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베니스의 개성상인 1~2 세트 - 전2권
오세영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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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된 <소설 자산어보> 이전에 오세영 작가의 팩션소설 대표작은 <베니스의 개성상인>입니다. 1993년 첫 출간 후 300만 부 밀리언셀러로 한국 팩션 소설의 기원이 된 이 책이 주인공과 배경 등 내용을 손 본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리뉴얼되어 탄생했습니다.


루벤스의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 그림에 영감받아쓴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 400여 년 전 유럽 화가가 한복 입은 사람을 그렸다는 궁금증에 당시 역사를 살펴보게 됩니다. 임진왜란 때 포로가 되어 일본에 끌려간 조선 청년들이 이탈리아로 가게 되었고, 알비라는 작은 마을에 코레아 성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의복이 조선 경기도 북부지방 사람 같다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엮어 팩트와 픽션이 교차하는 스토리가 탄생했습니다.


이제 곧 베니스공화국 시민이 될 28세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조선을 떠난 지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이내 어떻게 그가 이역에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과거의 행적을 보여줍니다. 


개성상인 대행수 집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둔 유승업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송상의 일을 익히게 되고 배우는 데 열심인 성격이라 글과 셈이 빠른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왜인들로부터 변을 당하게 되었고, 홀로 남은 승업은 전쟁터로 향합니다. 하지만 왜군의 포로가 되어버리고 일본으로 끌려가 대마도, 후쿠오카, 가고시마 등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강제 노역에 동원됩니다. 전쟁이 끝나고서도 조선인들이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승업은 외국인에게 노예로 팔려서 일본을 떠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천만다행으로 승업은 운이 좋았습니다. 세계일주를 하던 카를레티와 선교를 위해 온 스테파노 수사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송상의 자질과 다양한 언어를 익히는 데 게을리하지 않으며 배움의 노력을 보인 승업이었기에 그런 행운이 찾아온 겁니다. 그렇게 승업은 이탈리아 베니스에 입성합니다. 일찍이 지중해 무역을 선도한 베니스공화국에는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살고 있어 다른 곳에 비해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홀로 이방인으로서 새 삶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승업. 이제는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승업이 스테파노 수사로부터 추천장을 받아 들어가게 된 곳은 베니스에 자리한 무역상사 델 로치 상사입니다. 당시 교역은 네덜란드, 잉글랜드 등이 대서양을 건너는 신대륙 무역이 교역 중심으로 되어가던 시기였고, 옛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델 로치 상사는 이 경쟁시대를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업, 회계 등의 이야기들이 쏟아지며 상인을 주인공으로 한 경제소설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베니스의 개성상인>. 관련 업무를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는 물론이고 라틴어도 잘 하는 데다가 베니스에서도 전문 회계사 교육을 받은 자만이 다룰 수 있는 회계 기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안토니오. 윗선에서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정식 상사원이 되어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소설의 첫 장면처럼 베니스공화국 시민권도 취득하게 되고 말이죠.


하지만 델 로치 상사 앞에는 장애물이 많습니다. 교황청 세력 다툼에 휘말리기도 하고, 피렌체 메디치 가문 등이 지원하는 다른 상사와도 경쟁해야 합니다. 거대한 음모의 한복판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안토니오의 선택 하나하나가 어찌나 긴장감을 자아내는지요. 추리소설 못지않은 흥미진진함을 이끌어냅니다. 유럽 정세가 따라 유럽을 대표하던 금융재벌 가문도, 한자동맹 상인들도 줄도산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일쑤인 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해나가야 했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잉글랜드의 강공으로 인한 변화의 물결 앞에 살아남기 위해 델 로치 상사도 세대교체가 이뤄집니다.


저마다의 이해득실과 여러 장애물 앞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안토니오 코레아. 예리한 안목과 두둑한 배짱으로 항상 상황의 이면을 들여다본 그의 인생 스토리가 안겨주는 감동이 꽤 큽니다. 역사적 정세를 토대로 지중해 무역의 강자 베니스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안토니오 코레아. 베니스에서 자리 잡은 개성상인의 후예라면 위기 앞에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탄탄한 서사가 오세영 작가의 꼼꼼한 자료 조사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한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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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유리 하버드 협상법 - 하버드 협상연구소 설립자가 말하는 진정 원하는 것을 얻는 6단계
윌리엄 유리 지음, 박미연 옮김 / 트로이목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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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협상연구소 설립자가 쓴 최고의 협상법 책 <윌리엄 유리의 하버드 협상법>. 세계적 베스트셀러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공동 저자인 윌리엄 유리는 40년간 가족 간 다툼에서부터 사업 분쟁, 지역사회 갈등, 정치 정당들 사이의 막판 합의, 세계 곳곳의 내전에 이르기까지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협상을 한 협상전문가입니다.


최고의 협상가는 만족스러운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숱한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그동안 상대방에 초점 맞춘 협상에 익숙했다면 이번 이야기는 조금 의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진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최고의 협상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한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예스 대답을 듣기 전에 필요한 건 '자신으로부터 예스 이끌어내기'인 겁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자고 합니다. 우리가 싸워 얻어내려는 것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어불성설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 사례를 보니 무척 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협상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하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저자는 한국인 특유의 '눈치' 기술이 도움 된다고도 합니다.


외부적인 협상 방법의 변화에 초점 맞춘 기존의 협상법 책과 달리 <윌리엄 유리 하버드 협상법>은 자신의 내면을 바꿔서 외부적인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자신으로부터 예스를 이끌어내지 못하는데 어찌 남들로부터 예스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협상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지요. 이 책에서는 발전 지향적인 수용과 존중의 태도를 위한 여섯 단계를 소개합니다. 다이어그램 도표처럼 순환식 과정을 통해 내면의 예스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입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선 쉽게 타인의 말, 말투,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럴 때 어떻게 균형감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하는 대신 자기 관찰을 통해 이해하기 습관을 들이도록 조언합니다. 심판하지 않고 관찰해 보는 겁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적 시선, 공감하며 들어보기, 자신의 요구사항 드러내기와 같은 연습을 통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의 내적 배트나(BATNA)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남 탓을 한 대가는 뒤따르는 법입니다. 남 탓의 반대는 책임지기입니다. 책임진다는 의미는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고 협상 합의안이 아닌 최상의 대안을 찾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요구사항들을 잘 돌보겠다는 무조건적인 약속이 필요합니다. 책임지기는 심판관을 쫓아내고 자기 삶의 리더는 바로 자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스스로에게 자신의 만족을 위한 욕구를 보살필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멋진 합의로 얻은 외적인 만족은 단지 일시적으로 내적 만족을 가져다줄 뿐이라고 합니다. 꾸준히 지속되는 만족은 안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시각을 재설정하는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인생의 그림을 근본적으로 우호적인 것으로 재설정하는 데 필요한 훈련들을 알려줍니다.





존(Zone)에 머무르는 네 번째 단계는 과거와 미래 대신 현재의 시점에 머무른다는 의미입니다. 민감한 상황에서 예스를 구하려 한다면 관건은 현재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을 우리는 평소 간과하기 쉽다고 합니다. 많은 협상의 순간에 한 쪽 편에서 개방하려는 신호를 보내거나 양보 의사를 보여도 다른 쪽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존'에 머무를 수 있는 열쇠는 내적 저항을 떨치고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신뢰하며 현재를 있는 그대로 감싸 안는 것이라고 합니다. 각박한 삶을 살면서 사실 이런 태도를 갖고 싶지만 인생의 통제력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떨쳐내기와 '존'에서 머무르기 같은 과제를 삶에 습관화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두려움의 대안은 믿음이다. 신뢰함으로써 역경과 힘든 경험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대신 앞에 놓인 역경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뜻하는 것이다. (중략) 신뢰란 단 한 번의 태도 변화라기보다는 하루 동안 접하게 되는 수많은 의식적인 선택이다." - 책 속에서


존중과 포용하기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를 통해서 스스로를 존중한다면 타인을 존중하기도 더 쉬울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거부나 배척의 유일한 치료제는 인식과 수용이라는 연고라고 합니다. 즉 포용을 뜻합니다. 가족 다툼이든 직장 갈등이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존중의 테두리를 의도적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대립의 상황에서는 존중하기가 힘들겠지만, 존중하는 태도를 강화하는 것도 연습하면 키울 수 있다고 하니 처음에 당신을 거부했던 사람을 상대한다면 꼭 배워야 할 훈련입니다.


윈-윈-윈으로 이끄는 협상은 베풀기와 되돌려받기라는 여섯 번째 단계로 완성됩니다. 윈-윈 해결책 찾기가 어려울 때 자신으로부터 예스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스스로에게 더 대담한 목표를 지향하도록 부추길 때 가능하다고 합니다. 승부의 법칙을 빼앗기에서 베풀기로 바꿀 때 말이죠. 베풀기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한 가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자는 상호 이익을 위해 베푸는 태도를 위한 훈련법을 알려줍니다. 생각 외로 베푸는 태도로 흐름을 바꾸려는 단순한 변화가 모든 걸 바꾸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훌륭한 협상가는 상대방의 관심과 요구를 잘 드러나게 하면서 자신의 목적도 이루는 사람입니다. 그것도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말이죠.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노'에서 '예스'로 바꾸는 내면의 태도가 정말 실전에서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의아했습니다. 여전히 내가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최대 방해꾼은 나 자신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입니다.


윌리엄 유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성공하고 행복해지는 법과 같은 삶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생이라는 큰 게임에서 이기는 법입니다. 저 같은 의심자를 위해 윌리엄 유리는 그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질문들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6단계마다 근육이라고 생각하고 훈련해 보자고 합니다. 이 훈련은 평생 훈련이기도 합니다. 인생에 예스라고 외치는 6단계 방법을 알려주는 <윌리엄 유리 하버드 협상법>. 협상법이라고 해서 타인을 향한 태도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태도를 살필 수 있게 도와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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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걷는 아이 - 모네의 <수련>부터 뭉크의 <절규>까지, 아이의 삶을 찬란히 빛내 줄 명화 이야기
박은선 지음 / 서사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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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미술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박은선 자자의 신간 <미술관을 걷는 아이>. 전작 <책 읽기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를 통해 책육아에 대해 알려줬다면, 이번에는 명화와 육아에 초점 맞춥니다. 


명화로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삶을 스케치하는 법을 알려주는 <미술관을 걷는 아이>. 아이가 품었으면 하는 이해, 창의성, 관찰, 공감, 진실함, 감수성, 지혜, 희망이라는 여덟 가지 미덕을 담은 그림을 만나보세요. 명화 해석에 집중한 흔한 미술 교육책이 아니라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보는 재미를 찾아가는 명화 감상법과 그 속에서 우리 아이에게 심어줄 가치를 발견해가는 여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나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그림은 바로 자화상이죠. 정면을 응시하는 결연한 눈매가 강렬한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은 서양 미술 역사상 최초의 정면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높은 자긍심을 엿볼 수 있는 명화를 보며 우리 아이도 자신의 품격을 스스로 높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을 덧입혀봅니다. 


강인한 아이의 내면을 자라게 하는 명화들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요. 박은선 저자는 화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그림 감상부터 해보라고 합니다. 정답 없는 이야기가 펼쳐질 겁니다. 책 속의 질문 예시를 참고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화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자고 합니다. 화가가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어렴풋이 느끼기만 해도 좋다고 합니다. 반드시 긍정해야 하는 이해를 강요하지 않게 조언하고 있어 부담 없어 좋더라고요. 이제는 아이가 그림을 직접 그릴 차례입니다. 아이의 미래 자화상을 그려보기도 하면서, 아이만의 소신 있는 표현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미술 교육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쓱 훑어보는 것을 넘어 화가의 인생과 작품의 연관성을 통해 그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깨달아가는 여정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우리 아이는 명화를 사색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랄 거라고 합니다. <미술관을 걷는 아이>는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철학을 통해 주체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남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소신 있게 표현할 수 없게 됩니다. 동시에 무한 칭찬할 줄 아는 부모의 태도도 배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뭉크의 <절규> 그림은 부정적인 감정에도 공감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저 덮어두기를 강요하는 대신 표현해 보자고 합니다. 슬픔과 분노는 버려야 할 감정이 아니라 어떻게 잘 흘려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작품으로 알려줍니다.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한 이런 그림 감상법은 미술치료와도 연계됩니다.


1인 세대가 늘어나는 요즘, 가족의 가치관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조부모님의 지혜와 경륜을 존중할 줄 알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의 시선을 가져야 합니다. 벨라스케스의 작품에는 약하고 소외된 계층이 함께 등장합니다. 인형 같은 공주가 중앙에 위치해있지만, 정작 이 작품의 제목은 <시녀들>입니다. 가족 및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 되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온화한 영혼을 가질 수 있게 해주세요.


그 외에도 책 읽는 일상을 선물해 줄 명화, 축복받으며 태어난 아이가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아이의 찬란한 꿈을 격려하는 데 도움 되는 명화 등이 이어집니다. 틀에 맞추어 암기하듯 만드는 작품이 아니라 창의성 높이는 미술 활동이란 정답 없는, 구조화되지 않은 활동임을 짚어줍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감각을 믿고 지켜주자고 조언합니다.


아이에게 명화를 보여주거나 미술 전시회를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부모가 기대하는 건, 우리 아이가 예술과 문화를 만나 창조적인 아이로 자라길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은 그런 부모의 바람을 잘 충족시켜 주는 책입니다. 자녀 미술 교육서로 읽기 시작했다가 부모의 마음공부가 된 책이기도 합니다. 이래라저래라 하며 감상평을 요구하지 않고 편견 없이 바라보고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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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독
이기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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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이 사라지고 막강한 대기업이 회사를 경영하듯 도시를 관리하게 된 22세기 서울의 기묘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 <쥐독>. 영화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낙원의 밤>, <마녀> 등을 제작한 페퍼민트앤컴퍼니의 글로벌 슈퍼 IP로 기획된 페퍼민트오리지널의 SF판타지 소설입니다.


소설의 등장인물과 딱 어울릴 만한 배우를 매치해 보는 즐거운 상상 속에서 다채로운 인물들의 서사가 술술 읽히는 그야말로 페이지터너 소설입니다.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개인적으로는 OTT에서 시리즈로 길게 뽑아내주면) 딱 내 취향이라고 외칠만한 <쥐독>입니다.​​


이기원 작가의 흡인력 있는 맛깔스러운 문체에 반했습니다. <쥐독>은 그의 첫 소설이지만 현직 시나리오 작가의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 재미와 의미 모두를 잘 잡아내고 있습니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윤재호 작가의 표지 일러스트도 긴장감을 더합니다. 쥐독에 빠진 서울의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소설의 배경을 소개하는 서울 연대기와 프롤로그에서부터 멋짐 폭발합니다. 22세기 미래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를 거치는지 한 번쯤 상상해 봄직한 이야기들이 압축되어 있어 기대감을 자아냅니다. 세계 인구의 75퍼센트가 사망한 신종 바이러스 출현,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오랜 전쟁과 감염병으로 국가 시스템이 붕괴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도시는 대한민국 서울입니다.


강력한 자본과 첨단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대기업은 국가 시스템이 무너져도 버텨냈고, 10대 기업 회장단 모임 전국기업인연합(전기련)이 결국 도시 경영권을 인수합니다. 그렇게 뉴소울 시티(New Soul City)가 출범합니다.​​ 처음에는 태평성대의 시절이지만 바야흐로 전기련의 철권통치시대가 펼쳐집니다. 상류층과 일반 시민 그리고 낙오자들의 경계는 점점 심해지고, 결국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사는 3구역은 쥐독이라 불립니다.


퍼주기만 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의 생존법칙이 고스란히 도시 경영에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의 방식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철저하게 기업을 위한 노동력을 제공한 시민들만 기업의 고객으로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게 합니다. 전기련에 불만 있는 시민은 일명 블랙컨슈머가 됩니다.


뉴소울 시티의 화폐부터 철저한 생존법칙이 적용됩니다. 노동력을 제공한 시간에 따라 주어지는 화폐를 일컫는 분각을 벌기 위해 근로자들은 초과근무가 필수이고 그러다 보니 싸구려 각성제를 복용하는 일은 기본입니다.​​ 2구역에 살던 민준은 각성제를 때려부으며 일하지만 간신히 제일 싼 밀키트만 구할 형편입니다. 의욕 없고 우유부단한 하루하루입니다. 그러다 공장에서 1구역 최상위 시민들을 위한 최상품 각성제 루왁으로 인해 사건은 시작합니다. 한 알 만으로도 일 년 치 맨션 관리비에 해당하는 루왁을 무려 1,500여 개를 들고 튄 겁니다.





이내 클래식 음악을 튼 고객서비스팀이 출동해 애프터서비스를 합니다. 그들은 총을 들었습니다. 살벌한 애프터서비스입니다. 기업의 용어로 대체된 사회를 풍자하는 용어가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민준이 도망친 곳은 3구역 쥐독입니다. 쥐독에서도 목숨을 담보로 한 선택의 연속입니다. 뒤늦게 후회해 봤자 소용없습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한 본능만으로 움직입니다.​​


상류층과 낙오자들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자리 잡은 뉴소울 시티. 도시의 신이라 불리는 수장 류신은 100년 넘게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시시때때로 육체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이후 청년의 몸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상위 2퍼센트 상류층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민들은 그저 언제든 교체 가능한 부품일 뿐입니다. 시민들의 자유 의식이 깨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전기련의 계획은 치밀합니다. 디지털 분서갱유를 실시해 지식에 관련된 모든 매개체를 없앴고, 시민들은 점점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그동안 내버려 뒀던 쥐독에도 압박을 가합니다. 류신의 입장에서 쥐독은 허기와 탐욕에 미쳐버린 짐승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리고 상대를 잡아먹으려는 쥐로 가득 찬 쥐독입니다. 이제는 뉴소울 시티의 고객들을 위협하는 더러운 쥐새끼들을 단호히 응징할 차례입니다. 섬뜩할 만큼 놀라운 계획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쥐독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같습니다. 독에 갇힌 채 굶주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하는 쥐가 한 마리만 남았을 때 풀어주면 이미 쥐맛에 길들여진 그 쥐는 계속 동족 살해를 하게 되는 쥐독 이야기. 류신은 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서 펼쳐나갈까요.


"최고의 각성제는 탐욕이 내뿜는 아드레날린이다." - 책 속에서


민준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악인이든 영웅이든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강렬합니다. 누구 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습니다. 신체를 자유로이 갈아탈 수 있는 대기업 자제들이 죽음을 한낱 놀이로 즐기며 다이빙 파티를 하는 장면은 영상으로 재현될 때 특히나 파격적인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멈추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담은 22세기 바벨탑 뉴소울 시티. 도시의 신이 된 류신에 대응하는 이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진실을 보지 못하게 시민들의 눈에 씌워져 있던 가리개를 치울 수 있을까요. 쥐독에서 벗어나 연대의 힘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큰 그림이 조금씩 선명해질 즈음까지 결말을 향해 갈수록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멋진 소설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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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똥냄새가 나는데!
벤 호크스 지음, 김지연 옮김 / 너와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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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지 않는 웃음을 안겨주는 똥 그림책 <어디서 똥 냄새가 나는데!>. 영국 동화 작가 벤 호크스의 독특한 그림이 매력적입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큼지막하게 배치되어 눈을 사로잡습니다.


킁킁! 어디서 똥 냄새가 나는데! 여기서도 나고, 저기서도 나는 똥 냄새. 스멀스멀 어디선가 풍기는 똥 냄새의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스컹크가 나섭니다. 돼지코처럼 보여서 돼지일 거라 생각한 것조차 깨뜨려버리네요. 주변 동물들을 면밀히 살피는 스컹크. 탐정 같은 모습이 꽤 진중해 보입니다. 똥 쌌냐고 대놓고 묻지만 꼬박꼬박 인사는 잘 합니다.


다들 아니라고 말하니 범인의 행방이 오리무중입니다. 여기서 멈출 스컹크가 아닙니다. 냄새 추적 장치를 가동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냄새 추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됩니다. 결국 빠지직! 펑! 쾅! 부서져버리네요. 우리 아이들 책 읽어줄 때 의성어와 의태어에 꺄르르 넘어가잖아요. 이 장면에서 실감 나게 효과를 살려주세요.





끝까지 추적하는 스컹크의 의지가 돋보입니다. 똥을 싼 범인을 찾기 위한 함정도 만듭니다. 그리고 동굴 속에 앉아 범인을 기다리는데... 점점 냄새는 심해집니다. 곧 범인이 올 것만 같군요. 스컹크는 과연 똥 냄새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이쯤이면 반전의 내용을 추측한 이들도 있을 텐데요. <어디서 똥 냄새가 나는데!>의 재미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당신이 생각한 그 반전이 맞을까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강렬한 한 방이 남아있습니다. 저도 스컹크의 대사에 빵 터져버렸거든요. 우리 아이 유아였을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최애 똥 그림책이 되었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이 그림책을 이해하려면 스컹크가 어떤 동물인지 배경지식을 함께 쌓아주는 게 꼭 필요합니다. 그래야 대반전의 웃음 포인트를 더 살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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