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원의 일본어 단어
한창화 지음 / 좋은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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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일본어 어원의 단어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반대의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투리로 알고 있었지만 일본어이고, 그 일본어가 사실은 우리말 어원인 게 수두룩한 겁니다. <우리말 어원의 일본어 단어>에서는 일본어 상용한자(2,136자) 훈독 단어 하나하나를 분석해 우리말과의 연관성을 따져봅니다. 우리말과 일본어는 우랄알타이어족으로 같은 어족에 속합니다. 우리말과 일본어는 어순이 같고 한자를 사용하며, 역사적으로도 일찍이 한반도에서 건너가 일본에 거주한 도래인(渡來人)이 많았습니다. 


사실 외국어 공부할 때 발음 문제로 골머리 썩기 일쑤인데 우리말의 실제 발음 수를 알게 되니 불평불만이 쏙 들어갑니다. 우리말의 발음 수는 무려 1,096개라는 사실! 모음, 반모음, 자음 31개만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말은 한 음절 말로도 충분히 사물을 지칭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발음 수가 적은 언어 쪽에서 발음 수가 많은 언어를 도입해 표기할 때에는 본래 발음을 충분히 표기하지 못하니 약간의 변형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한자 발음 수는 460개, 일본어 발음 수는 300개에 불과하니 우리는 언어 구조적인 면에서 고퀄리티 언어 능력 보유자가 아니겠어요?


<우리말 어원의 일본어 단어>는 우리말이 일본어에 영향 끼친 것들의 이야기입니다. 한창화 저자는 우리말에 어원을 두고 조금씩 변화하여 지금의 발음이 된 일본어 단어를 500개 넘게 소개합니다. 단어장처럼 배치되어 있으니 궁금한 단어를 먼저 찾아 읽어도 좋습니다.



처음엔 단어장 같은 구성에 살짝 긴장했지만, 우리말이 어떻게 일본어로 변형되는지 그 과정을 하나씩 알게 되니 이거 참... 재미가 꽤나 좋습니다. 일본어사전앱을 열어 발음을 들어가며 읽으니 더 신납니다.


'にこにこ 니코니코'를 무작정 외우는 대신, '내키다'라는 우리말 어원을 통해 내키 > 니키 > 니코로 변형되는 과정을 알게 되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싱글벙글 웃으며 일한다'는 풀이를 거치면, 니코니코의 뜻은 싱글벙글이란 게 이해됩니다. 니키에서 니코로 바뀌는 것처럼 일본어의 모음교체 현상에 대해서도 부가적으로 설명해 주니 단어 하나를 알아갈 때마다 늘어나는 지식은 여러 개입니다.


우리말 중에서도 잘 모르고 있었던 단어를 알게 되기도 합니다. 정신이 자꾸 나갔다가 들었다가 하는 모양을 뜻하는 '해딱해딱'이란 단어도 익혀봅니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갑자기 귀에 쏙 들어오는 발음이 있을 때가 있죠. 우리말 발음과 닮아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에서 수많은 예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쑥쑥'이 어떻게 '수구수구'로 발음되는지, 크다의 방언 '크지라'가 어떻게 고래를 뜻하는 '쿠지라'가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족이 같으면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단어의 관련성을 탐구하며 학습할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말 어원을 통해 일본어 단어를 하나씩 알게 되는 새로움을 선사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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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
팀 히긴스 지음, 정윤미 옮김 / 라이온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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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 동안 자동차 업계를 주름잡던 쟁쟁한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전기 자동차가 안착하기까지 그 주역으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호언장담하며 큰소리치는 일론 머스크의 과시성 멘트를 두고 한때는 이상주의자로만 치부했는데, 스페이스X로 우주 시대를 열어나가는 그의 배짱 두둑한 행보를 보면 그라면 왠지 해낼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의 신념은 가치를 낳았고, 가치에 비추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 책 속에서


워낙 이슈를 몰고 다니며 제정신이 아닌 발언을 일삼는 일론 머스크이기에 사람 그 자체에게는 끌리지 않지만, 전기차가 대세라는 사실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동네 전기차 충전소에는 언제나 테슬라가 대기해있고,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이제 평범하게 느껴지고, 전기차 택시도 쉽게 볼 정도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고군분투의 역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는 월스트리트 저널 자동차와 테크 분야 전문 기자 팀 히긴스의 기록으로 만나는 테슬라의 역사입니다. 수차례 위기가 닥쳐도 일론 머스크의 전기자동차를 향한 열정이 어떻게 현실화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2016년 대중을 위한 전기차라는 콘셉트로 설계된 모델3는 테슬라 운명의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개발에 다급히 뛰어들게 만들었습니다. 테슬라모터스를 시작한 사람은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엔지니어 마틴 에버하드라는 인물입니다. 기존의 순수 전기차가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싶어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지만 자금 문제로 머스크의 투자를 받게 되면서 머스크가 테슬라에 등장합니다.


테슬라를 이끈 주역으로 스트라우벨이라는 인물도 있습니다. 우리 세계는 배터리의 소형화와 대용량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혁신이 일어났는데요, 전기 자동차야말로 배터리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휘발유 차량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스트라우벨은 리튬이온을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연구해왔고,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를 위한 배터리를 연구합니다. 그러다 에버하드와 머스크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테슬라에 합류합니다.


초창기 테슬라는 부자들의 장난감 같은 고급차 이미지였지만 기존 자동차 업계의 행보를 따라가진 않았습니다. 전통 자동차 제조, 판매와는 다른 루트를 걷는 테슬라의 여정이 시작합니다.


전기차 하면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이 배터리 화재인데요. 테슬라에게 배터리를 공급한LG화학도 배터리 사고에 휘말릴까봐 배터리 반납을 요구했을 정도였습니다. 에버하드와 스트라우벨은 테슬라의 종말을 불러올 수도 있는 배터리 사고에 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씁니다. 자동차를 시한폭탄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면서 배터리를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지금의 테슬라가 있기까지 기술 스타트업에서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에피소드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실행 가능성이 낮아도 확고한 사명을 가지고 나아가려는 사람과 지레짐작하며 포기하는 사람의 차이를 확연하게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신념과 열정, 확고한 태도로 수많은 난관을 헤치며 성장한 테슬라. 미래의 주류 자동차가 될 수밖에 없는 전기자동차 시대를 성큼 앞당긴 업적만큼은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틈새시장을 벗어나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엎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꿈을 좇는 인생을 산 테슬라 사람들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 취미 삼아 시작한 스타트업 테슬라가 명실공히 자동차 제조사로 우뚝 서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여기에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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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퍼스널 컬러 이야기 - 퍼스널 브랜딩 컨설턴트 팽정은 대표가 알려주는 나만의 이미지 가꾸는 법
팽정은 지음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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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알고 있나요? 사람마다 지니는 색소가 조금씩 달라 타인과 차별되는 컬러를 가지고 있습니다. 퍼스널 컬러 personal color는 사람마다 타고난 색소 요인을 분석해서 최상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만듭니다.


외적인 이미지를 꾸미는 것뿐이라며 퍼스널 컬러를 무시했다면 이번 기회에 퍼스널 컬러의 진짜 가치를 배워보세요. 나를 나답게 빛나게 해주는 도구로서 퍼스널 컬러의 매력을 만나는 시간이 될 겁니다.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고 이미지를 코칭해주는 바이허 대표 팽정은 퍼스널 컬러리스트의 <인생을 바꾸는 퍼스널 컬러 이야기>. 퍼스널 컬러와 골격 이미지 분석으로 스타일링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나의 색 요소와 어울리는 외면의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색깔이 너무 튀어 망설이다가 구입한 옷이 있어요. 그런데 사진 찍어놓은 걸 보면 그 옷을 입었을 때 분위기가 무척 좋더라고요. 생기가 돈다고나 할까요. 그러고 보면 전혀 피곤하지 않고 쌩쌩한데도 얼굴을 보곤 피곤하냐는 말을 들을 때가 있었는데 그게 옷 색깔이 맞지 않아서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노란색 옷을 입고 꽤 흡족했던 기억을 되살려 노란색 옷을 또 구입했는데 정작 그 옷은 별로여서 힝~ 했던 일도 있습니다. 옐로라는 컬러 하나에도 선명도, 밝기가 다양한데 그저 옐로톤이면 다 어울릴 거라 착각했던 거죠. 마침 저자도 딱 그런 사례가 있더라고요. <인생을 바꾸는 퍼스널 컬러 이야기>는 색에 잠식되지 않고 나만의 빛깔을 반짝반짝 드러내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내게 잘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보세요.


화사하고 생동감 넘치는 퍼스널 컬러 찾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부록을 활용해 퍼스널 컬러 셀프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세부 톤 컨설팅으로 발전했다는데 이 책에서는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8분류로 설명합니다. 봄 웜톤, 여름 쿨톤, 가을 웜톤, 겨울 쿨톤이라는 사계절에 맞춰 봄 라이트, 봄 브라이트, 여름 라이트, 여름 뮤트, 가을 뮤트, 가을 딥, 겨울 브라이트, 겨울 딥으로 소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퍼스널 컬러 진단에서 체형, 성향, 욕망까지 파고든다는 겁니다. 선호하는 컬러와 퍼스널 컬러가 다른 경우에도 선호하는 색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이미지에 대한 열망이 숨어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럴 때 노련한 전문가의 세심한 컨설팅이 도움 되는 사례도 보여줍니다.





퍼스널 컬러를 찾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패션 컬러,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링, 헤어 염색, 패션 스타일 교정까지 이미지컨설팅이 이어집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브랜딩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신기한 건 외적인 모습의 변화로 자신감과 자존감까지 얻게 된다는 겁니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에너지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인생을 바꾸는 퍼스널 컬러 이야기>는 대학생, 직장인, 가정주부, 중년남성 등 성별과 연령대를 아우르는 사례를 통해 컬러가 얼마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옷을 고르고 메이크업의 톤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집 안의 인테리어, 일의 효율성과 휴식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 책에서는 퍼스널 컬러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키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컬러의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퍼스널 컬러로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을 패션스타일로 보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체 골격의 특징, 근육감, 두께감, 밸런스, 피부 타입 등을 분석해서 각 골격 타입에 어울리는 디자인, 길이감, 소재, 아이템 등을 추천합니다. 골격 유형에 맞는 패션 스타일로 효과적인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는 게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올해는 퍼스널 컬러로 채워진 옷장과 화장대로 채우면서 그 참에 맞지 않았던 아이템들은 모조리 비우기에 돌입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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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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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상 3대 패전이 원균이 지휘한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에게 전멸당한 칠천량해전, 병자호란 당시 경기도 광주 쌍령고개에서 경상도 근왕군이 청군에게 무참하게 패배한 쌍령전투, 6·25전쟁 당시 국군 제3군단이 인민군과 중공군 연합군에게 참패한 현리전투라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역사상 3대 혼군은 선조, 인조, 고종입니다. 칠천량해전은 선조 때, 쌍령전투는 인조 때입니다. 혼군과 전쟁의 관계를 엿볼 수 있게 됩니다.


20여 년간 성곽과 병자호란을 연구한 유근표 저자는 <인조 1636>에서 조선과 청 양국의 1차 사료를 중심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까지 파헤쳐 인조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보여줍니다.


인조는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물입니다. 임진왜란 때 도망간 선조의 뒤치다꺼리를 한 세자 광해군이 왕위에 올랐지만, 5년 만에 광해군을 내치고 조카가 왕이 된 겁니다. 그렇게 조선 16대 군왕이 된 인조. 하지만 반정을 도왔는데도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이들이 또다시 반란을(성공하지 못했기에 반란군이 되어버린) 일으킵니다. 한국사 공부할 때 한 번쯤 들어본 이괄의 난입니다. 이때 엿새 동안 왕이 바뀌어 있었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선조의 열 번째 아들 흥안군이 용상에 앉은 겁니다. 하마터면 인조 정권이 순식간에 무너질 뻔했습니다.


반란으로 정권을 탈취한 인조와 공신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또 다른 반란이었을 겁니다. 아직 명나라로부터 책봉을 받지 못한 상태였던 인조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지요. 명으로부터 책봉을 받기까지 무려 2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약점들이 인조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인조 정권은 주변 상황을 살피기보다 자신들의 안위에 집중합니다. 군사력이 강해지는 걸 두려워하며 군사 훈련조차 시키지 못하게 하니 조선의 군사력은 엉망진창일 수밖에요. 게다가 바깥 상황을 살피지도 못한 채 주야장천 숭명배금 정책을 고수합니다. 인조가 광해군을 칠 때 내건 반정 명분들 중 하나가 바로 명나라를 숭상하지 않는 광해군 때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은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일개 부족에 불과했던 여진족은 후금을 세워 명나라 정벌을 최종 목표로 삼았고, 조선은 임진왜란 때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죽어가는 명나라를 계속 붙잡고 있었습니다. 광해군처럼 노련한 외교를 했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인조 정권의 정치적 행동은 무지 그 자체였습니다. 저자는 정묘호란, 병자호란은 냉철하면서도 유연한 대처를 하지 못한 인조 정권의 책임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고 보면 병자호란이 워낙 큰 사건이다 보니 정묘호란의 역사성을 잘 알지 못했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1627년에 벌어진 홍타이지의 조선 정벌, 정묘호란의 전후 사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도 인조는 강화도로 도망간 전력이 있습니다.


한 번 큰코다쳐놓고서도 인조 정권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군사력은 엉망인 채 1636년 병자호란이 발발합니다. 이번엔 남한산성으로 파천을 결정합니다. 저자는 그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기록들을 나열합니다. 병자호란은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의 소재로 등장해 익숙한 전쟁이지만 <인조 1636>에서 그 실상을 정확한 사료를 통해 제대로 정리해 봅니다. 항쟁이냐 항복이냐 고뇌하는 인조와 주화파와 척화파의 논쟁 이외에도 우리가 몰랐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무능한 군주와 지휘부들 때문에 고통받은 이들의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인조의 삼전도 굴욕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청나라로 끌려간 피로인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절절하고 허망한 사연으로 점철된 비극입니다. 화냥년, 호래자식 같은 단어가 바로 청나라로 끌려간 여인들과 그 이후 태어난 아이들을 일컫는 단어였습니다. 사대부들의 이기적이고 냉혹한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슴 아픈 단어입니다.


이때 소현세자와 강빈도 인질이 되어 청나라에서 8년의 세월을 보냅니다. 고국으로 돌아온 소현세자를 기다린 건 죽음이었습니다. 영화 <올빼미>에서 인조의 광기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서른넷의 젊은 나이에 의문사한 소현세자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도무지 인조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어집니다.


인조반정에서부터 소현세자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조와 관련한 국내 전반적인 상황과 조, 청, 명 3국이 얽힌 국외 정세의 복잡한 사연까지 시간을 거슬러 당시의 이야기를 정확한 사료만을 바탕으로 기술한 <인조 1636>. 이런 자료들을 통해 그저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소재가 아닌 우리의 역사라는 걸 생생하게 깨닫게 되니, 어리석은 결정을 하며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인조 정권은 고구마 답답 그 자체입니다. 과거의 이야기에 if를 설정해 봤자 결과는 바뀌지 않지만, '만약에'라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든 인조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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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의 비밀
오가와 이토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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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영화 『달팽이 식당』의 원작 소설 작가 오가와 이토의 힐링 에세이 <완두콩의 비밀>. 완두콩 하고 발음할 때부터 귀염뽀짝한 느낌이 스멀스멀 몰려옵니다. 저는 오가와 이토의 소설 『츠바키 문구점』을 읽고 이 작가에게 반했었는데요. 따스한 행복감을 선사하는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이번에는 생생한 기록의 현장, 일기로 만나봅니다.


"오늘도 슈퍼 조이풀한 하루를 보냈다!" - 책 속에서


펭귄(남편을 부르는 애칭)은 도쿄에 있고 반려견 유리네와 저자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상황입니다. <완두콩의 비밀>은 베를린에 머무르면서 쓴 일기를 모았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부간의 대화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는 다름 아닌 요리! 가만 보면 오가와 이토는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입니다. 소설 달팽이 식당에서도 이 책에서도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1월 1일 베를린에서 일본 설음식을 만들어 먹고 저녁에는 뭘 먹을까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작가의 단상으로 시작합니다.


맛있어서 부쩍부쩍 줄어드는 게 곤란하다는 오가와 이토표 집 된장, 감동적으로 맛있었다는 팥빵, 탱탱함이 유지되는 비법으로 직접 삶은 완두콩 등 먹거리 이야기가 한가득입니다. 펭귄이 일본에서 식재료를 들고 와준 덕분에 근사한 식사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평소엔 자주 모이는 친한 여자 셋이서 먹고 또 먹습니다. 독일에도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걸 깨알 홍보합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올리브유를 살짝 뿌린 아스파라거스만으로도 진수성찬이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일상의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일상적인 시간이 지금은 못 견디게 사랑스럽다." - 책 속에서


베를린의 사계를 보내며 쓴 기록은 특별할 거 없는 소박한 일상의 모습입니다. 어학원을 다니며 홈스테이를 하며 여행을 다니며, 적당히 느긋하면서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부지런을 떠는 하루하루의 모습을 보면... 반짝반짝하는 생기가 느껴집니다. 내가 그와 같은 일상을 살았다면 나는 저런 기쁨을 캐치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의 글에는 두근거림이 배어있습니다. 단순한 일에도 설렘이 깃들어 있을 때 그 여정은 결코 지루할 수가 없습니다. 충만함이 가득합니다. "아주 좋다", "굉장히 맛있다", "너무너무 귀여웠다", "역시 즐겁다"라는 문장을 시도 때도 없이 만나게 됩니다. 최강은 '조이풀 joyful'입니다. "오늘도 조이풀한 하루 보내!"라는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뭔가 좌절할 성싶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조이풀, 조이풀"하고 주문처럼 외기도 합니다.


남프랑스 여행을 하며 일상생활 자체를 여유롭게 꾸려나가려 하는 프랑스인의 자세에 자극을 받았다는 오가와 이토는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성취감을 맛보는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행복의 맛을 담백하게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에세이 <완두콩의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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