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베니스의 개성상인 1~2 세트 - 전2권
오세영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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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된 <소설 자산어보> 이전에 오세영 작가의 팩션소설 대표작은 <베니스의 개성상인>입니다. 1993년 첫 출간 후 300만 부 밀리언셀러로 한국 팩션 소설의 기원이 된 이 책이 주인공과 배경 등 내용을 손 본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리뉴얼되어 탄생했습니다.


루벤스의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 그림에 영감받아쓴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 400여 년 전 유럽 화가가 한복 입은 사람을 그렸다는 궁금증에 당시 역사를 살펴보게 됩니다. 임진왜란 때 포로가 되어 일본에 끌려간 조선 청년들이 이탈리아로 가게 되었고, 알비라는 작은 마을에 코레아 성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의복이 조선 경기도 북부지방 사람 같다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엮어 팩트와 픽션이 교차하는 스토리가 탄생했습니다.


이제 곧 베니스공화국 시민이 될 28세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조선을 떠난 지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이내 어떻게 그가 이역에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과거의 행적을 보여줍니다. 


개성상인 대행수 집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둔 유승업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송상의 일을 익히게 되고 배우는 데 열심인 성격이라 글과 셈이 빠른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왜인들로부터 변을 당하게 되었고, 홀로 남은 승업은 전쟁터로 향합니다. 하지만 왜군의 포로가 되어버리고 일본으로 끌려가 대마도, 후쿠오카, 가고시마 등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강제 노역에 동원됩니다. 전쟁이 끝나고서도 조선인들이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승업은 외국인에게 노예로 팔려서 일본을 떠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천만다행으로 승업은 운이 좋았습니다. 세계일주를 하던 카를레티와 선교를 위해 온 스테파노 수사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송상의 자질과 다양한 언어를 익히는 데 게을리하지 않으며 배움의 노력을 보인 승업이었기에 그런 행운이 찾아온 겁니다. 그렇게 승업은 이탈리아 베니스에 입성합니다. 일찍이 지중해 무역을 선도한 베니스공화국에는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살고 있어 다른 곳에 비해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홀로 이방인으로서 새 삶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승업. 이제는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승업이 스테파노 수사로부터 추천장을 받아 들어가게 된 곳은 베니스에 자리한 무역상사 델 로치 상사입니다. 당시 교역은 네덜란드, 잉글랜드 등이 대서양을 건너는 신대륙 무역이 교역 중심으로 되어가던 시기였고, 옛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델 로치 상사는 이 경쟁시대를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업, 회계 등의 이야기들이 쏟아지며 상인을 주인공으로 한 경제소설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베니스의 개성상인>. 관련 업무를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는 물론이고 라틴어도 잘 하는 데다가 베니스에서도 전문 회계사 교육을 받은 자만이 다룰 수 있는 회계 기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안토니오. 윗선에서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정식 상사원이 되어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소설의 첫 장면처럼 베니스공화국 시민권도 취득하게 되고 말이죠.


하지만 델 로치 상사 앞에는 장애물이 많습니다. 교황청 세력 다툼에 휘말리기도 하고, 피렌체 메디치 가문 등이 지원하는 다른 상사와도 경쟁해야 합니다. 거대한 음모의 한복판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안토니오의 선택 하나하나가 어찌나 긴장감을 자아내는지요. 추리소설 못지않은 흥미진진함을 이끌어냅니다. 유럽 정세가 따라 유럽을 대표하던 금융재벌 가문도, 한자동맹 상인들도 줄도산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일쑤인 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해나가야 했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잉글랜드의 강공으로 인한 변화의 물결 앞에 살아남기 위해 델 로치 상사도 세대교체가 이뤄집니다.


저마다의 이해득실과 여러 장애물 앞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안토니오 코레아. 예리한 안목과 두둑한 배짱으로 항상 상황의 이면을 들여다본 그의 인생 스토리가 안겨주는 감동이 꽤 큽니다. 역사적 정세를 토대로 지중해 무역의 강자 베니스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안토니오 코레아. 베니스에서 자리 잡은 개성상인의 후예라면 위기 앞에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탄탄한 서사가 오세영 작가의 꼼꼼한 자료 조사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한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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