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F 역사를 새로 쓴 옥타비아 버틀러의 1993년 작품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원제 Parable of the Sower)>. 열다섯 살 소녀 로런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쓴 일기를 통해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여전히 먼 미래로만 대하는 현대인들에게 우리의 앞날을 보여주는 듯한 기분입니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은 사라지고, 이방인을 차단하는 장벽이 세워진 세계. 어른들은 좋았던 옛 시절을 기억하지만,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무질서와 폭력이 난무하고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로 가득한 채 장벽으로 둘러싸인 폐쇄형 주택단지의 세상만 압니다. 바깥세상은 위험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바깥세상의 사람들이 침입해 동네를 위협합니다. 거리엔 시체가 즐비하고 하룻밤 새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목사 아빠와 새엄마 그리고 네 명의 동생들과 함께 사는 열다섯 살 로런은 초공감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자신이 파악하거나 추측한 타인의 감각을 함께 느끼는 겁니다. 내 것이 아닌 슬픔, 진짜가 아닌 슬픔을 잔뜩 빨아들입니다.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의 극심한 고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침입자나 들개를 죽여야만 할 때에도 고스란히 그 고통을 받아들이며 정신을 잃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내야만 합니다.


총소리를 너무 많이 들은 나머지 소리를 들어도 신경을 안 쓰는 지경에 이를 정도입니다. 너무나도 죽음이 흔한 세상. 하지만 열다섯 살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없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대비, 그 일을 끝까지 견뎌낼 대비, 다 끝난 후에도 계속 살아갈 대비를 하는 똑똑한 로런입니다.


자급자족하는 법을 책을 읽으며 배우고, 바깥세상에서 살아남는 데 유용한 거라면 뭐든 배웁니다. 그 덕분에 살아남을 시간을 벌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현실이 마법처럼 바뀔 거라 기대하는 건 그만하고, 우리가 진짜로 뭔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모든 것의 바탕은 '변화'입니다. 로런에게는 변화가 곧 하느님이자 신앙이 된 겁니다. 지구의 씨앗인 지구종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만의 신앙을 굳건히 다집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는 로런이 변화라는 신앙을 만들어 지구종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열다섯 살에 시작했던 일기는 열여덟 살에 이르기까지 이어집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속편 <은총받은 사람의 우화>로 한국어판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로런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에피소드가 더해지는 과정이 시즌제 미드로 만들기 딱 좋은 구성이라고나 할까요. 진행될수록 속도감도 빨라지고 흥미진진해집니다.


침입자들로 인해 불바다가 된 동네를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로런. 드디어 바깥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누구도 어떤 것도 감히 거스르지 못하는 힘인 변화를 장착한 로런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의 대비가 인상 깊게 펼쳐집니다.


오늘도 목숨을 지키기 위해 피로와 두려움, 긴장 속에서 살아가며 일자리 하나에 실업자 수천 명이 달려들고 노예보다 더 못한 일회용 인간 취급을 받는 세상에서 로런이 뿌리는 씨앗은 잘 싹 틔울 수 있을까요. 장애를 가진 어린 흑인 여성이라는 소수자 로런의 성장 드라마이자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세상을 극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인간의 어두움을 다룬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너무나도 현실감 있는 이야기여서인지 2020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재조명 받은 소설이라고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투자지능
이지윤.하상원 지음 / 너와숲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의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생존 스킬은 바로 투자지능입니다. 한 푼 두 푼 저축으로 자산을 불리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세대가 시작되며 영끌 투자 열풍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침과도 같습니다. 이제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돈. 근로소득만으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높은 확률로 실패할 걸 알면서도 암호화폐 투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현실입니다.


그저 투자를 잘하는 방법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인생 ROI(투자자본수익률)를 올릴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길러야 합니다. <투자지능>은 그 어떤 교육보다 우선시되고 중요시되어야 한다는 월스트리트 출신 투자 유튜버 뉴욕주민의 코칭과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와의 인터뷰,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처방받는 투자지능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투자 시대의 새로운 생존 공식으로서의 투자지능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tvN Shift 제작진과 뉴욕주민이 만든 2022 투자지능 테스트로 스스로 투자지능을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14가지 항목 중 오답률 1위는 '은행 PB, 증권사 자산 관리자들은 자문 서비스의 질과 투자 수익률에 근거해 돈을 받는다'입니다. 이 질문의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그들은 팔기만 하면 매매 수수료, 판매 수익을 얻습니다.


대국민 투자지능 테스트는 금융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한 마인드를 점검하기 좋습니다. 점점 한 방을 외치다가 대부분은 새드 엔딩으로 끝나는 서민들의 투자. 자기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투자 기준을 정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휩쓸려 투자 종목을 선택하고 성급히 투자에 나서지는 않나요. 입맛에 맞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책 두어 권 정독 후 실전 투자하는 요즘 방식은 투기, 도박에 가까운 추세입니다.


<투자지능>에서는 어떻게 투자지능을 키울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주식 투자를 한다면 대차대조표와 재무제표를 해석할 수 있는 기술적 지식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경제 흐름에 대한 거시적인 분석과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예측같이 단순한 지식 이상의 투자지능이 필요합니다. 짐 로저스는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 눈에 보이는 경제 관련 서적을 분야별로 최소한 열 권 이상 읽으라고 합니다.


투자지능은 평생에 걸쳐 조금씩 성장시켜 나가야 하는 삶의 동반자라는 걸 짚어줍니다. 이론적 지식 습득과 동시에 실질적 투자 행위를 기반으로 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자신에게 최적화된 학습 방식을 찾아 나가는 겁니다. <투자지능>에서는 부부, 모녀, 모자 관계인 이들이 등장해 각자의 투자 경험을 들려주고 문제점을 짚어보면서 제대로 된 투자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대한민국 4인 가정의 평균을 대변하는 사례에서는 최근 소위 핫하다는 투자 종목에 한 번씩 도전장을 낸 부부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도파민형 투자자라고 분류 내립니다. 투자의 상태에 따라 극심한 감정 기복을 겪습니다. 뉴욕주민은 이들에게 투자를 해본 적이 없다고 진단 내립니다. 운과 몰빵 44번, 날렸다와 물렸다 27번, 도박과 게임 18번, 먹고 빠지고 넣었다 뺐다 17번, 승률과 확률·베팅 15번, 느낌과 촉 9번. 정작 본인들은 나름 공부하고 투자했다 자신하지만 실제로는 합법적인 도박을 해왔을 뿐이라고 합니다. 무지성 투자로 인한 최악의 결과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는 돈의 무거움을 깨달아야 한다고 코칭합니다. 서민에게 대출금 수천만 원은 1000억 원 자산가가 무려 400억~500 억가량 빚을 진 것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짚어줍니다.


MZ세대의 투자 특성은 안정성보다는 높은 수익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투자라는 옷만 걸친 실질적으로 투기와 다름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투자를 대하는 마인드입니다. 종잣돈이 부족해 안정성 있는 투자처를 선택하고 수익률도 그만하면 괜찮으면서도 후회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더 일찍 했더라면...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 그러다 영끌까지 하며 종잣돈을 마련해 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많습니다. 종잣돈 마련은 결국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걸 다시 한번 짚어줍니다. 그럼에도 이 과정은 필수라는 것도요. 느리더라도 근로소득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영끌로 종잣돈을 마련한 투자 실패는 곧 삶의 근간까지 뒤흔드는 치명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빚을 대신 갚느라 노후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요양보호사 사례를 통해서는 돈의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첫 투자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코칭으로 이어집니다. <투자지능>에 등장한 사례들은 내 이야기,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여서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성숙한 투자지능을 갖춰 성숙한 투자멘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코칭을 통해 투자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워런 버핏도 높은 수익률이 아닌 꾸준한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듯 이 시대 생존과 직결된 투자지능을 올바로 길러야 할 이유를 잘 보여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정한 나다움의 발견 MBTI - 타고난 성격을 성공 스펙으로 만드는 법
김성환 지음 / 좋은땅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MZ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MBTI. 자기소개할 때도 MBTI 유형을 이야기하고, 연인 간의 궁합을 맞추기도 하고, 채용 과정 및 직장 내 업무와 소통에서도 MBTI를 활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MBTI 열풍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성격유형인 MBTI로 무리짓기나 편가르기를 하는 등 지나친 과용과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MBTI가 트렌드다 보니 심리테스트하는 재미로 한 번쯤 해본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냥 결과만 툭 읽고 버린다면 MBTI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거라고 합니다. 정확히 알고 올바르게 활용한다면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MBTI입니다.


성격심리분석가 김성환 저자는 <진정한 나다움의 발견 MBTI>에서 MBTI의 기본 이론과 16가지 유형에 관한 개괄적인 설명은 물론이고 특히 MBTI를 통한 성장과 활용에 초점을 맞춥니다. MBTI는 자신의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해 주는 이론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무언가를 시도함에 있어 알아야 할 MBTI로 바라보자고 합니다. 그리고 MBTI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도 분명히 말합니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명분으로 오용하면 안 되는 겁니다.


결국 MBTI는 자기이해를 시작으로 타인을 이해하며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기 위한 변화의 시간입니다.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를 완성하기 위해 부족한 지점을 의식적으로 개발하고,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는 모습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MBTI는 미국인 모녀 브릭스와 마이어스가 함께 개발한 자기보고식 성격 유형지표의 약자를 의미합니다. 1962년에 정식 소개되었으니 꽤 오랜 역사를 지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75년에 들어온 이래 우리는 한국판으로 변환한 MBT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은 인식, 판단, 태도, 생활양식으로 드러납니다. 내적 심리기능과 외적 태도지표가 어우러져서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MBTI는 크게 4가지 선호지표가 있습니다. 에너지가 어디로 향하는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의사결정은 무엇으로 하는지, 외부 세계에 대처하는 생활양식은 어떤지입니다. 이 4가지 속에 외향형, 내향형, 감각형, 직관형, 사고형, 감정형, 판단형, 인식형이 각각 자리 잡고 있고, 조합을 해서 총 16가지 유형이 탄생됩니다.


<진정한 나다움의 발견 MBTI>에서는 검사할 때 주의점과 해석할 때 주의점을 잘 알려줍니다. 자기보고식 검사이기에 그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방어기제가 발동해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에 체크하기도 합니다.


외향형이라고 해서 100% 외향형은 아닙니다. 빈도가 높을 뿐이지 어떨 때는 내향형 특성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암호 같은 알파벳 약자로 표현한 MBTI 성격유형은 내가 더 많이 쓰는 선호도를 의미합니다. 성격에 대한 결론을 내려주는 틀이 아닌 겁니다. 선호나 경향성은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김성환 저자는 MBTI 유형 하나하나에 대한 명확한 안내를 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내 성격 유형만 쓱 읽고 끝냈던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굳이 이렇게 남의 유형까지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자세히 소개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내 유형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나머지 15가지 유형과의 차이를 알고 비교할 수 있는 자각이 생겼을 때 진정한 나다움을 이해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겨우 코드 하나만 다른데 그토록 다른 성격이 발현되니 참 신기합니다. 이 책에서는 MBTI 유형 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16가지 유형에 대한 기본 특징 정도로만 가늠하고 끝냈다면 이제는 그보다 더 중요한 심리기능에 대해 알아볼 시간입니다. 유형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심리기능은 개인이 외부 환경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 개인의 고유한 반응 패턴을 말합니다. ST, SF, NF, NT 조합마다 가진 장단점을 분석해 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기능과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열등기능 간의 관계에도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심리위계라고 부릅니다. MBTI 주기능과 부기능, 3차기능, 열등기능을 어떻게 찾아내고 해석해 활용할 수 있는지 꼼꼼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걸 알아야 하는 이유는 나의 경직 상태를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내 성격의 취약점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거든요.


성격의 바탕이자 성격을 결정하는 선천적 기반이 되는 내적 특성인 기질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한마디로 16가지나 되는 유형이 복잡하다며 커시 박사가 심플하게 줄인 셈인데요. 16가지 유형을 4가지 기질로 재구성한 겁니다. 디오니소스적 기질, 에피메테우스적 기질, 프로메테우스적 기질, 아폴로적 기질처럼 서양 신화의 이름을 땄기에 한국 MBTI 연구소 김종구 소장은 우리 정서에 더 잘 어울리는 사군자 기질을 개발했습니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로 4가지 기질을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진진합니다.


MBTI는 진로와도 연결됩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 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나다움의 발견 MBTI>에서는 성격과 진로의 밀접한 연관을 통해 알맞은 진로와 직업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에니어그램에 관한 책도 쓴 김성환 저자는 에니어그램과 MBTI를 함께 활용하는 방안도 짚어줍니다. 아홉 가지 유형마다 가진 기본적 정서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연관되어 있는 에니어그램과 MBTI를 비교해 상호보완 관계로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타고난 성격을 성공 스펙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올바른 MBTI 활용에 관한 책 <진정한 나다움의 발견 MBTI>. 알쏭달쏭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Q&A까지. 그저 재미 삼아 보는 심리테스트를 넘어 내 성격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유용한 도구로 MBTI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모메 식당 영화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무레 요코의 신작 <이걸로 살아요>. 요코 중독자들을 즐겁게 해줄 가볍게 읽기 좋은 취향 존중 에세이입니다. 미니멀리즘을 동경하면서도 무심코 사버리곤 반성하기 일쑤이지만, 오래된 물건의 설렘을 간직할 줄 알고 이것만큼은 취향을 내던질 수 없다는 확고함도 가진,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귀여운(?) 무레 요코의 물건에 담긴 소소한 행복을 엿볼 수 있어요.


<이걸로 살아요>에는 21가지의 취향이 등장합니다. 책 표지에도 무레 요코가 언급한 것들로 아기자기하게 채워져 있네요. 스타우브 냄비로 밥을 짓고, 삼베 시트와 지지미 파자마의 시원함을 좋아하고, 청소기보다 빗자루를 애용하고, 편지지와 우표를 모으는 걸 좋아하는 무레 요코. 노묘와 함께 살며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편지지를 애지중지하는 그의 소소하지만 확고한 취향들을 보면서 공감하게 되는 장면이 어찌나 많던지요.


원고지에 손으로 글을 쓰던 시절이 과거의 유물처럼 되었고, 쓰지 않으니 해가 갈수록 손글씨가 볼품 없어진다며 투덜거립니다. 그래도 만년필과 연필 등 필기구 사랑은 여전합니다. 그런데 문구류도 죄다 플라스틱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되도록이면 플라스틱 제품을 안 쓰려고 노력하는지라 일부러 고무지우개를 굳이 찾아 사용하기도 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노력을 쏟는 일 자체를 즐깁니다. 


밥을 짓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일들을 즐길 줄 아는 무레 요코입니다. 냄비나 뚝배기에 밥을 짓는 일을 20대 중반 첫 독립 때부터 줄곧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냉동밥도 쪄서 해동하는지라 전자레인지가 없는 집입니다. 밥 짓기 좋은 냄비를 갈아타온 역사를 듣는 일도 즐겁습니다. 요즘 쓰고 있는 건 가장 작은 사이즈인 2인용을 원했던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스타우브 브랜드라고 해요. 빨간 색깔과 앙증맞은 디자인을 보며 '역시 귀여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으니 결국 충동구매하기에 이릅니다. 저는 전기압력밥솥도 쾌속취사를 할 정도로 빨리빨리를 추구하는데, 밥 짓기에 진심인 무레 요코를 보니 뭔가 숙연해지는 기분입니다.


뜬금없이 모기향도 취향이라고 나와있어 뭔 일인가 싶었어요. 줄무늬가 약간 있다 해도 전혀 귀엽지 않은 모기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무레 요코. 모기 퇴치, 박멸용 제품을 이것저것 다 사용해 봐도 역시 최고는 모기향이더라고 합니다.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만든 지지미 파자마 이야기를 읽다가 저도 모르게 지지미 옷을 검색하고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지지미 재질은 습하고 더운 여름날에 입기 딱 좋은 재질이어서 저도 예전에 입었던 기억이 나는데 까무룩 하고 있었습니다.


뜨개질을 좋아해서 털실을 고르는 취향도 확고한 편입니다. 다양한 색깔 덕분에 반한 오팔 털실로는 후딱 완성되는 양말을 열심히 만들고, 가볍고 따뜻해 보여서 좋아한다는 로완 사의 털실로는 스웨터를 틈틈이 뜨기도 합니다. 평소 스카프나 숄처럼 몸에 두르는 소품류를 애정 하는 무레 요코이니 목도리도 뜹니다. 그리고... 욘사마 매듭으로 두른다고 합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줄이기 위해 여전히 처분 중이지만 특히 책장 앞에서는 머리를 감싸 쥐는 나날들의 연속이라고 고백합니다. 책을 찾을 때 고개를 세우기도 하고 눕히기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서 어찌나 공감되던지요. 저 역시 앞뒤 이중으로 꽂지 않고 고개를 요리조리하지 않게끔 책 분량을 간소화하고 싶습니다.


고양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편지지를 보며 '후후후훗' 싱글거리는 게 바로 행복이지 않나며 확고한 취향을 즐길 줄 아는 무레 요코의 일상. <이걸로 살아요>를 읽는 내내 마음이 유쾌해지는 시간을 누렸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을 보다 - 불안을 다스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침묵의 순간들
마크 C. 테일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인들은 침묵 없이 사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소음은 청각적일 뿐만 아니라 시각적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음성과 이미지는 우리의 감각을 공격하며 우리의 삶 깊숙이 침투해있습니다. 소음에 빠져 벗어나지 못한 채 소음에 중독된 우리에게 침묵을 이야기하는 책 <침묵을 보다>.


​종교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마크 C. 테일러 저자는 철학자, 문학가, 예술가, 작가 등의 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침묵을 분석해나갑니다. 침묵하는 법 같은 자기계발 성격이 아니어서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침묵의 의미를 이토록 집요하고 폭넓게 파헤치는 저자의 역량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세상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가진듯한 독창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어 명쾌한 이해보다는 알쏭달쏭하면서도 어느 순간 매료되는 낯선 경험을 안겨주는 책입니다.


침묵은 그저 소음 없음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주체를 적극적으로 나에게 맞춰본다면, 자신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을 하는 것과 같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침묵을 들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침묵을 듣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침묵을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주변의 침묵보다 더한 침묵이 되어야 침묵이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한 에드몽 야베스처럼 침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침묵을 보다>는 부모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집을 정리하다 발견한 오래된 사진 박스에는 도무지 누군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사람들이 찍힌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과거를 살펴보며 침묵 속에서 며칠을 보냅니다. 그 사진들을 보며 침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때는 기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잊혀진 과거의 침묵뿐 아니라, 침묵 너머의 침묵을 마주한 겁니다. 침묵을 듣는다는 것은 당신이 없는 세상을 듣는다는 것과 같다는 걸 알게 됩니다.


도시의 침묵은 시골의 침묵과 다르고, 시작의 침묵은 끝의 침묵과 같지 않으며, 젊음의 침묵은 노인의 침묵과 같지 않듯 이런 다양한 형태의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새로운 말(세계)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침묵과 언어와의 관계를 깊게 파고든 하이데거,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비트겐슈타인 등 여러 철학자들이 정의 내린 침묵을 찾아 나섭니다. 수전 손택은 <침묵의 미학>에서 침묵을 충만함과 텅빔이라는 양면적인 성질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침묵이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말하지 않는 것도 있는 반면 말할 수 없는 것도 침묵의 형태로 나타나니까요.


1952년에 첫 공연한 존 케이지의 유명한 작품 <4분 33초>는 연주시간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완벽히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무향실에서 절대적인 무음이 아닌, 자신의 신경계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은 경험 이후 침묵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됩니다. 2012년에 열린 메닐 재단의 <침묵> 전시는 여러 예술가들이 해석한 침묵 작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시각예술이 침묵의 소리를 탐구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짚어줍니다.


침묵을 지키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도 있을 테고 말이죠. 역설적으로 침묵을 지킴으로써 오히려 말을 하는 셈입니다. 말과 침묵을 그저 반대로만 볼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살은 최후의 침묵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침묵에 몰두하며 결국 자살한 마크 로스코의 이야기를 통해 침묵의 공간을 찾아 헤맨 그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 읽은 <컬러애 빠지다>를 통해 반타블랙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는데요. 거의 모든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는 절대 검정인 반타 블랙. 블랙홀 같은 느낌도 들고, 입체감 없이 평면으로 보이게 할 정도인 반타블랙의 사용 독점권을 확보한 예술가 카푸어의 작품을 통해 심연의 어둠과 같은 침묵을 해석해 보기도 합니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침묵은 오히려 사치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소음 공해를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탄생될 만큼 침묵의 상업화에 이른 수준이 되었습니다. 침묵은 두 눈을 감아야만 듣게 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소음을 다 눌렀을 때 남는 게 침묵이 아니라고 한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처럼 침묵을 새롭게 바라보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책 구성도 침묵의 공백을 넣어 흥미진진하게 표현했습니다. 아무런 내용 없이 … 만 표기된 채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제임스 터렐, 바넷 뉴먼, 애드 라인하르트, 마크 로스코, 애니쉬 카푸어, 마이클 하이저, 도날드 저드, 로버트 어윈, 엘스워스 켈리, 안도 타다오 등과 함께 하는 침묵의 시각 예술을 만나는 시간 <침묵을 보다>. 예술을 통해 철학적인 침묵의 세계를 탐구해 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