만 다시 한번씩 읽어봤을 정도였으니까요. 아트 영화에서나 마주할 법한 감성이 담긴 문체로 써 내려간 명언과도 같은 인상 깊은 한 줄. 간결하고 담백한 에쿠니 가오리 작가,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 작가의 감성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맛깔스럽게 잘 읽히는 문장을 선보여 애정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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